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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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24시간, 그러나 다른 의미의 시간들.

고무줄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마음에 따라 늘었다가 줄었다가, 아주 가끔은 정지한 듯.

새벽 1시 45분은...

혼자 있기에 적절한 시간인 것 같아요. 가족들 모두가 잠들고 홀로 깨어 있을 때.

저는 좋아요. 깜깜한 어둠이 아늑하게 느껴져요. 책상 위 스탠드 불빛 하나 켜져 있을 때.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은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따뜻한 책이에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노라면 혼자여도 혼자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소곤소곤 책이 건네는 말들이 더 깊이 전해지거든요.

특별히 이 책은 그림이 함께 있어서 즐거워요. 마치 동네를 산책하듯이 그림과 그림 사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귀스타브 쿠르베의 <파도> (1870)는 먹구름으로 가득찬 하늘 아래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어요. 철썩철썩 휘이잉 휘이잉~ 

마음이 저 파도처럼 들썩인다면 심란할 것 같아요. 풍경이 아니라 저 파도가 나라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만히 잔잔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똑같이 거친 파도인데, 다시 보니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어요. 아무도 말릴 수 없게 마음껏 들썩이게.

우연히 어떤 그림에세이를 읽은 뒤로 그림의 힘을 느끼게 되었어요. 명화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예술은 즐길 수 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그림은 상냥하지만 말 없는 친구 같아요. 그림에 대한 소개나 설명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해요.

대신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늦게 일을 끝내고, 혼자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 들어와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12시, 스마트폰을 끄고 좋아하는 음악을 엘피로 듣다 보면 새벽 1시 반, 여전히 잠은 오지 않고 음악으로 충만해진 그런 날에 저자는 '내 안의 소년'를 만난대요. 새벽 1시 45분,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소년을 만나는 시간이래요. 혼자 있는 시간이 지친 마음에 영양을 보충해주는 시간이래요. 

아마 다들 비슷하겠죠?

다만 어떻게 헛헛해진 마음을 든든하게 채울 것인지는 저마다 다를 거예요.

오늘만은 좀더 특별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동섭 씨의 그림 산책에 동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거나 살아가는 일이 어떻다는 등의 조언을 하지 않아요.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에요. 듣고 싶은 말은 들으면 되고, 듣기 싫은 말은 흘려 버리면 돼요. 저자의 경험상 누군가에게 했던 충고는 곱씹을수록 하지 말 걸 싶은 말이 더 많았대요. 그래서 공기 중에 사라져버릴 말 대신 몸에 차곡차곡 쌓일 고기를 사주기로 다짐했대요. 역시 고기는 진리!  아무리 머릿속이 복잡해도 때되면 배꼽시계는 울리니까요. 

세상만사 다 순리대로, 억지로 되는 건 없더라고요. 어쩐지 책 속에 나오는 말들 중에 '식상하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어주는 말'이 꽤 도움된 것 같아요. 원래가 뻔한 말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 되새겨볼 때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다들 비슷하게, 거기서 거기... 남들 앞에선 아닌 척 해도 혼자 있을 때는 솔직하게 인정할게요. 언젠가 생각날 것 같아요. 나를 위한 시간에 하나씩 꺼내 보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 쓸데없는 걱정으로 몸과 마음이 상했을 당신에게,

소박한 행복의 나라 티베트에서 전한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

티베트 속담의 가르침대로, 걱정이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가지 못한다.

그러니 고민은 하되 걱정은 말자.

어른들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되, 

최악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열심히 살면 된다. 

   - 식상하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어주는 말 1   (45p)


오늘도 '오케이 오케이'를 외치며 

자신을 혹사한 사람들에게,

전직 권투선수 김관장이 전한다.

"아임 오케이를 외치다가, 케이오 KO  당한다.

안 된다 싶으면, 바로 포기해라. 

그게 진정한 용기다."     

   - 식상하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어주는 말 3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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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OS 카탈리나 무작정 따라하기 - macOS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무작정 따라하기 컴퓨터
고경희 지음 / 길벗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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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뭘까요?

일단 모든 기능을 제대로 알아야 해요.

