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헤이세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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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굿바이, 헤이세이>는...

도쿄에 사는 밀레니얼스*의 연애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밀레니얼스(Millennials)는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해요.

주인공 아이(愛)는 올해(2018년)로 29살, 동갑의 히토나리(平成)와 함께 살고 있어요.

벌써 2년 가까이 같이 살고 있지만, 히토나리는 아이(愛)를 연인으로 부르고 싶어하지 않아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한다는 히토나리의 룰 속에는 어느 누구도 더 특별하게 취급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요.

매일 어떤 일이든 마치 공식을 이용하여 연립방정식을 풀어가듯이 하나씩 처리해 가는 남자 히토나리와 자유분방한 여자 아이는 전혀 다른 부류지만 신기하게도 서로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아니 2018년 1월 21일까지는 그랬어요.

그런데 바로 그날, 히토나리는 아이(愛)에게 안락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고백했어요.


주인공의 동거남 히토나리(平成)가 1989년 1월에 태어났을 때,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를 쓰기 시작해서 똑같은 이름을 얻게 되었대요.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음으로도 읽고 뜻으로 읽어서, '히토나리'는 뜻으로 읽은 사람 이름이고, '헤이세이'는 같은 '평성(平成)'을 음으로 읽은 일왕의 연호인 거예요.

일본 연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한 잠깐 상식!

연호는 군주 시대에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해의 차례를 나타내기 위해 붙이는 칭호라고 해요.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연호가 바뀌는데, 이번에는 아키히토 일왕이 살아있으면서 2019년 아들 나루히토에게 양위했어요.

휴우~~ 몰랐던 사실이라서, 이 책 제목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지나칠 뻔 했어요.

마침 2018년 일본은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를 내리고 새로운 연호를 시작한다고 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때였고, 실제로 히토나리는 자신의 이름 덕을 톡톡히 본 경우라서 히토나리의 '안락사 선언'은 뭔가 헤이세이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도 농담인 줄 알고, "응, 좋아"라고 대답했어요.


흔히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은 고령이나 불치병에 걸린 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히토나리는 젊고 잘생긴 데다가 작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고, 미디어에서 잘나가는 문화인으로 자리 잡았어요.

무엇보다도 지금 곁에는 아이(愛)가 있는데, 아무리 연인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서로에겐 둘도 없는 친밀한 동거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런 아이를 두고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건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일이에요.

아이는 침착하게 히토나리의 안락사를 막기 위해서 그와 함께 안락사 취재도 가고, 히토나리의 어릴 적 친구도 만나면서 온갖 노력을 해요.

그와중에 아이의 오랜 반려묘 미라이가 세상을 떠나게 돼요. 슬픔에 빠진 아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히토나리를 보면서 둘 사이에 가로놓인 단절의 골이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는 걸 다시금 뼈저리게 느껴요.


요즘 연애와 동거를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연애소설인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은 '안락사'라는 죽음의 방식을 이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과거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아니지만 분명 가족 못지 않은 친밀감과 믿음이 존재해요.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서로 간섭하거나 강요하지 않아요. 각자의 삶을 존중해줘요. 그래서 아이는 히토나리의 안락사를 막고 싶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 점이 매우 성숙한 관계로 보였어요.


"있지 히토나리, 정말 죽을 거야?"

"못됐어. 아이(愛)가 그렇게 물어보면, 난 미안해할 수밖에 없으니까."

...

"히토나리가 없어지면 지금이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수 없게 돼서 불편한데."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해봤다. 그의 나이에 1을 더하면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수 있고, 헤이세이 연도에서 1을 빼면 그의 나이가 된다.

"우린 나이가 같잖아. 나 없어도 알 수 있어."

나는 그를 껴안은 채로 있었다. 그는 시선을 어두운 스모만으로 향한 채 내 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49-150p)


죽어가는 고양이, 죽으려는 남자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가 히토나리의 '안락사 선언'으로 인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냈어요. 늘 함께 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과 이별한다는 건, 그것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죽음이라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

과연 히토나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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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치질 않니? - 38만 명을 진단한 전문의가 알려주는 스스로 치질을 고치는 법
히라타 마사히코 지음, 김은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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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말못할 병, 치질에 관한 책이에요.

책 제목부터 센스 넘치네요 ㅎㅎㅎ

왜 고치질 않니?

대부분의 치질 환자들이 참고, 숨기다가 병을 키우고야 말아요.

이 책에서는 치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려줘요.

