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 역대급 살인 미스터리, 리지 보든 연대기
에드윈 H. 포터 지음, 정탄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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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베스 A. 보든.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을 "폴리버의 리지 보든"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의 역대 살인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은 단연 1892년 늦여름 매사추세츠주 폴리버에서 일어난 보든 부부 살인 사건이라고 합니다.

과연 리지 보든은 살인마였을까요?


<리지>는 스릴러 소설이 아닙니다.

리지 보든과 관련된 저서와 신문 기사를 포함한 논픽션 네 편을 바탕으로 한 기록물입니다.

참고가 된 저서 중에서 에드윈 H. 포터의 『폴리버의 비극 : 리지 보든 연대기 The Fall Tragedy : A History of the Borden Murders』(1893)을 중심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책의 2부는 에드먼드 레스터 피어슨의 『살인 연구 Studies in Murder』(1938)에서 리지 보든을 다룬 「보든 사건 The Borden Case」의 1심 재판 부분을 번역했다고 합니다.

부록에는 사건을 간략히 소개하고 정리한 존 엘프레스 왓킨스의 「보든 부부 살인 미스터리」(1919), <일러스트레이티드 아메리칸>의 기사 「리지 보든 재판 : 전 세계를 경악시킨 가공할 폴리버 암살에 대한 소묘」(1893.6.24)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폴리버의 부유층 앤드루 보든(70세)과 그의 아내는 자택에서 살해됐습니다.

보든 부인의 시신은 손님방에서 무릎 끓고 엎드린 채로, 앤드루 보든의 시신은 1층 방 소파에 앉은 채로 각각 발견됐습니다.

여기에서 충격적인 건 시신의 상태입니다.

앤드루 보든은 13차례, 그의 아내 보든 부인은 18차례 도끼로 머리가 난도질되어 피투성이었습니다.

당시 피살된 부부 외에 그 집에는 하녀 브리짓 설리번과 피살된 남성의 미혼인 딸 리지 보든이 있었습니다.

리지 보든은 32세 여성으로 그녀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사건 발생 당일에는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리지 보든은 사건 현장을 발견한 첫 번째 인물이고, 그 전에 헛간에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모순된 진술 때문에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유력한 용의자가 된 리지 보든은 의붓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 의붓어머니에게 재산 일부를 양도하는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었다는 점, 살인 사건 며칠 후에 페인트가 잔뜩 묻은 드레스 하나를 불태웠다는 점 등 불리한 정황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범행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의 옷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보든 부부를 살해한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리지 보든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이 배제된 채 사건 자체를 바라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미국에서 대중매체가 신속하게 전국 단위로 퍼뜨린 최초의 범죄 사례라는 점에서 대중에게 준 충격이 크다고 합니다.

폴리버 지역 경찰이 해결해야 할 범죄 사건이 미국 전역의 핫이슈가 되면서 여론의 입김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사례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 문득 경악하게 된 지점은 책에 수록된 흑백사진들... 보든 부부가 피살된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소름돋았습니다.

존속살인, 도끼 살인... 비극의 현장.

리지 보든은 아버지 앤드루가 끔찍하게 살해된 장면을 본 후에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입니다. 전혀 울지 않았고 불안에 떨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는 게 너무나 이상합니다. 사이코패스일 확률이 큽니다.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완전범죄입니다.

그래서 진짜로 알고 싶은 진실은 미스터리가 되었습니다. 왜 죽였을까요? 

영화 <리지>는 불행한 사건이 남긴 미스터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리지 보든, 그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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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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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봄, 여름, 가을. 다섯 번째 계절은 죽음이자 모든 계절의 군주다."

                              -  남극권 속담     (205p)


판타지 세계를 이해하려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계, 낯선 존재들, 처음 접하는 용어들...

<다섯 번째 계절>은 매우 까칠하게 그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네가 감히 이 세계를 알겠어?'라는 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앞뒤 맥락을 이해하려다 보니, 어느샌가 집중하게 됩니다.

