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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우연히 드라마를 보다가 알게 됐어요.
막걸리가 익어갈 때 소리가 난다는 걸.
숨쉬는 항아리 안에서 우리 전통주 막걸리가 발효되면서, 보글보글 익어가는 소리를 낸대요.
물론 직접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 소리 덕분에 '살아 있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한잔 술, 한국의 맛>은 한국 전통주라는 민둥산에 한 알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요.
민둥산... 정말 딱 들어맞는 비유인 것 같아요. 한국인들에게 한국 전통주는 여전히 낯선, 미지의 영역이에요.
그러니 한국 전통주를 만들고 알리는 사람들은 열심히 씨앗을 심는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뿌리가 내리고 싹을 틔워 열매를 맺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자는 2012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 국가대표 부문 1위를 한 전통주 전문가이자 SNS상에서 전통주 읽어주는 여자라는 닉네임으로 한국 술의 멋과 맛을 알리고 있다고 해요.
한국 술의 멋과 맛을 담아낸 술 항아리를 열어 볼까요?
크게 세 잔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한 잔은 증류주 이야기, 두 잔은 약주 이야기, 세 잔은 탁주 이야기~
와우,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우리 술 이야기가 이토록 그윽하고 아름다울 줄이야.
술 한 모금 마시지 않고도 술 이야기에 절로 취하는 느낌이랄까.
"달고 甘 붉다 紅 는 이름 탓일까?
감홍로를 생각하면 유독 조선의 재주 많은 기녀가 떠오른다.
목을 태울 듯한 뜨거운 기운은 꿀로 살짝 감춘 터.
반짝이는 연지 빛 한잔 술과 마주 앉은 여인의 붉은 옷고름에 동하는 춘심을
누룰 풍류객이 몇이나 있었을까?" (19p)
"수도자에게 술은 금기된 벽에 난 쪽문과 같은 것이지요."
벽암 스님으로 더 알려진 전통식품명인 제1호 조영귀 명인의 이 말씀을 듣는 순간 턱 하니 무릎이 쳐졌다.
'술은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구나! 송화백일주의 힘은 시심詩心 이구나.' 싶었다.
... 나를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인생살이에 쪽문을 만들어두는 지혜가 또 한편 필요한 세상이 아닌가 싶었다. (92p)
"이강주를 일컬어 '한여름 밤의 초승달 같은 술'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그 맛의 청량함을 가리키는 것이겠지만,
은은하고 옅어 잘 드러나지 않는
이강주의 노란빛을 표현하고자 하는 말이기도 할 듯하다.
구름이라도 걸리면 사그라질 것 같은 은근한 울금의 빛은 운치를 더해준다." (105p)
감홍로, 홍소주, 명인 안동소주, 민속주 안동소주, 문배주, 미르, 삼해소주, 송화백일주, 이강주, 죽력고, 고운달, 계룡백일주, 면천두견주, 경주 교동법주, 한산소곡주, 과하주 술아, 대통대잎술 십오야, 둔송구기주, 술송주, 맑은바당, 순향주, 천비향, 풍정사계 춘, 만강에 비친 달,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사미인주.
이 책에 소개된 우리 술들이에요. 한국 전통주의 역사와 고문헌의 기록, 전통과 현대의 양조법 그리고 저자의 미각을 자극하는 설명을 보고나니 진심으로 알고 싶어요.
그동안 우리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선조들의 지혜와 후손들의 정성으로 빚어낸 우리 술, 새삼 자랑스럽고 뿌듯하네요.
저자의 말처럼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라는 점에 공감해요. 술을 그저 취하도록 마시는 술꾼 말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풍류객이 되고 싶어요. 덕분에 한국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두근두근 술 항아리를 여는 심정으로, 한잔씩 모든 우리 술을 만나보고 싶어요.
잘 익은 술 한잔으로 인생을 즐겨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