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탐구 생활
게일 피트먼 지음, 박이은실 옮김 / 사계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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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십 대 딸애 덕분이에요.

처음에는 매사 불만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쟤가 사춘기라서 그러나?'

그런데 아이의 생각을 자세히 듣다보니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정당한 분노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페미니즘이 뭔지 몰라도 아이는 이미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페미니즘 탐구생활>은 페미니즘의 기초를 다룬 입문서 라고 해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누구라도 읽을 수 있어요, 아니 읽어야 할 책이에요.

저자는 페미니즘을 아주 커다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다양한 도구들 중 하나라고 설명해줘요.

페미니즘이라는 도구는 성차별주의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확대해줘요. 또 성차별주의가 눈앞에서 그 못된 머리를 치켜들 때 바로 걸러낼 수 있도록 도와줘요.

그래서 십 대부터 페미니즘이라는 도구를 쉽게 접할 수 있어야 일상적인 성차별에 맞설 수 있어요.

자신의 페미니스트 도구 상자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거예요.

특히 <바로 해 보는 페미니즘> 코너는 페미니스트 의식을 발달시킬 수 있는 주제의 내용들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 1에서 10까지 범위를 잡았을 때 (1은 "전혀 화나지 않는다"이고 10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정도로 화가 난다")

    얼마만큼의 분노가 느껴지나요?  그다음은 분노에 인격을 불어넣고 그것과 대화를 나눠보는 거예요.

● 학교에서 친구들과 과학 교과서를 가지고 해보는 놀이에요. 교과서에서 여성 과학자들을 찾아보세요.

● 십 대들이 할 수 있는 사회적 활동 목록을 보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실천해보세요.

● 경계 없이 무엇이든 해보기 (ex. 자동차 바퀴 교체

● 성교육 수업안을 기획해보기

● 영화 <슈퍼맨>을 여주인공 로이스 레인의 관점에서 쓰면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일상에 스며든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줘요.

사람은 하나의 통합체예요. 통합체는 광범위하게 중첩되는 여러 정체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교차적으로 접근해야 한 사람의 통합적 인성이 각각의 정체성으로 쪼개져서 인식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어요. 통합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을 여러 정체성으로 조각조각 나누어 인식하는 것은 편견이자 억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 정체성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교차적 접근은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동성애 혐오증, 계급 억압이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억압 체제를 해체할 것을 요구해요.

데비 스톨러는 '소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대중화 시킨 인물이에요. 뜨개질, 바느질과 같은 일들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해 왔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금지 활동으로 치부하는 문제를 지적한 거예요. 소녀 페미니즘은 전통적으로 여성적인 활동이라고 여겨져 온 것들의 가치를 높이 재평가하고, 여성의 일에 가치를 두며, 성에 관한 실험과 여성적 표현을 표용하고, 공예 분야에서의 여성의 역사를 존중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요.

또한 미디어의 성 상품화로 인해 여성의 미적 기준을 날씬하고 예쁜 모델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십 대 소녀들은 모델과 비교하며 잘못된 기준을 따를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성교육뿐 아니라 올바른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페미니스트는 화장, 염색, 치마와 하이힐 등 예쁘게 꾸미는 건 금지해야 되나요?  아니오, 그건 그 여성의 선택이에요. 우리 모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어느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성 소수자는 성 정체성을 가리키죠. 그에 견주어 퀴어는 정치적 정체성이에요. 퀴어 정치와 페미니즘은 많은 부분이 겹쳐요. 퀴어 페미니시트는 (그리고 일반적인 퀴어 활동가는) 공통적으로 민중과 공동체에 토대를 둔 게릴라식 운동에 참여해요. 이들의 활동은 다름의 가치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를 구현한 거예요.

대다수 사람들은 페미니스트 가치를 받아들이면서 정작 자신에게 그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저 역시 페미니즘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저자는 우리에게 먼저 "나는 세상을 바꾸는 멋진 페미니스트야!"라고 말하기를 제안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말할 때 그 힘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오늘 할 수 있는 26가지 ABC 페미니스트 활동>이 나와 있어요.