아직 이 세계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친절한 설명은, 당신이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독특한 세계라는 것.

기억할 수 없는 꿈에서라면 모를까...

참고로 저자 N. K. 제미신은 이 소설이 우주에서 탄생했다고 말합니다. 나사가 후원하는 런치패드(Launch Pad) 워크숍에 참가했을 때 이 소설에 대한 발상이 싹튼 것이라고 합니다. 런치패드의 목적은 다양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SF 판타지 작가들도 포함) '천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입니다. 덕분에 저자는 천문학과 몸이 돌로 되어 있는 지적 생명체를 엮어서 판타지 세계를 창조해냈습니다. 오~ 창조주시여!


이 소설은 단숨에 사로잡는 타입은 아니고, 시나브로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우선 '오로진'이라는 존재는 타고난 초능력 때문에 핍박받는 종족입니다. 거대한 대륙 고요에는 지진 활동이나 화산 분출과 같은 재해로 인한 수많은 계절을 지나 왔습니다.

고요 대륙에는 지진 활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오로진이 태어나면 격리해서 길들인 후, 철저하게 관리하는 '펄크럼'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세계에서 차별과 멸시를 당하는 오리진 여성 세 명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남편 손에 아들을 잃은 에쑨, 부모에게 버림받고 수호자에게 끌려가는 다마야, 펄크럼의 임무를 수행하는 시에나이트.

'고요'라는 이름의 대륙을 겨우 이해할 즈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아, 이건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로구나. 대륙의 종말...'


책 맨 뒤에 부록으로 '용어'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한자어를 사용하다보니, 아무래도 가독성이 떨어지면서 더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처음 만나는 세계인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이 영어 발음 그대로 표기했더라면 좀더 빠르게 이해했을 것 같습니다.

마치 '김치전'을 영어로 '김치팬케이크(Kimchi pancake)'라고 번역해서 외국인들이 더 헷갈리니까, 우리나라 발음 그대로 '김치전(Kimchijeon)'으로 번역하자는 캠페인처럼.

이건 순전히 <다섯 번째 소설>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독자의 작은 바람입니다.

책에 나오는 용어들 중에서 핵심적인 것들만 따로 적어보니, 사방으로 흩어졌던 퍼즐 조각을 다 맞춘 후 완성된 퍼즐의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 오로진(조산인 = 造山人 , Orogene) : 조산력을 지닌 사람들. 조산술의 훈련 여부는 상관 없다. 비하적 멸칭은 '로가'.

◆ 조산력(造山力 , Orogeny) : 열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 기타 지진 활동을 다루는 것과 관련된 에너지를 조종하는 능력.

◆ 펄크럼( 중심축 = 中心軸 , Fulcrum) : 이빨의 계절 이후 구 산제 제국이 창립한 준(準 군사 조직(제국력 1560년). 

본부는 유메네스에 있지만 대륙 전체를 최대한 넓게 보호하기 위해 남극권과 북극권에도 각각 위성 지부가 설치되어 있다.

펄크럼에서 훈련받은 오로진("제국 오로진"이라고도 한다)은 합법적으로 조산술을 행할 수 있는 유일한 이들로 그 외에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며, 조산술을 사용할 시에는 반드시 펄크럼의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고 수호자들의 엄중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

펄크럼은 자율적으로 관리되며 자급자족으로 운영된다.

제국 오로진은 이른바 "검은 옷"이라고 불리는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 수호자(守護者 , Guardian) : 펄크럼보다 먼저 창설되었다고 알려진 특수 단체의 구성원. 수호자는 고요 대륙에 사는 오로진을 추적하고, 보호 및 견제와 감시, 지도를 한다.

◆ 쓰임새명(Use Name) : 대부분의 주민들이 갖고 있는 두 번째 이름. 그들이 속한 쓰임새신분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쓰임새신분은 전부 스무 개지만, 현재 그리고 구 산제 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본 쓰임새신분은 일곱 개에 불과하다.

쓰임새명은 자신과 같은 성별의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데, 이론에 따르면 유용한 특질은 그렇게 유전되기 때문이다.

