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방정 귀신 퇴치법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9
김상균 지음 / 책고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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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는 깜깜한 밤이 무서웠어요.

<전설의 고향>에서 봤던 귀신들이 "내 다리 내놔~~~"하며 쫓아올 것 같아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써야 겨우 잠들었죠.

(참고로 <전설의 고향>은 지금 어린이들의 부모님 세대 때, 가장 인기있던 TV드라마였음)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귀신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재미있는 캐릭터로 여기더라고요.

아무래도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그림책 속 귀신 이야기를 보여줄 때다 싶었는데, 마침 눈에 띈 그림책이 있어요.

바로 <오두방정 귀신 퇴치법>이에요.

무시무시한 귀신을 단숨에 물리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줘요.

<신비아파트>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옛날부터 내려온 '고스트볼'인 거예요.

귀신의 힘에 맞설 수 있는 고스트볼.

'오두방정'이란 말은 주로 '오두방정 떨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해요. 말이나 행동이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경망스럽게 군다는 뜻이에요.

'오두'의 옛말은 '오도'였어요. '오도깨비'는 온갖 잡귀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에요. 여기에서 유래된 '오도깝스럽다'라는 말은 경망하게 덤비는 태도를 뜻해요.

'오두까비'의 준말 '오도깝'에 '방정'이란 말이 붙어서 '오도깝방정'이 되었고, 줄여서 '오도방정'이라는 말이 쓰이다가 오늘날과 같이 '오두방정'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우리 조상들은 생활 속에서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어요. 동짓날 붉은 팥죽을 먹는 것도 붉은색을 싫어하는 잡귀를 물리치기 위한 것이고,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 위에 금줄을 걸어 놓는 것도 그런 이유였대요. 또 옛날 사람들은 귀신이 사람들에게 묻어 문으로 들어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문지방에는 부적을, 문에는 그림을 붙이고, 문턱에 소금을 뿌렸다고 하네요.

자,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떤 고스트볼이 있었을까요?

아마 대부분 처음 들어볼 거예요. 이름부터 특이하죠?

귀면방상씨, 금계, 해태, 천구, 삼두매, 도깨비, 오두귀신, 처용, 귀신 먹는 호랑이, 잡귀를 없애 세상을 맑게 하는 호로, 귀신을 부리는 비형랑, 악귀나 악몽을 퇴치하는 불가사리, 귀신 물리치는 신물 사자, 귀신 쫓는 청룡.

이 중에서 유난히 반가운 도깨비가 보이네요. 인간 곁에 머물면서 장난치기를 좋아하고, 가끔은 착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기특한 도깨비.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겐 든든한 친구들이 있었네요.

요즘 세상에는 귀신보다 더 무섭고 나쁜 사람들이 있대요. <오두방정 귀신 퇴치법>처럼 모조리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해요. 나쁜 무리를 물리치기 위한 슈퍼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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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미드나잇 스릴러
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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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막장 드라마에 끌리는가?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매력.

어쩌면 악인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바보같이 악인에게 당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속을 태웁니다.

"그 사람을 믿지마!  넌 속고 있는 거라고. 정신차려!"

아무리 소리쳐도 주인공에게 알려줄 방법이 없습니다. 보는 내내 발을 동동거리게 만드는 안타까움이 막장 드라마에 몰입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막장 드라마 못지않은 몰입감 있는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뻔한 스토리 전개에 답답할 수 있겠지만 혹은 눈치 빠른 사람은 반전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예측못할 정도의 소름끼치는 미스터리는 아니라는 뜻. 암튼 중반부를 넘어서면 참고 읽어낸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에게 제공하는 은밀한 쾌감이랄까. 패리시 부인 화이팅~~

앰버 패터슨은 상류층을 꿈꾸는 여자입니다. 단순히 꿈꾸는 게 아니라 치밀한 계획을 짜서 목표물에 접근합니다.

이른바 꾼, 사기꾼.

앰버가 목표로 한 대상은 대프니 패리시.

대프니는 신데렐라처럼 남편 잭슨 패리시를 만나 모든 걸 갖게 된 행운의 여자입니다. 부동산 재벌 잭슨은 잘생긴 데다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몸매에 다정한 성격까지, 주변에서 인정할 정도의 애처가입니다. 대프니는 두 딸을 낳았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늘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습니다. 대프니는 어린 시절에 두 살 터울의 여동생 줄리를 낭포성 섬유증으로 떠나보낸 아픔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프니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을 위한 재단 줄리스 스마일을 설립합니다.

앰버는 바로 대프니의 가장 약한 부분를 자극합니다. 자신도 대프니처럼 똑같이 낭포성 섬유증으로 여동생을 잃게 됐다는 동병상련의 전략.

모든 상황은 앰버가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대프니는 진심으로 앰버를 동생처럼 아끼게 됩니다.

