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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마음의 비밀
대니얼 웨그너 & 커트 그레이 지음, 최호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가끔 여럿이 함께한 자리에서 대화 도중에 한눈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이 딴 데 가 있네~"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마음은 무엇이길래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이라는 책을 겉만 봤을 때는 엄청 두툼한 책입니다. 두께로 압도하는 책.
그러나 일단 책을 펼쳐서 끝까지 읽고나면 책의 두께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마음을 설명하기에 책 한 권은 모자랄 듯.
마음을 명확하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이 책이 필요없을 겁니다. 바꿔 말하면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온 것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마음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웨그너는 미국의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이 책을 구상했으나 루게릭병 진단을 받는 바람에 직접 글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제자였던 커트 그레이 조교수에게 글로 옮기는 작업을 부탁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이 책이라니 놀랍습니다. 어떻게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면서 책을 집필할 수 있었는지, 대니엘 교수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책 속에는 대니엘 웨그너 교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지만 묘하게도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추측.
우리는 누구나 알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마음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 더 나아가 세상 모든 것들의 마음... 그리고 신의 마음까지도.
여기에서 확신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뿐입니다. 오직 각자의 마음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인데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심리학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우리의 지식이 편향될 수 있으며, 특히 자기에 대한 지식이 가장 왜곡되었을 수 있음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마인드 클럽'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합니다.
'마인드 클럽'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 모인 특별한 공간이라고 상상하면 됩니다. 마인드 클럽의 회원에게는 '마음(mind)'이 있지만 회원이 아니라면 단순히 '물건(thing)'으로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누가 마인드 클럽의 회원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마음 지각'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입니다. 이 책에는 매우 중요한 '마음 지각의 지도'가 나옵니다. 실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응답자에게 설명과 그림을 통해 '13가지 마음 후보'를 소개하고 이들 후보 간에 정신능력을 서로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간단히 '13가지 마음 후보'를 키워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기, 침팬지, 죽은 여성, 개, 배 속 태아, 개구리, 소녀, 신, 성인 남성, 장기 식물인간 상태의 인간, 로봇, 성인 여성, 당신(설문자 자신)
마음 지각은 '행위'와 '경험'의 차원으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설문자 자신, 성인 남성과 여성은 살아 있고, 의식이 있기 때문에 경험과 행위의 두 측면을 모두 지닌 것으로 표시됩니다. 특이한 점은 마음 지각의 지도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위치가 신과 같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서 구글은 신처럼 행위 능력은 막강하지만 경험 능력은 없는 존재로 지각된다는 겁니다. 결론은 '마음은 지각의 문제'라는 것이며, 사람들이 마음을 두 가지 차원(행위와 경험)에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책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각각의 마음을 살펴봅니다.
동물의 마음, 기계의 마음, 수동자(병에 걸렸거나 치료를 받고 있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마음, 적의 마음,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뇌, 집단 지각의 신비한 힘, 죽은 자의 마음, 신의 마음,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롭고 특별한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이 책을 읽은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마음의 세계는 늪과 같다는 것. 알면 알수록 딜레마에 빠지는 느낌입니다. 이미 한 발을 깊숙히 들여놓은 터라,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모험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면 대니얼 웨그너 교수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