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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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생의 기억을 모두 지닌 채 환생한다면?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독특한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칼라차크라, 우로보란, 개인적 삶은 달라질지라도 똑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거듭 거치면서 영원히 윤회하는 사람들 - 이들은 스스로를 크로노스 클럽 멤버라고 말합니다.

윤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3단계가 있습니다. 거부, 탐색, 수용.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는 이전 삶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정확하게 자신의 탄생 시점인 1919년 1월 1일 기차역의 여자화장실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첫 번째 삶은 평범했고, 두 번째 삶은 겨우 일곱 살 나이에 정신병원 3층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세 번째 삶에서, 아니 세 번째 죽음을 겪으면서 다시 처음 그자리에 태어나는 재탄생이 필연이란 걸 알게 됩니다. 네 번째 삶에서는 신에게 등을 돌렸고 과학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으며, 사랑하는 제니와 결혼합니다. 이때 해리의 결정적 실수는 제니를 너무 깊이 사랑한 나머지 모든 걸 털어놓은 것입니다. 자신은 네 번째 삶을 살고 있으며 206년을 산 거라고. 이 충격적인 고백 때문에 해리는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성녀 마고 정신병원>은 그가 두 번째 삶에서 생을 마감했던 바로 그 병원입니다.

프랭클린 피어슨은 네 번째 삶에서 병원에 있는 해리를 찾아왔고, 크로노스 클럽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미래를 아는 해리의 능력을 이용하려고 끔찍한 고문을 합니다. 다섯 번째 삶에서는 크로노스 클럽 멤버 버지니아가 찾아와서, "선형의 시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 자신이 언제 태어났는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라는 충고를 해줍니다. 그건 빅토르 회네스라는 위험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래의 발전에 대한 지식으로 지구 전역을 바꿔놓는 제1차 대변동의 주범이며, 그로 인해 칼라차크라 한 세대가 아예 태어나지 못하는 결과가 벌어집니다. 빅토르 회네스에 대한 크로노스 클럽의 응징은 격리와 구금, 사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빅토르 회네스가 원래 시작했던 곳에 찾아가서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감옥으로 데려와 끔찍한 신체 절단이라는 고문을 행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회네스의 삶을 영영 끝내기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가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 몸에서 유산시켜 응징의 사이클에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이때 유일하게 반대한 사람이 코흐라는 이름의 우로보란인데, 그는 기억술사입니다. 모든 걸 기억하는 사람으로 이들 종족의 돌연변이입니다. 그는 크로노스 클럽이 세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종족의 무자비한 심판자가 되어야 한다는 경고를 합니다.

해리는 코흐의 경고가 어떤 의미인지 열한 번째 삶까지도 몰랐습니다. 열한 번째 죽음을 앞두고 일곱 살 소녀가 찾아와서 지구의 멸망을 경고합니다.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다고, 이제 해리에게 달려 있다고.

해리가 교수일 때 매력적인 학생 빈센트 랜키스를 만납니다. 빈센트는 퀀텀 미러(양자 거울 : 이론적으로 평행우주 간을 이동하는 포털이 될 수 있음)를 만들고 있는데, 이 기계가 만물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신이 퀀텀 미러인지도 모른다면서.

그토록 수없이 반복된 삶을 살면서도 해리의 인생은 행복해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건 다른 의미에서 '망각 불능'이니까. 이제껏 인간의 유한한 삶과 망각을 두려워하며 살았는데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을 보면서 극적 결말에 소름이 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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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하루 - 생활 모험가 부부가 담아낸 소소한 계절의 조각들
블리 지음, 빅초이 사진 / 소로소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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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듯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숲의 하루>를 읽기 전까지는.

'세상에 이런 부부도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먼저 느꼈어요.

자, 그럼 <숲의 하루> 주인공들을 소개할게요.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멋져 보여요, 생활 모험가!

모험을 위해 굳이 머나먼 정글로 떠날 필요가 없어요. 가까운 숲으로 가도 모험이 될 수 있어요.

이들 부부는 주말동안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삶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해요. 바쁜 도시의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받는 거죠.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숲에서 부부가 함께 보낸 시간들을 담고 있어요. 사진 찍고, 글 쓰고.

부부가 나란히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 사진이 많이 보여요. 아름다운 뒷모습이에요.

현실 부부가 이런 모습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나란히 앉아 있는 경우는 아마도 드물 것 같아요. 대부분 각자 할 일을 하거나 따로 쉬거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져요.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긴다는 건 소소한 즐거움이자 행복이니까요.

