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프랑스 자수 비기닝 세트 - 자수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나의 첫 프랑스 자수
솜씨연구소 / 솜씨컴퍼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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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취미도 계절의 영향을 받는가봐요.

작년 이맘때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바로 『나의 첫 프랑스 자수 비기닝 세트』​예요.

계속 생각만 하느라 시간은 훌쩍~

그런데 이번에는 새롭게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나온 걸 보고, 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자수를 해보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완전 초보자들을 위한 세트 구성이에요.

예쁜 상자가 저를 위한 선물 상자 같아서 받자마자 기분이 좋았어요~

이 안에 프랑스 자수를 위한 모든 아이템이 들어 있어요.

일단 기본은 책이겠죠.

정통 프랑스 자수 스티치 교과서 한 권이 들어 있어요. 독학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과 사진이 잘 나와 있어요.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기본 스티치 161가지 기법과 아름다운 7개의 꽃 자수 도안이 들어 있어요.


자수에 필요한 준비물을 살펴보면,

자수 실(6색, 각 2m)과 자수 바늘 2개, 나무 수틀(지름 약 12cm), 내추럴/ 화이트 리넨(20 X 30cm, 각 1장), 컬러 먹지 2장, 수성펜과 실뜯개가 들어 있어요.


초보자를 위한 구성이라서 수틀은 크지 않아요.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라서 앙증맞고 귀여워요.

자수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둘 것들이 있어요. 기본적인 준비과정이에요.

먼저 도안 위에 트레이싱지를 올리고 연필이나 펜으로 따라 그려요. 원단의 수를 놓을 위치에 트리에싱지를 올려놓고 그 사이에 먹지를 끼워 넣어요.

시침핀이나 테이프로 윗부분을 고정시키고, 철필이나 펜 등으로 꾹꾹 눌러가며 트레이싱지의 도안을 따라 그려요. 중간에 먹지를 살짝 들어 제대로 옮겨지고 있는지 확인해요.

잘 옮겨지지 않은 부분은 수성펜으로 덧대어 그려요. 도안을 흐리게 옮기면 제대로 수를 놓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확실하게 체크해야 돼요.

수틀에 원단을 끼우면, 본격적으로 프랑스 자수를 놓을 수 있어요.


하나씩 차근차근 책을 보면서 프랑스 자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찬바람 불 때는 역시 프랑스 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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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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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님의 이름 석 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왜 자조 섞인 한숨을 짓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골든아워>는 이국종 교수님이 이끄는 중증외상센터 의료팀의 피,땀,눈물이 담긴 기록입니다.

외상외과 분야가 이토록 척박한 곳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또한 의료계마저 '돈'이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학교병원에 소속된 의사일뿐이며, 사립대학 병원은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 소속된 의사는 일반 사기업의 직장인과 같습니다.

단지 중증외상 센터를 맡았다는 이유로 병원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비난받는 상황은 너무나 부당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해 급여기준을 정해뒀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각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합니다.

중증외상센터에서 환자를 살려내기 위한 항목들을 심평원에서는 줄여야 할 항목으로 정했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아무리 이의신청을 해도 바뀌지 않는 심평원과 적자의 책임을 묻는 병원 사이에서 '외상외과'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인력부족으로 팀원들은 극한 노동시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순전히 사명감으로 버텨내느라 자신의 몸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돌아오는 건 비난뿐이니...

할 말은 많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해왔던 이국종 교수가 드디어 책을 통해 말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합니다.

그들이 해왔던 일들이 헛되이 잊히지 않도록.

그래서 이 책 속에는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은 실명이며, 환자는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묵직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하여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구나, 반면에 우리나라 시스템은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그러니 의료민영화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의료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관련 정책이나 법을 만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결국 국민들이 알아야 공익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외상외과가 아닌 일반적인 임상과를 전공했다면 아마도 세상의 무서움과 한국 사회 실상을 제대로 목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중증외상센터 설립 과정에서 실제 한국 사회가 운영되어가는 메커니즘을 체득했다.

그 과정은 매일 고통 속에서 몸부림칠 만큼 지옥 같았다.

시스템은 부재했고, 근거 없는 소문은 끝없이 떠돌았으며, 부조리와 불합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돈 냄새를 좇는 그림자들만이 선명했다.

그 속에서 우리 팀원들은 힘겹게 버텨왔다.

나는 어떻게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끌어들여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온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

... 그러나 내가 여기에 당도하여 확인한 것은, 중증외상센터 사업은 현재 한국 사회가 지닌 투명성의 정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뿐이다.

... 그럼에도 우리 팀이 만든 의무기록은 남는다.

... 이 기록은 열악한 한국 의료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순전히 우리 팀원들과 현장의 소방대원들의 피와 땀을 짜내 만들어 온 것이다.

