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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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사 속 로마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찬란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고 놀랍습니다.

이 책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로마 이야기를 역사학자가 아닌 일본의 환경건설공학과 교수의 시점으로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로마제국이 남긴 세계 유산들 중 토목·건축 유산에 초점을 맞춰 로마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합니다.

세계 유산이란 1972년 제17회 유네스코(UNESCO) 총회에서 '세계 문화 유산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에 의거 등록된 유형 유산을 말하며,

건축물이나 유적 등의 '문화 유산', 지형과 생물 다양성 및 경관미 등을 갖춘 지역의 '자연 유산', 문화와 자연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복합 유산'이라는 3개 분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유산의 총수는 1,052건인데, 그 중 문화 유산은 814건이고 자연 유산은 203건이며 복합 유산은 35건이라고 합니다.

고대 로마는 현재의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도 지배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세계 유산 66건은 수많은 나라에 산재해 있습니다.

66건 중 많은 순서대로 정렬하면 이탈리아, 에스파냐, 터키, 이스라엘, 프랑스, 튀니지 등으로 로마제국 영토에 골고루 분포합니다.

저자는 로마가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로마제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원인과 멸망 이후의 상황을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빵과 서커스'는 로마 시인 유웨날리스의 탄식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로망가 제정이 되면서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과거에는 정치와 군사의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오매불망 오직 두 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   (123p)

로마 시민들이 권력자로부터 받은 식량과 오락거리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타락해버렸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로마는 그로부터 약 400년 동안이나 대제국을 더 유지했습니다.

저자는 도시 국가 로마가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강력한 군사력과 건설 기술력, 도로 인프라 구축, 식량 생산과 공급, 관용과 흡수 그리고 능력주의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로마의 찬란한 건축 유산은 콘크리트의 발명이 없었다면 상·하수도와 도로 그리고 빵과 서커스를 실현한 구조물을 결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로마가 남긴 세계 유산들 중 성벽, 상·하수도, 가도(街道), 해도(海道), 공공 목욕장, 원형 극장, 원형 경기장, 전차 경주장, 신전, 도서관은 지금봐도 놀라운 건축 기술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만약에 로마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럴 정도로 로마는 매혹적입니다. 로마의 유산들은 어느 것 하나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지만 특히 도서관과 책은 인류 역사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비록 지금은 신전과 함께 도서관도 파괴되고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 흔적만으로도 로마 문화가 번성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제게 남긴 건 로마 관련 세계 유산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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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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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머릿속에 거머리가 있어요."

...

"거머리라 말한 그건, 연결체라고 불리는 거예요.

연결체는 뇌에 자리한 채 당신의 시청각 정보와 후각 정보를 해킹해서 누군가에게 연결하죠.

잘 들어요. 연결체가 해킹한 당신의 감각정보를 통해 당신과 똑같이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누군가가 있어요.

놈이 진짜 거머리이자 흡혈귀죠. 당신 인생의."    (12-13p)


만약 누군가 당신 뇌에 연결체를 삽입해서, 당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세뇌 혹은 조정을 당하고 있었다면,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벌어졌다면 처음 드는 감정은 공포, 그 다음은 분노일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돈, 명예, 권력 그리고 늙은 육체를 가진 당신에게 거액의 돈만 내면 전도유망한 젊은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이 달콤한 악마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김호연 작가님의 신작 파우스터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에요.

안타깝게도 『파우스트』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찾아봤어요.

『파우스트』는 독일의 위대한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의 긴 세월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해요.

이십 대 청년 괴테가 집필하기 시작하여 여든두 살 노인 괴테가 완성했으니 그야말로 괴테의 인생작, 대표작이라 할 수 있어요.

파우스트는 '행복한 사람'이나 '행운아'란 뜻의 라틴어 '파우스투스 Faustus'에서 유래했대요.


