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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밴디 리 엮음, 정지인.이은진 옮김 / 심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는 트럼프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예일대 밴디 리 박사가 전문가들과 함께 트럼프를 분석한 보고서이자 경고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4월 밴디 리 박사는 <우리의 직업적 책임에는 경고할 의무도 포함되는가?>라는 주제의 예일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주디스 루이스 허먼 박사뿐 아니라 정신의학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같은 의견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은 그들의 의견을 모아 엮어낸 것입니다.
그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경고의 의무가 있다. 트럼프처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에게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걸린 대통령직이라는 권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왜 진작에 경고하지 않았는가 궁금할 것입니다.
이유는 1973년에 제정된 골드워트 규칙 때문입니다. 정신의학자들이 1964년에 대통령 후보 배리 골드워터를 직접 검진하지 않고 그에게 진단을 내렸다가 사법적으로 굴욕을 당했고, 이후 공인에 대한 진단을 금지하는 규정을 윤리강령에 포함시켰습니다. 최근 미국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골드워터 규칙을 더욱 확대해석해 정신의학자들이 자신의 전문적 지위를 언급하면서 공인에 대해 논평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고 합니다. 트럼프의 경우, 전문가들이 전통적으로 의지해온 임상 데이터가 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대중에 관심 끌기를 좋아하는 트럼프라서, 그의 행동과 반응을 그대로 담아둔 수많은 동영상 증거들이 트럼프의 정신상태를 보여줍니다.
책에 나온 트럼프의 행적들을 보면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성추행, 성폭행, 인종비하, 장애인 비하, 저급한 매너, 끊임없는 거짓말... 입에 담기 더러울 정도인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건 재앙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골드워터 규칙의 재갈을 받아들이는 대신 대중에게 진실을 말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재앙입니다.
이제 정신의학자들이 트럼프의 심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근거는 1976년에 내려진 타라소프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정신의학자들이 어떤 개인이 한 명 또는 다수의 사람에게 위험하다고 판단한 경우 공개적으로 발언하여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것으로, 타라소프 의무라고 불립니다.
책에서 언급된 트럼프의 정신 상태는 매우 심각하지만, 그가 정신 질환자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건 나중 문제입니다.
지금 당장 시급한 문제는 그가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은가입니다.
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 중 정신 질환자는 약 1퍼센트 정도이며, 나머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사악한' 사람들입니다.
트럼프는 북한을 향해 핵무기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핵무기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크리스 매튜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그걸 갖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답변을 했습니다. 맙소사, 이러니 미국인들이 트럼프 불안 장애를 겪을 수밖에.
이 책은 꽤 두껍습니다. 하지만 읽고나면 많이 간추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위험성은 증거가 넘쳐나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덕분에 미국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온갖 문제들을 직면하게 됐습니다. 회사의 직원을 뽑을 때도 인성 검사를 하는데, 도대체 왜 대통령은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못하게 하는지... 그래서 전문가들은 요구합니다. 미국 수정 헌법 제25조 4절에 의거해, 의회는 트럼프의 대통령직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할 정신 건강 전문가들과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이고 초당적인 검증단을 즉각 구성하라!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