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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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은 책으로 읽는 명상의 시간 같습니다.

평범했던 단어가 새로운 화두처럼 등장합니다.

한 권을 쭉 단숨에 읽기보다는 단락을 나눠서 천천히 되새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하루 10분, 나를 다스리는 '정적'의 시간으로 활용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정적'은 잠잠한 호수와도 같은 마음의 상태다.

잡념으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고요하며 의연한 '나'로 성숙하는 시간이다.

정적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려면, 그 안에 부단한 움직임을 품고 있어야 한다.

정적은 '정중동(靜中動)'이다.  (10p)


시끄럽고 번잡한 하루 중에서 '정적'은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그냥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고요한 울림을 들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습니다.

찾으려고 애써야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무엇에 귀 기울이고, 무엇을 찾아야 할까요.

어둠 속에 잠시 길을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이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네, 이 책은 길이 아니라 길을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스물여덟 개의 화두는 나를 지키는 힘입니다.

아무도 자신의 길을 대신 가줄 수 없습니다. 슬쩍 뭔가에 기대고 싶고, 의존하고 싶지만 헛된 일입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은 병이 될 수 있지만 스스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약이 될 수 있습니다.


명심 銘心  ■  심장에 새긴 생각

한자 '명심(銘心)'은 배움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배움은 자신의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 그 내용을 새기는 작업이다.

배움은 나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최선의 가치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금씩 개선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정돈되어 있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다.

그런 사람이 남에게도 친절하다.     (44p)


기원후 2세기 랍비인 벤 조마는 『탈무드』 중 '선조들의 어록' 4장 1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가 지혜로운가?  

  -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가?

  -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누가 부자인가?

  -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누가 존경받을 만한가?

  - 자신의 동료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45p)


회복  回復   ■  내 안의 그릇을 깨뜨릴 시간

회복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 자신을 발견하고 구축하는 과정이다. 

회개는 자신의 원래 모습, 퍼즐의 원래 그림을 발견하는 행위다.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은 '나 자신'을 '존재 의미'라고 불렀고,

칼 융은 '셀프(self)'라고 정의했다.

종교 전통은 그것을 '믿음'이라고 칭하고,

예술에서는 '영감'이라는 이름으로 칭송한다.

... 독일 출신 현대 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는 2009년 작품 <세비라스 하 켈림>에서

바벨탑이라는 현대 문명의 파괴와 그 안에서 생존한 열 개의 깨진 그릇 조각들을 표현한다.

'세비라스 하 켈림'이라는 히브리어 문장의 의미는 '(신적인 불꽃이 담긴 희망의) 그릇들의 깨짐'이다.  (291-295p)

보이지 않는 마음도 꾸준히 갈고 닦지 않으면 탈이 나는 것 같습니다.

더 아프기 전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습니다.

매일 핸드폰은 열심히 충전하면서, 정작 마음은 방전된 채로 놔뒀던 것 같습니다.

<정적>으로 오늘 제 마음은 100% 충전되었습니다. 내일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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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한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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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명사예요.

행복지수가 높다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 책을 통해서 '휘게'라는 말이 소소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널리 알려졌어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저 역시 공감했어요. 그러나 공감하고 아는 것만으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라는 책은 뼈 때리는 지적을 하고 있어요.

휘게가 뭔지 알겠고, 소확행과 욜로도 다 좋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힘들기만 할까, 왜 행복하지 않은 거야?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행복의 비밀을 알고도 행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우선 행복에 대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행복한 기분은 별로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행복한 감정들은 점차 사그라들어요. 일주일 이상 행복한 기분이 지속된다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해요. 그건 불행한 사건을 경험한 뒤 부정적인 감정이 일년 이상 지속되는 외상 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긍정적 정서든 부정적 정서든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는 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므로 치료를 받아야 해요.

행복은 행복과 불행,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 중에는 긍정적 기능을 하는 것도 있어요. 이를테면 프로 불편러들이 제기하는 문제 중에는 그것이 정말 불편한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들이 있어요.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또한 분노는 부당한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듯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거나 최대한 낮추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믿음을 접어야 해요.

