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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빌라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2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3월
평점 :
소설은 늘 낯선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하여 익숙한 감정을 자극하곤 합니다.
『시냇가빌라』는 김의 작가의 신작입니다.
"이름은 '시냇가빌라'인데 시냇가와는 전혀 상관없다. 길가에 위치해 있다.
두 동의 3층짜리 건물 중에서 나동 건물이 길가에 접해 있다.
... 왜 하필이면 시냇가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뜬금없다.
혹시 지구가 생성될 때 이 동네가 시냇가였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무리 뜯어봐도 시냇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월세에 맞춰 집을 구한 것뿐이니까." (10-11p)
소설의 주인공 솔희가 온천으로 유명한 이 작은 도시의 '시냇가빌라'로 이사 오게 된 사연입니다.
저 역시 책을 보자마자 빌라 이름치곤 생경한 '시냇가'라는 단어에 꽂혔습니다.
뜬금없지만 저한테 '시냇가'라는 단어는 실제 의미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건 어린 시절에 우연히 봤던 어른들책, 아마 제가 본 최초의 어른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시내'였습니다.
동화책을 보던 아이가 그림 하나 없이 글자만 가득찬 책을 읽었으니... 솔직히 그때 무슨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 시내가 슬펐다는 건만 압니다.
아직 소설이 뭔지 몰라서, 책에 나온 내용은 전부 진짜라고 여겼던 때라서 그 소설책을 읽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왠지 어른들의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나중에서야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합니다.
왜 지금은 소설이 소설로만 보이지 않는 걸까요.
시냇가빌라 201호에 사는 솔희를 비롯하여 302호 해아저씨, 101호 쌈닭 아래층여자, 202호 공방 아줌마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언제 한 번쯤 본 것 같은 캐릭터들... 어쩌면 현실에서 소설보다 더 희한한 인간들을 많이 겪어본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암만 그래도, 솔희의 성격은 호구 그 자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매우 심란하고 답답하게 만듭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해아저씨가 본 솔희의 첫인상입니다. 솔희가 시냇가빌라에 처음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빌라 계단이며 마당에 떨어진 전단지를 줍고 있는 걸 보더니 302호 해아저씨가 광고 전단지를 모아서 가져다 줬다는 점, 즉 솔희를 폐지 줍는 여자로 알았다는 겁니다.
서른두 살의 그녀가 순전히 빌라 주변을 깨끗하게 치울 목적으로 전단지를 주웠다는 건 본인만 아는 사실이고, 남들 눈에는 해아저씨처럼 오해할 만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솔희의 재정 상태는 좋지 않아서 월세는 밀렸고, 도시가스는 끊겼으며, 고양이 티티의 사료도 거의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엄마가 택배로 보내준 붕어즙과 붕어찜, 각종 나물들로 끼니는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혼하고 받은 위자료까지 다 쓴 상황이라 솔희는 인생국수집 알바를 시작합니다.
이쯤 되면, 이 소설이 가난한 돌싱녀 솔희의 일상 이야기라고 여기겠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시신의 핸드폰에서 짧게 신호음이 울린다. 카톡문자가 왔다. 시신의 친구다.
... 적막이 몰려온다. 방 안에 가득 찬다.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친다. 밤새도록 빌라 건물을 때린다." (7p)
과연 저 시신의 정체는... 도대체 시냇가빌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비극적 사건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 묻혀버린 듯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