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 이제야 기억합니다, 여성 독립운동가
북핀 편집부 지음 / 북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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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삼일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서 더욱 뜻 깊은 책이 출간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름은>은 이제야 기억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40인의 이름과 투쟁의 기록을 모은 책입니다.

여성 독립운동가, 그녀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떠오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오늘밤은 별 하나에 그 분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고 싶습니다.

어둡고 참담했던 그 시절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

짧게나마 그 투쟁의 기록을 읽으면서 고개 숙여 그 숭고한 정신을 기려봅니다.

어찌보면 사회에서 가장 약자였던 여성이기에, 그들의 독립투쟁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더 많은 용기와 희생이 필요했을 것이기에.

그 중 허은 지사는 독립군의 식사를 제공하고 군복을 만들어 뒷바라지한 일들이 그간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2018년에야 독립운동가로 서훈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총칼을 들고 싸우지는 않았으나 묵묵히 뒤에서 지원군이 되었던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이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겨우 이름 석 자, 그러나 그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아 기억할 수 없는 애국지사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서 여성 독립운동가 40명의 이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녀의 이름을 이제서야 기억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지만, 지금이라도 기억하며 다시는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 적힌 대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 책의 말미에는 2019년 5월 24일까지 서훈받은 431명의 이름과 앞서 소개한 미서훈 독립운동가 김명시, 이화림, 정칠성, 허정숙 지사의 이름까지 총 435명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항일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는 그 모든 이름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존재합니다.

요즘처럼 아베 정부의 후안무치한 행동을 보면서 이 책이 지닌 의미가 묵직하고 강렬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 강주룡 =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인 노동운동가

★ 곽낙원 = 임시정부의 정신적 지주,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

★ 권기옥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

★ 김락 = 독립운동 명문가의 안주인이자 독립운동가

★ 김란사 = 우리나라 최초의 자비 유학생

★ 김마리아 = "나는 대한 독립과 결혼했소."

★ 김명시 = 장군이란 호칭을 가졌던 유일한 여성 독립운동가

★ 김알렉산드라 = 인간 해방을 꿈꾸던 혁명가, 한국 최초의 공산주의자

★ 김향화 = 나는 기생이 아니라 독립운동가입니다

★ 김현경 = 유관순 열사의 친구이자 공주만세운동의 주도자

★ 남자현 = 임시정부의 여성지도자, 대한 독립을 위해 세 번이나 손가락을 자른 독립운동가

★ 동풍신 =  17살의 나이에 순국한 어린 영웅

★ 박자혜 = 대한제국 궁녀에서 조선총독부 부속병원 간호사, 독립운동단체 '간우회'의 설립자, 단재 신채호의 아내

★ 박차정 = 민족과 여성의 해방을 외치다,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장, 약산 김원봉의 아내

★ 방순희 =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후의 여성의원

★ 부춘화 =  국내 최대 여성 주도 항일투쟁, 제주해녀항일운동의 리더 "모든 일은 나 혼자 했소."

★ 안경신 =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폭탄을 들고 거사에 나서다

★ 안맥걸 =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로, 해방 후에는 경찰로

★ 오광심 = 한국 여군의 효시, 광복군의 맏언니

★ 유관순 = 두려움 없이 당당했던 독립운동가, 2019년 대한민국 여성 최초로 1등급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서훈

★ 윤희순 = 우리나라 최초 유일의 여성의병장

★ 이광춘 = 소녀, 광주학생항일운동의 불을 지피다

★ 이병희 = 이육사의 시를 후대에 전해준 독립운동가

★ 이혜련 = 재미 동포 사회의 대모, 대한여자애국단의 창단 멤버이자 총단장,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내

★ 이화림 = 윤봉길 · 이봉창 의거의 숨은 조력자,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 조선의용대 부녀복무단

★ 이효정 = 종연방적 여공 총파업 주동자, 최고령 여성 독립운동가

★ 이희경 = 하와이 이민 1세 독립운동가

★ 정정화 = 임시정부의 안주인, 회고록『장강일기』(1998)

