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
강모림 지음 / 돌풍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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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는 외톨이별에 사는 여왕님의 이야기를 담은 카툰 에세이에요.

요즘은 카툰보다는 웹툰이 더 익숙하지만 책으로 만나니까 그냥 예쁜 그림책 같아요.

어린 왕자는 B612호 행성에, 여왕님은 외톨이별에...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별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이 책 속 여왕님은 우리의 '마음'인지도 모르겠어요.

외톨이별에서 혼자만의 삶을 살던 여왕님에게 작은 씨앗 하나가 말을 걸어요.

"저... 죄송하지만 물 좀 주실래요...?"

자꾸만 물을 달라, 양산을 씌워달라, 영양주사를 놔달라... 뭘 그렇게 해달라는 것이 많은지 ... 에휴...

작은 씨앗은 싹을 피우더니 점점 자라서 커다란 나무가 되었어요. 너무 커져서 별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여왕님은 생각했죠.

어째서... 어째서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작은 씨앗 때문에 빼앗긴 평화로운 삶이 그리웠어요.

얄미운 나무.

그런데 나무는 별이 너무 작아서 더이상 뿌리를 내릴 수 없었어요. 생명을 다한 나무는 여왕님을 위한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떠났어요.

뭐지, 이 기분은... 나무가 떠나면 마냥 즐거울 줄 알았는데... 슬프다...

그건 바로 커다란 사과 하나, 그 속에 작은 애벌레.

꼬물꼬물 사과에서 나온 애벌레는 여왕님을 졸졸 따라다녔어요.

우리 인생은 수많은 인연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요. 누굴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작은 씨앗이 어떤 나무가 될지 몰랐던 것처럼.

그리고 불쑥 나타난 애벌레처럼.

저도 처음엔 여왕님이 낯설었어요. 조금 시큰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왠지 보면 볼수록 매력있어요. 볼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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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소녀 1
모쿠미야 조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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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쇼.

어린 시절에 봤던 강렬한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물속에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매끈한 돌고래의 자태.

그러나 <수족관 소녀 1>을 읽고서 '돌고래 쇼'가 아니라 '돌고래 라이브'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육사는 돌고래가 놀고 싶어 하는 마음과 관객에게 보여주는 연기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지,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랍니다. 있는 그대로의 돌고래 모습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쇼가 아니라 라이브라는 겁니다. 보는 쪽과 보여지는 쪽의 간극이 이토록 큰 이유는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족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보고 싶은 장면만 보려고 합니다. 마치 TV를 통해 본 자연 다큐멘터리를 재확인하는 정도랄까.

주인공 시마 유카는 3년차 시청 직원인데, 갑자기 황당한 파견 명령을 받게 됩니다.

바로 『시립 수족관 아쿠아파크』에서 1년간 일하라는 것.

사무직으로 일하던 시청 직원에게 수족관 일이라니 당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유카가 순순히 자신의 업무를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역시 공무원이 탁월한 적응력이랄까~~ 원래 해양학 전공자도 아닌 그녀가 아쿠아파크에 파견된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암튼 수족관에 대해 1도 모르는 신입이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려는 유카에게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돌고래 담당자 카지입니다. 카지에게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주기는커녕 유카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니 답답할 노릇.

그러니까 이 소설은 유카의 좌충우돌 수족관 적응기이자 진짜 수족관 체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진지하게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배우는 느낌이랄까.

특이한 건 돌고래 C1이 유카를 처음 보자마자 놀이 상대로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굉장한 호감 표시라서 신기했습니다. 돌고래의 지능이 꽤 높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쿠아파크의 돌고래들을 보니 더욱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말만 못할 뿐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수족관은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라는 문제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쿠아파크의 관장님은 수족관 자체가 모순덩어리라고 말합니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수족관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적인 작업을 해야 하니까. 사육 스텝들이 해양동물을 대하는 태도 역시 모순적입니다. 객관적인 업무로 보면서도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

<수족관 소녀>는 현재 일본에서 4권까지 발간되었고, 2016년 NHK 드라마 <수족관 걸>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쩐지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더라니... 돌고래 C1처럼 단숨에 끌리는 이야기, 수족관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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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백과사전 아님 - 차근차근 자전거 적당히 잘 타는 법
정태윤 지음 / 영진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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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덕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어쩌면 그들이 깜짝 등장했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뀐 건지도 모르겠네요.