미국식 행복과 한국식 행복은 차이가 있다고 해요. 우리가 쓰는 '행복'이라는 말은 '해피니스 Happiness'와 그 쓰임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한국 문화에서 행복은 어떤 일시적인 상태를 뜻하는 말이 아니에요. 한국인에게 행복은 나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타인의 존재에 의해 규정되는 경향이 있어요. 집단주의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집단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집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튀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돼요.  한국의 현대사는 트라우마로 가득해요. 한국전쟁 이후 70년 간 계속된 분열과 대립은 우리 사회를 경쟁적이고 불안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어요. 한국인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우울과 불안에 빠지기 쉬우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한국인들은 한국인이어서 불행하다.

... 가장 빨리 불행해지는 방법은 자신이 사는 곳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지옥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헬조선.'

우리의 행복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용어다.

스스로 지옥에 산다고 믿는 이들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없다."   (100-101p)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야 할까요?

아니오. 그랬다면 이 책의 제목은 "행복하려면 한국을 떠나라" 로 바뀌어야겠죠.

우리는 이미 행복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다만 행복할 수 없는 이유들을 더 많이 찾아냈기 때문에 불행을 선택한 것일뿐.

빅터 프랭클은 강제 수용소에서도 희망을 찾아내고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바꿔나가는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보여줬어요. 저자는 빅터 프랭클이 주목한 '삶의 의미'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행복하고 싶다면 삶의 의미부터 먼저 찾아야 해요. 나의 삶, 내가 살아가는 목적과 의미, 그것은 남들이 떠들어대는 것에는 없어요. 오직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불행했던 게 아니라 불행하다고 믿었던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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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2 : 너를 위한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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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2권이 나왔어요.

익숙한 제목이다 싶었는데, 바로 그 <시간을 파는 상점>이란 걸 알게 됐죠.

당연히 읽은 줄 알았지만 안 읽었다는 사실.

그래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고, 신나게 2권을 연달아 봤어요.

누군가는 7년을 기다렸을 텐데, 나혼자만 7년이라는 시간이 똑딱 지난 느낌?


그동안 시간을 파는 상점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상점의 주인 크로노스, 즉 온조 곁에 함께 하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정이현, 홍난주, 오혜지.

성격도 제각각, 개성이 톡톡 튀는 친구들이 모여서 '우리'의 시간을 만들어간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상점의 구조를 대폭 수정하면서, 말 그대로 시간을 매개로만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간 플랫폼으로 개편하였어요.

그런데 이번 의뢰는 좀 심각해요. 자칫하면 멤버들이 다치거나 상점이 폐쇄당할 수도 있는 일이에요.

'새벽5시'의 의뢰는 지킴이아저씨가 며칠 전에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아저씨를 복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거예요.

다만 시간을 파는 상점의 그 누구도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도 주동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동시에 누구나 주동자가 되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요청이었어요.

지킴이아저씨는 비정규직으로, 경비 용역업체에서 파견 나온 계약직이지만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좋은 분이에요.

1년 전에 그 아이가 죽었을 때도 학교는 그냥 '처리'하는 수준이었어요. 학교에서는 그 아이가 죽은 화단에 나무를 심었는데, 다음 날 나무가 뿌리째 뽑혀져 있었어요.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았어요. 대신 그 과정에서 경비 아저씨가 곤란한 입장이 된 거예요. 아저씨는 누구의 짓인지 아는 듯 했는데 끝까지 누구라고 지목하지 않았어요. 

그 후 나무가 뽑힌 자리에 크고 작은 돌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돌에는 추모의 글이 짤막하게 적혀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무를 뽑은 건 우리에게도 추모의 시간을 달라는 의미였던 거죠. 그 말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행동한 사람이 지킴이아저씨였어요. 돌탑을 치우라는 학교의 지시를 어기며 버틴 결과, 아저씨가 해고된 거예요.