아는 만큼 쓸 수 있어요.

맥 Mac을 구입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바로 이 책으로 배울 수 있어요.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네요. 윈도우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맥은 완전 컴맹 수준이 된 것 같아요.

<맥OS 카탈리나 무작정 따라하기>는 2019년 가을에 출시된 macOS의 최신 버전인 카탈리나(Catalina)의 다양한 기능을 기초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에요.

이 책의 특징은 macOS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Window와의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꼭 필요한 기능 위주로 알려주고 있어요.

가장 큰 차이점은 macOS가 일체형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면 맥과 연동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맥과 아이폰의 연속성 기능을 사용하면 맥과 아이폰에서 하던 작업을 연속하여 진행할 수 있어요. 카탈리나 버전에 추가된 'Sidecar'를 사용하면 아이패드를 보조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어요. 또한 아이폰을 사용하는 다른 사용자와 맥을 사용하여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가 가능해요. 

우선 macOS 초보자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건 macOS의 기본적인 조작법이에요.

Apple 키보드는 Window의 키보드에 있던 Alt 키나 Ctrl 키, Delete 키 등이 없어요. 각 기능 키 F1 ~F12 에 포함된 특수 기능을 알아야 즉시 적용할 수 있어요. 한글과 영문을 전환하려면 caps lock 키 또는 control + spacebar 키를 눌러서 할 수 있어요. 삭제 기능은 문자열 커서 바로 뒤에 있는 글자를 지우려면 fn + backspace 키를 누르면 되고, 커서 바로 앞의 글자를 지우려면 backspace 를 누르면 돼요. 

책의 구성은 macOS 기초부터 다양한 앱 활용법, 파일 관리, 정보 관리,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앱 사용법, 기록과 편집, 유지/관리하는 방법, 단순 반복 작업을 위한 Automator, macOS에서도 Window를 사용할 수 있는 Boot Camp 사용법이 나와 있어요.

여러 Apple 기기를 사용하면 하나의 Apple ID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어요. iCloud에 저장된 자료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해요. 

macOS에서 iCloud를 기본 설정 그대로 사용하면 iCloud Drive가 활성화되어 데스크탑과 문서 폴더에 있는 파일이 자동으로 iCloud에 저장이 돼요. 이때 저장 공간이 부족하여 iCloud Drive를 비활성화하려면 주의해야 할 것이 있어요. 그냥 클릭하여 체크를 해제하면 그동안 저장한 자료가 삭제될 수 있어요. 이때는 [복사본 유지]를 클릭하면 iCloud로 동기화한 자료를 복사할 수 있어요. 복사본이 저장되는 위치는 내 Mac의 '사용자 홈' 폴더예요.

기본적인 기능을 확실히 익히고 난 뒤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작업환경을 만들어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요.

제목처럼 책에 나온 순서대로 무작정 따라해보면 새로운 기능들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요.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 이모저모 활용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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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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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한국인의 90% 이상이 정답을 맞칠 수 없는 이야기.

부자지간인 두 남자가 차을 타고 가다가 마주오는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어요.

운전을 하고 있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고 아들은 큰 부상을 당한 채 응급실에 실려 왔어요.

이때 응급실 의사가 아들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이 사람은 내 아들이니 반드시 살리겠다."

그러면 이 의사와 아들은 무슨 관계일까요?


편견과 고정관념은 고질병 같아요. 쉽게 고쳐지질 않아요.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라는 책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에 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어요.

원제는 "Doing Harm"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사결정 절제 명제인 "Do no harm(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라)"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요.

마땅히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사가 도리어 환자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면...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라서 더 충격적이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내 몸이 아프기 전까지는 의료체계가 나를 얼마나 잘 돌볼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저자 역시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비교적 빨리 진단받은 것이 행운이란 걸 몰랐다고 해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현실인 거죠.

