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오브리 파월 지음, 김경진 옮김 / 그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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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한 책.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는 힙노시스가 만든 앨범 커버를 모두 수록한 책입니다.

한 마디로 힙노시스 카탈로그.

우선 힙노시스부터 설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힙노시스는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 출신의 두 친구 스톰 소거슨과 '포'라는 별명으로 불린 오브리 파월이 설립한 디자인팀으로, 나중에 뮤지션이자 포토그래퍼인 피터 크리스토퍼슨이 합류한 후 세 명이 함께 작품 활동을 펼쳤다고 합니다. 힙노시스라는 이름은 핑크 플로이드의 시드 바레트가 끄적인 낙서에서 탄생했다고.

음, 1960년대 중반은 많은 젊은이들이 사랑과 평화, 반전을 부르짖었고 종종 마약을 즐겼다는 사실.

탁월한 재능을 지닌 피터 크리스토퍼슨이 1974년에 합류하면서 힙노시스는 앨범 아트워크 전성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유명한 밴드에게 고용되어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면서 음반 포장이 음악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레코드 가게에 진열된 LP판들...

사실 LP에서 CD로 넘어가는 세대라서 LP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LP 앨범들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바이닐 레코드(LP)는 1970년 ~1980년 미국 팝, 록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당시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던 힙노시스는 대중문화를 이끄는 한 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음반 속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피력하는 방식이었으니까.

이 책은 힙노시스가 만든 앨범 커버들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촬영하고 제작했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렇게 말로만 설명하면 굉장히 예술적인 작품을 기대할 것 같은데, 사람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입니다.

초현실주의 작품 중에서도 기괴하고 섬뜩한 느낌이랄까.

지금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 그 자체입니다.

중요한 건 힙노시스가 앨범 아트워크 인쇄에 새로운 편집 기법을 시도한 어도비 포토샵의 선구자였다는 것입니다.

미국 음악의 역사 속에 유명한 뮤지션들이 있었다면, 그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알린 힙노시스가 함께 있었다는 것.

앨범 커버 디자인이라는 상업적인 작업을 예술적으로 승화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봐도 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자극적인 작품은 없을 것 같습니다. 왜 수많은 록의 명반들이 힙노시스에 의해 탄생되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심장이 약하거나 노약자, 임산부는 보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추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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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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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미소>는 은은한 달빛 같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폴 베르튄은 담담하게 자신의 탄생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 형들 중 한 사람이 들려준 것입니다.

무심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냉정한 의사와 온화한 신부.

이토록 극적인 역설 속에서 태어난다는 건 그의 말마따나 운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삶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삶의 우연이라는 한 가지 우연만 존재한다." (11p)

폴은 태어났고, 형제들 간의 경쟁 속에서 자라났고, 폴을 미워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전쟁이 벌어졌고, 독일 장교들이 죽어갔고, 죽은 독일 장교의 딸 카트린을 꼭 만나겠다고 맹세했고, 자신의 꿈인 선원이 되었고, 마틸다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딸 잔이 태어났고, 카트린을 아는 마리아와 그의 아들 마누엘을 도왔고,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폴이 카트린을 만났을 때... "그녀를 향해 다가가는 동안 나는 내 삶 전체가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으며 내가 더 가까이서 바라보면 활짝 웃곤 하는 커다란 분화구투성이인 달의 순환주기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374p)라고 말합니다. 삶이 우리에게 주었다가 죽음이 다시 빼앗아간 모든 것이, 그 모든 기억이 우리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2009년 모르비앙에는 폴 베르튄의 손자 프랑수아 라세르가 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폴의 무덤 옆에서 그를 생각하면서... 묘지에 어둠이 내리고, 길을 걷던 프랑수아는 무심결에 고개를 듭니다. 그가 본 것은 라륀(Lalune. 달이라는 뜻으로 여성명사 La와 Lune을 붙여 사람 이름처럼 만든 것).

한 인간의 삶을 탄생과 죽음까지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환한 달빛이 어둠을 밝히듯이, 달이 기울어도 다시 채워지듯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시 처음인지도 모릅니다.

기묘한 연극처럼 시작해서 기나긴 모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됩니다.

"인생, 아직 끝난 거 아냐." (351p)

<달빛 미소>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인 것 같습니다. 하얀 조약돌 같은 달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를 향해 미소 지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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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생태계 - 생성-성장-소멸-재생성 순환 체계 단절로 침하되고 있는
NEAR재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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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질문입니다.

이 책은 우리 경제를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경제는 자연생태계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생태계란 어떤 지역의 모든 생물체들과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생태계는 구성 요소들의 상호 작용 등을 통해 물질과 에너지의 생성, 소비, 분해의 과정이 막힘없이 순화되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상태를 지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태계 구성 요소의 건강성, 다양성, 상호연계성, 역동성, 유연성 등의 다섯 가지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경제 생태계의 하위 구성 요소나 기능 등을 생태계의 단위로 보고, 각각 가계(인구) 생태계, 기업(산업)생태계, 금융 및 복지생태계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도 생태계의 관점에서 정치 생태계, 사회 생태계, 문화 생태계, 교육 생태계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생태계적 시각은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해나가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줍니다.

NEAR재단은 2015년 초, '한국 경제의 생태 현상'이라는 프로젝트를 발주하여 13명의 분야별 연구자로 하여금 총 11개 부문(가계, 금융, 노동, 기업, 중소기업, 산업, 과학기술, 복지, 인구, 교육, 정책)의 경제 생태계적 분석에 착수했고, 이 책은 그 연구 결과물입니다.

