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화가 나 앵그리 리틀 걸스 1
릴라 리 지음, 노은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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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집에는 앵그리 리틀 걸이 살고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졸립다고 화내고, 밥 먹으면서 밥맛이 없다며 화내고... 모든 게 다 화나는 것들 투성인가봐요.

상쾌한 새 소리 대신에 앵그리 리틀 걸이 화내고 투덜대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돼요. 한때는 귀여운 소녀였는데...아~ 옛날이여~~

<난 오늘도 화가 나>라는 책을 보고, 깔깔 웃음이 났어요. 세상은 넓고 앵그리 리틀 걸도 많네요.


저자 릴리 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2세 배우 출신 만화가라고 해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킴이 등장하는 <앵그리 리틀 아시안 걸>을 처음에 그렸다가, 훗날 킴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바로 이 책 <앵그리 리틀 걸스>를 그렸대요.

자, 등장인물을 소개할게요.

주인공 킴은 '앵그리 리틀 걸'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한국계 소녀예요. 툭 하면 화를 내요. 꼭 누구처럼 ㅋㅋㅋ

데보라는 불만 공주예요. 예쁘고, 부잣집 딸이고, 뭘 입어도 귀엽고, 헤어스타일도 멋져요. 그야말로 부족한 게 하나 없는데 맨날 불만이에요.

마리아는 라틴계 자유 영혼 소녀예요. 생각이 비정상이라고 보면 돼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꼭 뒤집어 봐야 직성이 풀린다나 뭐라나. 한 마디로 못 말리는 괴짜예요.

완다는 참신하고 엉뚱한 친구예요. 세상에 눈도 깜짝 않고 돌직구를 던지는 친구랄까. 근데 솔직히 너무 얄미워서 막 패 주고 싶은 스타일이에요.

자일라는 우울 소녀예요. 도무지 세상의 밝은 면은 볼 줄 모르는 아이에요.

이 여사는 킴의 엄마예요. 이분이야말로 오리지널 앵그리 걸, 즉 심통 맞은 갱년기 아줌마예요. 근데 이 여사는 자기 딸이 왜 툭 하면 버럭하는지 도통 몰라요.

브루스는 데보라의 남동생이에요. 그냥 답답하고 맹해요.

패트는 해맑은 소년이에요. 너무 해맑아 탈이라면 탈!  여자애들이랑 스스럼없이 잘 놀아요.

해님은 그냥 하늘에 둥실 떠 있다가 가끔 마리아가 말을 거는 대상이에요.

츄이는 닭이에요. 수다스러운 수탉~

고양이 퍼시 군과 강아지 팻시 양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말하자면 반려동물계의 로미오와 줄리엣!

일단 그림체가 완전 귀여워요. 동글동글 깜찍한 외모의 소녀들이 참으로 각양각색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도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과 닮은 소녀를 발견할 거예요. 그 소녀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솔직히 저는 이 여사를 보면서 '혹시 나?'라고 느꼈거든요. 주절주절 잔소리할 때 ㅋㅋㅋ

킴이 화를 내는 이유는 뭘까요?


"웃어, 그럼 세상은 너를 비웃을 거야.

울어, 그럼 너 혼자 울걸!"    


"나는 불만이야, 고로 나는 존재해."


가만히 하루를 돌아보면 킴 못지 않게 화를 냈던 것 같아요. 왜 화가 났는지 그 이유는 생각나지 않고, 그냥 화냈던 것만 기억나네요.

화내는 건 나쁜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킴의 말처럼 가끔은 화내는 나를 통해 존재감을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왜 화를 내냐고 묻는 대신 어떻게 화를 풀어볼까 라고요. 킴도 무작정 화만 내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화를 풀어가고 있어요.

다섯 명의 소녀와 두 명의 소년 그리고 이 여사까지... 세상은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앵그리 리틀 걸스>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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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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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새벽만 되면 열이 38.2도까지 올라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매주 신약이 출시돼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어요."