★ 정칠성 = 조선의 페미니스트, 좌우합작여성항일단체 근우회 집행위원, 광복 후 북한 고위공직자

★ 조마리아 =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이자 스스로 독립운동가

★ 조신성 = 대한독립청년단 총참모

★ 지복영 = 장군의 딸, 직접 전투에 서다, 한국광복군

★ 차미리사 = 여성의 독립이 곧 조선의 해방이다, 현 덕성여자대학교의 전신인 근화학원의 설립자

★ 최용신 = 농촌계몽운동을 이끌었던 여성지도자,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 최은희 = 신문계의 패왕 覇王

★ 최정숙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교육감

★ 허은 = 든든한 지원군으로서의 독립운동가

★ 허정숙 = 자유연애론을 주창한 사회주의계열 여성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

★ 홍씨 = 이름 한 자 온전히 갖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홍씨' 또는 '한봉주 부인'이란 이명으로 기록됨

★ 황에스더 = 대한독립을 위한 작은 밀알, 대한민국애국부인회와 근화회를 조직·활동, 농촌계몽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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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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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은 이제는 골동품이 되어 버린,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일본의 옛이야기 스무 편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무섭기도 한 이야기...

첫 이야기 <유령폭포의 전설>은 짧고 강렬한 공포를 주기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츄고로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에 나왔을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적에 에도의 코이시카와 근처에 스즈키라는 하타모토(에도시대 쇼군 직속의 고위급 무사)가 있었다.

그의 저택은 에도가와 강변에 있는 나카노하시라는 다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스즈키의 부하 중에 아시가루(사무라이 가문에 고용된 하급 보병)인 츄고로가 있었다.

츄고로는 상당한 미남에 영리하고 붙임성도 좋아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 그런 츄고로가 언제부터인가 밤마다 마당에 가로질러 저택을 빠져나가서 동트기 조금 전에야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른 병사들은 이내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 모두 츄고로가 연애하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자 츄고로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몸이 허약해지기 시작했다."  (76-77p)

과연 츄고로는 밤마다 누구를 만나고 온 것일까요?

그 정체를 알고나면, '헉!' 하게 되는 결말이지만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각 이야기마다 일본 민화가 곁들여져서 옛 이야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 고유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하이쿠는 언어적 유희와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즐거운 일도

깨보면 덧없어라

봄의 꿈이여!          (130p)


 이 하이쿠는 "Having awakened, all joy flees and fades ; - it was only a dream of Spring"

"눈을 떠보니 모든 기쁨은 덧없이 사라진다. 그저 봄 꿈이었다"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깨다'는 동사는 '자각하다', '바래다(퇴색하다)'라는 두 가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덧없다'라는 말도 상황에 따라 '덧없이 사라져간다', 또는 '희망도 없고 비참하다'는 이중의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267p)


이 책은 고이즈미 야쿠모(1850~1904)의 대표작 『골동 (骨董 , Kotto)』을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신기한 건 이러한 이야기를 쓴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특이하게도 1896년 일본인으로 귀화한 서양인입니다.

원래 이름은 패트리키오스 레프카디오스(패트릭 라프카디오)라고 합니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그의 인생이야말로 골동기담집에 실릴 만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 이오니아 제도의 레프카다에서 아일랜드인 영국 육군 군의인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나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열아홉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 보이, 야간 경비, 행상 등을 거쳐 저널리스트로 인정 받고, 뉴올리언즈 시대에 엑스포에서 일본 문화를 접한 뒤 그 영향으로 1890년 4월 일본 땅을 밟았고, 일본 여성 고이즈미 세츠와 정식으로 결혼하면서 일본에 귀화했습니다.

이렇듯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작가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신비롭고도 슬픈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고이즈미 야쿠모의 가정생활」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고도 마음의 향수를 달래지 못한 나그네 고이즈미 야쿠모는

마지막으로 또다시 꿈 속을 방랑하며 낯선 나라를 여행했다.

지금 이 슬픈 시인의 영혼은, 조시가야 계곡의 풀이 우거진 묘지 속에,

한 조각 뼈가 되어 묻혀 있다."  (2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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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기억하기
최성철 지음 / 책읽는귀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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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를 배우면서 조선후기 근대사로 들어가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서구 열강과 일본의 침략이라는 역사적 풍랑 앞에 촛불 같은...

그러나 끝끝내 이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만주 벌판의 독립투사들부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숨져간 이름 없는 군중들까지.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는 그 애국지사들을 기억하기 위한 책입니다.