### 괴테가 창조해 낸, 가장 위대한 세기의 드라마 『파우스트』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서라도 영원한 진리를 찾고자 했던 파우스트의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의 여정은

실패와 절망을 딛고 천상에서 지상을 거쳐 지옥에까지 이른다.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네.

그러면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네.

죽음의 종이 울려 퍼지고, 자네는 임무를 다한 걸세.

시계가 멈추고 하늘이 떨어져 나가고, 내 시간은 그것으로 끝일세."

     -  열린책들 세계문학 073 『파우스트』본문 중에서


김호연 작가님은 스무 살 문학청년 시절에 읽다가 포기했던『파우스트』(1부 1829 / 2부 1831)를 마흔 넘어, 소설가가 된 후에 읽었고, 이렇듯 파우스터』(2019)를 탄생시켰어요. 젊음을 누리고 싶은 부유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첨단 시스템 회사 '메피스토'에서 고객은 '파우스트'이고, 고객에게 제공되는 젊은이는 '파우스터'라는 설정이 너무나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상상에 그쳤던 인간의 욕망이 점점 실현되고 있으니까요.

첫 장면은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박준석이 의문의 교통사고 후 경이라는 여자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 내용이에요.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준석이 느끼는 혼란과 충격은 곧 자신을 조정하는 파우스트에 대한 복수심으로 변해요. 얼핏 스릴러물 같지만 인간의 본질과 그 욕망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너무나 철학적이에요. 메피스토와 파우스트 계약의 핵심인 '돈'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지만, 파우스트와 파우스터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예기치 못한 결말로 치닫게 돼요.

"자식들은 절대 부모 마음대로 될 수 없다. 부모 마음대로 되는 자식이란 또 얼마나 바보 같은 존재인가.

하지만 파우스터는 다르다. 파우스터는 자식들이 해줄 수 없는 모든 것을 대체해준다.

파우스터는 새로 태어난 나다. 내가 되고 싶었던 청년이고 내게 없었으면 하는 것들을 제거한 젊음이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그를 부림에도 거기에 대한 저항이나 반감이 없다.

무엇보다 나 혼자의 것이다."   (244p)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노라. (Das Evig-Weibliche zieht uns hinan)"라고 해요.

그 의미를파우스터』를 통해 이해했어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라." (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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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 일상을 행복으로 만드는 복지이야기
윤승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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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어른들은 잦은 야근, 아이들은 야간자율학습... 언제쯤 우리는 느긋한 저녁 풍경이 가능할까요.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스웨덴의 사회복지 정책 이야기를 다룬 책이에요.

저자는 사회정책 박사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다 2016년 스웨덴 스톡홀름 SCIPS(The Scandinavian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연구소에서 스웨덴 사회복지정책을 연구했다고 해요. 이 책은 스웨덴의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딱딱한 보고서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스웨덴의 좋은 정책을 배우려면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것 같아요.

저자는 스웨덴의 평범한 이웃들과 함께 지낸 2년간의 체험을 바탕으로, 좋은 정책이 어떻게 삶을 바꿔놓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는 스웨덴이 원래부터 잘 살고,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인 줄 알고 있지만, 이곳에서 여성의 정치적 참여나 사회적 진출이 확대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해요.

1919년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스웨덴은 1921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남성과 같이 선거를 할 수 있었어요. 같은 북유럽 안에서도 스웨덴은 가장 늦게 여성 투표권이 도입되었어요.

그렇다면 스웨덴은 어떻게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었을까요?

영국의 유명한 여성 사회학자인 제인 루이스는 여성평등 투쟁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스웨덴은 영국과 미국보다 늦게 시작되었지만 젠더 평등의 방식이 달랐다고 평가했어요.

스웨덴이 택한 방식은 여성과 남성의 '다름'과 '같음'을 둘 다 인식하고 조화하는 방식이었어요.

일과 돌봄에서 오는 성 불평등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것의 해결은 남성의 참여로 가능하다는 걸 알았던 거예요.