... 그리하여 내가 읽은 불과 얼마 안 되는 책들 중, 늘 곁에 두고 살아온 소설가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를 등뼈 삼아 글을 정리해보려 애썼다.

김훈 선생은 자신의 책을 두고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내면서 이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하여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세우지 않고,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 없이 돌파하는 그 사내의 슬픔과 고난 속에서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를 나는 바랐다'라고 했다.

내게 《칼의 노래》는 나의 이야기였고, 팀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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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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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는 의문점 하나.

왜 굳이 '라이트 노벨'이라는 이름표를 붙일까요?

일본에서 만든 '라이트 노벨'이란 명칭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저 가벼운 소설로 치부되는 게 안타까워요.

아무래도 책표지부터 일본 만화풍의 삽화가 들어가서 더욱 그런 편견이 굳어진 것 같아요.

일단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이야기인지, 무엇을 느끼게 되는지... 감동은 저울질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읽는 사람마저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예요.

주인공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로 표현하자면 '아싸(아웃사이더)'예요.

다른 아이들과 교류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외톨이.

특별히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니고, 그냥 스스로 벽을 치는 스타일이랄까.

암튼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혼자 교실에 있던 나에게 같은 반 여자애가 말을 걸었어요.

이름은 아키야마 아스나.

그녀 역시 존재감 없는 아싸인데, 갑자기 불현듯 건넨 첫 마디가 "전향성 건망증"이었어요.

뭐지?  아스나가 말을 건 이유는 "그거야 네가 친화수니까."라고 말했어요.

정말이지 미스터리 소녀예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이제부터는 설명을 해도 수학을 모르는 사람에겐 물음표만 둥둥 떠다닐 설명이니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어요.

친화수는 아스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숫자 중 하나인데,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연수의 쌍으로, 어느 한 수의 약수를 더하면 상대 수가 된대요.

참고로 가장 작은 친화수는 220과 284로, 나의 생일이 2월 20일이라서 아스나의 관심을 끈 거예요. 284는 아스나의 생일이라서 수학적인 면에서 운명이라고 느꼈대요.

284는 그레고리력의 윤년의 284번째 날이 10월 10일, 즉 아스나의 생일이래요. 고로 220과 284라는 친화수가 둘 사이의 연결고리인 거죠.

아스나는 수학를 사랑하는 천재 소녀예요. 중학교 시절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에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대요.

그건 기억이 한 달 주기로 리셋된다는 뜻이에요.

먼저 친구가 되자고 한 건 아스나지만 한 달마다 기억이 리셋되기 때문에 나는 매번 처음처럼 사귀는 과정을 겪게 돼요. 물론 아스나는 리셋된 기억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신의 노트에 기억해야 할 내용만 적어놓고 있어요. 좀 황당하지만 신기한 사연이죠?

아스나는 마치 일본영화<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박사님이 떠올라요. 세상 모든 것을 숫자를 통해 바라보는 점이나 사고로 인해 기억을 80분밖에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

"전향성 건망증" 때문에 누구와도 친구가 되지 못했던 아스나는 왜 나에게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을까요?
아웃사이더였던 나는 왜 아스나와 순순히 친구가 되었을까요?

천천히 조금씩 가까워지는 나의 마음, 그러나 아스나는 기억이 리셋되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요.

아스나는 한 번도 나의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어요. 이름을 부르면 내가 가진 멋진 숫자의 매력이 옅어질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아스나가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진 숫자'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죠. 기억과 숫자 사이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문득 사랑이란 심장에 새겨진 기억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에 기억은 사라져도 두근두근 심장은 기억하는 사랑.

이름모를 주인공 '나'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그 심장의 떨림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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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
쇼노 유지 지음, 오쓰카 이치오 그림,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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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을 찾고 있어>라는 제목과 책표지를 보고,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부끄러운가, 아니면 괴로운 건가.... 모두 틀렸습니다.

이 책은 지방 도시에서 커피 로스터를 10년 넘게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녹록치 않은 자영업자로 살아 오면서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잘 꾸려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난 이렇게 성공했어!"라기 보다는 "우왕좌왕 헤매고, 서툴러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어."라는 느낌으로.

그러니까 '아무도 없는 곳'이란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뜻합니다.

커피 가게 주인으로서 그의 일상은 똑같다고 합니다. 가게 문을 여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콩을 볶고 포장을 하며 정오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장을 지킵니다. 정기 휴일에만 쉬고, 임시휴업은 없습니다. 할인도 하지 않고 포인트 카드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개업하고 나서 한 번도 커피콩 가격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손님에게 가격 이상의 만족감과 신뢰감을 주고 싶어서 주인장 스스로 정한 규칙이라고 합니다.