Act = 행동하기, 억압에 저항해 행동하세요.

Boycott = 지지하지 않기, 반페미니스트적이고 억압적인 관행을 보이는 사업이나 기업을 지지하지 마세요.

Challenge = 이의 제기하기, 성별 가정과 기대에 이의를 제기하세요.

Do =  하기, 두려워서 못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날마다 하나씩 하세요.

Educate = 교육하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여성의 역사, 여성 운동, 지구적 여성 사안들에 대해 교육하세요.

...

EXpect = 존중하기, 그 무엇도 아닌 자신을 존중해 주세요.

Yell =  소리 지르기, 소리 질러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Zap = 해치우기, 성차별주의를 여러분이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 해치워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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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의 설계 - 넘치는 정보를 내것으로 낚아채는 지식 탐구 생활
호리 마사타케 지음, 홍미화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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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고민은 고3 학생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쭉 -

고민한다는 건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知적 생활의 설계>는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으로 그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그 해답을 한 마디로 정리해줍니다.


"지적 생활로 10년 후의 인생을 설계하라!"


이 책에서 이루려는 목표는 생활 속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 인생을 장기적으로 개척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자신의 일상을 '지적 생활'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지적 생활이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많은 양의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쓸 수 있는 정보의 편집 능력이 중요합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정보의 편집 능력은 주어진 일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발상 능력이며, 자신만의 정보 정리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 교양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강하게 끌리는 주제나 취미 등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즉 '지적 생활의 설계'는 지금 즐거운 일을 축적해서 앞으로 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로 살아가는 일종의 사고방식입니다.


60년 동안 쓴 일기를 공개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태생의 미국 소설가 아나이스 닌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이 되는 세상의 의미 따위는 없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개별적인 의미와 줄거리를 부여한다.

한 사람이 하나의 소설, 하나의 책인 것처럼."   (33p)


이 책은 '10년 후를 목표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줍니다.

저마다 목표는 다르겠지만 지적 생활을 설계하기 위한 방법은 동일합니다.

1) 나만의 지적 축적을 설계하라

2) 개인적인 공간을 설계하라

3) 발신의 장소를 설계하라

4) 지적인 재정을 설계하라

5) 작은 라이프워크를 만들어라


구체적인 지적 축적의 사례가 나와 있어서 현재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적 축적을 위해 매일 2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일 실행할 수 있도록 무리한 목표보다는 기본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정보 정리와 정보 발신에 관한 전략을 알려줍니다.

지적 생활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생활 습관과 도구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중 시간관리법을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누어 설명해준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자신이 어느 쪽인가 하는 문제는 양쪽 모두 시험해보고 가장 습관화하기 쉬운 쪽을 고르면 됩니다. 두 가지를 나누는 가장 큰 요소는 저녁이 되면 집중력이 흩어지는지의 여부입니다. 저녁형 인간의 생활 계획을 세울 때 주의점은 수면 시간의 확보입니다. 수면 시간의 한계 라인을 정해둬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적 지적 생활이 가능합니다. 지적 축적을 위한 습관으로 매달 일정액의 예산을 나누서 모아두고, 최소한의 지적 투자를 해나가야 합니다. 지적 활동 유지를 위한 부업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건강관리는 매우 중요하므로 건강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하루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지적 생활의 설계'라는 점에서 나의 욜로 실천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든 축적된다면,

당신은 이미 '지적 생활' 중입니다."    (2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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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 - 좋은 싫든 멈출 수 없는 뻘짓의 심리
피터 홀린스 지음, 서종민 옮김 / 명진서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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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혼자 가슴을 쳐봐야 돌이킬 수 없는 노릇.

답답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실수를 털어놓는, 또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 다음에야 깨닫게 돼요.

