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거짓말, 가짜 건강상식 - 최신 의학으로 밝혀진 건강상식의 치명적 오류에 대한 폭로
켄 베리 지음, 한소영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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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라도 거짓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의학상식이 거짓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의학상식은 우리 몸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살펴봐야 해요. 의심하고 확인할 것!

<의사의 거짓말, 가짜 건강상식>은 현직 의사가 밝히는 가짜 의학상식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의 의도는 의사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각종 오해와 거짓을 규명하고 바로잡아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요.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가 건강에 관한 문제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에요.

그러니까 의사가 하는 말이라고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에요.

근래 현직 의사들 중에서 양심적인 발언을 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는 것이 의사의 본분인데, 자본주의 이해관계에 얽혀 오염된 부분이 상당한 것 같아요. 저자와 같은 양심 의사들은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지만, 정작 그들 덕분에 정화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해요. 건강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의학지식들이 왜 거짓인지를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반론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지점이에요. 

저자 켄 베리 박사는 올바른 건강상식을 어떻게 우리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그 중 가장 놀라운 거짓말은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 나쁘다는 '상식'이었어요. 저자는 자신이 깨달은 원리를 직접 생활에 적용하여 배불뚝이에서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고 해요. 결론적으로 건강에 관한 문제는 의사나 그 누구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라는 거예요. 건강한 음식을 골라 먹고 적절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는 것, 이건 상식 중에 상식이죠. 지금까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했다면 꾸준히 지속하면 되고, 가짜 건강상식에 속았다면 바로 잡으면 돼요.

자신의 현재 몸 상태를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 몸은 내가 지켜야죠.



▣ 콜레스테롤은 과연 몸에 나쁠까? (94-107p)

 거짓의 근거 :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이를 위해 하루 한 두 알의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배경에는 수없이 많은 연구 결과와 텔레비젼 광고, 천문학적인 돈의 흐름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하여 사실상 대부분의 전문가와 의료진은 별생각 없이 환자에게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쉽게 처방을 내린다. 

... 거대 제약사의 투자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정상'으로 볼 수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의 상한성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더 많은 사람은 고지혈증 치료제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 그동안 의사들과 미디어는 왜곡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해 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모든 동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물질로,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합성된다. 인체의 각 세포를 둘러싼 막 구조의 최소 3분의 1 이상을 이루는 성분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 없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우리 몸의 세포는 심장과 두뇌를 포함한 모든 세포를 통틀어 단 한 개도 없다. 또한 우리 몸은 비타민 D 와 모든 성호르몬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콜레스테롤을 구조적 틀을 이루는 기본 물질로 사용한다.

 연구 결과 살펴보기 

1950년대에 발표한 안셀 키즈 박사의 <7개국의 연구 결과>라는 논문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증가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심장마비의 위험성도 증가한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당시 의학계는 '건강의 적, 콜레스테롤을 무찌르자'라는 구호 아래 모두가 똘똘 뭉쳤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고의로든 실수로든 자료를 조작했다.

... 2015년 미국농무부(USDA)의 식이지침위원회에서는 콜레스테롤 섭취량 제한 권고를 더는 유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왜냐하면 여러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 섭취량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사이에 신뢰할 만한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방침은 미국심장협회(AHA) 및 미국심장학회(ACC)의 입장과도 동일하다. 

콜레스테롤은 과다 섭취를 염려할 영양소가 아니다. ... 당신은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주위에 그런 의사가 있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런 사실을 의사들에게 알려줘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이해하고 적용하기 

심장질환과 관련된 콜레스테롤 이론의 결함에 대해 점점 많은 의사가 진실에 눈뜨고 있지만, 여전히 이와 관련된 소송이나 게시판에 올라올 악성 댓글이 두려워 스타틴(고지혈증약) 처방을 중단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이처럼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옳은 길을 택하기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현재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라면, 담당의사와 의논하여 복용량을 점차 줄여나가기를 권한다. 그리고 코엔자임Q10(200mg)을 함께 복용하기를 권한다. 코엔자임Q10은 스타틴 복용에 따른 근육통을 완화하고 심장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타틴 복용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선택하는 것도 물론 바람직하다.