시간을 파는 상점의 운영진은 되도록 많은 인원을 모아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과 SNS를 이용하자고 뜻을 모았어요. 일단 1차 시위로 관심을 모으고, 해고 반대 서명을 받고 보도 자료를 만들어 정식 기자회견을 열어 확대시켜 보기로 한 거예요. 상점에 시위 공지를 올리고 페북을 개설해 기습 시위 공지를 올리면서도 불안했어요.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어...

드디어 온조와 친구들은 집단행동을 개시했어요. 등교 시간 30분 전, 준비한 피켓을 꺼내 들었어요.

해고 철회, 복직 촉구

지킴이아저씨의 해고 철회를 요구합니다!

  - 돌탑 모임-

​놀랍게도 작년에 졸업한 선배들과 재학생 몇이 시위에 동참했어요.

이때 교문으로 들어선 학생주임이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소리쳤고, 선배들이 나섰어요.

그러나 애초에 공지로 준법 시위를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자발적 해산을 하기로 했어요. 또한 재학생들은 모두가 주동자가 되기로 했기 때문에 함께 교무실로 향했어요. 어디선가 낮게 구호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시위 대열이 발걸음을 뗄 때마다 힘내라는 소리가 조금씩 커졌어요. 수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외쳤던 거예요. 불안했을 아이들이 비겁자가 될 수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행동했다는 것이 굉장한 감동이었어요.

기습 시위는 삽시간에 전교에 퍼졌고 아이들은 지킴이실 유리창에 색색의 포스트잇과 사탕, 초콜릿, 쿠키 등을 붙여 놓았어요. 전면에 나서지 않는 아이들도 동조한다는 뜻을 보여줬고, 해고 반대 서명을 했어요. 정의란 무엇인지, 아이들 스스로 보여줬어요.

1권에서는 '나를 위한 시간'을 생각했다면, 2권에서는 '너를 위한 시간'이라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알려주고 있어요.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줬어요. 혼자는 약하지만 함께하면 강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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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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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신 앞에 놓인 세상을 인지하는 순간과 기억하는 순간은 어긋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기억하는 순간부터 인지한다고 착각하면서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당연하다는 착각이 때론 고맙기도 해요.


<평면의 역사>는 신기한 책이에요.

새삼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낯설고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요.

평평함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평면이 지배하는 공간.

저자는 평면의 개념부터 평평한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평면'에 대해 말하는 순간부터 평면이 보이기 시작해요.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평면의 중심적 역할을 세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해요.

첫 번째는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에서 인간이 평면을 인식하게 된 방식이에요.

유아들은 직접 경험하는 세계를 통해 기어다니거나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표면의 평평함과 낙하의 관계를 알게 돼요.

어린아이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안전하게 서 있고 돌아다닐 수 있는 거대하고 평평한 단이 있는 그릇 모양으로 상상한다고 해요.

좀더 나이 든 아이들은 구형의 밑면에 있는 사람들이 왜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지 걱정할 수 있어요.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들은 과학적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지구가 구형이며 자신이 발을 딛고 선 자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요. 또한 지리적으로 평평한 평원에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면의 세계가 익숙해져요.

두 번째는 우리가 평면을 창조하게 된 방식이에요.

물리적 세계를 평평하게 하는 활동들은 매우 다양해요. 도로를 만들고, 철도를 깔고, 농사를 위한 토목공사로 땅을 평평하게 만들어요. 구축 환경, 즉 자연환경에 인위적인 조성을 가해 만들어낸 환경에는 건축이 포함돼요. 모든 건축은 건물의 나머지 표면들이 아무리 지형을 따라 비틀린 형태를 취해도 기단의 평면(바닥)은 매우 평평해요.

세 번째는 평면이 재현되는 방식이에요.

고대의 파피루스부터 평면 스크린까지 수많은 형태를 표현할 때 일반적으로 평평한 표면을 이용해왔어요.