미클로스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부서졌다. 그 일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났기 때문에 그로서는 돌아볼 시간조차 미처 없었다.

모든 걸 뒤집어엎는 지진 같았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게 부끄러워서 그는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마르타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돌렸다.

"당신은 끔찍한 시련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어요. 그래요, 살아남았어요, 미클로스.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아요. 이제 이 순간만 극복하면 목적지가 나타날 테니까요."  (141p)


<새벽의 열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헝가리의 유명 감독 가르도시 피테르의 부모님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벽장 맨 밑바닥에 보관된 편지다발을 50년만에 꺼냈고, 갇혀 있던 두 사람의 놀라운 과거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기적 같은 사랑으로 태어난 아들이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미클로스가 스웨덴의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다가 폐결핵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됩니다.

스물다섯 살 미클로스는 이제 겨우 살아났는데, 의사로부터 다시 죽음의 선고를 받았으니 그 충격이란...

새벽만 되면 열이 나는 증상은 마치 촛불처럼 그에게 남아 있는 생명의 열기였는지도 모릅니다.

미클로스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살아있음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결혼을 결심합니다.

누구랑 결혼할 것인가... 그는 먼저 스웨덴 난민 등록 사무소에 부탁하여 자신처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117명에 달하는 헝가리 여성들의 이름과 주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 차례대로 편지를 썼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이틀인가 사흘 뒤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만 다를 뿐, 편지 내용은 다 똑같았는데도 그는 묵지로 편지를 복사하지 않고 일일이 정성껏 썼습니다. 드디어 117개의 봉투에 우표를 붙였습니다.

117통의 편지를 받은 여성들 중 답장을 보낸 사람은 열여덟 명이었고, 그 중 한 명이 릴리였습니다. 열여덟 살인 릴리는 신장에 통증을 느껴 의식을 잃는 바람에 재활센터로 실려왔고,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친구가 된 주디트가 편지를 보낸 젊은 남성에게 최소한의 동정심으로 답장을 하라고 설득하는 바람에 편지를 썼던 것입니다.


"친애하는 미클로스!

어쩌면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을 닮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전 데브레센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한 살 때부터 부다페스트에서 컸거든요.

그렇긴 하지만 전 당신을 자주 생각했답니다. 당신이 쓴 편지의 직설적인 어조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당신과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기로 결심했답니다.

... 저에 관해서 딱 한마디만 하겠어요. 전 잘 다려진 바지나 정성들여 빗질한 머리에는 혹하지 않아요.

저를 매혹시키는 건 오직 그 사람의 인간성뿐이거든요."   (28-29p)


사실 릴리도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침대에 꼼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살고 싶은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답장을 썼습니다.

그 마음이 편지에 담겨 있었던 건지 미클로스 역시 릴리의 답장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오직 릴리에게만.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합니다. 사랑의 힘은 기적처럼 미클로스의 몸을 치유합니다. 이제 새벽마다 몸열기를 잴 필요가 없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보여준 미클로스와 릴리의 사랑은 홀로코스트를 이겨낸 희망의 증거이기에 더욱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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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라
L.S. 힐턴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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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것에 더 끌린다면...

<마에스트라>는 L.S. 힐턴의 장편소설이며, 빨간 표지 뒤에 빨간 스티커로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자는 1974년 영국에서 태어나 파리와 피렌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으며 미술 평론가, 큐레이터로도 활동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이 소설의 주인공 주디스는 브리티시 픽처스라는 미술품 경매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0대 시절 미술관에서 우연히 브론치노의 「시간과 사랑의 알레고리」라는 작품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미술사를 공부하게 됩니다.

그때는 어떤 작품인지도 몰랐지만 빛나고 뒤엉킨 그림 속 색채를 본 순간 내면의 욕망을 발견합니다.

주디스는 난생처음, 그 작품의 아름다움이 주는 충격에 빠진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못 가졌는지 처음으로 깨우쳐 준 감각이었다.