 베리 박사 따라 하기 

어떤 식품을 먹더라도 콜레스테롤 함량을 염려하지 말자. 콜레스테롤 함량이 아무리 높은 음식을 먹더라도, 내 몸속을 순환하는 콜레스테롤 수치는 언제나 정상 범위 내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이다.

 과제 

대부분의 의사는 이 거짓말에 대해 여전히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 한다. 따라서 당신 스스로 관련 도서를 읽고 관련 정보를 찾으며 콜레스테롤과 건강의 연관성에 관한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

참고 도서 :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 마라》, 조니 보든, 스티븐 시나트라 지음, 제효영 옮김, 예문사(2015) =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이 복잡한 문제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영양 전문가와 미국심장학회 정회원인 심장 전문의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쓴 책.


"환자들이여, 한 번뿐인 자기 삶을 위해 고민하라.

평생 건강한 삶을 누리고자 할 때 먹거리와 생활 방식을 잘 조절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정신과 육체의 게으름을 이제 그만 떨쳐 버리라.

그동안 당신이 먹고 마신 음식 때문에 시작된 건강의 문제인데,

의사의 말과 제약사의 알약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라.

당신의 잘못된 생활 방식이 초래한 문제가 

의사가 소개해 준 마법의 치료법으로 뚝딱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자기 건강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최근 발표된 논문을 검색하면서 해결책을 찾자.

그리고 신중히 고민하면서 의사에게 질문하라. 당신이 질문할 때 의사가 불쾌한 내색을 보인다면 서로의 신뢰가 아직 부족한 탓일 수 있다.

그럴 때는 신뢰하는 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거나 새로운 의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환자가 의사의 엉터리 조언을 무조건 믿을 때, 고통받는 것은 환자와 그의 가족뿐이다.

의사들 상당수는 자신의 잘못된 조언 때문에 환자가 건강을 잃게 되더라도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하지 않는다."   (38-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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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반의 우주 - 솔직당당 90년생의 웃프지만 현실적인 독립 에세이
김슬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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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반의 우주>는 독립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미리보기'인 것 같아요.

저자는 상경 7년 차를 한 달 앞둔 겨울에 독거 인간이 되었대요. 

"로망이 깨지고 독립이 시작됐다!" (17p)

독립의 날을 꿈꾸는 건 좋지만 로망은 딱 거기까지, 혼자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현실인 것 같아요.

그러나 독립은 누구나 인생에서 겪게 되는 중요한 과정이니까 힘들다고 피할 수는 없겠죠. 

좌충우돌 독립생활기예요~~

"잘못한 집 계약은 망한 연애와 같다." (24p)

매우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집 계약을 했다가 후회해본 사람이라면 격하게 고개를 끄떡일 거예요.

사람이나 집이나 시간을 두고 오래 겪어봐야 알 수 있어요. 새로 도배된 깨끗한 벽이 단열재 마감이 안 돼 있다는 걸,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난 후 알게 되듯이.

망한 연애에도 배울 점이 있듯이, 최악의 집을 겪고 나면 다음에는 꼼꼼히 따져보게 되고, 점점 집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법이죠.

그런 면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독립 노하우를 아낌없이, '독립 초보자를 위한 당부'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이를테면 집을 보러 갈 때는 공인중개사의 차를 타지 말고 꼭 걸어갈 것, 그래야 통행 거리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음. 혹한기에 오래 집을 비울 때는 보일러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맞춰 둘 것, 그래야 동파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 

'사회 초년생을 위한 팁인가 싶은 팁'은 퇴사 충동이 일 때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방법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다는 거예요. 음, 이건 각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팁 아닌 미션 같네요. 사회 초년생의 고충을 누가 알리오, 오로지 '시간이 약이다' 정신으로 버티는 수밖에.

어찌됐건 저자는 잘 버텨냈고, 혼자 잘 살고 있으니 9평 반의 우주를 얻은 게 아니겠나.

자신만의 공간을 '우주'라고 표현한 것이 참으로 멋진 것 같아요. 겸손하게도 자신은 멋진 어른이 되는 법은 모르지만, 이제 서른이 되었으니 품위 있게 늙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나 뭐라나~ ㅋㅋㅋ  다들 스무 살은 설레며 기다리지만 서른 살은 불쑥 찾아온 불청객 같나봐요. 그 고비만 넘기면 마흔, 쉰... 누가 내 인생을 판단할 수 있겠어요. 오직 나뿐이지, 그래서 나만의 우주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멋진 어른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우주'를 가졌다면 진짜 어른이 된 거죠.

