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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 관찰자 시점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9월
평점 :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읽고난 후의 제 소감입니다.
세상에 거의 모든 것들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기 위한 이름.
그러나 원래의 이름 대신에 아주 무거운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아들 강테오입니다.
그는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와 친구 누나를 죽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살기 위해서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었고, 테오와 친구 베드로는 살아 남았습니다.
테오의 신고로 아버지 강치수는 붙잡혔고, 사형수로 20년 동안 복역 중입니다. 그 뒤, 테오와 베드로는 가톨릭 사제가 되었습니다.
테오가 처음으로 부임한 곳은 심해성당으로, 먼저 사제가 된 베드로 신부가 있는 곳입니다. 강테오, 아니 디모테오 신부는 잘생긴 외모 때문에 어딜가나 주변의 시선을 받습니다. 역시나 심해성당에서도 여학생들이 디모테오 신부를 아이돌 연예인 보듯이 좋아하게 됩니다. 그들 중에 레아는 좀 유별난 여학생입니다. 이미 학교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무기정학을 당한 상태라서 부모들은 성당에서 알게 된 마 교수에게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습니다. 학교 대신 병원과 성당을 오가며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레아는 디모테오 신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고, 스토커처럼 쫓아다닙니다. 그러던 어느날, 레아는 성당 마당 벤치에서 죽었습니다. 옆에는 수면제통과 자필유서를 남긴채...
대략적인 줄거리를 보면서 어떤 내용이 기억에 남았나요?
연쇄살인범, 사제, 여학생의 죽음.
테오는 불행한 과거를 빼면, 현재는 매우 잘생기고 젊은 가톨릭 사제입니다. 하지만 그가 연쇄살인범의 아들이라는 과거를 알게 된 순간, 기분 나쁜 의심이 생겨납니다. 설마 테오도 사이코패스? 주홍글씨와 같은 꼬리표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테오(디모테오 신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길가다 우연히 마주친 도팔의 시점, 절친이자 동료 신부인 베드로의 시점, 스토커처럼 좋아하는 레아의 시점, 성당에 다니는 열두 살 소년 요셉의 시점,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고아원의 수녀님 안나의 시점, 레아의 사건을 맡은 남 형사의 시점, 테오의 아버지 강치수의 시점, 레아의 주치의 마 교수의 시점, 마교수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 간호사의 시점, 심해성당의 주임신부인 유스티노의 시점, 구급대원의 시점.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친절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 테오는 너무나 특별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비극적인 삶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 처음엔 그의 불행한 과거가 떼어내고 싶은 꼬리표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잘생긴 외모마저도 꼬리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테오의 속마음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테오를 바라보는 수많은 관찰자들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 정작 테오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친구인 베드로 앞에서만 희미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테오.
베드로는 테오가 마음이 아플 때마다 가슴을 두드리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압니다.
"테오야! 그렇게 가슴만 두드리지 말고 앞으로는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고 말 좀 하고 살아."
"아, 내가 또 가슴을 두드렸나?"
"응, 항상." (172p)
아주 조금, 테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이들은 상상도 못할 아픔과 슬픔을 겪은 테오에겐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
테오를 처음 본 사람들이 넋 놓고 바라보듯이,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소설 덕분에 저 또한 3인칭 관찰자 시점을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