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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8년 10월
평점 :
이정하 시인의 에세이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를 읽었습니다.
새삼 이 책을 읽으며 세월을 느꼈습니다. 시인의 삶...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 이정하 시인의 시집들은 아직도 나의 책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으나, 나의 손길에 닿았던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시를 잊은 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시인은 동네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몹시 궁금해 하지만, 한 번도 시인인 것을 밝히지 않았노라 말합니다.
그 이유는 '시 쓰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요즘 시인은 한물갔다, 한물이 아니라 여러 물 다 갔다고.
시가 사람들과 멀어졌고, 서점가에선 시집코너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는 사실.
왠지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사람들이 시와 멀어졌다는 건 낭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이별을 아파하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분명 어딘가에 누군가는 사랑으로 웃음짓고, 사랑 때문에 울고 있을텐데, 그러한 마음들이 전부 시(詩)가 된다는 걸 사람들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거나 시집을 건네며 마음을 전했는데, 요즘은 캐캐묵은 옛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다가 시인이 스스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그 시대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시를 통해서 메마른 사람들의 마음에 촉촉한 비를 내려주는 사람입니다. 대신 울어주는 사람입니다.
"우느라 길을 잃지 말고."라는 말은 우연히 전철 앞자리에서 울고 있던 소녀에게 건네는 당부이기도 하지만 시인 자신을 향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우리는 시인의 따뜻한 위로를 받아왔는데, 정작 시인에게는 아무도 그 말을 해주지 않았구나... 그래서 미안했습니다.
"시인이여, 당신이 있어서 당신의 시로 인해 세상은 아름답노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끔 커피 한 잔 대신 시집 한 권으로 마음을 녹여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사랑하기를, 그래서 시인이 당당하게 시인이라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이 쓸쓸하고, 사랑이 외로워도 그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쓸쓸함도 외로움도 모른 채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것이 불행한 것입니다.
무언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뜨거운 심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을 그저 약자의 증거로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그동안 마음껏 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을 눈물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눈물은 약자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있음의 증거입니다.
울컥 눈물이 쏟아지면 그냥 울어요... 우느라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울다 보면 자신이 길 어디쯤 서 있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나는요, 요즘 눈물이 많아졌어요. 시집을 다시 펼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