1864년부터 1945년까지 격랑의 세월 80년, 저자는 우리 모두가 그 격류 속을 하염없이 떠다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지켜낸 나라인데, 그 아픔과 분노의 탄식을 잊어서야 되겠느냐고.

우리 안에는 '독립운동 DNA'가 흐르고 있다고.

내일이라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가서 '강만형'에서부터 '황일천'까지, 195명의 선열들 이름을 한 번씩이라도 불러보자고.


이 책에는 열 분의 애국지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립군 명장 지청천, 여걸 항일 독립투사 남자현, 민족의 등불 한용운, 유림골 선비 김창숙, 어린 소녀 유관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회영, 한국의 잔 다르크 김마리아,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 영원한 청년 윤봉길.

그러나 단순히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을 심도 있게 탐구하면서, '내가 만일 그 인물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과 "우리가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면"이라는 상상 속 장면을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며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나 자신을 그 역사에 포함시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가 만일 지청천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 당시의 그런 현실과 맞닥뜨린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처럼 그럴 수 있을까.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

물론, 지청천과 같은 사람이 다수일 필요는 없다. 전 국민이 다 독립투사가 되어 만주벌판으로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속세의 말대로 누구는 외양간을 지켜야 하고, 누구는 빨래하고, 밥을 지어야 한다. 그것도 맞는 이야기다.

... 사람은 사회 각 분야에서 각자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은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서 이끌어지고 전진해 나간다.

그 소수의 엘리트가 정의롭고 올바르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나라와 민족이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선 지청천 장군을 보며 우리는 감동과 함께 삶에 대한 자극과 생각에 대한 격려를 받는 것이며,

그의 삶에 나를 투사해 보는 것이다.

내가 그라면, 나도 그렇게 한번 했을 거라는 마음을 가져보는 거야말로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다."  (42-43p)


오늘도 역사는 흐르고 있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더욱 우리 애국지사들이 몸소 가르쳐준 담대함과 의연함을 기억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에게 문제의식과 민족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근래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직 역사의 심판대 앞에서 서지 않았고, 사죄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를 약자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울분과 원통함을 되새기며, 우리는 반드시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대한민국 역사다!"  

 大韓國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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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프리메이슨 - 서양인 연쇄 살인사건
정명섭 지음 / 마카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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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럽군."

이준의 혼잣말에 곁에 있던 경무사 한동욱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한동욱에게 이준이 물었다.

"뭐가 불편하시오?"

"그런 건 아닙니다만, 괴상한 말을 하셔서 말입니다."

"괴상하다니, 경무사는 정녕 그 뜻을 모른단 말이오?"

이준이 한동욱을 무섭게 쏘아봤다. 을사년이었던 지난해,

아라사(俄羅斯 = '러시아'의 음역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황제 폐하를 겁박해 조약을 체결했다.

그날 이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해 내정에 간섭했다.

쌀쌀하고 바람이 많이 불던 11월에 전해진 비극에

조선 사람들은 날씨가 조금만 안 좋으면 '을사년스럽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말이 변해 '을씨년스럽다'가 된 것이다.    (14p)


<한성 프리메이슨>은 시대적 배경이 1906년 대한제국 광무 10년이라서 여느 추리소설과는 달리, 역사적인 부분이 더 강하게 다가온 소설입니다.

평리원 검사 이준에게 의문의 편지 한 통이 전달됩니다.

안에는 짧은 한문이 적힌 쪽지가 들어 있습니다.

'貞洞 洋人刺殺  (정동 양인척살)'

실제로 정동에 살고 있는 서양인 부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준은 사건 현장에 갔다가 경무사 한동욱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준이라는 인물은 국권 수호를 위한 공진회를 조직했고, 을사년의 조약 체결 당시에는 상소를 올리며 반대했으며, 평리원 검사로 임명된 이후에도 친일파 상관과 일본인 관리의 간섭에 맞서 싸우다가 현재 정직 중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 헤이그 특사 이준을 소설에서 새롭게 그려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면 경무사 한동욱은 일진회를 이끄는 송병준의 부하로, 알아주는 친일파라는 점에서 당시 친일파의 비열한 행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살인 사건은 평리원 관할이 아니라서 검사인 이준이 나설 일은 아니지만, 벽난로 위의 벽에 피로 커다랗게 그려 넣은 문양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새긴 모습이라 마음에 걸립니다. 더욱이 자살로 보기 어려운 정황인데도 헐버트 박사는 부부 다툼으로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라고 진술합니다. 이준은 아침에 '정동 양인척살'이라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이며, 왜 보낸 것인지도 궁금하여 이 사건을 더 조사하게 됩니다.