'내가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 건 맞지만 너한테 바보 소리 듣기는 싫거든!'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는 우리가 왜 뻘짓을 하는지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책이에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의 뇌는 중대한 흠결을 갖고 있다. 그래서 최적에 미치지 못하는 결정을 하며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오류와 실수를 범하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뇌는 우리를 이른바 '뻘짓'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듯 흠결 있는 뇌 덕분에 '뻘짓'을 일삼는, '바보 아닌 바보들'을 위해 쓰여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뇌에 흠결이 없어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굳이 읽을 필요 없는 책이다."  (15p)


일단 우리가 저지르는 수많은 오류와 실수를 깔끔하게 '뻘짓'이라고 정리한 점이 재미있어요.

바보 같은 짓, 허튼 짓, 쓸데 없는 짓을 모두 아우르는 뻘줌한 짓, 뻘짓.

영어로는 vein effort , 불교적  용어로는 도로 아미타불, 즉 나아지려고 애썼으나 별 효과 없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왜 자신의 이익이나 가치에 반하는 뻘짓을 하는 경우가 많은지를 유명한 심리 실험으로 설명해줘요.

제목을 "나는 나의 뻘짓이 두렵다!" 라고 붙였네요. 나의 뻘짓이 두려워서 결론적으로는 뻘짓을 하는 모순된 상황들.

애시의 순응 실험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명백하게 틀린 답이지만 다수가 선택하면 따라가는 '순응'을 보여줘요. 애시의 말을 빌리자면, "사회적 압력이 순응을 만드는 경향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상당한 교육을 받은 선의의 젊은이들도 흰색을 가리켜 검은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해요.

밀그램의 복종 실험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권력의 노예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줘요. 밀그램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내면을 유지하는 동시에 극악무도한 행동을 자행할 수 있는 이유를 이 실험을 통해 밝혀냈어요. 잔혹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이 실제로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에요.

악명 높은 스탠퍼드 감옥 실험도 밀그램 복종 실험과 똑같은 결과를 보여줘요.

애시, 밀그램, 짐바르도가 행한 이 세 가지 실험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 여기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자유의지에 너무나 자주 엇갈린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자유의지는 가끔씩 뻘짓을 통해 그 존재감을 보상하는 거라고 해요.

그 중 최악의 뻘짓은 자기방어에 휘둘린 뻘짓이에요. 9가지 방어기제(부정, 주지화, 합리화, 투사, 전위, 반동 형성, 퇴행, 억압, 승화) 중 가장 잘 알려진 부정, 주지화, 합리화는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에 해로워요. 우리 몸을 방어해야 할 상황에서는 직접 움직이지만, 마음을 방어해야 할 상황에서 주변 세상을 바꿔버리는 거예요. 현실 왜곡의 뻘짓은 반드시 피해야 해요.


브레인 파트 Brain Fart , 즉 뇌 방귀라는 말을 아시나요?

말을 하던 도중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는 현상, 그 순간 뇌 방귀를 경험한 거래요.

신경학자들은 생각의 맥이 갑자기 끊기는 현상을 연구하다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대요.

뇌가 방귀를 뀌기 대략 30초 전, 집중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흘러들어가는 혈류가 갑자기 감소한대요.

이것은 우리의 뇌가 집중하거나 주목할 필요가 없는 활동을 할 때 자동조종 모드에 돌입한다는 의미라고 해요. 이는 중요한 일들을 위해 정신적 자원을 아껴놓는 일이기도 해요. 뇌는 집중할 필요가 없을 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효율적인 관리를 하는 거예요. 따라서 뇌 방귀 때문에 스스로 바보라고 자책하거나 우울해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뇌에게 자꾸 일하라고 시키니까 뇌도 나름의 꾀를 부린 거예요.

저자의 말처럼 심리학을 알면 알수록 인생의 모든 일이 '뇌를 상대로 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뻘짓을 후회하는 대신에 뻘짓을 잘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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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뉴욕 간다 - 40년 뉴요커에게도 항상 새로운 뉴욕, 뉴욕
한대수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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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뭔가 마법의 단어 같기도 해요.

