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김설기 지음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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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 나쁘지도, 너무 좋지도 않은 날들이 계속 되시길.  - 김설기"

책을 펼치자마자 저자의 손글씨가 적혀 있었어요.

"고마워요!  가장 멋진 덕담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우울한 '어떤 이'의 이야기예요.

저자는 치료해주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울증을 겪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2015년도부터 유일한 취미가 일기쓰기였다고 해요. 매일 자신이 느끼고 겪은 마음과 감정을 기록했고, 우울함에 대한 그림을 그려서 <딸기설기 마음연구소> SNS 계정에 올렸다고 해요.

책에서는 우울증 치료와 함께 멈춰버린 시간을 12월부터 역순으로 구성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너 우울증이야?"

"응. 몰랐어?"

"세상에! 너 힘들게 지내고 있구나. 네가 불행하지 않게 도와주고 싶어."

"뭐라는 거야? 나는 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야."  (219p)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면 불행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행복한 상태는 아니죠. 하지만 불행한 것도 아니에요.

실제로 저자가 처음 상담을 받게 된 건 남자친구의 권유였다고 해요.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여자친구를 위해서 병원과 상담을 같이 가주고, 늘 곁에 있어줬어요.

마치 감기에 걸린 여자친구를  신경써주듯이... 저자는 남자친구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마다 남자친구는 "네가 행복해져야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라고 말했어요. 다행스러운 건 남자친구가 준 사랑만큼 저자도 사랑을 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 힘든 시기도 함께 견딜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하던 부모님과의 갈등 상황이 대화를 통해 조금씩 나아졌어요. 엄마, 아빠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딸이 한순간 우울증 환자가 되었을 때, 부모님은 얼마나 충격을 받으셨겠어요. 부모님과 딸 사이에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이 오히려 오해를 키웠다는 걸 알게 됐고, 쌓였던 감정들을 풀어내면서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됐어요.


'아, 구멍이 났구나!'

아무리 많은 이들이 나에게 사랑을 부어 줘도 소용이 없다.

내 마음에 이미 커다란 구멍이 났는데 밑 빠진 독이 어떻게 차겠는가!

사랑을 더 받기보다 구멍을 메우기가 먼저였다.

...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마음의 구멍은 더 커지는 듯하다.

반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달으면 그 구멍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085-086p)


'마음에 생긴 커다란 구멍'이라는 표현이 무척 와닿았어요. 우울증이란 구멍난 마음인 것 같아요. 작은 구멍들은 스스로 메울 수가 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구멍은 혼자서 메울 수가 없어요. 우울증은 병이라는 것,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를 받아야 돼요. 또한 아픈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 아프지 않게 건강해질 수 있도록 치료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울증 환자의 주변인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요. 어설픈 위로 대신에 묵묵히 지켜봐주세요! 끝까지 믿고 사랑해주세요!

결국 '사랑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며 오늘을 살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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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왕 디즈니의 악당들 1
세레나 발렌티노 지음, 주정자 옮김 / 라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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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그녀는 악녀가 되었을까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여왕의 역할은 완벽한 악역이에요.

순수하고 아름다운 백설공주와는 태생부터 달라요. 아이들 동화책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외모의 마녀로 묘사되고 있어요.

<사악한 여왕>은 디즈니가 기획하고 세레나 발렌티노가 집필한 《디즈니의 악당들》중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해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여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요.

분명히 악인이라고 여겼던 인물인데,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어서 놀랐어요.

백설공주의 새어머니인 그녀는 원래 왕국의 이름 난 거울 장인의 딸이었어요. 어머니는 그녀를 낳으면서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어요.

우연히 거울 장인을 만나러 왔던 왕이 그녀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졌어요. 그래서 새로운 왕비로 맞아들였고, 왕비는 어린 백설공주를 '아기 새'라고 부르며 예뻐해줬어요.

너무나 낯선 이야기죠?

우리가 알던 사악한 여왕은 어디로 간 걸까 궁금할 거예요. 여기에선 세 마녀가 등장해요. 왕의 먼 친척 자매인 루신다, 루비, 마사는 기괴한 모습과 음흉한 속내를 지녔어요. 그들이 바로 착한 새왕비에게 접근해서 어둠의 마법을 알려주면서 비극은 시작돼요. 왕비는 왕과 백설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하지만 왕이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어요. 그녀는 여왕이 되었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게 됐어요. 외롭고 슬픈 여왕은 백설공주를 질투하게 됐어요.

여왕은 세 자매가 보낸 마법의 거울과 책 때문에 점점 무섭게 변해갔어요.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거울에 사로잡힌 여왕은 저주에 걸린 희생자였어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면서 한 번도 따뜻한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던 불행한 소녀... 그녀가 바란 건 오직 사랑일 뿐인데, 운명은 가혹하게도 유일한 사랑이었던 왕을 앗아가버렸어요.

모든 걸 잃었다고 느낄 때, 혼자만 버려졌다고 느낄 때... 그녀는 잘못된 선택을 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도 여왕처럼 불행에 빠진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이 선택한 최악은, 자신을 탓하며 스스로 파괴하거나 세상을 원망하며 저주하는 거예요.

현실 속 마녀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 내면 깊숙하게 자리잡은 악한 감정들이 점점 커져갈 때,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악한 여왕의 숨겨진 이야기는 너무 슬프네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계속 물어봐야 했던 여왕의 속내는 자신이 예뻐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에요. 또한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사악한 여왕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인간이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어른들을 위한 디즈디 동화 한 편을 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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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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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휴일에 잠시 갈등했어요.