김슬 작가님의 9평 반의 우주는 솔솔한 재미가 있네요. 가장 현실적인 '나 혼자 산다'를 본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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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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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던 자아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밤 열두 시, 나의 도시>는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이야기라고 해요.

혼자만의 시간은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라고들 하죠.

"서른 더하기 열 살이다. 서른 열 살, 즉 마흔이라는 이야기.

서른도 아니고 스물도 아니고 서른아홉도 아닌 서른 더하기 열 살, 스무 살 곱하기 이, 마흔이다.

... 마흔의 나는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시계 속 대체 가능한 부품이 아니라, 

나라고 하는 내 인생의 시계를 제조하는 장인이 되어야겠다고."  (84-86p)

연말이 되니 어쩔 수 없이 나이 생각을 하게 되네요. 또 한 살 먹는구나라는.

스스로 나이 먹는 게 즐겁지 않으면 그때부터 늙는 것 같아요. 

그러나 늙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제 나잇값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떻게 해야 쌓여가는 나이만큼 성숙한 인간이 될까요.

누군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내 삶을 요리조리 돌아보게 되네요.


"인생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불안감이 졸졸거리는 물줄기일 수도,

거대한 쓰나미일 수도 있지만

그것에 사로잡혀 스스로 내팽개치진 않으려 한다." (231p)

그래요, 때때로 물줄기와 쓰나미를 거쳐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네요.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지나고 보면 다 알겠는데 왜 딱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요.

인생이 카세트테이프라면 괴로운 순간은 빠르게 돌렸다가 행복한 순간은 잠시 멈추고, 후회하는 그 순간은 되감기를 할텐데.

음, 2000년대생 아이들은 카세트테이프를 모르더라고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덕분에 "아하, 저거~"라고 아는 정도?

좋아하는 음악을 터치 한 번으로 재생하는 요즘 세상에서, 문득 라디오 앞에 앉아 디제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타이밍을 맞춰 녹음 버튼을 누르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가끔은 불편해도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밤 열두 시, 나의 도시>를 읽고나니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네요. 꼭꼭 눌러 써내려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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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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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는 이경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자 한국 SF 장르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려 7년 만에 탈고한 장편소설.

시간의 양이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놀랍네요.

'소원'이라는 단어 속에 인간의 욕망과 공포 그리고 생존본능을 담아냈어요.

무엇보다도 현실의 비단뱀과 가상의 동물 '롱롱'을 통해 세상의 '허물'을 드러내고 있어요.

원래 제목은 '롱롱'이었다는데, '소원을 말해줘'로 바꾼 건 신의 한수였네요.

뱀, 롱롱, 인간 ... 허물을 벗겠다는 욕망 그리고 소원.


끔찍한 재난에 휩싸인 D구역.

뱀의 허물 같은 각질이 온몸을 뒤덮는 피부병이 이 도시의 풍토병이 되었어요.

전문가들은 각질세포 형성에 관여하는 구조단백질이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티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이 유독 티셀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고 증세가 심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D구역 사람들은 피부가 깨끗해도, 다른 구역 사람들에겐 기피 대상이에요. 그러다보니 D구역은 다른 구역과 자연히 격리되었어요. 아직 치료제는 없고, 'T-프로틴'이 피부 각화증을 완화시키는 신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하루 두 번 복용해야 돼요.

'그녀'는 B구역 사설동물원에서 일하던 파충류 사육사예요. 석 달 전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산사태가 동물원을 덮쳤고 모든 것이 무너졌어요. 파충류관도 무너져 다른 뱀들과 함께 비단뱀도 사라졌어요. 파충류관에서 가장 큰 동물, 30미터에 달하는 비단뱀은 동물원에서 인기 동물이었어요. 방역대가 동원돼 사라진 동물들을 쫓았고 발견 즉시 사살했어요. 

