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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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게르트루드는 테우가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9p)


<퍼펙트 데이즈>의 첫 문장이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 테우가 게르트루드를 좋아한다는 고백이 뭐 그리 특별할까 싶지만.

일단 테우라는 이름이 한국식으로 '태우'라는 발음과 같아서 그런지 친근하게 느꼈어요.

그런데 이럴 수가, 테우는 평범한 의대생이 아니었어요.

혹시 네크로필리아?

너무 섬뜩했어요. 테우가 좋아하는 게르트루드는 해부 실습실에 누워 있는 시체였거든요.

사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테우라는 인간이 시체를 좋아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이제까지 살아 있는 인간을 좋아해본 적 없는 테오가 우연히 파티에 갔다가 클라리시를 만나면서 첫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정확히 표현하면 정상적인 인간이 느끼는 '반했다'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시 클라리시는 술에 살짝 취한 상태였고, 워낙 거침없이 털털한 성격이라서 테우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던 건 뿐이에요.

그래서 그녀의 손이 살짝 테우의 어깨에 닿았고, 헤어질 때는 테우의 경직된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던 거예요.

주목할 건 그녀의 행동이 아니라 그녀에게 반한 테오예요.

클라리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날 이후로 테오는 클라리스를 미행하면서 스토커 짓을 했어요.

똑똑한 그녀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 테오는 완벽하게 속였다고 생각하죠. 그녀에게 들킨 김에 사랑을 고백하지만 단칼에 거절을 당하고, 홧김에 그녀를 기절시켜서 커다란 트렁크에 넣었어요. 마침 클라리스는 작업 중이던 시나리오 <퍼펙트 데이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려는 찰나였어요. 완벽하게 그녀를 납치한 테오는 그녀와의 '퍼펙트 데이즈'를 꿈꾸며 범죄의 길로 들어섰어요.

테오가 네크로필리아인지, 사이코패스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러나 실행에 옮기는 순간 그는 괴물인 거예요.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

클라리스는 키가 145센티미터쯤 되는 작고 마른 체격의 스물네 살 대학생이에요.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건 시나리오 작가예요. 현재 <퍼펙트 데이즈>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이 소설 속에는 그 시나리오 개요 부분이 수록되어 있어요.


퍼펙트 데이즈  - 각본 : 클라리스 마냐이스

영화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둥그스름한 보닛과 트렁크가 있는 고급 구형 차) 안에서 시작된다.

시간은 밤. 안에서 무언가를 피우고 있는 듯한 열린 차창으로 자욱한 연기가 새어 나온다.

곧이어 세 친구가 등장한다. 모두 기분 좋게 취한 상태다.

...

컷.  한 여자가 시트 밑에 누워 잠들어 있다.

카메라가 서서히 그녀의 얼굴로 접근하면서 관객들은 그녀가 카로우라는 걸 알게 된다.

카로우는 알람시계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다. 방금 전까지 꿈속을 허우적거렸던 모양이다.

그녀 옆에는 미리 꾸려놓은 여행가방이 놓여 있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과연 그들은 이번 여행에서 완벽한 나날을 만끽하게 될 것인가?"     (85-86p)


절묘하게 시나리오처럼 클라리스는 테우와 함께 고급 구형 차를 타고 떠나게 돼요.

목적지는 원래 클라리스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 위해 예약해뒀던 테레조폴리스.

그러나 동행하는 테우는 친구가 아니라 납치범.

과연 이 두 사람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누가봐도 클라리스에게는 퍼펙트 데이즈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문득 퍼펙트, '완벽'이라는 말이 소름돋는 공포로 다가왔어요. 우리의 삶에서 '완벽'이란 결코 평범하지 않음, 정상에서 벗어남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쩌면 완벽한 사이코패스 테우의 관점에서는 퍼펙트 데이즈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감히 상상도 못할 테우의 관점...


"아주 예쁜 이름이 떠올랐어. 게르트루드. 어때, 자기야?"   (3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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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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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은 노력을 안 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를 찾기 힘들어진 지금과 같은 사회 구조에서

불확실한 것에 도전하는 자가 현명한가?

아니면 손톱만 한 것을 갖고, 그것만이라도 잃지 않으려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자가 현명한가?

이러한 이유로 청년 대부분이 현재 자신의 직장과 일에 열정을 쏟아붓지 않는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형식적 소극적으로 일하게 되고,

'나만 잘 살자'라는 개인주의가 날이 갈수록 팽배해져 다소 이기주의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청년들은 어른으로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어떤 희망도 꿈도 없이 앞으로 또는 위로 나아가지 못한 채

평생 그저 생존만을 위한 일을 하면서

'모호한 횡적인 이동'만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54-55p)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점점 삶이 팍팍해지는 이유가 전부 너희들 탓이라고.

