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시맨
김펑 지음 / 마카롱 / 2018년 9월
평점 :
『고시맨』은 제5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이에요.
먼저 심사평부터 소개할게요.
"... 우리는 세계를 주도해 본 적도, 세계의 운명을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서 살아왔다.
그런 우리에게 세계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어벤져스>는 그저 구경하기에 재미있는 타자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히어로들의 치열한 싸움은 우리의 고민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에 반해 《고시맨》은 의심이 필요 없는 한국형 히어로 이야기다.
기약 없는 미래를 위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집결지인 '신림동 고시촌'이라는 무대 위에 화려한 히어로는 없다.
비록 사법시험은 사라졌지만 공무원 시험 준비생, 취업 준비생으로 옷을 갈아입은 주인공은 여전히 존재한다.
... 비좁은 현실이라는 방 안에 꽉꽉 눌러 담은 상상력의 가능성이 폭발한다.
이것이 바로 《고시맨》의 매력이다. ... " - 진산(소설가) 266-267p
다음으로 제 감상평을 말할게요.
고시촌에 등장한 노란 헬멧을 쓴 쫄쫄이, 일명'고시맨'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어요.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고시촌 이야기를 이토록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앞서 심사평처럼 이 소설 속 고시맨은 한국형 히어로라고 볼 수 있지만, 여느 히어로와는 달리 주인공은 아니에요.
오히려 어디선가 히어로가 나타나주길, 그래서 자신을 구원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청춘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것 같아요.
한때 오지 탐험가를 꿈꾸던 청년 박현우는 왜 고시촌에서 6년을 살고 있는지... 물론 불합격했으니까 계속 도전했을 뿐이지만.
현우의 본능적인 호기심이 발동하는 바람에 고시맨의 정체와 비밀이 밝혀지게 돼요.
그러다 문득 고시촌은 어쩌면, '대한민국 청춘들이 겪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구나.' 싶었어요.
합격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합격 후에는 열심히 일하고...또 일하고, 그 다음은...
불합격하면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그러다가 절망감에 그만...
고시맨 혼자서 이들 모두를 구원할 수는 없어요.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시맨이 멈출 수 없는 건 해야만 하니까.
절망을 단숨에 희망으로 바꾸는 기적은 없지만 하나씩 바꿔갈 수는 있으니까.
고시맨은 그들에게 헛된 희망 대신에 각자의 답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그것이 슈퍼맨, 배트맨과 다른점이에요.
자신의 인생을 구원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걸, 히어로는 당신 안에 있어요.
"총무는 고시촌에서 가장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 무엇인지 아냐고 내게 물었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그건 바로 희망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제때 먹으면 그보다 좋은 약이 없지만, 유통 기한도 짧고 부패하기 쉬우며
누군가가 던져주는 부패한 희망이야말로 독이라고 강조했다." (21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