◆ 혁신자(革新者 , Innovator)  :  일곱 가지 기본 쓰임새신분 중 하나.

창의력이 뛰어나고 실용 학문에 재능을 지닌 이들이 선택되며, 계절이 닥치면 기술적인 문제나 물자 보급 문제를 해결한다. 

◆ 완력꾼(Strongback)  : 일곱 가지 기본 쓰임새신분 중 하나. 뛰어난 육체적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 완력꾼으로 선발되며, 계절이 오면 중노동과 마을의 방어를 맡는다.

◆ 전승가(Lorist) : 돌의 가르침과 잃어버린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

◆ 번식사(Breeder) : 일곱 가지 쓰임새신분 중 하나.

보통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의 번식사로 선택된다. 계절이 왔을 때 이들의 임무는 선택적인 교배를 통해 우수한 혈통을 유지하고 자신이 소속된 향이나 민족을 발전 또는 개량하는 것이다.

◆ 내항자(Resistant)  : 일곱 가지 기본 쓰임새신분 중 하나. 기근이나 역병을 견디고 살아남는 능력을 기반으로 선발된다. 계절이 오면 병약한 이들을 돌보고 시신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 흔들(지진 地震 , Shake) : 지진 활동으로 인한 땅의 움직임.

◆ 보님(sesuna) : 땅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것.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을 '보님 기관(sessapinae)'이라고 부르며 뇌관에 위치해 있다.

◆ 노드(결절점 = 結節點 , Node) : 제국이 지진 활동을 줄이거나 가라앉히기 위해 고요 대륙 전체에 설치한 기지망.

◆ 반지(Ring)  : 제국 오리진의 등급을 나타내는 단위. 아직 반지가 없는 수련생은 일련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첫 번째 반지를 얻을 수 있다.

열 반지는 제국 오로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다. 열 개의 반지는 각각 준보석을 세공해 만들어진다.

◆ 스톤이터(식암인 = 食岩人 , Stone eater) : 매우 드물게 목격되는 인간형 지적 생명체로 머리카락이나 피부 등이 돌과 유사하다. 이들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다.

◆ 향(鄕 , Comm) : 공동체. 제국 통치 체제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사회정치 단위.

대개 도시나 마을에 해당하며 대도시는 여러 개의 향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향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면 비축품을 배급받고 신변을 보호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한편, 그 대가로 세금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향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 다섯 번째 계절(Fifth Season)  :  제국의 정의에 의하면 지진 활동이나 다른 대규모 환경 변화로 인해 겨울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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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건강하면 우울증 불면증 당뇨병 고혈압 아토피가 치유된다 - 우울증, 불면증, 당뇨병, 고혈압, 아토피의 자세한 발병 원인과 치료 방법
장솔 지음 / 가나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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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새해에 바라는 것들 중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건강'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처럼 건강의 소중함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장이 건강하면 우울증 불면증 당뇨병 고혈압 아토피가 치유된다>라는 책은 한 마디로 "장 건강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장 건강이 중요한지, 그 이유를 대표적인 질병의 원인으로 설명해줍니다.

장은 신경전달물질들을 조절하여 스트레스, 불안, 감정에 영향을 주므로, 장 건강이 나쁘면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줄어들면서 우울증과 불면증이 발생합니다. 장내 유해균들이 만든 만성염증이 많아도 우울증과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80%는 장 점막에 있습니다. 아토피 환자들은 면역력이 저하됐거나 면역계에 이상이 있고, 상태가 나쁜 장의 유해균으로 인한 염증도 있는 상태입니다.


"동의보감에 장이 깨끗해야 머리도 깨끗하다는 뜻의 '장청뇌청(腸淸腦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장이 건강해야 뇌 또한 건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31p)


우울증, 불면증, 당뇨병, 고혈압, 아토피를 치료하려면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책은 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병을 치료하는 방법 3가지를 알려줍니다.

좋은 식사, 행복한 사고, 운동.