MBC 「능력자들」프로그램을 굉장히 즐겨 봤었는데, 바로 이 책이 '자전거 덕후' 편에 출연했던 그 분이 썼다고 하네요. 오~ 그림과 글까지 능력자!

<자전거 백과사전 아님>이라는 책은 자전거 라이딩을 위한 입문서인데, 꽤 재미있어요.

실제로 자전거 라이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서 단순한 궁금증에서 이 책을 펼쳤다가 급격히 흥미가 생겼어요. 재미있겠는걸~~

누구나 뭔가에 빠지게 된, 즉 덕후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잖아요. 저자의 온라인 닉네임은 '금개구리'라고 하니, 앞으로는 금개구리님으로 부를게요.

금개구리님이 자덕(자전거 덕후)이 된 계기는 잦은 야근으로 인한 피로감, 스트레스를 받던 와중에 여자친구와의 결별이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힘들고 괴로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방법으로 첫 자전거를 샀대요. 거금 14만원 지출.

그 후로 퇴근하고 나면 자전거만 탔고, 주말에도 자전거만 탔고, 야근하고 집에 와서도, 새벽에도 자전거만 탔대요. 그냥 막 탔대요. 막!

자꾸 타면 탈수록 자전거 라이딩에 빠져든 금개구리님은 드디어 자덕으로 인생의 재미를 찾게 된 거에요. 자전거의 순기능.

이 책은 그래서 자전거를 잘 타는 법이나 자전거 백과사전이 아니에요. 오로지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그 중에서 이제 막 취미를 붙인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자전거와 라이딩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금개구리님의 에피소드가 곁들여져서 일상툰처럼 재미있어요. 혹시나 전혀 자전거 라이딩에 관심 없어도 괜찮아요. 일단 책을 펼치면 '자전거 라이딩의 세계'라는 신세계의 맛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취미란 자고로 재미있어야 하는 법. 괜히 시작부터 잘 해야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안 좋아요. 자전거 라이딩은 경쟁이 아닌 열정, 순수하게 즐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금개구리님은 진정한 자덕인 것 같아요. 연애할 때 자신의 마음을 꾹꾹 담아 편지를 쓰듯이 <자전거 백과사전 아님>이라는 책을 완성했으니까요. 책 곳곳에 자전거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초보자들에겐 정말 유익한 안내서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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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진도 좋고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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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졸려서 사정없이 머리를 흔들어가며 잤던 기억은 다들 한 번쯤 있을 거에요.

하지만 결혼식이 진행 중인 호텔 테이블에 앉아 졸다가 스프 접시에 얼굴을 박는 건, 웬만해선 경험하기 힘든 일이죠.  

누구냐고요?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니노미야 코토하에게 벌어진 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짝사랑했던 소꼽친구 아츠시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너무 지루한 축사 때문에 그만 실수를 한 거죠. 아이고, 창피해라~~

정신도 차릴 겸 세수를 하고 돌아오니 이번에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축사가 이어졌어요. 축사를 한 사람은 전설의 스피치라이터 쿠온 쿠미.

인생은 참 알쏭달쏭해요. 코토하에겐 이 실수가 행운의 기회가 됐거든요.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몸소 체험했으니까요.

그다음날, 공교롭게도 친한 동료 치카는 자신의 결혼 선물로 코토하에게 축사를 부탁한 거에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라서 고민 끝에 얻은 해결책은?  스피치라이터 쿠온 쿠미에게 축사를 의뢰한 거죠. 그 인연 덕분에 코토하는 쿠온 쿠미의 제자가 되면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돼요.