누가?  바로 일본의 항문과 전문의 히라타 마사히코 원장님이요.


사실 항문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기가 매우 껄끄러운 주제인데, 이 책은 제목부터 내용까지 유쾌하게 만화로 풀어내고 있어요.

책 크기가 작다는 건 금세 읽을 수 있다는 뜻.

그만큼 핵심만 쏙쏙, 내용이 정말 알찬 것 같아요.


치질은 왜 생길까요?

변비 유형, 설사 유형, 운동 부족 유형, 음주 유형, 출산 후유증 유형, 냉증 유형, 스트레스 유형, 냉증 유형, 생리 유형.

8가지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치질이 의심된다면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어요.

다음 항목을 체크해보세요.

① 하루에 몇 시간이나 앉아 있나요?

② 변비 증상이 있나요?

③ 설사 증상이 있나요?

위의 3가지는 모두 치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자각 증세 없이 치질 위험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요.

일본도 치질은 성인의 70퍼센트가 앓는 국민병이라고 하네요. 역시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는 점.


치질이 의심된다면,

이것 한 가지를 기억하세요.


"수술해야 낫는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68p)


오늘날 치질은 '수술없이 치료하는 것'이 세계적인 진료 지침이라고 해요.

제대로 된 항문외과 의사라면, 수술 여부는 3개월 후에 판단한다는 것.

치질 치료에서 중요한 사실은 생활습관을 고치면 수술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고칠 수 있다는 거예요.

그 구체적인 방법이 책에 잘 나와 있어요.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라는 것.

무엇보다도 생활습관을 고치면 자가 치유력이 강해져서 치질뿐 아니라 다른 병도 나을 수 있어요.


혹시나 치질에 걸린 것 같다는 자각 증세가 나타난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먼저 빠른 시일 내에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해요.

이 책은 어디까지나 치질 예방을 목적으로 했으니까, 올바른 의학 지식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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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 진심, 긍정, 노력이 내 삶을 배신한다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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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충고 한 가지!

"나는 나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하물며 글을 쓸 때도 '나'라는 표현보다 '우리'라는 말이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보다는 '우리'의 관점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하여 '나'의 삶은 늘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착해서 양보하는 게 아니라, 이기적으로 보일까봐 참아왔던 것 같습니다. 호구처럼...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긍정심리센터 연구원을 지냈으며, 미국 동료들과 공동 연구를 해온 심리학과 교수입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들을 보면 기존의 유명한 심리학 연구들이 종종 소개될 때가 있습니다.

예쁜 여자가 더 따뜻하고 친절하다?  과연 그럴까요?

1972년 심리학자 카렌 디온의 실험, 1977년 심리학자 마크 스나이더의 실험에서 공통된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좋은 성격적 특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은 좋고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우리의 작은 믿음 때문에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의 현실을 바꾸어놓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외모의 후광효과'로 많이 알려진 내용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의 작은 믿음이 어떻게 당신을 배신하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우리의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타인에 대한 생각과 믿음은 결국 우리와 타인 모두를 배신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그 믿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오해와 편견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한국적인 특수성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똑같은 심리학 실험을 한국인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

이 연구 결과가 보여준 것은 우리나라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개인보다 '우리' 혹은 '공동체'를 강조하기 때문에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가정, 사회, 국가가 운영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실수와 실패를 피하려는 회피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력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있어서 누구나 노력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믿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노력을 강조하는 걸까요? 

그건 노력을 강조하면 성과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쉽게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와 집단을 쉽게 통제하려는 정치적 속셈입니다. 낮은계층의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위와 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대신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높은 계층의 사람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에 불만을 가져서도 안 됩니다. 성공과 높은 지위가 노력이 아닌 다른 요인들, 즉 부모와 인맥, 경제적 지위, 사회적 상황, 지인의 도움 등으로 설명된다면 난감한 일이 벌어집니다. 기득권층이 누리고 있는 수많은 혜택의 명분을 잃게 될테니까. 그들이 원하는 운영 체계를 위해서, 무엇이든 노력이라는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면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개인은 패배감이라는 불필요한 아픔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노력의 배신!!!

따라서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모든 일에 노력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학력, 재산, 명성, 사회적 지위, 건강, 외모 등 우리가 갖춘 조건을 우리의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책임지기에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된 유전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먼저 유전적 영향력과 가정적·사회적 환경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나의 인생이 전적으로 내 선택이 아니듯이, 타인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뿐 아니라 타인의 성공과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항상 나만 힘들고 억울할까?

