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이라는 책
알렉산다르 헤몬 지음, 이동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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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이민 간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십 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방인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조국... 늘 그곳에 살고 있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감정들.

우리 대 그들.

"어떤 차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순간

나이와는 상관없이 이미 존재하는 차이들의 체계,

순전히 제멋대로에 내 의도와는 무관하며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정체성들로 짜인 네트워크에 빠져버린다.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순간,

타자가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21p)


<나의 삶이라는 책>은 알렉산다르 헤몬의 첫 에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문화 잡지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스물일곱 살에 우연히 미국 시카고를 방문했는데, 바로 그 시기에 본국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내전이 발발하여 사라예보가 포위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카고에 체류하게 된 그는 1992년부터 그린피스 운동원, 서점 판매원 등 생계를 위한 일을 하게 됐고, 1995년에 영어로 쓴 자신의 글을 처음 발표한 이후로 여러 잡지에 산문을 발표했고 지금도 일부 잡지에 정기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3년 12월, 그의 여동생 크리스티나와 부모님은 난민 신분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 도착했고 이후 이민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현재 저자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아내 테리와 두 딸 엘라, 에스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책 날개에 적힌 저자의 소개글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 회고록이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그의 조국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을 구성하는 여섯 개의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보스니아인은 이슬람교를, 세르비아인은 세르비아 정교회를, 크로아티아인은 로마 가톨릭을 신봉합니다.

각 민족을 대표하는 정당들이 형성되면서, 세르비아인들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잔류하기를 원한 반면, 보스니아인들과 크로아티아인들은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기를 원했습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거주하던 보스니아인들, 크로아티아인들, 세르비아인들 간의 분쟁이 1992년에 일어난 보스니아 전쟁입니다.

이때 각 민족들이 상대 민족들을 학살하는 행위가 벌어졌습니다.

현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보스니아계-크로아티아계 연방(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계 공화국(스릅스카 공화국)으로 구성된 1국가 2체제이며, 정치 체제가 매우 복잡합니다.


'나는 뭘까?'


저자의 여동생 크리스티나는 전쟁이 끝났을 때, 캐나다 여권을 들고 사라예보로 돌아가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 분석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외국인이나 현지인 정치가나 공무원을 대면할 일이 많은데, 그들의 입장에서 동생은 어딘지 모르게 민족성이 모호한 이름인 데다 보스니아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한다는 점에서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현지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원래는 어디 출신입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해 크리스티나는 강인하고 당돌한 여성이었기에, 바로 "그건 왜 묻는데요?"하고 되물었답니다. 그들에게 그녀는 한 개인으로서 무의미했던 겁니다. 그녀의 민족성으로 정의될 편견이 그들의 결론이니까. 처음에는 그녀의 반박 질문에 당황했지만 기어이 그 질문을 다시 밀어붙였습니다. 결국 동생은 "저는 보스니아인입니다'라고 자신의 국적 가운데 하나를 알려줬답니다.


동생의 경험에 따른 교훈으로 나는 "원래는 어디 출신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작가 출신입니다"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막상 거의 그런 적은 없는데......

나는 글을 쓸 때만 내가 작가라고 느낀다. 그래서 나도 헷갈린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다.

저는 답할 수 없는 의문들이 얽히고설킨 다름의 결정체입니다.

"아직 뭐라 말씀드리기엔 너무 이른 것 같네요" 정도로만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35p)


당장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해도 자신만만하게 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 <나의 삶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난 아직 멀었어. 좀더 나이들면 그때 써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글 쓰는 직업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의 삶에 관한 책 한 권을 써보리라, 혼자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삶이라는 책에서 어디쯤 살고 있는지, 그리고 곧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걸.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번 생애에 적응 중인 이방인이라는 걸. 어딘가에 소속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짧아서...


"그때 나는 배웠다.

세상에는 내 것보다 비통하고 강력한 이야기가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왜 그렇게 피터에게 끌렸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같은 실향 종족이었던 것이다."   (193p)


분명 <나의 삶이라는 책>이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주지는 못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진짜 삶의 이야기니까.