이 소설에서 정말 의외인 것은 스피치라이터라는 직업을 통해서 언어의 힘뿐만이 아니라 정치의 힘까지 이야기한다는 거에요. 처음에는 코토하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점점 읽을수록 진지하게 느껴졌어요. 마침 우리나라도 지방선거를 했기 때문에 일본의 정치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일본은 50년 넘게 여당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못지않게 개혁이 필요해요. 코토하는 '정권교체'를 외치는 야당의 스피치라이터가 되어 제몫을 톡톡히 해내죠. 소설에서는 야당이 승리를 거둬요. 아츠시의 아내 에리는 이런 말을 해요. "전, 뭐랄까..... 저야말로, 정치니 선거니, 전혀 모르지만요. 그래도 만약 정치의 힘으로, 행복하구나...... 하고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 " (221p)  평범한 우리들이 바라는 정치란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에선 2년 전 돌아가신 아츠시의 아버지가 훌륭한 정치인으로 묘사돼요.

"곤란에 맞설 때, 이젠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상상을 해봐. 3시간 후의 당신, 눈물이 그쳤다. 24시간 후의 당신, 눈물은 말랐다. 이틀 후의 당신, 고개를 들고 있다. 사흘 후의 당신, 걸어가고 있다." (308p) 아츠시의 아버지 이마가와 간사장님이 15살 쿠미 씨에게 해줬던 말이라고 해요. 인생의 지혜가 녹아있는 조언이에요. 그는 자신이 했던 말 그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멋지게 걸어갔고, 그 뒤를 아들이 걷고 있어요. 지금 바로, 똑바로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와닿았어요.

일본 인기 드라마 『오늘은 일진도 좋고』 원작소설 ... 일본에서는 출간된 지 꽤 된 것 같은데, 일본도 언젠가는 바뀔 날이 오겠지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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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六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드워드 호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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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읽기 좋은 날.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는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6월 六月 의 시집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계절과 시 그리고 명화를 담아냈다는 것이 참으로 멋드러집니다.

유난히 요즘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나이들었다는 증거인 듯 싶습니다.

그런데 이 시집 덕분에 오롯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유월은 작은 시집 속에 꽤 많은 걸 담고 있습니다. 풍성한 여름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이외에 백석, 정지용, 김영랑, 한용운, 노천명, 윤곤강, 박용철, 변영로, 노자영, 김명순, 권환, 정지상, 황석우, 로버트 시모어 브리지스, 요사 부손, 미사부로 데이지, 오스가 오쓰지. 어떤 시인인지 궁금하다면 책 맨 뒤에 친절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사실 누군지 모르면 어떤가요, 그냥 시를 읽으면 느낄 수 있는데...

시(詩)는 처음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방인 같습니다. 그와 친해질 수 있는지는 나중 문제겠지만, 일단 아무런 말없이 마주보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여름밤의 풍경


                                                      노자영


새벽 한시 울타리에 주렁주렁 달린 호박꽃엔

한 마리 반딧불이 날 찾는 듯 반짝거립니다

아, 멀리 계신 님의 마음 반딧불 되어 오셨읍니까?

삼가 방문을 열고 맨발로 마중 나라리다


창 아래 잎잎이 기름진 대추나무 사이로

진주같이 작은 별이 반짝 거립니다.

당신의 고운 마음 별이 되어 날 부르시나이까

자던 눈 고이 닦고 그 눈동자 바라 보리다


후원 담장 밑에 하얀 박꽃이 몇 송이 피어

수줍은 듯 홀로 내 침실을 바라보나이다

아, 님의 마음 저 꽃이 되어 날 지키시나이까

나도 한 줄기 미풍이 되어 당신 귀에 불어가리다.


노자영 시인의 <여름밤의 풍경>을 읽으면서 새벽 한시 울타리에 달린 호박꽃과 반짝이는 반딧불이, 대추나무 사이로 보이는 작은 별, 후원 담장 밑 하얀 박꽃, 한 줄기 미풍을 느꼈습니다. 꿈을 꾸듯이 시인의 마음이 되어 느껴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님이시길래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걸까요. 여름밤의 풍경 속에서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님을 향한 마음이 되었듯이, 이 시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 살랑살랑 미풍으로 흔들어줍니다.

또한 이 시집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이 시와 어우러져 있습니다. 미술작품에 대한 식견이 없어도 시를 음미하듯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살짝 궁금하여 책 뒤에 나온 화가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그의 작품은 현대 미국인의 삶과 고독, 상실감을 평범한 일상으로 탁월하게 표현해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쩐지 화사한 색채의 그림조차도 뭔가 쓸쓸함이 묻어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내게 유월은 시집 읽기 딱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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