앰버는 대프니가 가진 모든 것을 질투합니다. 대프니가 살고 있는 집, 자상한 재벌 남편이 자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의를 가장한 거짓말들로 대프님의 마음을 얻은 후 파렴치한 짓을 저지릅니다. 유부남 꼬시기, 앰버는 진짜 나쁜 XX . 어떻게 자신을 믿고 아끼는 사람의 마음을 우롱할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결말부터 말하자면 앰버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마지막 패리시 부인이 됩니다. 대프니를 그 집에서 쫓아냅니다.

그러나 진짜 결말은 보이는 전부가 아닙니다. 읽는 내내 졸였던 마음이 비로소 풀리면서 속이 후련했습니다.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권선징악의 결말을 보여줘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여러 드라마와 영화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네요. 제목만 대면 "아하~ 그..."라며 내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그만큼 대중의 흥미를 자극할 줄 아는 소설인 건 확실합니다. 막장 드라마급 재미를 원한다면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행복은 누구의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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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세계기록 2018 (기네스북) - 히어로 특별판: 실존하는 슈퍼 히어로들을 만나다! 기네스 세계기록
기네스 세계기록 지음, 신용우 옮김 / 이덴슬리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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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네스 기록에 관한 책(세계 기네스북)은 1955년 처음 출간된 이래로 20개 이상의 언어로 10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고 있대요.

그런데 이제서야 이 책의 존재를 알았네요. 나만 몰랐나?

아하, 한국어판은 기네스협회와 공식계약을 통해서 2017년부터 출간되었다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기네스 기록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잘 몰랐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책만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거든요. 신기하고 놀랍고 흥미로운 실화!!!

우선 을 처음 보고 놀랐어요.

반짝반짝 화려한 책 표지와 백과사전 같은 사이즈. 무엇보다 올컬러 화보라는 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 선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저희집은 이미 온가족이 함께 봤기 때문에 미리 선물 받은 기분이네요.

이 책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펼쳐보시라~

특히 조용한 가족들에게 추천해요. 가족끼리 모여서 별로 할 말이 없다면 이 책이 재미있는 수다거리가 될 거예요.

혼자 정독해도 무관하지만 여럿이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책인 것 같아요.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어?  신기하다!  이게 나도 가능할까?"

『기네스 세계 기록 2018 Guinness World Records 2018』은 초능력 특별판이라고 해요.

신기한 재주로 세계 최고가 된 수천 명의 일상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거든요.

영화 속에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현실에도 히어로급 인물들이 있다는 사실! 

현실 장르는 다양해요. 자연, 과학, 인문, 스포츠, 예술 등등... 올해 새로 포함된 주제로는 대화재(Wildfires), 루빅큐브, 이모지(감정, 상태 등을 나타내는 그림문자), 불꽃놀이가 있어요. 책의 구성도 기네스 세계기록을 포스터로 디자인하거나 인포그래픽 스타일로 꾸며서 신선한 것 같아요. 단순히 기네스 세계기록에 관한 정보만이 아니라 기네스  세계기록을 통해 인간의 초능력 세계를 만날 수 있어서 특별한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책 때문에 '나도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해볼까?'라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아요. 내 안의 슈퍼히어로를 깨우자~

친절하게도 책에 설명이 잘 나와 있어요. 어떤 분야든지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싶다면 guinnessworldrecords.com에 방문해 신청서를 등록하세요.

언제든지 꺼내봐도 재미있는 책.

세상은 넓고 신기한 사람은 엄청 많다는 걸 보여주는 책.

도전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보여주는 책.

정말 올해 본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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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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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 난 느낌이 '스며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굳이 나의 말로 옮길 필요를 느끼지 않는 상태.

이런 경우는 소중한 사람에게 슬며서 책을 건네며 "한 번 읽어봐."라는 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기탄잘리>를 번역한 류시화님의 설명입니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

인도 벵골 지방의 문예부흥에 중심 역할을 한 콜카타의 타고르 가문에서 태어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는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음악가, 사상가이다.

중세 페르시아의 잘랄루딘 루미와 인도의 까비르 이후 아시아에서 타고르만큼 널리 읽히는 시인은 없다. 그는 문어체인 고대 산스크리트어에 의존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구어체 문장을 사용해 시문학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또한 민중들 속에서 생활하며 탄생시킨 단편소설들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벵골 지방에는 '바울'이라 불리는 떠돌이 음유 시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신과 진리를 이야기하는 시를 노래하며 춤을 추었는데, 타고르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 '기탄잘리'는 '님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타고르에게 '님'은 사랑과 기쁨의 대상인 신이고 연인이며 만물에 내재한 큰 자아이다.

타고르는 오늘날까지도 간디와 더불어 인도의 국부로 존경받고 있으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국가는 그의 작사이다.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양 문인들뿐 아니라 아인슈타인과도 교류하였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에게 동양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저는 류시화 작가님의 책뿐 아니라 번역한 책도 좋아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번역은 원문의 느낌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기탄잘리>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한 번도 읽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옮긴이가 류시화님인 걸 보고 끌렸습니다.