뒤이어 또다른 양인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죽은 자들이 모두 프리메이슨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과연 프리메이슨의 정체는 무엇이며, 죽은 자들은 왜 고문을 받다가 죽임을 당한 것일까요?

또한 제국익문사의 통신원 7호...

원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수록 재미있는 법인데, 이 소설은 유난히 시대적 비극이 도드라져서 착잡한 심경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탐정 못지 않은 이준의 추리력은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서양인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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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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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몰래 지켜본다는 상상만으로도 소름끼쳐요. 가장 현실적인 공포인 것 같아요.

평범한 일상을 엿보는 스토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들...

<훔쳐보는 여자>는 특이한 스토커가 등장해요.

훔쳐보는 여자의 이름은 오텀, 그녀가 훔쳐보는 대상은 입양 보낸 자신의 딸 그레이스.

오텀은 딸을 찾느라 3년이 걸렸어요. 딸 그레이스의 엄마 대프니 맥멀런은  인스타페이스 SNS 스타예요. 많은 사람들이 대프니의 인스타페이스의 사랑스러운 일상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요. 우연히 인스타페이스를 발견한 그 날부터 오텀은 잃어버린 1095일을 되찾았어요. 맥밀런 씨 부부는 그레이스를 병원에서 데리고 온 날부터 그레이스가 초콜릿 케이크의 촛불 세 개를 후 불던 날까지의 기억.

오텀은 지금 룸메이트와 살고 있어요. 부잣집 응석받이 그녀는 오텀에게 너무나 집착해요. 온갖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칭얼대면 그때마다 오텀이 다독여줬어요. 룸메이트가 가진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딱 하나, 쟤만 빼고...룸메이트처럼 태어났어야 했는데.

그로부터 7년이 흘렀어요.

지난 몇 년간 인스타페이스에서 오텀이 가장 좋아하는 포스트는 대프니 맥멀런의 것이에요. 대프니는 정말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요. 오텀은 자신의 딸 그레이스가 행복한 가정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어요. 좀 전에는 등교 준비를 하는 아이들 사진이 포스팅되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어요. 대프니의 포스트가 사라졌어요. 멘탈붕괴 직전 남자 친구 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어요. 오텀은 벤의 집에서 2년째 동거 중이에요. 오텀이 벤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벤의 집이 맥멀런 씨의 집 바로 뒤, 매력적인 파란 전원주택이기 때문이에요.

오텀은 대프니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유명 스타를 좋아하듯이 대프니에게 빠졌어요. 대프니의 헤어스타일, 패션감각, 인테리어, 음식솜씨까지 모든 걸 닮고 싶어 해요.

직접 눈으로 확인한 대프니와 그 집은 정말 완벽 그자체였어요. 대프니의 남편 그레이엄은 자상한 아빠로 보였어요. 맥멀런 부부는 첫 애 그레이스를 입양하고, 그 뒤로 로즈와 세바스찬을 낳았어요.

처음에는 오텀의 시선으로 대프니를 보여주다가, 드디어 대프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행복해보이는 가정과 행복한 가정은 엄연히 달라요. 그러나 관찰자의 시선에서는 구분할 수 없어요.

행복해보이는 사람과 행복한 사람도 전혀 다르죠. 이 역시 남들은 알 수 없어요. 내가 행복한지는 자신만 알 수 있어요. 행복은 우리 내면에 있는 거니까.


"좋습니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에게 솔직해질 수 없다면 그건 당신한테 문제가 있는 겁니다.

자기 문제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멍청한 사람은 되지 마시라, 이 말이에요. 예?"  (89p)


<훔쳐보는 여자>를 읽고나서 누가 가장 불행한 사람인지를 생각해봤어요.

오텀, 오텀의 룸메이트, 오텀의 남자친구 벤, 벤의 여동생 마르니, 대프니, 대프니 남편 그레이엄, 그레이스...

놀랍게도 오텀과 대프니는 너무나 닮았어요. 남들에게 솔직한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진짜 자신을 감춰버리면 행복은 어디에서 찾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에 다시금 공감하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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