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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연인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3
전경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사랑을 담아 보았다.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관심, 끊을 수 없는 그리움과 특별한 관대함이 테두리를 이어 가지만 중심은 비어있는 사랑.
그 중심은 폐허일까, 시원일까." - 작가 전경린의 말 중에서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일 겁니다.
사랑...
일상을 살아가면서 스치듯 만난 인연이 사랑으로 혹은 미련으로 남는 이야기.
주인공 수완은 비슷한 시기에 두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이열과 황경오.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 혹은 느낌으로는 저 남자와 사랑에 빠졌구나 싶었는데, 너무나 단순하게 먼저 다가온 남자와 가까워졌습니다.
이래서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한가 봅니다. 마음의 문을 열었더니, 그 문을 열게 한 사람 대신에 불쑥 들어온 사람이 마음을 차지해버렸습니다.
아주 작은 틈,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누가 알겠어요.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 끝을.
하지만 미리 알았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하려 할까?" (58p)
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애절한 독백 같습니다.
그냥 담담하게 살아가면 아프고 괴로운 일은 없을텐데, 그 힘든 사랑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이고 술주정뱅이고 몹쓸 인간이야, 라고 떠들면서도
나는 그를 밀쳐 낼 수 없었다. 사랑은 좋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좋고 나쁜 것을 초과한다. 사랑은 특별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129-130p)
수완과 그 남자, 그리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한 남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되려면 진실은 적당히 덮어야 되는 법.
사랑이라는 감정이 냉정한 현실 앞에 발가벗겨진 느낌.
수완은 그 남자와 서로에게 문을 열어 두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중 연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서,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어쩔 수 없는 건가 봅니다.
그러니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처럼 사랑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 생각에, 삶이 인간을 파고들어 숙주로 삼는 질병인 것처럼
사랑도 인간을 숙주로 삼는 질병이야.
둘 다 인간을 숙주로 해서 파고들었다가 재를 남기고 떠나지.
인간은 죽지만 삶과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불멸을 향해 가.
그러니, 삶과도 사랑과도, 그 모든 것과도 거리를 두는 편이 현명해."
"난 현명한 게 뭔지 모르겠어."
"현명한 건 누구에게나 어려워. 하지만, 현명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그러니까, 어떻게 노력하느냐고요?"
"사리 분별을 하고, 힘보다는 요령으로 하고, 자신답게 하고,
그리고 마지막이 중요해.
열지 말아야 할 것은 닫아 두는 것.
그 정도만 해도 현명해질 수 있을 거야."
"대단하네. 이해는 되지만 너무 어렵다." (145p)
피식, 웃을 수밖에.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가당키나 한 조언인가 싶어서.
현명해려면 사랑하지 말아야지, 사랑하면 눈이 멀고 오직 한 사람만 보이는데 이를 어쩌나.
무엇보다도 언제 어떻게 풍덩 빠질지 아무도 모르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