건강 관리는 좋은 식습관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기 쉽게 알려줍니다.

행복한 사고는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운동의 중요성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어떻게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저자가 실천했던 운동 습관은, 매일 뒷산을 등산하거나 산책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근처에 산이 없다면 등산 대신 산책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집에서 간단하게 매일 맨손 스쿼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요리, 악기연주, 그림, 도예, 목공예 등의 취미 활동도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운동입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휘트니스센터를 가야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신체 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운동습관을 키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생활 습관과 건강 Tip은 깔끔하고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링컨은 "인간은 자신이 결심한 만큼 행복해진다."고 했습니다. (219p)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이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결심하고 실행하면 됩니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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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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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은 어떻게 이토록 덤덤한 문체로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어 놓는 걸까요...

『우리와 당신들』은 전작 『베어타운』의 뒷이야기예요.

그때 그 사건 이후에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비겁하게 행동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원래 스웨덴 원서 제목은 'Vi mot er', 즉 '우리 대 당신들'이었다고 해요.


"인간은 저마다 백 가지로 다르지만 남들 눈에는 우리가 그들과 한 팀인지 아닌지 그것만 보인다." (53p)


베어타운은 그 사건이 있기 전에는 이웃 마을 헤드 아이스하키 팀과 치열한 경쟁 관계였는데, 모든 게 바뀌었어요.

봄에 열린 회의에서 투표 결과 페테르 안데르손이 남게 되자, 케빈의 아버지는 아들의 소속팀을 당장 베어타운에서 헤드로 바꿨고, 코치와 후원사와 청소년팀의 우수한 선수들을 거의 모두 설득해 함께 데려갔어요. 어제의 '우리'가 손바닥 뒤집듯이, 오늘의 '당신들'이 된 거예요.


두어 달 전에 레오의 누나 마야가 케빈 에르달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경찰 측에서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기에 케빈은 풀려났어요. 돈과 권력의 힘은 대단해요. 법과 정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서 대부분 케빈의 편을 들었고 레오의 가족을 쫓아내려고 할 정도로 증오가 증폭됐어요. 그들은 마야를 '나쁜 년'으로 만들었고, 레오의 아버지 페테르를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 단장직에서 해고하려고 했어요.

사건 당시의 증인이 나타났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경찰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마을은 침묵했고 어른들은 마야를 도우러 나서지 않았어요.


"레오는 열두 살이고 올해 여름에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짓에는 비교를 불허하는 장점이 있다. 진실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반면 거짓은 쉽게 믿을 수만 있으면 된다."  (31p)


우리나라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서지현 검사는 국회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을까,

아니면 성범죄를 방치하고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해온 공동체로 인해 입을 열지도 못하고 고통받으며 죽어간 것일까...

진실과 정의를 말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부디 이제는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야 안데르손은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예요. 겨우 열여섯 살 소녀에게 벌어진 불행한 사건이 끝나지 않는 비극이 된 건 도망간 케빈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녀 사냥을 한 마을 사람들 때문일까요. 끔찍한 상황에서도 마야는 죽지 않고 버텨냈어요. 살아 있다는 건 기적이에요.

아나는 마야의 절친이자 알콜중독자 아빠 때문에 남모를 열등감에 시달리는 친구예요. 그 모든 걸 이해한다 해도, 아나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어요.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요. 그러나 아나가 겪은 일들에 대해서는 위로해주고 싶어요. 알고보면 아직 어린애일 뿐인데...

벤야민 오비크는 배신자가 아니라 옳은 일을 했을 뿐이에요. 가장 절친이었던 케빈의 범행을 말한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어요. 단짝 친구와 그들이 사랑했던 스포츠, 그들이 목숨을 바쳤던 팀, 그 모든 걸 동시에 빼앗겼어요. 더이상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청소년팀의 유망주 '9 에르달'과 '16 오비크'는 볼 수 없어요. 또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폭로되면서 모두의 적이 된 벤이(벤야민)를 보면서 마음 아팠어요.

