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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를 읽다 - 빈센트 반 고흐 편지 선집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 / 레드박스 / 2017년 10월
평점 :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편지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의 편역자 신성림이 18년 만에 다시 한 번 내놓은 편지 선집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과 함께 그가 남긴 편지를 기억합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길래 후대에 이토록 사랑받는 것일까요.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합니다.
반 고흐가 안타까운 건 그가 살아 있을 때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예술가의 영혼은 외롭고 고독하다지만 반 고흐는 그의 생애을 알면 알수록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뭔가를 그리려면 그것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내게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만일 아이를 데리고 있는 어머니나 세탁부, 재봉사 등등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정생활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실제로 가정생활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손은 점점 감정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감정을 죽이려 하는 것, 즉 나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강한 소망을 죽이려 하는 것은 자살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종종 사람들의 간섭과 험담이 불러온 어두운 그림자들, 근심거리들,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자'고 말한다.
테오야, 너의 적절한 충고대로 내가 그런 것을 멀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종종 내 마음을 슬프게 한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어라. 그런데도 왜 내가 더 이상 그들에게 반박하지 않고 그냥 피하는지 아니? 나는 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험담과 우려가 나를 내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그들이 두렵거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것을 멀리하는 건 아니다.
.... 나도 내 괴팍한 기질을 몰아내려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설사 이것이 나의 나쁜 면일 수 있다 해도, 빌어먹을, 내겐 좋은 면도 있다. 그들은 내게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해줄 수 없는 걸까?" ((161-163p)
그의 편지 속에 절절한 심정이 느껴집니다.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는 않을 때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울까요. 오죽하면 동생 테오에게 '내게도 좋은 면이 있다'고 이야기할까요.
결국에 세상은 빈센트 반 고흐의 좋은 면, 훌륭한 예술성을 발견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말이죠.
편지는 일기와는 달리 누군가에게 전하는 자신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반 고흐에게 동생 테오가 없었더라면 그의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반 고흐는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동생 테오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게 아닐까요.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고립된 채 살 수는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편지가 후대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줄은 미처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그 편지들 덕분에 반 고흐가 그린 그림들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그림이 무엇인지, 반 고흐의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미술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반 고흐의 그림을 사랑합니다. 명화는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그 작품이 지닌 힘 때문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입니다. 사진으로만 본, 반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의 자화상과 꽃이 핀 아몬드 나무의 푸른빛, 그 색감이 주는 느낌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