더군다나 그 취미가 생활 모험이라서 늘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디든지 마음 가는 곳에 자리잡고 텐트를 치면 바로 내 집이 생기는 마법.

햇살을 맘껏 쬐면 마치 온세상 햇살이 다 내 것 같은 기분.

작은 텐트 안에 불 하나 켜면 따뜻한 조명, 포근한 침낭만으로 만족스러움.

최소한의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

우리 삶은 소소한 것들의 조각이 하나씩 채워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들 부부에겐 숲의 하루가 행복한 순간들로 차곡차곡 쌓여 가겠죠?  부부의 낡은 등산화 두 컬레처럼, 낡아가는 것조차 함께라서 아름다워 보여요.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참 별 거 아닌 거 같아요. 가만히 둘러보면 거기에 행복이 있는데 말이죠. 연애하듯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면 모험을 떠나야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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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콘서트 - 2017 한국 안데르센상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큰곰자리 41
전은희 지음, 고영초 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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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악~~~

소녀들의 함성은 예나지금이나 변함 없는 것 같아요.

<열세 살의 콘서트>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6학년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유리와 승아는 아이돌 그룹 스킵하트의 팬이에요. 지민이는 두 친구 덕분에 콘서트까지 함께 가기로 해요.

그런데 얼마 전 승아가 스킵하트에서 러브카이로 팬클럽을 갈아탄 것 때문에 유리와 싸웠어요. 애꿎은 지민이만 둘 사이에 끼여서 괴롭기만 해요.

드디어 콘서트 당일, 아침 일찍부터 만난 세 친구.

콘서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리가 가장 좋아하는 스킵하트 멤버 해성의 열애설이 인터넷 실검에 뜬 거예요. 콘서트에 온 소녀팬들은 웅성웅성 난리가 났어요.

화장실을 다녀오던 지민이는 우연히 해성 오빠와 스킵하트 팬이라는 어떤 언니가 만나는 장면을 목격해요. 알고보니 그 언니가 해성 오빠의 핸드폰을 갖고 있는데, 그 속에 여자 친구와 찍은 사진이 담겨 있던 거예요. 해성 오빠는 조용히 자기 핸드폰을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중이고요. 

아이돌 멤버의 열애설이나 극성팬으로 인한 사건들은 종종 뉴스에 나오곤 하잖아요.

지민이는 딱히 아이돌 팬도 아닌데, 덕질하는 친구들 덕분에 콘서트까지 왔다가 엄청난 소동에 휘말리게 돼요. 바로 스킵하트 멤버 해성과 극성팬 간에 벌어진 휴대폰 사건.

열세 살 소녀들의 아찔한 콘서트 소동을 보면서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특히나 열세 살 소녀들에겐 평범한 일상이자 성장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기게 돼요. 지민과 유리, 승아는 각자 나름의 고민을 가진 사춘기 소녀들이에요. 단짝 친구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친구가 좋아하지 않는다며 다투는 철부지이기도 하고요. 콘서트에서 만난 극성팬 언니로 인해서 스킵하트 멤버 해성 오빠를 만나게 되고, 연예인의 고충을 알게 돼요. 무대 위에서 늘 멋진 모습만 보여주는 아이돌 가수에게 열광하면서도 정작 그들도 사생활이 필요한 존재라는 걸 잊는 것 같아요. 아무리 팬이라도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어요.

이 책을 통해서 건전한 덕질은 무엇인지,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지겨운 어른들의 잔소리보다는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청소년 드라마 한 편을 본 듯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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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구미호 블랙홀 청소년 문고 7
김태호 외 지음 / 블랙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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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듯, 약간 충혈된 것 같아요.

바로 이웃집 구미호.

하나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다섯 작가의 섬뜩한 다섯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표지 그림을 한참 보다가 구미호에 홀릴 뻔 했어요. 왠지 내 두 눈이 따끔따끔 아픈 느낌이랄까. 우연이겠지만 이 책을 본 다음날 눈이 충혈되고 엄청 아팠거든요.

또 평소에 안꾸던 꿈도 꿨어요. 온갖 귀신들이 등장하는 꿈 때문에 살짝 가위에 눌렸어요. 물론 요즘 열대야라서 종종 자다가 깨곤 했지만.

모두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해요.

<이웃집 구미호>를 읽고 난 후의 우연.

어릴 때는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 다양한 귀신을 봤어요. 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 피범벅이 된 귀신, 달걀귀신, 내 다리 내놔 귀신 등등. 어찌나 무서웠는지 무더위 찜통 더위 속에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잤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똑같이 소름돋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무섭지만 재미있어서 자꾸 보게 되는 치명적인 매력.