질문은,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는가?'라는 문제로 전환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다툼은 대부분 본인이 더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만큼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느끼는 데에 비롯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풀리지 않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과 상황이 가장 힘들고 아플 뿐입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기대를 품기 때문에 배신의 쓴맛을 보는 것입니다.

다행히 배신과 오해의 아픔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타인이 이해해줄거라는 기대와 믿음을 갖지 않을 것, 남들의 이해가 꼭 필요하다면 평소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제공할 것, 가까운 관계일수록 사랑과 감사를 자주 표현할 것, 누군가와 협업할 때는 시작 전에 반드시 각자의 역할과 이익 분배를 정확히 정해놓을 것. 관계 개선을 위한 건전한 소통, 즉 대화를 나눌 것.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할 만한 사례와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 덕분에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 '집단의 배신'은 묵직한 한 방이라서 아직도 얼얼합니다. 내 삶을 배신한 것들을 깨닫는 순간 더 나은 삶의 길이 보일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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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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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 그는 누구인가?

처음 읽은 그의 책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북유럽 탐방기였는데, 제3자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책입니다.

그는 자칭 '건방진 영국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른 수식어를 붙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이클 부스의 유럽육로 여행기』는 망할 안데르센 때문에 시작된 환장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덴세 콘서트홀에서 아내 리센의 부모님과 함께 자리한 마이클 부스.

왜 그곳에 갔을까요.

덴마크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는 축제가 매년 오덴세에서 열리는데,,,, 여기서 '망할 안데르센'이라며 투덜대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그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안데르센의 작품 「나이팅게일」에 나오는 시계태엽 새를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아내 리센이었기 때문에 오덴세의 얼어붙을 듯한 4월 안개를 참아냈던 것입니다. 물론 속으론 계속 빌어먹을 안데르센과 유치한 동화를 욕했다는...


2년 전 아내 리센을 만났고, 최근 리센이 덴마크의 유서 깊은 극장에서 평생직 일자리를 구하면서 덴마크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아내 덕분에 그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꼈던 직업적 공허함을 막아내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던 소설 쓰기를 마무리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원래 그의 '직업'이라 하면, 자동차를 끌고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일 외에도 역사 칼럼 쓰기, 텔레비젼 리뷰 작성, 신문 기사를 쓰기 위해 새로운 활동 도전하기, 이곳저곳에서 의뢰받아 여행하며 조사하는 일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센 덕분에 화려한 미디어 경력과 런던 생활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암울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는 칙칙한 땅 덴마크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됐습니다.

덴마크에 대한 온갖 불만과 불평은 위대한 동화 작가 안데르센에게도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런 불만을 리센에게 드러냈을까요, 아니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태연한 척하며 의연하게 견뎠을까요.


크읍,,, 그는 제2의 조국에 대한 명목상의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학원에 등록해 덴마크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어학원 이름이 머리글자를 따서 KISS 라는 명칭으로 불렸다는데, 어쩌면 그 KISS 때문에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안데르센과의 사랑.

그토록 욕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사랑이라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쌍둥이를 만난 것처럼'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안데르센을 사랑하게 된 영국남자의 안데르센 여행기입니다.

KISS 수업에서 안데르센의 작품들을 읽고 자국어로 번역한 후 수업 마지막에 덴마크어로 질문에 답하는 과제를 하면서, 미처 몰랐던 안데르센의 유머와 지혜를 발견했던 겁니다.  오~ 놀라워라, 그댈 향한 내 마음 ♪♬

세상에나, 안데르센 동화를 다 읽은 줄 알았는데 우리가 모르는 훌륭한 작품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안데르센이 쓴 이야기는 모두 156편 !!! 

또한 14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

오스카 와일드, 찰스 디킨스 등 유명 작가들이 안데르센의 팬이었다는 사실.

그걸 알고나니, 마이클 부스가 왜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 여행했는지 이해됩니다. 요즘 팬들이 하고 있는 성지순례와 같은 개념이랄까.

안데르센은 글로 쌓은 부를 몽땅 쏟아부어 처음으로 한 일이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여행 내내 덴마크에서 내로라하는 가문들의 별장을 이용했고, 평생동안 여행을 다니며 계속 한 일이었다고.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은 결과였습니다.

코펜하겐, 독일, 피렌체, 로마, 나폴리, 몰타, 아테네, 콘스탄티노플, 다뉴브강까지 안데르센이 여행했던 그 길을 따라간 마이클 부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건 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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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강한빛 외 지음 / 마카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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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단편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처럼 수상작품들을 보면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9』에는 모두 5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루왁 인간>은 소재 자체가 엽기적이라서 놀랐습니다.