미국자가면역질환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질병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4년 동안 네 명의 의사를 거친다고 해요. 환자의 절반 정도는 병을 진단받기 전까지 건강염려증이 심각한 만성 불평꾼으로 무시되었다고 하네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이 책은 남성 의사가 지배해온 의학체계에서 여성 환자가 받는 의료에 젠더 편향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심장질환을 진단할 때 나타나는 젠더 편견을 보고한 수많은 논문 중 하나는 2008년에 128명의 미국, 독일, 영국의 일차진료 의사에게 배우가 심장질환 환자를 연기한 영상을 보여줬는데, 의사들이 여성 환자에게는 남성 환자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해요. 환자들이 동일한 증상을 보였음에도, 세 국가의 일차진료 의사들은 환자의 성별에 따라 달라졌어요. 실제로 51세 여성은 심장마비를 겪는 동안에도 의사에게 절대 심장마비에 걸렸을 리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요. 의사는 "이 여자는 너무 젊고 게다가 여성이잖아요"라고 말했대요. 심장질환은 남성의 질환이라는 신화가 여전히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예요. 

지식이 만든 편견은 남녀 모든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남성은 여성에게 더 흔한 질병인 우울증, 편두통, 섬유근육통, 유방암을 진단받기 어렵다고 여러 논문은 주장해요. 그러나 이런 편견은 여전히 여성인 경우에 더 심각해요. 의사는 여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다소 예상 밖이라도 환자의 보고가 신뢰할 만하다고 믿어야 하는데, 믿지 않아요. 의사는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는 남성 환자는 심장마비로 진단하면서, 여성 환자는 스트레스라며 병의 원인을 심리적 요인으로 돌리고 있어요.

더욱 심각한 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의 경우는 심인성 증상으로 치부되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거예요.

젠더에 따른 편견에서 자유로운 여성은 없어요. 26세의 여성 로런은 끔찍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으나 의사가 제대로 통증 감지를 하지 않아서 복막염으로 응급수술을 받았어요. 로런은 자신이 울지 않아서 의사가 아프다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여성이라서 그 의사는 내가 통증을 참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래서 내가 통증 강도를 실제보다 과정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 순간 나는 정확하게 말했기 때문에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정확하게 해야 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환자의 말을 그냥 듣지 않는 것은 상당히 절망스러운 일이에요."   (145p)

사실 의료계가 여성 환자의 증상을 믿지 않아서 생긴 지식의 손실은 생각만 해도 충격적이에요.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거론되는 19세기 의사 윌리엄 오슬리 경은 "환자의 말에 귀 기울여라. 환자가 진단명을 말해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해요.

결국 의사들의 성 편견과 무지가 의학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제는 의학계와 연구 공동체는 의학의 젠더 편견을 바로잡아야 해요. 또한 여성들은 환자로서 의료계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자신이 겪었던 의사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해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예요. "여성의 말을 들어라. 여성이 아프다고 말할 때, 여성을 믿어라."  (4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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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거기에 있어
알렉스 레이크 지음, 박현주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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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부부 사이에 그럴 수 있을까 싶다가도 뉴스에서 배우자 보험살인 범죄를 접하면 현실 공포를 느끼게 돼요.

오로지 보험금 때문에 배우자를 살인하다니, 이건 두 번의 살인이라고 생각해요.

믿었던 마음을 죽이고, 육체를 죽이는...

<여자는 거기에 있어>는 알렉스 레이크의 네 번째 소설이라고 해요.

부유한 집안의 여자 클레어과 가난한 남자 알피의 결혼생활은 거의 완벽하리만치 행복해요.

단 하나만 빼고.

아이를 낳기 원하는 클레어는 뜻대로 임신이 되지 않아 낙담했어요. 그래서 불임 치료 분야의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았고 정상이라는 얘길 들었어요.

이제 남은 건 남편 알피가 불임 검사를 받는 거예요. 클레어는 당연히 알피가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알피는 순순히 동의했어요.

세상에 이보다 더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내에게 지극정성인 알피의 정체는 '거짓말쟁이'예요.

모든 게 다 거짓말, 굳이 진실을 찾는다면 돈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어요. 완전 구제불능의 나쁜놈이에요.

알피는 클레어를 처음 본 순간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했고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어요. 

그러니까 알피에게 클레어는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로또복권 같은 거예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뿐이에요.

