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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놀랍게도 『멋진 신세계』는 1932년 발표된 작품이에요.
그 당시에 600년 후의 미래, 유토피아를 그려내고 있어요.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위에는 '부화-습성 훈련 런던 총본부'라는 현판이 걸렸고,
방패꼴 바탕에는 '공동체, 동일성, 안전성'이라는 세계국 世界國 World State 의 표어." (30p)
미래 세계는 무스타파 몬드 포드 님이 지배하고 있어요. 신적인 존재, 포드 님!
오죽하면 '오 마이 갓'이라는 말 대신 '오 포드'라고 한다네요.
런던 총본부의 부화-습성 훈련국장은 항상 신입생들을 직접 데리고 다니며 각 부처를 견학시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어요.
왜? 전반적인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서, 즉 이들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만들려면 어떤 개괄적인 인식을 주입시켜야 하기 때문이에요.
인공 부화기에는 수정된 난자는 지정된 병에 담아두기 전까지 알파와 베타들을 어디에 보관하는지, 감마와 델타와 엡실론을 36시간 후에 다시 꺼내 어떻게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하는지 날려주고 있어요. 보카노프스키 처리는 난자 하나가 96개로 분열하게 만들어서 96명의 태아가 생겨나는거예요. 한마디로 인간 공장인 거죠. 이렇게 태어난 96명의 일란성 쌍둥이들은 똑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일꾼으로 키워져요. 표준형 감마들과 다양성이 없는 델타들과 획일화한 엡실론들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일란성 쌍둥이들로 태어나 사회 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이 되는 거예요.
신분 계급에 따라 옷 색깔이 달라요. 감마는 초록색 옷, 델타는 황갈색 옷, 엡실론은 검정색 옷을 입어요. 지배계급인 알파는 회색 옷을 입어요.
또한 아기 때부터 신 파블로프 방식 유도 훈련을 받아요. 하급 신분 계층 사람들은 책과 꽃을 보기만 해도 시끄러운 음향과 전기 충격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는 심리학에서 '본능적 증오'라고 일컫는 반응이에요. 변하지 못하도록 유도된 조건반사 때문에 평생 책과 식물을 멀리하게 되는 거예요. 대신에 이들은 어릴 때부터 성적 유희를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촉감영화를 통해 말초적인 쾌락을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소마라는 알약은 모든 걱정과 근심을 한 번에 날려주는 약이라서 누구나 필요할 때마다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세계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요.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서 이 세계가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기존에 봤던 SF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봤던 미래 세계와 무척 닮아 있어요.
당연히 멋진 신세계가 그 뿌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이 가진 의미가 특별한 것 같아요.
영화 『가타카』(1997년)에서는 인공 부화기를 통해 우수한 유전자 조작 아기가 탄생하면서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열등한 존재가 되고 말아요. 유전자가 곧 신분계급이 되는 사회에서 주인공 빈센트는 열성 유전자라서 청소부로 일하지만 우주 비행사의 꿈을 꾸고 있어요.
『매트릭스』(1999년)에서는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 영화는 첫 관람 때부터 이후에 더 회자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안락한 가상현실과 비참한 현실을 자각하는 주인공을 통해 실존적 고민을 하게 만들어요. 매번 확실한 답을 하기 어려워요.
『이퀄리브리엄』(2002년)은 영화 제목에 '균형, 침착성'이라는 뜻이 들어 있어요. 새로운 세계, 리브리아를 통제하는 일종의 고급 비밀 경찰인 클레릭(cleric)은 성직자라고 불리고, 리브리아의 지배자의 명칭은 신부님(Father)예요. 전체주의와 종교가 결합된 독재 사회예요. 리브리아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프로지움이라는 알약을 매일 먹어요. 인간의 감정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본 거죠. 그래서 책은 금기품목이에요.
각 영화마다 고뇌하는 주인공이 등장해요.
멋진 신세계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어요. 철저하게 통제된 문명 사회와 야만인 보호 구역이 존재해요. 문명인들은 허가서를 받으면 야만인 보호 구역으로 휴가를 갈 수 있어요. 버나드 마르크스는 지배계층인 알파 플러스 계급의 심리학자예요. 재미있는 건 그의 체격이 평균치 감마보다 별로 나을 게 없어서 항상 신체적인 열등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이러한 자의식이 쓰라린 절망감과 고독감을 줘서 그는 불행해요. 소마라는 알약 한 알이면 해결될 문제인데 버나드는 먹질 않아요.
"나는 정열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나는 강렬한 무엇을 느끼고 싶어요."
"개인이 감정을 느끼면 집단 생활이 비틀거려요." 레니나가 반박했다.
"글쎄요, 집단생활이 조금쯤 비틀거려서 안 될 건 또 없잖아요?"
"버나드!"
하지만 버나드는 요지부동이었다.
"일하는 시간 동안에만, 그리고 지적으로만 어른이죠." 그는 얘기를 계속했다.
"감정과 욕망에 있어서는 아기들이지만요." (156p)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149p)
여기에서 주목한 인물이 또 한 명 있어요. 버나드가 야만인 보호 구역에서 만난 존이라는 젊은이예요. 존이 특별한 이유는 엄마 린다로부터 글을 배웠고, 열두 살 무렵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꿔버렸어요. 그 책은 바로『윌리엄 셰익스피어 전집』.
존은 버나드가 자신을 런던에 데려가겠다고 하자, 셰익스피어의 연극 「템페스트」의 주인공인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의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요.
"오, 경이로움이여!"
"이곳에는 훌륭한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오, 멋진 신세계여." (219-220p)
새삼 『멋진 신세계』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올더스 헉슬리가 그려낸 미래 세계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1932년의 멋진 신세계는 2019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당신들이 원하는 세계는 무엇입니까.
책과 꽃을 혐오하고, 역사를 배우지 않으며, 일체 불행한 감정을 제거하는 약물에 의존한다면... 그것이 진짜 행복일까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불행조차도 기꺼이 이겨낼 수 있어요. 행복이란 인간다운 감정에서 피어나는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