단지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

과연 그럴까요.

처음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끝나지 않는 고통 앞에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를 지나 이젠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취업, 희망까지 자꾸만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청년들은 포기한 게 아니라 포기를 강요당했다고 봐야 합니다. 자신은 겪어보지도 않고,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훈계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때는 맞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틀렸습니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청년들의 막막한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대안들을 찾고자 하는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새로운 청년 정치의 부상'입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를 혁신하려면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구조적 변화란, 철저히 국민의 처지에서 입법 절차를 대신해줄 대리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이 바로 청년정치의 필요성입니다. 청년들이 좀 더 앞장서야 합니다. 정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거나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단순 참여자의 역할을 넘어 참여형 감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솔직히 기성 세대와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정치를 가로막았던 측면이 있습니다. 청년을 제외한 그들만의 리그인 것처럼. 이제는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국민 모두가 정치에 참여해야 할 때입니다.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비로소 눈을 떴고 똑똑히 알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저자는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이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 세대가 읽어야 합니다. 기성 세대는 청년들을 위해 길을 터줘야 하고, 청년 세대는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겪고 있는 세대 간 갈등과 모든 사회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습니다. 이제 청년 세대를 향해 N포 세대라는 끔찍한 말 대신에 '공정세대'라고 부르자고, 저자는 말합니다.

매우 공감하며 동의합니다. '공정세대'가 이끄는 대한민국, 뭔가 희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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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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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르네요.

18년차 카피라이터의 책.

문장 하나하나가 광고 문구처럼 쏙쏙 머릿속에 들어오네요.


"인간은 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는

치약으로 살고 있습니다.

짜내고, 짜내다가, 텅 빈 껍데기로 버려지는 삶.

...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을,

능력 이상으로 많은 일들을 쳐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세상의 치약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요?

저는 그것이, '평소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날들을 얼마나 풍부하고, 충만하게 보내느냐가

우리를 치약이 될 운명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독서. 평소의 음악. 평소의 여가.

틈틈이 나를 채울 수 있다면, 생각의 재료들을 쌓아둘 수 있다면,

고통스럽게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줄어듭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그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보석들이

특별한 생각으로 태어나는 경험을 합니다.

...

짜냄의 시대에 굴하지 않고,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부디 책을 통해 전하는 저의 '평소'가

여러분의 '평소'에 가서 닿기를."    - 작가의 프롤로그 중에서


"저기, 잠시만요~" 라고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멈춰 서 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치약 같은 나'를 내려놓았어요.

오, 카피라이터의 평소 이야기가 꽤 재미있어요. 평소의 나와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면 반갑고, 새로운 부분은 신기해서 좋았어요.

그 중에서 박웅현 작가님과 함께 일하던 시절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어요. 최악의 광고주를 만나 괴로웠던 그때, 당시 저자는 아직 CD가 되기 전이고, 팀장이던 박웅현 CD님에게 참았던 불만을 털어놓았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더래요.


"그 사람 참 쉽지 않지? 그런데 있잖아. 내 생각에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2년인 것 같아."

"2년이요?"

"응. 나는 그랬어. 2년 정도가 지나면,

정말 별로였던 그 사람이 알아서 회사를 옮기거나, 아니면 내가 내 자리를 떠나게 되더라.

너무 마음 쓰지 마."   (242p)


진짜로 사회 초년생 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는 참으며 버텼는데 살다보니 깨닫게 되더라고요. 박웅현님의 얘기처럼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2년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요. 이 또한 지나가리... 남에게 고통을 주면 고스란히 돌려받게 되는 것 같아요. 인과응보, 라고 믿으면 나쁜 X  욕할 필요가 없어요.

또한 2년이라는 시간은, 카피라이터에게 절대적인 시간이라고 해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좋은 카피를 실제로 써 내려가기 위해서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영역을 불문하고 지식을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변환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시간의 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이 더욱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해요. 요즘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니까 숙성의 시간을 놓치는 것 같아요. 맨처음 나왔던 치약 이야기처럼.

치약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야겠어요. 그래서 나의 '평소'를 제대로 만끽하며 살아야겠어요.

<평소의 발견> 덕분에 내 안의 빈 방을 확인했고, 무엇으로 채워야할 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천천히 둘러보니 좋은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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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무어 두 번째 이야기 원더스미스 1 - 모리건 크로우와 원더의 소집자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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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건은 열두 살.

정확히 1년 전, 모리건 크로우는 저주받은 아이라서 죽을 운명이었다가 극적으로 비밀의 도시 네버무어로 왔어요.

모리건을 데려온 사람은 주피터 노스예요. 주로 '주피터 노스 대장'이라고 불리며 호텔 듀칼리온의 주인이기도 해요.