알피는 웃는 얼굴로 클레어를 대하면서 속으로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지껄이며 분풀이를 하고 있어요. 결혼 후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 즐거웠던 시간이 지나자 점점 클레어의 모든 게 싫어졌어요. 그동안 클레어 몰래 웹사이트를 통해 하룻밤 만남을 즐겨왔는데, 이것도 문제가 생겼어요. 상대 여자가 너무 집착하며 들이대고 있어요.

지금 알피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재빨리 상대 여자에게 결별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 일이란 바로 아내 클레어를 이번 주 토요일에 죽일 거라는 거예요. 

목요일 아침에 알피가 눈을 떴을 때, 클레어는 가고 없었어요. 저녁에는 클레어가 갑자기 고객 접대가 잡혔다며 전화를 했고, 알피 혼자 잠들었어요. 다음 날, 금요일 아침이 되어서야 클레어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럴수가, 아내가 사라졌어요. 


첫 장면에서 황량한 시골 도로를 운전하는 여자가 등장해요. 저 멀리 히치하이커가 보이자 운전자는 태워줄까, 말까 고민하는데, 점점 가까워지자 멈출 수밖에 없어요.

도로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완전히 알몸인 데다가 흙이 잔뜩 묻어 있는 거예요. 깜깜한 밤, 운전자는 드디어 여자의 얼굴을 봐요.


"당신......" 운전자는 입을 열었다가, 잠깐 뜸을 들였다.

"당신 그 여자예요?"  (11p)


짐작했겠지만 알몸의 여자가 클레어예요. 도대체 클레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하필이면 알피가 살해 계획을 세웠던 그날 직전에 실종되다니.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알피, 저 나쁜놈은 아내의 실종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작전 변경을 세우는 치밀함을 보이네요.

한편으로 답답했어요. 여자들은 왜 남자의 거짓말을 눈치 채지 못하는 걸까.

괜히 의심의 싹이 생겼어요. 여자에게 완벽한 남자란 완벽한 거짓말쟁이가 아닐까라는.

<여자는 거기에 있어>의 원제는 "마지막 거짓말 The Last Lie" 이라고 해요.

과연 누구의 어떤 거짓말일까요. 이 소설은 '사랑과 전쟁'의 스릴러 버전이네요. 

배신과 분노의 끝을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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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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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멋진 신세계』는 1932년 발표된 작품이에요.

그 당시에 600년 후의 미래, 유토피아를 그려내고 있어요.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위에는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라는 현판이 걸렸고,

방패꼴 바탕에는 '공동체, 동일성, 안전성'이라는 세계국 世界國 World State 의 표어."  (30p)


미래 세계는 무스타파 몬드 포드 님이 지배하고 있어요. 신적인 존재, 포드 님!

오죽하면 '오 마이 갓'이라는 말 대신 '오 포드'라고 한다네요.

런던 총본부의 부화-습성 훈련국장은 항상 신입생들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각 부처를 견학시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어요.

왜?  전반적인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서, 즉 이들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만들려면 어떤 개괄적인 인식을 주입시켜야 하기 때문이에요.

인공 부화기에는 수정된 난자는 지정된 병에 담아두기 전까지 알파와 베타들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감마와 델타와 엡실론을 36시간 후에 다시 꺼내 어떻게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하는지 날려주고 있어요. 보카노프스키 처리는 난자 하나가 96개로 분열하게 만들어서 96명의 태아가 생겨나는거예요. 한마디로 인간 공장인 거죠. 이렇게 태어난 96명의 일란성 쌍둥이들은 똑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일꾼으로 키워져요. 표준형 감마들과 다양성이 없는 델타들과 획일화한 엡실론들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일란성 쌍둥이들로 태어나 사회 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이 되는 거예요. 

신분 계급에 따라 옷 색깔이 달라요. 감마는 초록색 옷, 델타는 황갈색 옷, 엡실론은 검정색 옷을 입어요. 지배계급인 알파는 회색 옷을 입어요.