실제로 1960년대 이후 스웨덴 사회에서 일어났던 젠더 평등 논쟁의 주요 이슈는 여성의 노동권과 남성의 돌봄 참여였어요.

1974년 당시 사민당 정부의 총리였던 올로프 팔메도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지지하면서, 스웨덴 최초로 아버지의 돌봄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한 부모휴가를 도입했어요.

스웨덴 부모휴가 제도는 아동 돌봄에 대한 아버지의 권리와 책임을 강조했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녀요. 스웨덴이 생각하는 젠더 평등 사회는 여성만의 것이 아니라 남성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며, 한 인간이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평등하고 배려받을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해요.

놀라운 점은 이민자들을 대하는 방식도 똑같다는 점이에요.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자국민과 대등하게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민자를 위한 특별한 교육은 없고, 모두를 위한 특별한 교육만 있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 스웨덴은 교육뿐 아니라 노동시장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평등은 계급적인 평등뿐 아니라 성평등까지 포함해요.

스웨덴은 모든 인격체에 대한 존중과 평등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국가 운영의 기조이자 틀로 마련하고 있어요.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초는 사민당이 정권을 잡았던 1932년부터라고 이야기해요. 1889년 만들어진 사민당은 노동계급의 정치 실현을 과제로 삼은 노동자들의 정당이었어요. 1928년 사민당 당수였던 페르 알빈 한손은 노동자뿐 아니라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정책 모델, 즉 '국민의 집 Folkhemmet'을 내세웠고, 1932년 총선에서 승리했어요.  이후 사민당은 40여 년간 장기집권하며, 그들이 내세운 국민의 집은 현재의 스웨덴식 복지국가로 실현되었어요. 사민당의 가치는 바로 '연대'라고 해요.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 연대.

2018년 좌우 연정을 통해 다시 집권에 성공한 사민당은 현재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요.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가족들이 증가하면서 계층 혹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긴장감이 사회 구성원들 간의 오해와 갈등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어울려 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거예요.


매년 스웨덴에서 실시되는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스웨덴 의회는 높은 순위를 차지해요. 그만큼 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다는 뜻이에요.

의회 행사에서 누구나 당연히 어린이들도 포함하여, 각 정당에 대해 인터뷰할 수 있다는 걸 보면서 감탄했어요. 정치인과 정당의 존재 이유를 새삼 깨닫는 장면.

"정책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라는 말이 진짜 실현되는 스웨덴처럼 우리도 가능할까요?

이 책의 결론은 한국이 스웨덴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처럼 좋은 정책을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 좋은 정책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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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일레인 맥아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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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의 저자 바버라 립스카는 신경과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인 뇌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임상의는 아니고,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산하 인간두뇌수집원 원장입니다.

그곳에서 30년간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뇌 조직과 세포, 분자 연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온 뇌신경과학자입니다.

특히 조현병의 원인을 전두피질에서 발견한 장본인입니다.

이 발견은 전 세계에서 크나큰 관심을 받으며 '조현병의 신생아 해마 병변 모델' 또는 짧게 줄여 '립스카 모델'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뇌과학 연구 보고서가 아닙니다.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 바버라 립스카의 생존기입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밝은 에너지가 넘쳤고, 무엇이든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 훈련할 정도로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뇌가 망가지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습니다.


2009년에는 유방암 3기를, 2011년에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피부암인 흑색종 1B기를 이겨냈고,

2013년 국립정신보건원 산하 뇌 은행 원장으로 임명되어 조현병과 같은 질병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전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잘되어갈 것만 같은 그때... 2015년 어느 목요일 아침, 오른손이 사라졌습니다.

실제 손목이 잘린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증상입니다. 그건 바로 뇌종양의 증상.

유방암과 흑색종은 종종 뇌로 전이되어 뇌 뒤쪽에서 시각을 통제하는 영역인 후두엽에 생긴 뇌종양 때문에 이런 기괴한 시각 상실 증상이 벌어집니다.


