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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는 1994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당시 유럽은 엄청난 경제 위기에 빠져 있었고, 이탈리아 역시 물가 폭등과 실업률 급증으로 국가 부도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이 책은 이탈리아 사람들을, 그리고 유럽사람들을 토닥토닥 위로해주었다고 합니다.
2018년, 지금 대한민국은 시간을 되돌린듯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무개념 인간들이 살고 있습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면서 타인을 물건처럼 함부로 대하는 무례한 인간들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있습니다.
돈 때문에 가정은 무너지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유독 마음을 위로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그 아픔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80대 할머니가 멀리 미국에 가 있는 손녀딸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죽고나서 혼자 손녀딸을 키웠는데, 한 번도 딸에 대한 이야기를 손녀딸에게 해준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는 마냥 밝고 예뻤던 손녀딸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할머니의 모든 것이 못마땅한지 반항했고 냉소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결국에는 미국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어느날 정원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긴 할머니는 자신의 상태를 손녀딸에게 알려야 할지 말지를 고민했습니다.
할머니의 선택은 알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나중에라도 텅 빈 집을 마주하게 될 손녀딸을 위해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
그러나 편지는 유언장이 아닙니다. 할머니가 쓴 편지는 오로지 손녀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손녀딸이 꺼내 볼 수 있는 편지.
그래서 할머니는 편지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현재 그리고 과거의 삶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려줍니다.
"넌 지금 행복하니?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그것뿐이야." (40p)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집니다. 이 세상에 아무런 이유나 조건 없이 나를 걱정해주고, 사랑해주며 나의 행복을 바라는 한사람이 있다는 건.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토록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데, 손녀딸은 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걸까요.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어긋났을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모마리아 승천 축일날 밤, 바다 위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를 보러 갔던 일 생각나니?
... 내 어머니의 삶, 할머니의 삶,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여자들의 삶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그런 거란다.
하늘 높이 올라가지도 못하고 낮은 데서 칙 하며 꺼져버리는 불꽃." (69p)
편지가 아니었다면 손녀딸은 아마도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남깁니다.
"네 마음이 하는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때 일어나서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279p)
어쩌면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칙 꺼져버리는 불꽃이었는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들에게 밤하늘 빛나는 별처럼 어두워진 마음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길을 잃지 말라고, 이제 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가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