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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평점 :
빌리 홀리데이가 부르는 <뉴욕의 가을 Autumn In New York>를 듣고 있어요.
재즈가 이토록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일 줄이야~
2019년 가을, 오직 한 번뿐인 이 가을을 위하여 이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 우아한 연인 』을 읽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명곡이에요.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 우아한 연인 』 (원제 : Rules of Civility , 2011)
책 속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너무 궁금한 나머지 찾아서 듣게 됐어요.
그리고 알게 됐어요.
<우아한 연인>은 <뉴욕의 가을>에 빠져든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라는 걸... 아니면 그 반대?
1938년 뉴욕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선물 같아요.
부디 소설 <우아한 연인>과 재즈곡 <뉴욕의 가을>을 함께 만나보기를...
문득 손예진 주연의 영화 <클래식>(2003)이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그건 마치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불러온 추억처럼 촉촉해지는 감성일 것 같네요.
뉴욕의 가을,
왜 이리 마음이 설렐까?
뉴욕의 가을,
첫 밤의 짜릿함으로 주문을 건다네 ♪♩♪
버넌 듀크라는 벨라루스 이민자가 만든 이 노래는 사실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그 뒤로 15년 동안 찰리 파커, 새라 본,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가 모두 이 감상적인 노래를 탐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25년째가 될 때까지는 쳇 베이커, 손 스팃, 프랭크 시내트라, 버드 파월, 오스카 피터슨이 선배들의 해석을 다시 해석한 노래를 내놓았다.
이 노래가 가을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바로 그 질문을 우리도 이 노래에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리 마음이 설렐까?'
우선 한 가지 꼽을 수 있는 요인은, 모든 도시에 저마다 낭만적인 계절이 따로 있다는 점일 것이다.
... 뉴욕 사람들이 가을에 대해 느끼는 감상도 바로 그런 것이다.
9월이 오면 점점 해가 짧아지는데도, 나뭇잎들이 회색빛 가을비의 무게에 무릎을 꿇는데도,
낮이 길었던 여름이 이제 지나갔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생겨나고,
역설적으로 다시 청춘을 되찾은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강철 숲 골짜기의
눈부신 사람들
희미하게 빛나는 구름들은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뉴욕의 가을
새로운 사랑의 약속을 가져다주네
그래, 1928년 가을에 수천 명의 뉴요커들은 이 노래의 주문에 빠져들 것이다. (333-335p)
주인공 케이티 콘텐트는 1966년 10월 4일 밤, 남편과 함께 현대미술관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어요.
워커 에번스가 1930년대 말 뉴욕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로 찍은 인물사진들을 처음으로 전시하는 자리였어요.
( 오, 워커 에반스는 실존 인물! 책 속 사진은 진짜였어요~~)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케이티는 놀라운 사진 2장을 발견했어요.
면도도 제대로 안 한 얼굴에 해진 외투를 입은 스물여덟 살 짜리 남자 사진과 깨끗하게 면도한 얼굴에 캐시미어 외투를 입고 윈저 노트식으로 깔끔하게 넥타이를 맨 남자의 사진. 두 사진은 동일 인물이며, 정장 차림은 1938년에 찍은 것이고, 추레한 차림은 1년 뒤에 찍은 팅커 그레이의 모습이에요.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인 줄 알았을 거예요. 동일 인물이라면 가난한 청년이 나중에 성공했다고 짐작했겠죠. 그러나 반대였죠. 부자였던 신사가 누더기 신세가 됐어요. 다들 이런 경우 동정표를 보내겠지만 케이티는 진실을 알고 있어요. 겉모습과는 반대로 허름한 청년이 더 평화롭고 활기찬 표정이라는 걸.
우연히 마주한 사진 두 장 덕분에 케이티의 과거, 1937년의 마지막 밤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됐네요.
우리는 주인공 케이티를 통해서 찬란했던 1938년 뉴욕과 네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이브 로스, 팅커 그레이, 디키 밴더와일, 월러스 월코트.
자신의 인생에서 반짝이던 순간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
그들과의 추억은 재즈곡 같아요. 자유롭고 흥겨운 선율 속에서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는 느낌.
마지막으로 젊은 조지 워싱턴이 쓴 『사교와 토론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 및 품위 있는 행동규칙』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친절하게도 이 책 부록으로 나와 있어요. 그 중에서 처음과 마지막 행동규칙만 소개할게요.
첫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할 때는 항상 주위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523p)
...
백열째 양심이라 불리는 천상의 불꽃이 가슴 속에 항상 살아 있게 노력하라. (536p)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