과연 한국의 경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성장, 고령화, 양극화로 침몰하고 있는 본질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의 접근방식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경제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가계 생태계는 생활 물가를 높이는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것, 금융 생태계는 규제 개혁으로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노동 생태계는 노동 시장의 유연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 생태계는 고질적인 문제인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는 과제에 주력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생태계는 정책 지원 대상을  정비하고 금융기관의 혁신도 필요합니다. 산업 생태계는 개방형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과학기술 생태계는 개방성을 갖춘 미래 혁신 정책으로 원활한 네트워크 구축이 되어야 한다. 복지 생태계는 현재의 복지와 미래의 생존을 조화시키고 균형점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인구 생태계는 공교육 정상화, 교육-직업 간 연계 강화 등의 역할을 강화하는 교육 생태계가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국가정책 생태계는 정책 학습의 일상화가 제도화돼야 합니다.

결국 한국 경제의 생태적인 병리 현상을 제거하려면 새로운 선순환 구조로 변환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책이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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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리 알모사위 지음, 정주연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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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두뇌가 반짝이는 당신을 위한 책.

<알고리즘 라이프>의 저자 알리 알모사위는 MIT 엔지니어링시스템학부와 카네기멜런의 컴퓨터과학학부를 졸업했고 하버드 연구원과 MIT 미디어랩 공동연구자로 일했으며, 모질라의 데이터 사이언스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저자는 매우 수학적 두뇌가 발달된 사람입니다.

그가 이 책을 쓴 목표는 간단합니다. 알고리즘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효율적인 해결책인지 알려주는 것.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은 퀴즈 프로그램과 유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12가지 상황을 제시하면, 그 상황과 알고리즘 개념을 연관 지어 설명하고, 적어도 2가지 이상의 해결방법을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방법들을 비교함으로써 더 빠른 해결법이 알고리즘적 사고방식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효율'은 해결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빠른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똑같은 조건이라면 좀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원래 이 책의 제목은 '나쁜 선택'인데, 저자의 의도는 컴퓨터 과학자 도널드 커누스가 빠르거나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좋은' 알고리즘이라고 칭한 데에서 착안하여 역으로 강조했다고 합니다. 만약 그대로 번역됐다면 진짜 '나쁜 선택'이 될뻔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알고리즘의 특성을 강조하기는커녕 도리어 반감시킬테니까. 그런 면에서 '알고리즘 라이프'라는 제목이 매우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12가지 상황은 다소 엉뚱해보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를테면 '마트에서 최대한 빠르게 필요한 물건만 쓸어 담기'는 가장 현실적인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마트에서 지나가는 통로의 수를 최소화할까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입품 목록의 차례에 따라 통로를 지나갈 것. 또하나는 종류별로 정렬된 목록을 미리 준비여 종류별로 구입할 것.

알고리즘적 사고로 풀어보면 다차원배열, 이진나무검색, 우선순위대기열로 훨씬 더 빠르게 장을 볼 수 있습니다. 다차원배열에 따르면 구입품 목록을 2차원으로 작성하고 마트의 구획을 기준으로 한 하위배열에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구입품 목록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 물품종류로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마트 입구에서부터 어떤 항목이 있는 특정한 통로까지의 거리에 따라 순위가 매겨져서 다음은 어떤 품목을 사러가야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이진검색나무는 나무모양 구조에 있는 모든 마디의 순위가 정해져 있는 구조들을 보여줍니다. 최하위마디를 제외한 모든 마디가 각각 두 개의 자식마디를 가집니다. 최고위마디를 지우면 더미의 특징이 파괴되므로 더미가 재구조화 알고리즘을 작동하여 빈 뿌리마디를 더미의 가장 끝에 있는 마디로 교체하여 새 뿌리마디로 만듭니다. 새로운 항목을 더미 끝에 추가하고 그 부모마디가 새 항목보다 더 크면 부모마디와 교체하면 됩니다. 우선순위대기열은 더미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우선순위대기열을 땅속에 있는 식물로 비유하면, 한 번에 싹을 하나씩만 틔우고 지나고는 사람이 그것을 뽑는 방식입니다. 알고리즘은 더 나은 행동을 위한 유용한 도구입니다. 이 책은 이미 우리 삶에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는 알고리즘의 원리를 알려주는 설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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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밤, 우리는 '사랑의 도피'를 했다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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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어. 납작한 부분을 보고 싶다고." (151p)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이 한 마디.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는 이 엉뚱한 한 마디에서 시작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그 시절...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아직 어린애였던 그 때, 같은 반에 유난히 성숙한 친구들이 몇몇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코흘리개 동네 꼬마에서 갑자기 훌쩍 자란 친구.

서로 누굴 좋아한다며 놀리기도 하고, 몰래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던 추억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묘한 감정이 스멀스멀 느껴집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 자체가 나이든 사람에겐 잊고 있었던 불꽃놀이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소설치고는 짧은 이야기라서.

아름답고 멋진 불꽃놀이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습니다. 인생은 늘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이루지 못한 일들은 미련이 남습니다. 후회한들 소용없는 미련.

하지만 불꽃이 사라진 어둠 속에는 수많이 별들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는 걸.

그러니까 결론은 쏘아올린 불꽃이 둥글든 납작하든 아무래도 좋다는 겁니다.

사랑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짝이는 저 별이라고.

소년이 느꼈던 그 풋풋한 셀렘은 인생에서 딱 그 시절 그 순간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뜨거운 사랑으로 살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되겠지요.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원작이라고 합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후기를 보니 더욱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습니다.

원작자가 24년만에 다시 썼다는 것이,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가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추억의 책장을 펼치면 있을법한 이야기, 그래서 끌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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