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쓸모인류 - 어른의 쓸모에 대해 묻다
빈센트.강승민 지음 / 몽스북 / 2018년 11월
평점 :
<쓸모 인류>는 거창하게 '인류'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에요.
'인류'라는 단어 때문에 잠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떠올렸다는 건 인정.
이 책에는 두 사람이 등장해요.
"헛헛해진 40대 남자와 청춘보다 더 에너제틱한 67세 빈센트"
책 속의 '나'는 40대 남자 강승민이고, 동네 가까운 곳에 사는 빈센트라는 '쓸모 인류'를 만나면서 그와 나눈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든 거예요.
빈센트라는 어른을 소개하자면,
'쓸모 있는 + 인간'
진화론에 기대어 설명하면 '호모 유스풀니스 Homo Usefullness'의 인류라고 할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쓸모'는 밥벌이 인생에서 승승장구하는 능력을 뜻하지만, 이 책에서는 달라요.
여기서 말하는 '쓸모'란 스스로의 가능성이 오래 빛을 발하는 어떤 것이에요.
그 뜻을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그냥 빈센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공감했거든요. 빈센트의 이야기는 금세 나를 사로잡았다...
세상 근사하게 사는 삶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빈센트를 통해서 '쓸모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졌어요.
빈센트의 쓸모는 일상에서 빛이 나요.
주방에서 가족을 위한 오너 셰프를 자청하고, 건강한 재료를 이용해 매일 아침 손수 브런치를 만들고, 삶에 필요한 것들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맥가이버예요.
원래 미국에서 살았던 빈센트 부부는 은퇴 후 삶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어 지난해 서울에 자리를 잡은 거예요. 서울 가회동의 작은 한옥을 구해 1년 넘게 리모델링하며 아직도 집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손보며 살고 있어요. 농담 삼아 자신은 300살까지 살거니까, 천천히 느릿느릿 깐깐하게 그 속도에 맞춰 사는 거래요.
빈센트의 일상을 보면서 자극이 아닌 감동을 받는 이유는 타인의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움직이는 몸이 아니라 제 몫의 쓸모를 찾아 나서는 에너제틱한 움직임 때문이에요.
그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버틀러 스쿨'을 다니고 싶다는 거예요. '버틀러 Butler'의 사전적 의미는 대저택의 남자 하인들 중 책임자를 뜻하는데, 영국에서 제대로 버틀러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싶대요. 빈센트가 생각하는 버틀러는 전체적인 관리(매니지먼트)의 개념이래요. 하인이 아니라 진짜 어른이 되고 싶은 거래요.
집에서 아버지의 역할, 대학에서 총장의 역할, 나라에서 올바른 대통령의 역할이 있다면 그건 버틀러라고.
이 사회에 어른 버틀러가 많을수록 진짜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빈센트는 버틀러 같은 삶을 즐길 뿐이래요. 진정한 '어른의 시간'과 매너를 가질 수 있다면 함께 사는 사람들과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빈센트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서비스하고 싶대요.
"영화 <킹 아더>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어. 아더 왕이 라운드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런 대사를 해.
'In serving each other, we become free! 서로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더 당당할 수 있어!'
내겐 요리가 그래. 음식으로 남을 즐겁게 할 수 있어. 요리를 통해 내 삶은 더 당당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요리를 대접하는 나도 누군가에겐 영웅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211p)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영웅이란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아니에요. 자신의 삶에서 쓸모 있는 어른으로 사는 거예요.
빈센트가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라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라고!"라고 해요.
삶이 튼튼하려면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한다고, 그 다양한 경험이 삶을 튼튼하게 만드는 거라고.
우리 앞에는 뭘. 해. 도. 충. 분. 히. 가. 능. 한. 시. 간. 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살다가 한 번이라도 '쓸모 있는 어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이 책을 강력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