무엇보다도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설명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타고르의 사진과 그의 그림들을 통해서 타고르의 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누구인지 모른채 시를 읽을 때는 단어들이 시 안에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알고 시를 읽을 때는 시가 곧 생생한 삶으로 느껴집니다.


                  81 Ω

  헛되이 지나 보낸 많은 날들을 생각하며, 나는 잃어버린 시간들을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님이여, 그것들은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내 생의 모든 순간순간을 당신의 손으로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물의 깊고 내밀한 곳에 숨어서 당신은 씨앗을 싹트게 하고, 봉오리는 꽃을 피우게 하고, 꽃은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합니다.

 피곤에 지친 나는 나른한 잠에 들면서 모든 일이 정지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정원이 꽃들의 기적으로 가득찬 것을 보았습니다. (114p)


타고르의 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여줍니다.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는 뚜렷하고 명확한 '그것'이 아니라 각자 마음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느꼈으나 나의 말로 표현하질 못하겠습니다.

타고르는 자신의 시를 난해하다고 지적하는 비평가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시를 쓰는 것이 어떤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가슴이 느끼는 것이 언어로 표현될 때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내 시를 읽고 그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나는 당혹감을 느낀다. 그런 사람에게는 시는 꽃향기와 같아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맡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186p)

얼마나 멋진 비유인가요, '시는 꽃향기와 같다'는 말. 

그래요, 요즘의 우리는 꽃향기를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고르가 남긴 아름다운 꽃향기를 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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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1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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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 소리를 내면 왠지 달착지근한 설탕 같기도 하고 살랑살랑 바람 같기도 해요.

책표지도 옅은 핑크빛이라서 따뜻한 느낌이에요. 손에 쥔 동그란 과자를 자세히 보니 과자가 아니라 달이었네요. 혹시 모를까봐 반짝반짝 초승달, 반달, 보름달 표시가 있네요.

사실 책제목에서 '랑'이라는 한자를 몰라서 찾아봤어요.


말하는 이리?  아니면 이리를 말하다? 혼자 그 뜻을 추측해봤죠.

책을 읽다보니 주인공 서영이 그 뜻을 알려주더군요.  설랑은 '이야기 쓰는 늑대'라고.

윤이형의 소설 <설랑>은 판타지라고 하기엔 현실적이고, 로맨스라고 하기엔 약간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트와일라잇>같은 판타지 로맨스에 익숙한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상하게 한국소설은 판타지 요소마저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제 편견이 작용하나봐요.

뭐랄까, <설랑>은 놀이동산에 있는 '거울의 집' 같은 구성 때문에 어지러웠어요.  

주인공의 직업이 소설가인데, 소설 내용이 허구가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쓴다는 점이나 소설 속에 그들이 쓴 소설이 나오면서 현실과 소설이 뒤섞여요. 어찌보면 <설랑>을 쓴 윤이형 작가는 소설 속에서 또다른 자아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모든 건 꿈이지만, 그 꿈을 믿는 것이 소설가의 숙명일지도...

주인공 서영은 꿈 속에서 늑대인간이에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결국 보름달이 뜨는 밤에 그 사람을 잡아먹게 돼요. 사랑했던 사람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마지막은 늘 꿈에서 끔찍한 비극으로 끝나버리는 거죠. 소설가인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써요. 마치 서영의 사랑은 소설이 완성됨으로써 박제되는 동물 같아요, 아니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소설책은 파괴된 사랑의 증거이자 한 사람의 삶이 타고남은 재를 담은 유골함이에요. 상상력이 대단하죠?  문제는 서영 자신이 진짜 늑대인간이라고 믿는다는 거예요. 매번 사랑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고, 결국엔 그 사랑을 파괴함으로써 소설을 탄생시키는 소설가.

서영이 쓴 소설 <스틸 라이프>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꽤 인기가 있어요. <스틸 라이프>는 시리즈로 지금까지 12권이 출간되었는데, 제목은 그냥 알파벳 순으로 A로 시작해서 L이 마지막 책이 됐어요. 여기서도 책 제목 <스틸 라이프>가 영어 단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만들어요. Steal life , 인생을 훔치다?  Steel life , 강철 수명?  그런데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정물'을 가리키는 미술용어였어요. 서영에게 이 제목의 의미는 정지된 사물,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물건, 죽어버린 것들이에요.

<설랑>에서 가장 큰 사건은 서영이 최소운이라는 신인작가를 만난 거예요. 새로 창간하는 무크지를 맡게 된 소운이 서영에게 작품 의뢰를 한 거죠. 원래 서영이었다면 바로 거절했을텐데, 굳이 만난 건 최소운 작가가 쓴 데뷔작 <하줄라프>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에요. 서로 만나기 전부터 상대방이 쓴 소설에 매료된 거죠.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요?  제게는 난해한 소설 같아요. 다 읽고 나서도 잘 모르겠어요. 서영의 꿈처럼 우리는 각자 혼자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온전히 사랑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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