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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모르는 고통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소설...
요즘들어 소설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부질없는 것이 '만약에...'라는 상상이겠지만 소설은 너무도 생생하게 그 '만약에...'를 그려내고 있어서 몰입하게 됩니다.
평상시였다면 절대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비극이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거부할 틈 없이 그 모든 비극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 다다시가 실종되었습니다.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여겼는데, 뉴스에서 도자와시의 사건이 보도되면서 불안해졌습니다.
"... 사이타마현 도자와시 시내도로에서 시멘트 블록 위에 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차에 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여러 명이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근처 주민들이 목격했고,
출동한 경찰이 차를 조사하자 트렁크에서 비닐 시트에 싸인 젊은 남성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시신 상태를 통해 남성이 어떤 사건에 연루돼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라진 남성들의 행방을 차주 조사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68p)
다다시는 부상으로 학교 축구 동아리를 그만 둔 이후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목표를 잃어버린 것처럼 살며 공부에도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아빠 가즈토가 잔소리를 할라치면 다다시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납니다. 엄마 기요미는 아슬아슬한 아빠와 아들 사이에서 늘 다다시 편을 들어줍니다.
다다시의 여동생 미야비는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범생이라서 오빠의 반항에 슬쩍 딴지를 겁니다.
"다다시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분명 훌륭한 어른이 될 테니까." 기요미는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러자 가즈토 역시 "그럼 다행이지"하고 중얼거렸고,
미야비는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걸"하고 오빠를 놀리듯이 말했다.
오로지 다다시만 홀로 심기가 불편한 것처럼 앉아 말없이 밥만 먹었다. (35p)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 가족의 풍경만으로는 다다시가 어떤 아이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사춘기 남자애는 시한폭탄 같아서 언제 어떻게 터져도 모를 일이니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다고 여기고, 아빠들은 반항하는 아들을 불만의 눈초리로 보기 마련이니까.
만약에 도자와시의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다다시는 그저 옆집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트렁크에서 발견된 시신이 다다시와 평소에 어울리던 친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실종된 다다시는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맙니다.
아직 사건 수사 중인데도 온라인에서는 추측성 글들이 퍼지면서 다다시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비난이 쏟아집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을 때 사건의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경찰 조사와 언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 ... 내 일이 아닐 때는 관람객처럼 시시콜콜 떠들어댔는데,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상황을 알게 되니 너무나 끔찍합니다. 시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용의자 가족에게 사회가 이토록 냉정했다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당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나 역시 냉정하게 돌멩이를 던지는 축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빠 가즈토는 아들의 무죄를 믿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래야만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인자 아들을 둔 아빠는 사회에서 생매장되니까. 하지만 무죄는 곧 다다시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엄마 기요미는 아들의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범인일지라도 살아만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동생 미야비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주변에서 던지는 돌멩이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다다시의 가족이 처한 비극은 무엇을 염원하든지 불행한 결말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는 이런 비극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그들에게 함부로 돌멩이를 던져서는 안 됩니다. 꿈꿀수록 쓰라린 염원을 품어야 하는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므로.
"... 과연 이런 사건을 겪고 불행하지 않을 가족이 있을까요?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저는 가해자, 그리고 가해자 가족도 모두들 엄청나게 불행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만은 알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사건이라는 거예요." (3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