나는 그 느낌이 싫었다. 불현듯 내가 아는 모든 것이 추하게 보인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신비로운 이끌림과 유혹으로 점철된 그 감정의 근원이

그 그림에서 나를 향해 환하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도 싫었다."   (44p)


공교롭게도 주디스는 미술품 경매소에서 3년간 일하면서 자신의 근면함과 해박한 미술 지식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음을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부서의 차장인 로라의 심부름을 하느라 직원 회의에 불참했는데, 도리어 잔소리를 듣는 억울하고 황당한 경우가 다반사... 거기다가 월급도 많지 않으니 이래저래 힘듭니다.

미술계는 억만장자의 놀이터가 되면서 고상한 잠에서 깨어난 주디스.

그러다가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고교동창 린을 만나면서 린이 일하고 있는 고급 술집 크슈타트 클럽에서 부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호기심으로 찾아간 주디스는 로런이라는 가명으로 일하면서 제법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주디스의 단골 손님인 제임스는 엄청 뚱뚱한 중년 남성으로 매번 술은 마시지 않지만 비싼 술을 주문하고, 대화만 나누다가 테이블에 5백 파운드를 놓고 갑니다.

한편 경매소장 루퍼트는 조지 스텁스(1724~1806 : 말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 화가)의 작품 한 점이 들어왔다면서 단독 경매 이벤트를 열기로 하는데, 주디스는 그 작품이 위작이라는 증거를 찾은 대가로 해고를 당하고 맙니다.

위기에 처한 주디스는 돈 때문에 제임스와 함께 남프랑스 여행을 가면서 린도 데려갑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성적인 묘사 장면만 수위 조절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처음 시도한 에로틱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서 더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합니다만 그녀의 변신을 지켜보는 짜릿함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주디스가 언급했던 화가와 작품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발견!

이 화가의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가 주는 섬뜩함의 정체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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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배윤민정 지음 / 푸른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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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이따위 속담을 아직도 떠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절대로 읽지 마세요.

책이 아까우니까. 그리고 저 속담은 진즉에 국어사전에서 삭제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는 배윤민정 님의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과정은 험난하였으니...

유별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였음을 깨닫기까지.


"우리 모두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이라는 호칭 대신 이름에 '님'자를 붙여서 불러보면 어떨까요?"

모든 것은 나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11p)


결혼은 낭만과 거리가 먼 현실이라는 말,

아마도 결혼한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는 '그깟 호칭'일 수 있지만 그 호칭으로 시작된 가족간 갈등을 보면서 그 심각성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만약 호칭이 별 게 아니었다면 이토록 시끄럽지 않았을테니까.


"너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 문제 없잖아?"  (168p)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평화'가 고작 약자의 희생과 침묵을 강요한 결과였다면 강력히 거부합니다.

저자의 투쟁기를 보면서 뜬금없이 동화 <인어공주>가 떠올랐습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마녀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팔고, 두 다리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왕자는 말 못하는 인어공주를 그냥 예쁜 인형 취급합니다. 인어공주의 언니들은 마지막으로 왕자의 목숨을 끊고 저주를 풀라고 조언하지만, 인어공주는 끝까지 왕자를 위해 거품으로 사라집니다. 비극적 결말이 싫기도 하지만 인어공주의 태도가 가장 못마땅합니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동화에서 주목할 점은 인어공주가 본연의 모습을 버리고 인간이 된 순간 목소리를 잃었다는 점입니다. 왕자가 인어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인어공주의 사랑은 혼자만의 착각일 뿐입니다. 서로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이 동화가 주는 교훈을 제대로 알려주려면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먼저 자기 자신부터 사랑해야 한다는 것과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저 아름다운 인어공주의 사랑 이야기로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윗사람 아랫사람이 문제라면 내가 제일 아랫사람 할게. 그러면 된 거 아니야... "

"지금 제가 윗사람 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세요? 

