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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다른 나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평점 :
예쁜 책표지에 끌렸습니다.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책크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외적인 부분을 판단하기 이전 이야기입니다.
겉과 속, 둘 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쪽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당신과 다른 나』는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소설가인 '나'와 아내인 '나'.
아내는 최근 남편의 건망증이 심해져서 걱정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도리어 아내가 소설을 진짜로 착각하는 것을 걱정합니다.
뭐지, 이 헷갈리는 상황은... 도대체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가장 친밀했던 부부 사이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전혀 몰랐던 비밀들이 드러나는...
일상의 이야기가 미스터리 공포 장르로 변해갑니다.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부, 진심이라고 느끼면서도 문득 그 마음이 진짜라는 걸 '나'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내의 입장에서는 '개'와 '고래'가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남편은 잃어버린 개를 찾고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헤어져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고 느꼈습니다. 고래를 보기 전까지는.
그날 남편은 유독 물보라가 많이 치는 바다 한 곳을 가리키며 뭔가 엄청난 걸 목격한 것처럼 서둘러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기, 저거. 방금 저거 봤어?" (64p)
아내는 그가 본 고래를 함께 본 것처럼 놀라는 표정을 연기했고, 그 순간이 두 사람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그걸로 우리가 누구인지, 얼마나 특별한 관계인지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 역시 그때는 고래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헤어질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인데 이 한 장면으로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편이 찾고 있는 개는 애초에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반면 남편은 아내에게 무거운 책 한 권을 건네며 당신이 아픈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무얼 기억하든 그런 사람은 없어.
... 그냥 그것 모두 다 이 소설일 뿐이잖아.
내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그렇다고 믿는 이야기들일 뿐이라고." (109p)
과연 '나'는 누구일까요.
단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게 진짜라고 믿어버리면.
어쩌면 그들은 진짜인지를 알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믿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스멀스멀 밀려오는 의심으로부터 도망가려고.
당신과 다른 나로부터.
임현 작가님의 『당신과 다른 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제19권입니다.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하여 월간 『현대문학』지면에 선보이고,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PIN 핀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 한국어로는 개인 식별 번호.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는 '핀 번호'라고 부르는 게 흔하며, 외국에서도 PIN 이라고 하면 옷핀 같은 핀을 생각하기 때문에 PIN number 라고 불러야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왜 핀 시리즈인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독특한 임현 작가님만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