집에서 뒹굴대며 쉴까 아니면 나들이를 나갈까.

그러다가 나들이를 선택했어요. 근처 공원으로~

오랜만에 온가족이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서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언제 갈등했나 싶을 정도로 자연을 즐겼어요.

잔디밭 옆으로 소나무숲이 있어서 자연의 향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듯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야만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라는 책은 도시생활자의 일상에 왜 자연이 필요한가를 과학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는 숲과 자연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왜 그런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해요.

어쩌면 제대로 잘 모르기 때문에 자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이 책의 저자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자연의 회복력, 치유능력에 매력을 느낀 나머지,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직접 여러 나라를 찾아다녔어요.

흥미로운 점은 그 중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는 한국의 편백나무 숲에서 산림치유지도사들을 만나고, 숲의 치유력에 관한 한국 연구자들의 자료를 확인했어요.

저도 몇 년 전부터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편백나무액을 사용중이라서 그 효과를 체험했어요. 인공적인 방향제와는 달리 천연 편백나무액은 호흡을 편안하게 해줘요.

하지만 실제로 숲을 찾아가서 피톤치드를 체험하는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자연에 머문다고는 볼 수 없어요.

"한국인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누구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129p)라는 저자의 소감처럼, 우리는 자연의 힘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나,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는 최신 연구들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여러 나라의 학자와 현장 실무자들을 만나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줘요. 또한 각 나라에서 자연복지를 위해 어떤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지도 소개하고 있는데, 매우 유익한 정보였어요. 자연의 힘을 알면 알수록,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국가의 복지외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의료정책만큼이나 자연복지정책도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에 대한 욕구를 알아채고, 주변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자연이 마음을 살린다>는 인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에요.

앞으로는 조금도 갈등하지 않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숲이 있는 공원을 찾아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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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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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의 기억들이 어느새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황경신 글 /  김원 사진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100개의 시와 사진... 이건 마치 흩날리는 낙엽 같아서...

그 낙엽들이 촉촉한 비와 함께 내 마음 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이미 많은 비가 왔다


이미 많은 비가 왔다, 지금도 충분히 어둡다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올라

끝내 사라진다, 불러도 소용없다

두려운 일들은 막상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다

지쳐 쓰러지는 모습은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기껏해야 세상의 쓸쓸한 그림자일 뿐인

나의 흔들리고 어지러운 모습은    (089p)


이 책을 펼치자, 내게도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눈물방울, 빗방울, 방울방울 떨어지는 ... 파도가 서늘하게 부딪혀대는 바다.

뭘까요, 이 먹먹한 기분의 정체는.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올라'라는 문장처럼.

어쩌다보니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끄적끄적 뭔가를 적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따라 적고 있었습니다.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흐려지는 것도 추억입니까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날아가는 것도 꿈입니까

잡을 수 없는 것도 삶의 흔적입니까

온종일 그대에게서 달아날 궁리만 하던 그때는

가도 가도 깊은 사막인 줄 알았습니다

기억들 알알이 흩어진 지금

나는 더 깊은 사막 속에 묻혀 있습니다    (205p)


지나간 시간들은, 그것이 추억이든 사랑이든 꿈이든 삶의 흔적이든

내게는 기억들로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지금 가장 두려운 건 날카로운 통증이 아니라 지워지는 망각입니다.

모조리 잊혀질까봐, 다 사라질까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봐...

나는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지만,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므로.

지워지지 않는 한 내 안에 머물거라는 걸 압니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들도 사랑입니다.

이 책은 PAPER 특유의 감성으로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이 지나가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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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약속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35
얀나 카리올리 지음, 소니아 마리아루체 포센티니 그림, 유지연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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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약속>은 반전 있는 그림책이에요.

책 표지에 활짝 웃고 있는 두 아이가 보이시나요?

두 아이는 함께 힘을 합쳐서 나무집을 만들었어요.

나무집은 커다란 체리나무의 하얀 꽃잎에 가려서 바깥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어요.

두 아이는 나무집 난간뜰에 서서 호수를 바라봤어요. 꼭 갑판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나무집은 선장실이고요.

엄마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게 이 빠진 잔과 짝이 맞지 않는 그릇과 거울을 내주었어요.

그날 밤, 두 아이는 나무집에서 잤어요.

둘은 한밤중에 들려오는 소리에 함께 귀 기울였어요.

귀뚜라미 소리가 그치더니 매미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친구야." 두 아이는 약속했죠.

이제 알겠죠?  두 아이의 약속이 무엇인지 말이에요.

친구가 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그 해 여름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두 아이는 날마다 만났고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시시한 이유로 말다툼했어요. 왜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아이는 서먹서먹해졌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다음 이야기는 책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건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거예요. 누구나 친구를 사귀고, 더욱더 친해지고, 약속하고, 싸우고, 멀어지고 ... 또 누군가를 만나고...

두 아이가 완성한 '나무집'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없었다면, 두 아이의 약속 또한 특별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호수 옆에 커다란 체리나무, 그 위에 나무집.

나무집은 체리나무를 타고 올라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요.

바로 그 곳에서 두 아이가 약속했어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친구야."

다시금 두 아이의 약속을 되뇌이면서, <두 아이의 약속>에서 굉장히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하, 그런 의미였구나...

사실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는 건 정해진 답이 없어요.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유독 이 책은 어른들에게 더 여운이 남을 것 같아요.

반전이 있다고 한 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라서 저한테만 특별한 것일 수 있어요.

그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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