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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힘들 때 시』는 로저 하우스덴이 선물하는 10편의 시가 담긴 책입니다.
로저 하우스덴은 "시에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라고 말합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고 몇 주가 지났을 즈음에, 도시의 모든 벽마다 시가 적혀 있었던 진풍경을 보았을 때...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시의 영향력을 충분히 경험했노라고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시에는 읽는 이의 마음속에 불씨를 피우는 힘이 있으며, 위대한 시는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한다고.
저 역시 삶의 무게를 느끼는 나이가 되고나서야 시의 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저 아름다운 시어에 반했다면 지금은 시 속에 담긴 삶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는 나를 대신하여 아파하고, 사랑하고, 슬퍼해주는 존재 같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있다가 시를 만나는 순간 쏟아져 내리는 듯...
감정이 소나기처럼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누구라도 평생 단 한 번도 시를 읽어 본 적이 없다면 부디 이 책을 읽어보기를.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대한 시를 읽는 순간 진짜 자신의 삶과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테니.
이 책에는 10편의 시와 그 시에 대한 로저 하우스덴의 해설 그리고 시인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 매기 스미스의 <좋은 뼈대>
♡ 엘렌 배스의 <내 말은 말야>
♡ 콘래드 에이킨의 <말다툼>
♡ 윌리엄 스태포드의 <자유로움>
♡ W.S. 머윈의 <반짝이는 빗방울>
♡ 잔 리처드슨의 <빛이 오는 방법>
♡ 웬델 베리의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 잭 길버트의 <변론답변서>
♡ 나짐 히크메트의 <이쪽 길입니다>
♡ 마리 하우의 <수태고지>
그 중에서 엘렌 배스의 <내 말은 말야>라는 시가 가슴에 꽂혔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기는 그 시를 옮겨 적는 것으로 대신하였습니다.
깊은 슬픔이 나를 숨막히게 하고, 무겁게 짓누를 때...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살면서 가장 큰 상실감과 슬픔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인과 작가>라는 잡지사 인터뷰에서 앨렌 배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 시를 쓰는 일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시를 쓰는 일이 저에게만큼은 그녀를 추모하는 어떤 예식이나 예배보다도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발견했거든요.
...
제가 시를 쓰는 비결은 삶이 가져다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물론, 살면서 그렇게 하기란 정말 쉽지 않지요.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들 중, 우리가 바라던 일과 바라지 않던 일을 똑같이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시를 통해서는 제가 그렇게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게 정말로 헤어날 수 없는 시의 매력인 것 같아요." (47p)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권의 시집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저 하우스덴의 말처럼 시는 언어로 이루어진 마법의 주문 같아서, 우리의 눈을 뜨게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 놀라운 세계로 초대합니다.
『힘들 때 시』는 아파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내 말은 말야 The Thing Is
- 엘렌 배스 (Ellen Bass , 1947 - )
삶을 사랑하려면, 심지어 당신이
별로 내키지 않을 때조차 그것을 사랑하려면
당신이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마치 타버린 종잇조각처럼 당신 손에서 부스러져
목구멍에까지 쌓이고 쌓여
깊은 슬픔이 당신 옆에 앉아, 마치 열대 지방의 열기처럼
숨을 막히게 하고, 무거운 물처럼 짓누를 때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을 쉬어야 할 듯
깊은 슬픔이 마치 몸의 일부가 된 듯 당신을 무겁게 할 때,
줄지는 않고, 오히려 더 커져가는 슬픔에
머릿속엔 내가 이것을 어떻게 버틸까? 라는 생각뿐
그러다가 문득, 당신 삶을 두 손으로 붙들고
양손 사이에 있는, 매력적인 웃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얼굴을 향해
당신은 말한다. 그래, 내가 감당할 거야
삶을 다시 사랑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