저자가 피터에게 끌렸듯이, 우리는 공통된 경험에 대해서만 공감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백퍼센트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오직 나의 삶이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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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러브 1 - 내가 더 좋아해도 될까? 카카오프렌즈 러브 1
오쭈 지음, 흑부 그림 / 대원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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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없이 마주하는 친구들이에요.

바로 카카오프렌즈~~

귀엽고 깜찍한 친구들이 주인공인 책이 나왔어요.

<카카오프렌즈 러브 1 : 내가 더 좋아해도 될까?>는 여덟 마리의 캐릭터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은 '카카오프렌즈가 사랑에 빠진다면?'이라는 주제에 맞게 세계관과 설정을 각색했다고 해요.

음, 지금까지 캐릭터 외모만 봐 왔기 때문에 각 캐릭터마다 세계관이 있는 줄 몰랐네요.

어쨌거나 책에서 소개하는 카카오프렌즈는 다음과 같아요.

도도하고 예민한 단발머리 네오는 프로도와 오랜 연애 중이에요.  

듬직한 라이언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튜브를 응원해주는 좋은 친구 사이예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무지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하는 낙천주의자이고, 모든 일을 거뜬히 해내는 콘은 작은 거인이죠. 무지를 만난 후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어피치는 애교 넘치는 표정과 엉덩이로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반대로 말하는 바람에 주변을 놀라게 만들어요.

제이지는 냉철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성격이라 쉽게 거절을 못해요.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었지만 어피치를 만나 달라져요.


카카오프렌즈 최초 러브 생활툰이라서 에피소드만 봐도 친구들의 성격을 알 수가 있어요.

누구를 콕 집어서 주인공이라고 정할 필요 없이, 여러 상황마다 공감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이란...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있어요. 신기한 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오직 사랑만 보이는 것 같아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똑같은 눈빛을 가졌어요. 그래서 숨길 수가 없나봐요.

그런데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랑, 왜이리 어려운 걸까요?

카카오프렌즈를 통해서 사랑과 인생을 배우네요.


프로도 : 화가 난 이유를 말해봐.

네오 : 아니야. 내가 너무 속 좁아 보여.

프로도 : 괜찮으니까 모두 다 말해줘.

네오 : 네가 내 맘속을 들여다보면 많이 놀랄 거야. 너무 사소한 것 투성이라서.

프로도 :  사소한 게 무서운 거다, 너?  사소한 거로 멀어지기 싫으니 어서 말해.

♥ 사랑을 포기하는 이유는

아주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실망들이 쌓이고 쌓여

손쓸 수 없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작은 거라도 솔직해지기를 바라요.       (88-89p)


네오와 프로도는 오래된 연인이라서 티격태격 소소한 싸움을 할 때가 많네요.

혹시나 남들처럼 지겨워서 헤어질까봐, 새로운 유혹에 흔들릴까봐 네오는 걱정이 많아요.

그런 네오에게 프로도가 멋진 말을 해주네요.


"시간을 두고 지켜온 것만이 머금은 아름다움이 있어요.

시간과 함께 낡아지지 말아요.

깊어져요, 우리."   (143p)


이 책을 읽고나니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에서 네오와 프로도의 포옹씬이 더더욱 좋아질 것 같아요.

둘만의 사랑 이야기를 알고나니 포옹씬이 애틋하고 따뜻하게 느껴져요.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행복해지네요.

앞으로도 쭉 네오와 프로도의 사랑을 응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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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어원을 알고 나는 영어와 화해했다
신동윤 지음 / 하다(HadA)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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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야, 너는 어디에서 왔니?"

이 책은 '영어'의 어원을 통해서 그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영어'의 족보라고 할 수 있어요.

시간을 거슬러 저 머나먼 과거로 가면 '영어'의 조상을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이란의 페르시아어에서 찾을 수 있어요.

인도 - 유럽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어휘를 확장했고, 최후의 챔피언이 바로 '영어'가 된 거예요.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어리둥절했어요.

영어어원에 대한 책이니까 사전 같이 단어마다 어원이 설명되어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신기했어요.

우선 왜 영어어원을 알아야 할까요.

이 질문에서 '영어'를 한 명의 사람으로 상상해 봤어요.