네버무어 두 번째 이야기는 열두 살 생일을 맞은 모리건이 원드러스협회의 919기 신입 회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돼요.

그러나 모리건 인생에 순탄함이란 존재하지 않나봐요.

원드러스협회 입회식 자리에서 주피터는 모두에게 공개했어요. 모리건은 원더스미스라고.

주피터의 비기는 위트니스예요. 있는 걸 그대로 보는 능력.

그가 모리건을 원더스미스라고 밝히는 순간 모두가 일제히 폭탄이 터진 것마냥 충격을 받았어요.

네버무어의 가장 무서운 적인 에즈라 스콜이 바로 원더스미스거든요. 에즈라 스콜은 괴물 군대를 만들어 네버무어를 정복하려 했고, 자신에게 맞섰던 용감한 사람들을 학살했어요. 그래서 자유주에서 영원히 추방당했어요.

모리건은 에즈라 스콜이 지휘하는 악귀 같은 사냥꾼과 말, 사냥개 군단인 연기와 그림자 사냥꾼에게 무자비한 습격을 당했어요. 그때 똑똑히 목격했어요. 에즈라 스콜의 어둡고 텅 빈 눈, 검게 변한 입, 날카롭게 드러낸 이를. 무엇보다 끔찍한 건 에즈라 스콜이 모리건을 제자로 삼기 위해서 붙잡아 가려고 했다는 거예요.


"어째서 위험하게 저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같...같이 두는 거죠?"

모리건은 점점 얼굴이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모리건이 전염병이라도 되는 듯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어나서부터 11년 동안 줄곧 모리건은 자신이 저주받은 아이라고 믿었다.

가족과 마을을 비롯해 모리건이 나고 자란 윈터시 공화국 어디에서든 나쁜 일이 벌어졌다 하면

무조건 모리건의 탓이었다. 지난해가 저물 즈음에서야 모리건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저주받은 아이였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모리건은 결코 그런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72p)


주피터의 폭탄 발언 이후 퀸 원로는 선언했어요. 원드러스협회 원로들은 모리건 크로우를 919기 신입 회원으로 받아들인다고. 또한 모리건이 원더스미스라는 사실은 이 자리에 모인 회원들만의 비밀이라는 것, 혹시나 이를 어긴다면 919기 아홉 명 전원은 원협에서 영원히 제명당한다는 것.

919기 신입 회원은 모리건을 포함하여 모두 아홉 명의 아이들이에요.

모리건 크로우, 원더스미스.

케이든스 블랙번, 최면술사.

프랜시스 피츠윌리엄, 요리 예술가.

마히르 이브라힘, 다중언어 구술자.

아나 칼로, 힐러.

타데 매클라우드, 파이터.

호손 스위프트, 용의 기수.

아칸 테이트, 소매치기.


원협 입회식에 다녀온 다음날 아침, 모리건의 오른손 집게손가락 지문 위에 금빛 W 문양의 표식이 나타났어요. 그 인장은 회원들을 위한 것으로 인장이 있는 사람만 다른 사람의 인장이 보여요. 어디에서나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그러니까 가족의 표식인 거죠.  형제자매여, 평생의 신의로~~~

모리건은 자신이 가진 물건 중 금빛 W 배지를 가장 소중히 여겼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이미 몸에 새겨진 인장을 통해 가족임이 증명되니까요.

주피터가 입회식 전에 천사 이스라펠을 찾아가 설득해서 보증 동의서에 마지막 서명을 받지 못했다면 모리건은 현재 919기 신입 회원이 될 수 없었어요. 그만큼 네버무어 사람들은 윈더스미스라는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다행히 주피터가 모리건의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해준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어요.

겨우 열두 살... 모리건 크로우는 정말 대단한 아이인 것 같아요. 진심으로 모리건을 응원하게 되네요.

진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모리건의 방 한쪽에 작은 금빛 동그라미가 보이더니 문이 생겼어요. 자그마한 금속 W 문자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고,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에 새겨진 W 인장으로 빛이 들어온 동그라미를 눌렀더니 문이 휙 열렸어요. 그건 바로 홈트레인. 그 방에는 모리건의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옷과 부츠가 있었어요. 전부 갈아입자 또다른 문이 생겼어요. 다시 열고 나가보니 작은 원더철역이 나타났어요. 승강장에 매달린 간판에는 919역이라고 적혀 있어요. 919기 회원만 탈 수 있는 열차가 도착했어요. 엄밀히 말하면 열차가 아니라 객차 한 칸인데 그곳에는 마리나 치어리 차장이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주었어요. 홈트레인은 각각 918, 917, 916이라고 숫자가 칠해진 객차들이에요. 치어리 씨는 1번 승강장에 객차를 세우고 919기 아이들을 내려 주었어요. 919기 아이들이 갈 곳은 프라우드풋 하우스, 이곳에서 원드러스협회 새내기들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른바 마법 학교인 거죠.