2015년 6월, 아무런 경고 없이 뇌에 전이된 흑색종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빠져들었고 그 상태는 약 두 달간 지속되었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건 뇌가 파괴되는 동안 가족들과의 관계도 파탄 직전이었는데 당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남편 미레크와 딸 카시아는 병원에서 돌아온 그날 저녁의 바버라를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에 나오는 어린 소년 카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바버라의 텅 빈 눈빛과 싸늘한 표정, 신랄한 말들... 놀랍게도 바버라는 자신이 얼마나 지독하게 굴었는지는 전혀 모른 채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음모를 꾸민다고 확신했습니다.

뇌수술과 임상 시험 면역치료 이후 바버라의 전두엽은 공격을 받는 중이었고, 그로 인해 성격이 변했던 것입니다. 여섯 개의 종양과 그 주변의 부기가 자기 성찰을 하는 부위인 전두엽의 작동을 멈춰버렸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전두엽의 이상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멀쩡한 전두엽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장애를 인지하는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입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에는 부인이나 대처 기제로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그 병 자체가 발현되는 양상에 가깝습니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믿지 않으므로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뇌종양과 정신질환이라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 뒤, 치료에 성공한 저자는 정신장애의 어두운 세계에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바버라는 수십 년간 뇌를 공부하고 정신질환을 연구해왔지만, 자신이 몸소 정신질환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고통을 온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간 카이를 찾아나섰던 겔다처럼 끝까지 바버라 곁을 지켜줬습니다.

특히 남편 미레크는 감동적인 말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일축합니다.


"인생은 팀 스포츠야!"  (362p)


바버라는 이 책을 통해서 뇌과학자 입장이 아니라 아팠던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과 똑같이 정신질환도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신질환을 대하는 가장 적절한 태도는 공감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헌신임을 깨닫게 하는 일에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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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특별한 직업
알라 구트니첸코 지음, 줄리아 콜로모에츠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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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커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요?

아직은 잘 몰라요. 요리사, 화가, 소방관, 의사, 과학자, 축구선수...

세상에 대해 배우고, 알게 될수록 하고 싶은 일들도 점점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자신에게 꼭맞는 일을 선택할 날이 오겠지요?


<우리 가족의 특별한 직업>은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 그림책이에요.

주인공 안드리코는 어른이 되면 판다 사육사나 강아지 조련사가 되고 싶어요. 또 어떤 때는 천문학자나 열기구 조종사가 되고 싶기도 해요.

아직 확실하게 정한 건 아니에요. 뭘 선택하든, 이 세상에서 특별한 직업을 갖게 될 거예요.

왜냐고요?  안드리코의 가족은 모두 정말 신나고 특이한 일을 하거든요.

지금부터 그 특별한 직업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예쁜 그림 덕분에 직업의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첫 장면에서 안드리코는 가족들의 사진을 한 장씩 붙이고 있어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책을 다 읽은 후에 알아맞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빠는 고생물학자예요. 아주 오래전에 죽은 생물의 화석을 발굴해 연구하는 일이에요.

고생물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은 모종삽, 망치, 괭이, 스쿠루드라이버, 송곳, 전동드릴, 빗자루, 카메라, 동물뼈 보존을 위한 석고 용액, 실험실로 뼈를 담아 보내기 위한 상자, 지도, 나침반, 헬멧, 장갑 등등 정말 많네요. 아주 오래전 지구에 살았으나 지금은 멸종된 동물들 중 공룡이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어요.

엄마는 꽃집에서 일해요. 플로리스트예요. 언뜻 보면 평범한 직업 같은데 실제로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색에 대한 감각도 남달라야 한대요. 무엇보다도 꽃의 특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플로리스트에게 필요한 도구는 꽃집에서 봤던 것들이라서 익숙해요. 꽃가위, 니퍼, 모종삽, 플로랄 폼, 플로랄 테이프, 침봉, 물뿌리개, 분무기, 화분, 꽃병, 앞치마 등등 꽃다발을 만들거나 화분에 식물을 심을 수 있는 도구들이에요. 장미, 안개꽃, 카네이션, 은방울꽃, 안개꽃, 소국... 그밖에 꽃이름은 공부해야 될 것 같아요.