<사라진 얼굴>의 달걀귀신, <이웃집 구미호>에서 구미호, <지박령 열차>의 지박령, <소녀가 돌아올 때>의 처녀귀신, <재차의를 찾아서>에서는 한국 토종 좀비까지.

짧지만 꽤 무섭네요. 귀신 자체가 무섭다기 보다는 귀신 이야기 속에 담긴 암담한 현실이 무섭다고 느꼈어요.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불쌍하다 못해 슬펐어요.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점점 아이들 얼굴은 생기를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게되는 병에 걸린 것 같아요. 부모로서 반성하게 되는 <사라진 얼굴>이었어요.

옆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분 남의 일이니까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나의 무관심과 방치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막지 못한 거라면?  <이웃집 구미호>는 단순히 무서운 구미호 이야기로 보이지만 우리의 주변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와 공포를 표현한 것 같아요.

악플이나 따돌림 등 타인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들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말 것. 아무도 그들이 어떤 고통의 무게를 짊어졌는지 모르므로. 

<지박령 열차>를 읽으면서 눈물이 났어요. 죽어서도 한이 남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지박령이 하필이면 돌고 도는 순환 열차에 갇혔다는 설정이 마음 아팠어요. 눈 앞에 사랑하는 엄마가 보이는데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펐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하는 엄마를 떠올리면 힘을 내기를.

<소녀가 돌아올 때>는 공포영화 같은 내용이에요. 죽은 소녀가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무섭지만 어떤 위협도 하지 않는 귀신의 등장으로 정말 놀라야 할 사람은 따로 있지요. 그래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악인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않는 인간만큼 공포스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재차의를 찾아서>는 다섯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어요. 신비한 '환생 장의사' 할아버지와 호기심 많은 소년 동찬이의 만남부터 심상치 않아요. 원래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의 등장 자체가 신선해서 색다른 오싹함을 주는 것 같아요. 짧은 이야기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네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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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급자족한다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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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소설을 씁니다.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 있는 이야기, 과연 그 속에 진실은 얼만큼일까요?

<나는 자급자족 한다>의 주인공 역시 서른네 살의 소설가입니다.

그가 겪었던 일들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시작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지금 시각은 2018년 3월 3일 오전 열 시 49분. 나는 집에서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10p) 

".... 뭐니 뭐니 해도 이 글의 최우선 목적은 경고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2017년 봄부터 지금까지 서울, 아니 한반도, 아니 전 세계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장담하건대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 곁에서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당신이나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목을 옥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조심하시길 " (9p)

한낱 프리랜서 작가였던 그가 CIA 요원 미아 모닝스타를 만난 건 2017년 4월 중순입니다.

그녀는 CIA 한국지부 비밀공작처장으로 코드명 붉은 카멜레온입니다.

제법 큰 돈의 보수를 제시하며 모니터링 요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밀이라면서.

다만 앞으로 할 일은 세계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한 업무니까 마음 놓고 투신해도 된다고.

그리하여 CIA는 소설가를 고용했고, 소설가는 특이한 창작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CIA가 소설가를 고용했다는 점입니다. 왜? 무엇때문에?

그들은 진실을 가공해내는 소설가의 창작 능력을 이용해서 적으로 규정한 자급자족단을 와해시키고자 했던 것.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이 소설을 그냥 허무맹랑한 소설로 치부했겠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세월호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대부분의 첫 반응은 "설마~"였습니다. 설마가 사람 잡고, 그 설마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하물며 사회 비리를 고발한 영화들이 현실을 이길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안타까운 건 소설가의 아내가 자급자족단과 관련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에서 활동함으로써 소설가의 갈등상황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를 돌이켜보자면 전조는 있었습니다. 아내가 가입한 미니멀리즘 동호회에 쓴 게시글 - 배우자를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을 보려고 클릭했다가 회원 가입까지 하게 됩니다. 그때 가입 절차상 질문은 - 최근에 무엇을 버리셨습니까? -  이에 대한 답변은 "양심, 꿈, 목표, 자존심, 걸작을 쓰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결국 소설가는 자급자족과 미니멀리즘을 경멸하는 조직에서 일하면서 정작 본인이 자급자족했다는 걸 깨닫는 모순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현실입니다. 과연 소설 속 현실과 우리 사는 현실은 얼만큼 다른 걸까요?  소설이 소설 같지 않아서 더 소름돋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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