주인공 정차식은 파란만장 이십 대를 거쳐 생존을 위해 종합 상사에 늦깎이 입사를 했으나 새벽 야근과 종합 상사 특유의 지독한 군대 문화, 날마다 느끼는 모멸감과 만성 장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래 본인의 실수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탓에 한껏 주눅들었는데, 오늘 회식 자리에서 사장이 가공되지 않은 커피 체리를 한가득 쏟아놓고 모조리 씹어 먹을 것을 명했습니다. 치욕적인 명령 앞에 차식은 남은 대출금과 처자식을 떠올리며 기어이 다 씹어 삼켰습니다. 씹을수록 역겨운 비린 맛에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참고 있는데, 그걸 본 사장은 껄껄대며 부하의 충성을 확인한 듯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다 슬그머니 잠든 차식은 다시 깼을 때 변기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큰일을 본 후 당연히 지독한 냄새를 예상했던 차식은 달콤한 향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커피 체리가 뱃속에서 어떻게 발효된 것인지 구운 곡물의 은은하고 달콤항 향이 차식의 배설물에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차식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 원석을 건져 올렸습니다.

다음날 차식은 고교 동창인 동석의 가게 '에스프리 커피 공방'을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것을, 새로 구한 원두라고 속이고 감정을 부탁했습니다.

동석은 어디에서 구한 코피 루왁이냐면서 자신에게 독점으로 팔라고 제안했습니다. 

코피 루왁, 일명 고양이똥 커피로 불리는데, 인도네시아어로 커피를 뜻하는 코피와 긴꼬리 사향고양이를 의미하는 루왁이 결합한 이름입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난 뒤 배설한 씨앗을 햇빛에 말려 볶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커피를 말합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지인에게 선물받았는데, 아무리 맛이 좋아도 비위가 약한 탓에 마시질 못했습니다. 모르고 마실 수는 있지만 알고는 도저히...

암튼 차식은 공교롭게도 사향고양이가 되어 코피 루왁을 생산하게 되었고, 그걸 구입한 동석의 커피 공방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소설 내용도 놀랍지만 <루왁 인간>이 JTBC 드라마 방영 예정이라는 소식에 더욱 놀랐습니다.

차식의 삶은 노예처럼 모멸감의 연속이었는데, 그의 뱃속을 거쳐간 커피 체리는 코피 루왁으로 재탄생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칭송받았으니... 참으로 기막힌 똥 복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의 무게>는 조선을 점령하기 위해 간파쿠(천황을 보좌하며 정무를 총괄하는 일본 최고위 관직)의 명령으로 떠난 원정군의 이야기입니다. 남원성에 도착한 원정군 중에는 종군 승려 묘겐 明元 과  나오야  直哉 가 있었습니다. 그 중 나오야는 어린 아시가루(평시에는 잡역에 종사하고 전시에는 보졸로 뛰던 일본 전국시대의 졸병)였습니다. 두 사람은 부산포 법회에서 처음 만났고, 당시 나오야는 노승의 설범에 큰 감동을 받았고, 묘겐은 어린 아시가루의 단단한 신앙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노릇입니다. 일본은 종군 승려를 전쟁에 보내어 사무라이들에게 전투의지를 불태우는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지난번 법회에서 묘겐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만이 전쟁터의 유일한 진실이오."라고 말했습니다. 묘겐의 그 말이 나오야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오야는 할머니의 불심을 새긴 터라 살생을 하지 않고, 시체를 찔러대거나 죽은척 숨으면서 자신의 불심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앙과 맹신은 한끗 차이였으니...

당시 일본군들의 끔찍한 만행 중 죽인 조선인의 시체에서 코만 베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간파쿠의 명령으로 각 부대마다 살해해야 할 적의 수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그 수를 세기 위해 코만 잘라 담은 상자가 태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간파쿠는 코 상자를 헤아리며 코의 냄새를 맡고, 매만지며 심지어 맛보기까지 했는데, 이는 전쟁의 치열함을 느끼는 그만의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악마의 만행.

나오야의 순수하지만 맹목적인 신앙과 승려 묘겐의 인간적 고뇌가 잘 드러난 이야기였습니다.


<쿠오바디스>, <먼지를 먹어드립니다>, <강남 파출부>까지 소재와 전개와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점에서 모두 인상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단편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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