낯선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해서 가까워지는 건 아니에요.

진심으로 그 사람의 근본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돼요. 이른바 뿌리찾기.

뿌리부터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줄기와 열매로 연결지어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어요. 현재 그 사람의 특징은 뿌리에서 비롯된 결과물인 거죠.

마찬가지로 영어어원을 추적하는 과정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서구인의 사고체계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도- 유럽어족은 자음소리에만 뜻을 부여했다

원래 인도-유럽어족은 코카시아를 떠나 유럽에 도착한 후에 페니키아의 알파벳 글자를 받아들였지만,

문자가 없었을 때부터 자음소리에만 의미를 부여했고

<의미를 가진 자음>들을 조합해 인도 - 유럽인들의 세계관을 표현했다.

▷ 태초의 우주(K)는 무한하고 <동그랗게(C) 뻗어나간 공간(P)이었고, 우주공간의 위쪽에는 <전지전능하신 신(D)>이 살고 있었다.

우주공간의 아래쪽은 아직 형태도 없는 <우주의 작은 부스러기(M)>들이 어지럽게 떠다니고,

<거대한 물안개(N)>가 둘러싸고 있어,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었다.

이 혼돈의 공간에 <전지전능한 신(D)>이 <강력한 에너지인 빛(B)>을 내려 보내면서 비로소 세상은 밝아오고,

신이 보낸 빛이 <우주공간을 떠돌던 작은 부스러기(M)>들을 한데 뭉쳐,

현재 <우리가 보는 모든 만물(M)을 만들었으므로, 우주 속의 만물은 신이 보낸 <빛의 의지와 욕망(V)대로 만들어진 피조물이었다.   (5p)


열다섯 개의 자음과 그 뜻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K =  무한한 우주 / C = 둥근 우주 / N = 생명의 / D = 빛을 주는 위대한 / T = 가로지른 거리 / V = 빛의 무한한 욕망 / M = 우주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 / P = 깨끗한 공간과 더러운 공간 / R = 도도히 흘러가는 강력한 힘 / Y = 이어서 연결하다 / G = 꿋꿋하게 걸어가다 / L = 잇거나 끊어지다 / S = 붙이거나 분리되다 / H = 순식간에 붙거나 떨어지다 


책의 구성은 열다섯 개의 자음별로 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가장 큰 특징이 영어어원을 무조건 외우지 않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영어와 친근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영어자음과 파생된 단어들이 연결고리처럼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반복 학습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일반적인 책처럼 단숨에 쭉 읽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단락마다 나눠서 읽는 것이 훨씬 낫더라고요. 암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술술 읽다보면 어느새 한글과 영어를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 인간은 한발 한발(ven) 걸어서(ven) 영역을 넓혀 왔다

 ◎ 모든 사람들이 모인 집회(convention)         ◎ 세상 밖으로 나온 사건(event)

 ◎ 국가로 되돌아온 세입(revenue)               ◎ 허리춤에 숨겨 온 기념품(souvenir) 

 ◎ 미리 가져온 재고품(inventory)               ◎ 위험한 벤처(venture)


● 영어의 <간다(go)>를 프랑스어는 <간다 (venir = go)>고 했으므로, 집회(convention / 프랑스어)는 <모든(con) 사람들이 가서 모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서 더 모이는 효과를 <컨벤션 효과 (convention effect)>라고 불렀고,

관습(convention)은 <모든 사람들이 따라가는 공통된 행동양식)이었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은 <누구나(co) 갈 수 있는 정원(garden)>이라는 뜻이었고,

<누구나(con)나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편하다(convenient)>가 됐으므로,

<편의점(convenience store)>은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였다.  

갑자기 <세상 밖으로(e = ex) 걸어 나온 일>이 이벤트(event)였으므로, 이벤트에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꼬여 들었다.    (4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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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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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배우 마동석 같은 체격의 남자가 다가온다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치거나 움찔할 것 같아요.

<테베의 태양>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첫느낌이 딱 그랬어요.

총 716페이지, 책 두께로 보자면 4.5센티미터.

음, 책을 펼치기도 전에 위압감 드는 비주얼이랄까.