세르지 할아버지는 양봉 일을 해요. 양봉가는 벌을 길러 꿀을 얻는 사람이에요. 달콤한 꿀은 좋지만 윙윙 날아다니는 벌은 무서워서 양봉 일은 아무래도 구경만 해야 될 것 같아요. 대신 벌집 모양으로 된 미로찾기 놀이를 해볼까요?

올렉시 할아버지는 티 테스터예요. 차를 맛보고 감정하는 일을 해요. 다양한 종류의 차를 섞어 새로운 차 맛을 만들어 내는 일이기 때문에 향기와 미묘한 맛에 대해 남다른 감각이 필요해요. 책에는 홍차, 녹차, 황차, 백차, 우롱차, 보이차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적정온도와 우려내는 시간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이라 누나는 수의사예요. 그런데 동물만 돌보는 게 아니라 판다를 안아주는 일도 한대요. 하루에도 몇 번씩 판다를 안아주고, 사진도 찍고, 의료일지에 꼼꼼하게 기록한대요. 세상에나, 귀여운 판다를 좋아하지 않을 어린이가 있을까요. 그러니 판다를 돌봐주는 건 이 세상에서 최고의 일인 것 같아요.

사촌 릴리아 누나도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해요. 누나는 강아지 조련사예요. 강아지를 보살피고 훈련시켜요. 훈련받은 강아지들은 경찰을 돕고, 국경을 지키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도와주어요. 훌륭한 강아지 조련사는 인내심이 많고 끈기와 균형 감각이 있어야 해요.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기본이겠죠?

시베리안허스키, 닥스훈트, 독일세퍼드, 달마티안, 푸들, 골든리트리버, 치와와, 불테리어, 퍼그, 프렌치불도그... 생김새는 달라도 저마다 귀엽고 멋진 것 같아요.

올레 사촌 형은 열기구 조종사예요. 열기구는 하늘 위 11킬로미터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열기구 조종은 굉장히 흥미롭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열기구 조종을 위해 필요한 물건, 장비 및 기타 도구들을 보니 모험가가 된 기분이 들어요. 이건 비밀인데, 안드리코가 가장 되고 싶은 직업이래요.

고소공포증이 없고, 모험을 즐기는 어린이라면 열기구 조종사처럼 멋진 직업은 없을 것 같아요.

이어호르 삼촌은 피자 만드는 일을 해요. 삼촌은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끝내주게 맛있는 피자를 구워요. 쩝쩝, 피자 생각을 하니까 입에 침이 고이네요. 맛있는 피자를 만들지는 못해도 아주 먹음직스럽게 잘 먹을 자신은 있어요.

소피아 할머니는 방송국에서 전문 수화 통역사로 일해요. 수화는 말을 듣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몸짓언어예요. 간단하게 자음 19자와 모음 17자 수화가 나와 있어요. 오호~ 신기해요.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수화와 연결시키니까 손 동작이 글자로 보이네요.

올리아 숙모는 건축가예요. 건축가는 설계도를 그려요. 건축가가 되면 설계한 건물 덕분에 널리 이름이 알려지기도 해요.

유명한 건축가와 건축물을 살펴볼까요?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대성당,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가 있어요.

조이아 누나는 장난감 회사에서 유리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어요. 유리 공예가거든요. 유리 공예은 섬세하게 유리를 다루는 일이라서 조심스럽고 위험하지만 흥미로운 직업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유리 공예를 보면 유리 공예가는 기술자보다는 예술가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비탈리티 할아버지는 천문학자예요.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고 연구해요. 천문대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는 일은, 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세상에는 책에 나오는 직업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직업들이 있어요.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부터 하나씩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직업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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