어찌보면 그냥 도시 이름일 뿐인데,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들어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뉴욕 뉴욕"이라는 팝송이에요.


<나는 매일 뉴욕 간다>라는 책 제목과 함께 "40년 뉴요커에게도 항상 새로운 뉴욕, 뉴욕"이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끌렸어요.

늘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그 곳 ~~

그다음에 저자의 이름이 보였어요. 한. 대. 수.

'한국 모던 포크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분,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건 스물두 살 연하의 러시아인 옥사나와 재혼하여 딸 양호를 키운다는 정도.

근데 40년 뉴요커라는 사실은 몰랐어요.

저자는 1958년 여름 처음 뉴욕에 왔고, 뉴욕에서 40여 년, 서울과 부산에서 30여 년을 살았다고 해요.

프롤로그에서 "이제는 인생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내가 살았던 모든 도시들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라고 말해요.

매일 뉴욕에 가면서도 그 뉴욕의 특별함을 잊고 있다가 최근 어떤 기자의 뉴욕 찬사를 듣고 새삼 새로운 얼굴로 뉴욕을 느꼈다고 해요.

우리의 일상이 그러하듯이, 잠시 떨어져서 바라보면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곤 하지요.


이 책은 뉴요커 한대수가 들려주는 뉴욕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그 곳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훌륭한 예술가와 노숙자가 공존하는 도시, 뉴욕의 정체성은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뉴욕 곳곳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뮤지엄과 전시회,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요.

그가 뉴욕의 예술뿐 아니라 교육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나이 59세에 태어난 첫 번째 아이 양호 덕분이에요.

뉴욕에 돌아온 이유도 오로지 딸 양호가 자유롭게 교육받게 해주려던 건데, 과거와 달리 지금 뉴욕의 초등학교는 숙제도 엄청 많이 내주고 경쟁도 심해졌다네요.

양호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숙제가 너무 많다, 세계 최고 교육을 자랑하는 핀란드에서는 숙제를 안 내준다고 말했더니, 선생님 말씀이 지금은 하이테크 사회라서 경쟁이 훨씬 심해졌다고, 그리고 핀란드는 숙제도 없지만 총기 사건도 없다고 했대요. 미국 학교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총기 사건과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남긴 테러 현장,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뉴욕 거리에 구걸하는 노숙자들까지 ... 아메리카 드림은 과거의 이야기인지도...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많은 고통과 돈이 필요한지 처음으로 경험했다고,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환희도.

인류의 역사가 BC(Before Christ)와 AC(Anno Domini)로 나뉜다면, 한대수의 인생은 BY(Before Yang Ho)와 AY(After Yang Ho)로 나뉜대요.

아빠의 딸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그래서 뉴욕을 더욱 냉정하게 바라보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화려하고 멋진 뉴욕 뒤에 가려진 어두운 민낯, 그것도 뉴욕인 거죠.

다양한 뉴욕의 모습을 보면서 뉴욕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이 책을 덮고나니 "오늘이 나의 최고의 날이다(Today is the best day of my life)."라는 말이 뇌리에 남았어요.


생일을 맞았다. 감개무량하다. 양호가 말한다.

"아빠, 진짜 70세야?"

정말 늙었다. 수염도 참 하얗고, 우리 친구 유진 아빠는 41세인데.

그럼 아빠가 100세까지 살면 나는 40세가 되네, 100세까지 살 수 있지?"

"그럼, 문제없어!"라고 답은 했지만 마음이 아프다.  (310p)


청년 시절 뉴욕 최고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같이 일했던 40년 지기들과 모여 잡담을 했다.

"야, 자니. 너 묘비명이 뭐야?" 하니

"괜히 왔다 가네. ( What was that all about.)"라고 했다. 한바탕 웃었다. "헤이, 리치. 너는?"

"누가 방귀 뀌었어? ( Who farted? )" 또 한 바탕 웃었다.