그러나 책표지에 보이는 한 남자.

담쟁이덩쿨로 뒤덮인 창문 안쪽으로 옆 얼굴의 젊은 남자가 너무나 궁금해요. 눈을 내리깔고 거뭇거뭇 수염이 올라온 것이 뭔가 상심한 듯 슬퍼 보여요.

어쩌면 그는 이 소설 속 알바로 무니스 데다빌라?

위압감을 떨쳐내고 책을 펼친다면, 놀라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저자 돌로레스 레돈도는 스페인 작가로서 데뷔작『천사의 특권』(2009년)을 시작으로, 『바스탄』(2013년) 3부작이 호평을 받으면서 스페인 주요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요.

이 시리즈 중 1부 『보이지 않는 수호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인비저블 가디언 The Invisible Guadian , 2017)로 제작되었네요.

그리고 바로 이 소설 <테베의 태양>은 2016년 발표된 작품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문학상을 받았고, 35개 언어로 전 세계에서 출간되었어요.


주인공 마누엘 오르티고사는 쉰둘의 중견 작가예요.

마누엘은 혼자 집에서 소설 <테베의 태양>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때 찾아 온 사람은 제복을 입은 두 명의 과르디아 시빌 대원이었어요.

(과르디아 시빌 Guardia Civil : 스페인의 국가 헌병대로, 군 조직이면서 평시에 각 지역의 치안을 담당해요.)

그들은 오늘 새벽에 알바로 무니스 데 다빌라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미 절명한 상태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왔던 거예요.

알바로는 마누엘의 동성 배우자예요. 두 사람은 15년을 함께 살아온 동성 부부예요.

갑작스런 배우자의 죽음... 문제는 그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거예요. 옆구리에 자상이 발견되었지만 알바로가 죽은 그 지역의 전통 있는 가문의 후작 신분이 확인되자 가문의 명예를 위해 신속히 사건종결이 된 거예요. 은퇴를 앞두고 사건을 담당했던 과르디아 시빌 소속의 노게이라 중위는 의구심을 품고 사건을 추적하게 돼요.

마누엘이 받은 충격은 알바로의 죽음뿐 아니라 죽음을 통해 밝혀진 그의 비밀들이에요.

도대체 왜 알바로는 자신의 가족사를 숨겼던 걸까요.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정말로 서서히 접근해간다는 점에서 여느 추리소설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아요.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보다 알바로의 과거와 그것을 하나씩 알게 되는 마누엘의 심리 묘사가 압권인 것 같아요.


죽기 전 알바로는 마누엘의 <테베의 태양> 원고를 읽고서 다음과 같은 감상평을 말했어요.

"마누엘, 당신은 글을 아주 잘 써. 그러니까 작가가 된 거라고.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번 작품은 왠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부인(不認)의 대가』가 지니고 있던 그런 느낌이 없어."    (160p)

그러자 마누엘은 『부인의 대가』를 쓴 건 자신이 실제 겪은 고통스런 경험이기 때문에 다시는 그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그 삶에서 도망치려고, 그 모든 걸 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당신은 몰라.

물론 난 성공을 거두었어. 수많은 독자와 돈 그리고 이 집...... 이 정도면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지.

당신 말마따나 <테베의 태양>도 독자들의 마음에 들 테고. 그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말이야.

내가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글을 쓸 때 왜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거지?"   (162p)

알바로는 답했어요. "그게 진실이기 때문이지."  (162p)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마누엘은 행복을 위해 과거의 고통을 덮었으면서, 정작 알바로가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진실을 숨겼다는 것에 크나큰 상처를 받았어요.

알바로는 마누엘의 모순된 감정까지 다 헤아릴 정도로 그를 사랑했어요. 마누엘이 감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만을 보여줬던 거예요.

제게 있어서 <테베의 태양>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는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 시(詩) 「까마귀」에 나오는 "네버모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어요.

알바로의 가문 사람들은 그의 어머니를 '까마귀'라는 별명으로 불렀어요. 마누엘은 '까마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에드거 앨런 포의 「까마귀」에서 반복되던 불길한 말, "네버모어"를 떠올렸어요. 우리의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네버모어...