우리는 규모와 시각의 차이 때문에 평면을 모호하게 인지한다고 해요. 평평한 풍경이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공기원근법과 항공사진으로 화가, 건축가, 기획자들이 땅을 보는 방식이 바뀌면서 공간의 풍부한 평면성이 생겨난 거예요. 평평한 표면이 현대의 구축 환경을 지배하는 것도 외부의 도시 풍경을 모델링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2000년에 무라카미 다카시(일본의 현대미술가)는 "미래의 세계는 오늘날의 일본과 비슷할 수 있다. 초평면(super flat)의 세계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어요. (274p)

초평면은 1980년대 초에 콘크리트 바닥을 연마하여 평평하게 만드는 것과 관련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물리적 속성이나 심지어 물질성의 부재를 나타내지 않으며, 오히려 직선성이 거의 의미가 없는 세계관이에요. 육안과 위상공간의 시각화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지만 평평함은 지구에서의 일상생활의 특징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아요.

평면의 진정한 가치는 현대의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에요.

결국 평면의 세계를 읽는다는 건 우리의 행동과 사고에 뿌리박힌 개념을 뒤집고 새로운 통찰의 기회를 갖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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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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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연히 권총을 주울 확률은?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고려하면...

어떤 일이든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거나.

아주 적은 확률일지라도 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


<어위크>는 여덟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환상특급' 같은 단편집이에요.

굳이 어릴 적 기억 속에서  '환상특급'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이유는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에서 제작된 TV 시리즈물이었던 '환상특급'은 짧지만 독특한 이야기들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짜릿한 자극을 주었어요.

이 책은 전건우 작가님의 산뜻한 프롤로그로 상상의 문을 열어줘요.

우연히 권총을 주운 중식, 그 권총을 보고 은행강도를 계획하는 현우, 그들과 함께 강도짓을 하는 태영.

이렇게 세 친구가 은행의 현금수송차량을 습격해 돈가방을 들고 도망가다가 『 a WEEK』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한주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 중이에요.

좀 이상한 건 아르바이트생 한주가 너무나 침착하고 태연하다는 거예요. 오히려 당황하는 세 친구, 아니 세 명의 강도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안심시켜줘요. 그리고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하자고 제안해요.

"전 여러 이야기를 알고 있어요. 아주 다양한 이야기들. 분명 들으면 재미있어 하실 거예요." 

...  "이건 제가 직접 목격한 건데요......"   (39-40p)


독특하죠?

권총을 든 순간 평범한 세 청년은 강도가 됐고, 어위크라는 편의점에 들어 선 순간 한주라는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어요.

'빠져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이야기는 그런 엄청난 힘을 지녔어요.

한 주의 시작은 일요일부터.

SUNDAY  <대화재의 비밀> - 정명섭 작가님  =  소설을 통해 역사적 인물을 되살려 본다

MONDAY  <옆집에 킬러가 산다> - 김성희 작가님  =  현실에서 우리가 모르는 건 영화 같은 반전?

TUESDAY <당신의 여덟 번째 삶> - 노희준 작가님  =  평행우주, 우주의 신비가 주는 놀라움

WEDNESDAY <박과장 죽이기> -  신원섭 작가님 =  욕망과 사랑 사이

THURSDAY <러닝패밀리>  - 강지영 작가님  =  게임 같은 세상, 세상 같은 게임

FRIDAY  <아비>  - 소현수 작가님  = 진짜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

SATURDAY <씨우세 클럽> - 정해연 작가님 = '씨우세'의 정식 명칭은 'CEO리스크를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라는데, 참말로 고마 쌔리...

솔직히 다 읽고나서야 요일이 생각났어요.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반복되는 요일이지만 똑같은 수요일은 없었어요. 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 주, 일주일, 일곱 개의 요일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라면, 이야기는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확률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의 환상이 아름답던 그때가 그리워요. 요즘의 환상은 너무 끔찍하고 공포스럽네요.

어찌됐든 한주의 말처럼 세상에 불가능한 이야기란 없어요.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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