또한 아기 때부터 신 파블로프 방식 유도 훈련을 받아요. 하급 신분 계층 사람들은 책과 꽃을 보기만 해도 시끄러운 음향과 전기 충격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는 심리학에서 '본능적 증오'라고 일컫는 반응이에요. 변하지 못하도록 유도된 조건반사 때문에 평생 책과 식물을 멀리하게 되는 거예요. 대신에 이들은 어릴 때부터 성적 유희를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촉감영화를 통해 말초적인 쾌락을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소마라는 알약은 모든 걱정과 근심을 한 번에 날려주는 약이라서 누구나 필요할 때마다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요.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 이 세계가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기존에 봤던 SF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봤던 미래 세계와 무척 닮아 있어요.

당연히 멋진 신세계가 그 뿌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이 가진 의미가 특별한 것 같아요.

영화 『가타카』(1997년)에서는 인공 부화기를 통해 우수한 유전자 조작 아기가 탄생하면서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열등한 존재가 되고 말아요. 유전자가 곧 신분계급이 되는 사회에서 주인공 빈센트는 열성 유전자라서 청소부로 일하지만 우주 비행사의 꿈을 꾸고 있어요. 

『매트릭스』(1999년)에서는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 영화는 첫 관람 때부터 이후에 더 회자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안락한 가상현실과 비참한 현실을 자각하는 주인공을 통해 실존적 고민을 하게 만들어요. 매번 확실한 답을 하기 어려워요.

『이퀄리브리엄』(2002년)은 영화 제목에 '균형, 침착성'이라는 뜻이 들어 있어요. 새로운 세계, 리브리아를 통제하는 일종의 고급 비밀 경찰인 클레릭(cleric)은 성직자라고 불리고, 리브리아의 지배자의 명칭은 신부님(Father)예요. 전체주의와 종교가 결합된 독재 사회예요. 리브리아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프로지움이라는 알약을 매일 먹어요. 인간의 감정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본 거죠. 그래서 책은 금기품목이에요. 

각 영화마다 고뇌하는 주인공이 등장해요.

멋진 신세계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어요. 철저하게 통제된 문명 사회와 야만인 보호 구역이 존재해요. 문명인들은 허가서를 받으면 야만인 보호 구역으로 휴가를 갈 수 있어요. 버나드 마르크스는 지배계층인 알파 플러스 계급의 심리학자예요. 재미있는 건 그의 체격이 평균치 감마보다 별로 나을 게 없어서 항상 신체적인 열등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이러한 자의식이 쓰라린 절망감과 고독감을 줘서 그는 불행해요. 소마라는 알약 한 알이면 해결될 문제인데 버나드는 먹질 않아요. 


"나는 정열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나는 강렬한 무엇을 느끼고 싶어요."

"개인이 감정을 느끼면 집단 생활이 비틀거려요." 레니나가 반박했다.

"글쎄요, 집단생활이 조금쯤 비틀거려서 안 될 건 또 없잖아요?"

"버나드!"

하지만 버나드는 요지부동이었다.

"일하는 시간 동안에만, 그리고 지적으로만 어른이죠." 그는 얘기를 계속했다.
"감정과 욕망에 있어서는 아기들이지만요."
   (156p)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149p)


여기에서 주목한 인물이 또 한 명 있어요. 버나드가 야만인 보호 구역에서 만난 존이라는 젊은이예요. 존이 특별한 이유는 엄마 린다로부터 글을 배웠고, 열두 살 무렵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꿔버렸어요. 그 책은 바로『윌리엄 셰익스피어 전집』.

존은 버나드가 자신을 런던에 데려가겠다고 하자, 셰익스피어의 연극 「템페스트」의 주인공인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의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요.


"오, 경이로움이여!"

"이곳에는 훌륭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오, 멋진 신세계여."   (219-220p)


새삼 『멋진 신세계』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올더스 헉슬리가 그려낸 미래 세계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1932년의 멋진 신세계는 2019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당신들이 원하는 세계는 무엇입니까.

책과 꽃을 혐오하고, 역사를 배우지 않으며, 일체 불행한 감정을 제거하는 약물에 의존한다면... 그것이 진짜 행복일까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불행조차도 기꺼이 이겨낼 수 있어요. 행복이란 인간다운 감정에서 피어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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