「까마귀」에서는 각 연의 끝마다 Nevermore 가 후렴처럼 반복되어 나타난다.

그런데 각 연마다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네버모어>라고 옮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화자가 사랑하는 레노어를 상실한 슬픔을 달래려 독서에 몰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창문을 열자 까마귀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날아 들어와 아테네의 흉상 위에 앉는다.

화자가 이 새에게 이름을 묻자 뜻밖에 까마귀는 <네버모어>라고 대답한다.

놀란 화자가 날이 새면 이 새도 날아갈 것이라고 혼잣말을 하자 새는 <결코 날아가지 않을 거야>라고 답한다.

다시 화자가 약을 먹고 레노어를 잊겠노라고 혼잣말로 다짐하자 이번에도 새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걸>이라고 말한다.

결국 화자는 자신이 이 까마귀의 그림자로부터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을 직감하면서 시를 끝맺는다. (175p) 

                         - 옮긴이 엄지영님의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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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프라도 차오, 빌바오 - 유쾌한 스페인 미술관 여행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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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프라도 차오, 빌바오>는 유쾌한 스페인 미술관 여행을 위한 책입니다.

저자는 총 4번의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미술관만큼은 제대로 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 책은 저자의 미술관 여행의 기록이자 감상이며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으로 떠나는 스페인 미술관 여행인데도, 읽는 내내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왠지 소개팅 전에 상대방에 대해 알아보는 느낌?

오호, 멋진데?

결론은 꼭 만나야 할 상대라는 것.

스페인에 간다면 미술관 순례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유럽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프라도 미술관을 시작으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그리고 카탈루냐 국립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 달리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역별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각 미술관에 전시된 명화들과 함께 작품해설이 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그 중 달리 미술관은 마법 같은 공간의 예술을 보여줍니다. 달리 미술관은 바로셀로나에서 가까운 스페인 북동쪽에 있는 피게레스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피게레스는 살바도르 달리의 고향입니다. 미국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달리는 폭격을 당해 불에 탄 채로 방치된 극장을 보고 자신의 전시관으로 쓰겠다고 생각했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미술관을 만들었습니다. 건물 꼭대기에는 'TEATRE MUSEU DALI'라는 미술관 이름이 붙어 있는데, 번역하면 '달리 극장 미술관'입니다. 달리는 미술관을 방문한 관객들이 연극이나 영화 한 편을 보았다는 느낌을 갖고 떠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은 <메이 웨스트 Mae West 의 방>인데 방 전체가 미국의 여배우 메이 웨스트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활용한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그 옆 작은 방은 달리의 침실로, 달리의 작품 중 유명한 <기억의 지속>이 큰 태피스트리로 걸려 있습니다. 시계가 늘어진 모양으로 묘사된 <기억의 지속>처럼 예술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미술관 말고도 스페인의 예술가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은 정말 환상적인 것 같습니다. 가우디 작품 순례만으로도 행복한 스페인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사진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스페인 미술 여행에서 중심이 되는 곳은 수도 마드리드와 북부의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이지만 그 범위를 넓혀보면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이 있습니다. 안달루시아는 지명부터 이슬람의 '알 안달루스'에서 온 것으로 원래 스페인뿐 아니라 포르투갈까지 합하는 이베리아 반도 전체를 가리키는 지명이고, 그 중심 도시는 그라나다와 세비야입니다.

그라나다의 명소는 알함브라~~ 입구에 큰 글씨로 '라 알함브라'라고 쓰여진 영어와 아랍어 글자가 있으며, 알함브라는 붉은 궁전이라는 뜻입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코마레스 궁전으로 가는 길목에 매혹적인 정원이 있습니다. 책에 이 정원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나무에는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렸고, 그 아래 화단에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으며 화단 사이 공간은 분수와 수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기타 연주법 중 하나인 트레몰로 같다고, 이 물소리를 듣고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스페인 작곡가 타레가는 말했답니다. 우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여~~~ 애절한 기타 선율이 가슴을 또르르또르르 떨리게 합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 그 날을 꿈꿔봅니다.

스페인어로  만날 때는 올라 Hola !  헤어질 때는  차오 Ch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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