개업 초기에는 커피콩을 볶고 파는 일 이외에도 커피나 음료까지 만들어 판매했으나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아서, 지금은 커피콩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목표는 매일 마셔도 몸과 지갑 모두에 상냥하면서도 그럭저럭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랍니다.

'그럭저럭 맛있는 커피'라는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작은 가게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최고가 되어야겠다거나 완벽함을 추구하겠다는 식의 경영 철학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며, 친구를 믿고, 가족을 믿고, 손님을 믿는 일입니다. 일과 관련된 사람을 믿는 것입니다. 때론 배신당하는 일이 있겠지만 배신하기보단 배신다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배신당하면 슬프긴 해도 마음은 강해지지만, 배신하면 마음이 탁해지니까. 세상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서, 웃으면서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쇼노 유지, 이 책의 저자는 성공한 자영업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복한 사람이란 건 확실해 보입니다. 커피콩을 볶듯이 인생을 향긋하게 지지고 볶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누가 뭐라든, 내가 괜찮으면 그걸로 족한 거니까요. 그럭저럭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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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가
모데라타 폰테 지음, 양은미 옮김 / 문학세계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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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타 폰테의 1592년 대화록 『여성의 진가』는 그야말로 엄청난 작품입니다.

어째서 이토록 훌륭한 작품이 역사 속에 묻혀 있었는가는 시대적 물음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6세기 베네치아의 여성들의 대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일곱 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가장 연장자이자 과부인 아드리아나, 혼기가 꽉 찬 그녀의 딸 버지니아, 젊은 미망인 레오노라, 그리고 루크레티아라고 하는 나이 든 유부녀와 젊은 유부녀 코넬리아, 젊은 디메사(dimmessa, 겸손한 자 : 미혼의 평신도) 코린나, 그리고 어린 신부 헬레나.

재미있는 점은 책의 형식이 여성들이 나누는 자유로운 대화체인데, 실제 내용은 남성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나누는 토론이라는 점입니다. 당시 베네치아의 여자들은 엘리트 여성조차도 구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폰테의 책은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바로 죽기 바로 전날에, 이 책을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딸아이를 낳다가 생을 달리한 모데라타 폰테.

어쩌면 그녀는 평생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대신 책을 통해 울부짖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침묵했기 때문에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성들이 이제서야 용기를 내어 "미투!"를 외치고 있습니다.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는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여성의 진가』는 여성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줍니다. 페미니즘은 남성을 적대시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찾는 것입니다. 억압은 남성이 만든 체제일 수도 있지만 여성 스스로 만든 족쇄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권리가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되어서는 안 됩니다. 여성의 진가를 안다는 건,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약자를 대변하는 문제입니다.

폰테 자신은 생전에 누리지 못했던 자유지만, 그녀의 작품 『여성의 진가』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헬레나가 말했다.

".... 우리가 남자들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면, 그건 우리가 그들을 부러워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는 거예요.

다시 말해 우리가 그들보다 열등하다는 걸 넌지시 암시하는 거죠."

레오노라가 반격했다.

"우리는 부러움 때문에 그들을 비판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진실을 따라 말하는 것뿐이에요.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훔친다면, 그는 도둑으로 불려야 마땅하잖아요.

남자들이 우리 권리를 빼앗고, 우리를 부당하게 취급하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불평조차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존재 가치 면에서가 아닌 사회적 지위에서 그들보다 열등한 상태에 있다면, 이건 일종의 학대죠.

세상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들이 점차 법과 관습 속으로 편입시킨 학대.

그래서 학대 시스템은 사회 속에 단단히 자리를 잡게 되고, 남자들은 여자들을 괴롭혀서 얻은 자신들의 지위를 권리로 얻었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실제로 믿기까지 하는 거죠.   ...."  (79-80p)


퀸이 말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계속 나오면 남자들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그건 그렇고 우리가 항상 남자들에 대해 이런식으로 험담을 하면서 어떻게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기를 기대한단 말이죠?"

헬레나가 말했다.

"한동안 우리가 그냥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들도 태도를 바꾸겠죠."

레오노라가 대답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너무 많이 닥치고 살았어요. 더 많이 닥칠수록, 더 고약한 것만 얻게 됐어요.

만약에 자기 돈을 누군가에게 주었다가 환수하려고 들 때, 그 사람이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을 뿐더러 더구나 돈을 돌려받아야 할 당사자가 입을 닥치고 있다면, 부도덕한 빚쟁이가 그 사람에게 만족가 따위를 줄 리는 만무하죠. 하지만 그가 재판관 앞에서 호소한다면, 정당한 권리로 그의 것을 되찾을 거예요."  (173-1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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