내가 "걱정하다가 한평생 지나겠네. ( I worried  to death. )" 라고 하니

두 친구가 "야! 너 아직도 걱정하고 있잖아." 하기에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지난달 뉴욕 타임스 부고란에서 읽은 레이먼드 스멀리언 뉴욕 시립대학교 교수 이야기가 기억난다.

그는 97세까지 즐겁게 살다 죽은 수학과 철학 교수였다.

그가 말했다.

"Why should I worry about dying?  It's not going to happen in my lifetime.

(죽는 걸 왜 걱정해?  살아 있는 동안에 죽지 않을 텐데.)"        (3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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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의 그림자 철학하는 아이 14
크리스티앙 브뤼엘 지음, 안 보즐렉 그림, 박재연 옮김 / 이마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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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

제가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이에요.

지금 돌아보면 꽤 얌전한 아이였던 것 같은데(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그 말이 듣기 싫어서 아예 조용한 아이로 변신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막 뛰고 싶고,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그래서 마음 속 어딘가에 뭐든 반항하고 싶은 청개구리가 살았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싫어.' ,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인 거죠.

그때 잠시 우울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는 누구일까...  나는 나 말고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는 없는 걸까... 마법처럼 뿅 사라지면...'


<줄리의 그림자>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줄리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엄지손가락을 빨아요. 머리를 빗거나 목욕하는 걸 싫어해요.

하지만 엄마 아빠는 줄리가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는 걸 싫어해요.

줄리는 몰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해요.


"지금 네 꼴 좀 봐!

좀 조신하게 행동하면 안 되겠니, 응?

얘 때문에 못 살겠네!

여보, 미셸.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줄리, 엄마 말씀이 맞다. 넌 정말 문제야.

늘 거칠게 말하고, 툭 하면 넘어지고

바보 같은 행동만 하다니!

이런 선머슴 같은 녀석!"  


줄리는 더 이상 엄마 아빠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항상 똑같은 이야기거든요.

왈가닥, 천방지축, 말괄량이, 선마슴 같은 녀석!


사람들은 줄리가 줄리답지 않게 머리를 빗을 때만 줄리를 사랑해줘요.

사람들은 줄리가 줄리보다 더 얌전하게 앉아 있을 때만 줄리를 사랑해줘요.

사람들은 줄리가 줄리만큼 떠들지 않을 때만 사랑해줘요.


어느날 갑자기 줄리는 자신의 그림자가 남자아이로 변했다는 걸 발견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 주지 않았지요.

시커멓고 낯선 그림자가 졸졸 따라다녀서 줄리는 지긋지긋해졌어요.

줄리는 그림자와 둘만 있게 되면 온 힘을 다해 도망치려 했어요.

그러다가 줄리는 속이 상했어요.

만일 그 그림자가 진짜 자신의 그림자라면?

어쩌면 줄리는 몸만 여자인 남자아이일지도 몰라요.


줄리는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어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고만 했기 때문이에요.

줄리는 작아지고 싶었어요. 아주아주 작아져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원으로 가서 땅을 파고 그 속에 들어갔어요.

그때 울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났어요. 소년이 말하길, 자신은 속상한 일이 있으면 여기로 와서 운다고 했어요.

이곳에는 놀리는 사람이 없거든요. 여자아이처럼 운다, 생긴 것도 여자 아이 같다는 놀림...

두 아이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다가 깨달았어요.

"... 우리에게는 우리다울 권리가 있어."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어. 그럴 권리가."


정말 대단한 깨달음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의 말을 안 듣는 것도 덜렁대다가 실수하는 것도 모두 나라는 걸 인정해야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줄리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나'를 거부하고 부정하면 진짜 나는 사라지고 말아요.

'나'를 잃어버리면 이 세계는 무의미해져요.

나답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어요.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라는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우리를 옭아매는지 깨달아야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자유로울 수 있어요.

《줄리의 그림자》는 1968년 5월, 프랑스 대학생들이 자유를 찾아 거리로 나왔던 시기에 출간된 어린이그림책이라고 해요.

출간된 지 50년이 넘은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공감하는 걸 보면, 좀더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줄리처럼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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