비다르 리니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형 티무와 같은 편이었으니까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안타까워요. 이제서야 사랑을 알게 됐는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은 정치인 리샤르드 테오예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교묘하게 '우리 대 당신들'이라는 편 가르기와 분열을 조장한 인물이에요.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쉽게 그가 만든 체스판 말이 되었던 사람들과 비교해도 누가 더 나쁜지 가릴 수가 없어요. 나쁜 놈은 그냥 나쁜 거예요.

우리 대 당신들... 소름끼치게 현실을 그려낸 작품이라서 분노, 슬픔, 좌절, 감동까지 온갖 감정의 쓰나미를 겪었어요. 그래서 지나치게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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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 예언의 시작 편 2 : 불과 얼음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2
에린 헌터 외 지음, 서나연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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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헌터의 <전사들>을 읽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고양이들의 세계가 펼쳐져요.

1권을 읽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2권에서는 주인공 러스티가 두발쟁이들(인간)에게 길들여진 애완 고양이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과거의 러스티 대신 지금은 파이어하트(불꽃심장)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어요.

파이어하트는 숲에 사는 종족 고양이들 세계에서 어엿한 전사가 되었어요.

천둥족의 전사 파이어하트~

그런데 뭔가 심상치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파이어하트는 타이거클로를 의심하고 있어요.

부지도자 타이거클로(호랑이발톱)는 레드테일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오크하트를 죽였다고 했지만,

종족 모두가 존경했던 레드테일이 다른 종족의 부지도자를 일부러 죽였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건 전사의 규약을 어기는 일이라서, 사실이라면 레드테일의 죽음은 불명예로 남을 거예요.

각 종족은 자신들의 힘을 증명하고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지, 서로 목숨을 빼앗으려고 싸우진 않아요.

그런데 점점 종족들 간의 반목이 커져가고 있어요.

그와중에 파이어하트는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게 돼요. 그건 예지몽... 파이어하트가 된 것도 꿈을 통해 직감했듯이.

원래 별족의 치료사에게만 내리는 능력이라서 파이어하트는 비밀로 숨길 수밖에 없어요.

파이어하트를 똑같은 꿈을 반복적으로, 너무나 생생하게 꿨어요.  별 하나 없이 어두운 밤하늘에 이글이글 불꽃이 밀려 올라가는 사이에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낯선 고양이들이 등장해요. 꿈 속에서 파이어하트는 온몸에 전율이 일면서, 천둥족의 치료사였던 스파티드리프가 죽기 전에 해 준 말이 떠올랐어요.

"오직 불만이 종족을 구할 수 있다!"  (32p)


보름달이 뜰 때마다 숲에 사는 네 종족의 고양이들은 특별한 장소에서 평화롭게 만나 왔어요.

그곳은 무 네 그루로 이어지는 비탈길의 꼭대기로, 거대한 떡갈나무들이 있어요.

네 종족은 전투를 겪은 뒤라서 많은 것이 변했어요. 그림자족의 지도자였던 브로큰스타는 바람족을 영역에서 쫓아냈으나 본인이 전사의 규약을 어겼기 때문에 추방당했어요. 그래서 나이트펠트가 그림자족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지만 아직 별족으로부터 아홉 목숨을 받지 않았어요. 그림자족과 강족은 바람족의 영역에서 사냥하기를 원하지만 천둥족 지도자 블루스타는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해요.


"숲에는 네 종족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나무 네 그루와 사계절이 있듯이, 별족은 우리에게 네 종족을 선사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바람족을 찾아 데려와야 합니다."   (56p)


블루스타는 새롭게 전사가 된 파이어하트와 그레이스트라이프에게 바람족을 찾아서 데려오라는 첫 임무를 맡겨요.

진정한 전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파이어하트가 애완 고양이였다는 과거는 떼어내기 힘든 꼬리표라서 너무나 안타까워요.

시련 속에서도 조금씩 강인하게 성장해가는 파이어하트를 보면서 감탄하게 돼요. 그것이 바로 <전사들> 시리즈의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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