찰턴 오총사, 자기들끼리 부르는 이름인데 바즈 찰턴이 조직한 패거리예요. 모리건이 원드러스협회에 들어온 걸 못마땅하게 여겨서 괴롭혔다가 그만...

더군다나 협박 편지로 인해 919기 동기들은 위기에 빠지지만 끝까지 약속을 지켰고, 그 모습에 모리건도 의지를 불태우게 됐어요. 그러나 모리건은 자신을 향한 차가운 시선들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에휴, 결정적인 순간 2권으로 이어진다고 하네요. 가엾은 모리건, 너무 마음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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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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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어떤 연예인 부부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 1, 2위를 오르내리고 있어요.

권태기로 인해 이혼하자는 남편과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을 거부하는 아내.

드라마를 통해 만나서 사랑에 빠졌고, 둘만의 프로포즈를 세상에 알리며 결혼했고, 3년만에 사랑이 식었음을 공개했네요.

만약 <악어노트>를 읽지 않았다면 이 뉴스를 그리 주목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녹슬어가는지 본 것 같아 너무나 씁쓸했어요.

<악어노트>는 주인공 라즈가 쓴 노트 형식으로 된 소설이에요.

라즈는 주인공의 진짜 이름이 아니라 후배 탄탄이 붙여 준 별명이에요.

대학생 라즈는 수령을 사랑하고 있어요. 라즈의 노트에는 대학생의 일상과 함께 미묘한 감정들이 적혀 있어요.

불쑥 등장한 악어는, 라즈의 또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어요.

"헤이, 친애하는 악어야, 안녕?"  (122p)

청춘의 기록...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한 사람이 보이네요.

라즈는 이미 그 끝을 알고 있었나봐요.

"나는 나 자신이 되기 싫다. 나는 수수께끼의 끝을 알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것이 보기 싫다.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너를 미친 짐승처럼, 뜨거운 불꽃처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것을 한눈에 알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허락할 수 없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일이며 나는 피범벅이 될 것이다.

너는 나를 일깨워 나 자신의 열쇠가 되게 할 것이다. 그것이 열리는 순간 비방이 내 몸을 날려 버리고

자신을 증오하는 나조차 이 육체 안에 존재하는 나를 제거하려 들 것이다."    [노트 1-8  중에서] (37p) 

소설이라기에는 너무나 세밀하게 내적 갈등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묘사하고 있어서 진짜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았어요.

주인공 라즈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예요. 당시 대만 사회에서 동성애는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에 자신을 증오하게 된 라즈.

저자 구묘진은 실제 레즈비언이며 <악어노트>가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이라고 해요. 1994년 출간된 이후 대만의 '혼인평권'운동을 촉발시켰고, 대만은 아시아 최초의 동성혼 법제화 국가가 되었어요. 이 책의 국내 초역본이 출간된 5월 24일 대만에서는 여성 총통 차이잉원의 서명하에 동성 부부 526쌍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해요.

구묘진은 만 스물다섯 살이었던 1994년에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임상심리학과 여성학을 공부했고, 이듬해인 1995년에는 대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이 중국시보 문학상을 수상했으나 유작인 <몽마르트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이럴 수가... <악어노트>에서 그토록 절절하게 고통을 호소하며 자기를 부정하고 학대했던 모습이 진심이었다니 너무나 안타깝고 슬펐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악어'로 묘사한 것은 정말 탁월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악어를 볼 때 한 번도 성별이 뭘까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악어는 그냥 악어일 뿐이지 암컷이냐 수컷이냐 따져본 적이 없었어요.

악어는 알에서 부화활 때 물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고 해요. 온도라는 환경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성별이, 왜 유독 인간에게는 차별의 조건이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인권 차별이자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동성애라는 표현도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데 성별을 표시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문제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해요. 사랑하는 게 죄가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마음껏 사랑해도 아픈데, 사랑하지 못하면 얼마나 더 아플까요.  어쨌든 ​누구라도 사랑했다가 헤어지면 아픈 거예요. 유명인이라서 더 특별한 게 아니라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그들을 떠올리면서 <악어노트>의 다음 문장을 마음으로 전했어요.


"하우의 시 중에 「달콤한 복수」라는 시도 있잖아?

네가 한 번쯤 들어 봤을 시 같아서 예를 든다.

이 시의 제목처럼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복수하려는 것이고,

복수심 때문에 싸우는 것이고, 또 싸웠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거든.

이 세 가지는 함께 어우러져 있는 거야.

... 애정 욕구가 파괴적으로 변질되어 드디어는 자기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출구도 없이 제자리에서 회전하게 되는 거지.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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