제가 겪은 일이 차별이고 폭력이기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요."   (200p)


남편의 아버지가 일을 무마하기 위해서 자신이 제일 아랫사람을 하겠다는 말이 너무나 억지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정상 가족'의 이미지 속에는 가부장이라는 위계 질서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 집안의 가장이며 최고권력자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닌 사생활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윗사람 아랫사람,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흔히 들었던 그 말이 얼마나 인권 유린이었는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달았습니다.

부부 관계가 평등하듯이 부모와 자식도 평등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간입니다.

평등하다는 건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위계와 서열이라는 야만스러운 행태로 평등을 짓밟고 있었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속담 역시 다르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미꾸라지는 치열하게 움직이는 것이 마땅하고, 그로 인해 물은 산소가 공급되어 더욱 맑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의 투쟁기는 혼탁한 우리 사회를 맑게 만드는, 유의미한 도전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우리의 문제니까요.


"이제 내가 말한다. 당신들이 들을 시간이다."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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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웨덴에서
엘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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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뻐요.

첫눈에 반한 책이랄까.

예뻐서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나의 스웨덴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엘리 님이 쓰고 그린 책이에요.

어느날 남편을 따라 스웨덴으로 이주하게 된 엘리 님의 이야기예요.

스스로 이 책을 "스웨덴에서 갓 태어난 이방인의 관찰 일기이자 낯선 시간에 대한 아주 사적인 기록"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스웨덴의 이미지는 대부분 긍정적인 것들이 많아요.

스웨덴의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양성평등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 기타 등등

그러나 엘리 님은 그 모든 장점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를 찾았다고 해요.

그건 바로 아무리 완벽한 곳이라 해도 나의 모국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우리 아빠, 엄마 그리고 오빠가 없다는 것.

사랑하는 남편 헨케가 곁에 있지만, 스웨덴에서 자신은 외국인, 이방인이라는 것.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고.

마음 한편에 늘 시린 빈 공간을 내어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 님의 일상이 담긴 이 책은 참 예쁘고 따뜻해요.

일상의 사진들이 그야말로 잡지 한 컷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에요.


스웨덴에서 살면서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무슨 영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슬픈 일이 있어도 너무 슬퍼하지 않고, 기쁜 일이 있어도 너무 들뜨지 않고, 좋은 일이 있어도 자랑하지 않고, 화가 나도 분노하지 않는대요.

엘리 님이 만난 사람들은 물론이고 드라마에 나오는 연기자들까지 침착하다는 거예요. 한두 명도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성향이라는 건 어떤 문화적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알아봤더니 "얀테라겐"이라는 생활 규범이 있더래요. 우리나라엔 "얀테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규범인데, 천구백 년 초반부터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통용되어왔대요. 그 내용이 신기해서 저도 적어봤어요.

 

    얀테라겐    (155p)

1.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5.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6.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7.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무엇이든 더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8.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

9.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더 배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 다른 사람들을 내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1980년대에는 얀테라겐이 너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옌테라겐'이라는 새로운 생활규범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용은 얀테라겐과 같지만, 긍정적인 어투로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얀테라겐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은

옌테라겐에서 "나는 좋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좋은 사람들이다."라고 표기되는 식이다.


이러한 규범은 겸손과 배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이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중용의 자세라고 볼 수 있어요.

한국인 기준으로 볼 때는 너무 점잖아서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문화적인 배경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렇듯 엘리 님은 스웨덴에서 사람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 같아요.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에 놀라거나 걱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여기에 딱 맞는 설명을 해주고 있어요.


●● 스웨덴의 작가이자 우리나라에는 『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야기로 만든 어린이 드라마가 있다.

「우리는 살트 크로켄에 살아요」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에 나오는 한 등장인물은

아침에 장대비가 쏟아지는 걸 보며 날씨가 나쁘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나쁜 날씨가 아니라 다른 날씨가 있는 것뿐이에요."     (194p)


<나의 스웨덴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로 채워가는 행복을 만날 수 있어요.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작은 그리움과 외로움조차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내는 엘리 님.

그 예쁜 마음을 책에 잘 담아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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