동물원은 폐쇄되고 그녀는 직장을 잃었어요. 통조림공장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지만 사육사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입이라서 하루 두 번 먹던 프로틴을 한 번으로 줄였어요.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먹을 때도 있었어요. 퇴근 후에는 비단뱀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는 사이 허물이 자라기 시작했고, 허물이 드러나자 통조림공장에서 해고됐어요. 통장 잔고는 바닥나고, 월세가 밀려 살던 집에서 쫓겨났어요. 그녀는 공원에서 먹고 자며 뱀을 찾아다녔어요. 그녀가 비단뱀을 그토록 찾는 이유는 사육사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뱀을 좋아하고, 뱀에게는 사육사가 필요하니까.


"예로부터, 롱롱이 허물을 벗으면 세상의 허물이 벗겨진다고 했거든."  (61p)

"D구역에 가면 뱀을 모시는 무당들 천지야. 세상의 허물을 벗기려고 언젠가는 뱀 신이 나올 거라 믿는 거지.

하지만 아직까지 롱롱을 봤다거나 굴에서 꺼냈다는 작자는 없어. 롱롱의 전설을 믿는 것과,

롱롱을 내 손으로 꺼내는 것은 숫제 다른 말인 거다, 이 말씀이야. 내 말 알아들어?"  (66p)

"시민들이 롱롱의 전설만큼 믿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프로틴이죠.

프로틴이 허물을 막아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롱롱과 프로틴, 이 둘을 결합시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156p)

 

'소원'이라고 하면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떠올라요. 눈깜짝할 사이에 화려한 궁전을 세우거나 옮기는 것과 같은 마법들.

스스로 이뤄낼 수 없는 욕망들은 자꾸만 커져가죠. 지니보다 더 막강한 힘을 원했던 자파는 결국 램프 속에 영원히 갇혀버렸죠.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이뤄내야 해요. '그녀'는 간절히 믿었고 행동했어요. 익명의 '그녀'는 진정한 '소원'을 우리에게 보여줬어요. 

세상의 허물은 반드시 벗겨져야 해요. 자연의 순리대로. 그래야 우리도 허물을 벗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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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미술 산책 - 그 그림을 따라
길정현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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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라고 하면 알퐁소 도테의 <별>이 생각나요.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아름다운 풍경들.

가본 적은 없어요. 실제 어디쯤인지도 몰랐어요.

<프로방스 미술 산책>이라는 책이 끌렸던 것도 '프로방스' 때문이었어요.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이라서.

저자 스스로는 뻔한 미술 기행이라고 겸손을 떨었지만 미술을 주제로 한 멋진 감성 여행이었어요.

남들이 정해놓은 여행 코스가 아니라 나만의 감성 코스라서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유명한 미술관들은 살짝 미뤄두고, 아담한 동네 미술관 투어를 선택했어요. 관광객 입장이 아닌 현지인 감성으로 그 지역을 느껴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여행이죠.

흔히 '남프랑스'와 '프로방스'를 동의어로 사용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고 해요.

프로방스는 로마 시절 이후부터 사용됐던 옛 지명으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otte d'Azur, 줄여서 PACA)'가 지금의 지명이래요.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쪽에서도 특히 동부 지역만을 포함한 지역이래요.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여정을 보니, 저자의 말마따나 프로방스 여행이라고 해도 프로방스 안에서 어떤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책 속 사진을 보고 있으면 모든 장소들이 다 예술이라서, 물론 멋진 곳만 찍었겠지만, 예술적 감성이 저절로 솟아나는 풍경들이에요.

1884년 모네가 화폭에 담은 모나코 해안 절벽 길의 모습은 현재 매끈한 해안 도로가 깔려 있지만 과거 화가 모네의 심정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의 묘미는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숨어 있는 것 같아요. 자동차로 이동 중에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이 작동되지 않아 혼란에 빠졌다고 해요. 겨우 표지판을 보면서 일방통행 길과 좁은 골목, 언덕을 지나 산자락에 다다른 곳은 카뉴쉬르메르의 오트 드 카뉴(Haut de Cagnes)였대요. 관광 안내소에서 마을 지도를 받고 나서야 지도 어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작고 낯선 동네를 걸어봤다고 해요. 마을 곳곳에 화가들이 마을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어요. 세련된 도시와는 달리 소담스럽고 정갈한 동네라고.

유독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많아서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는데, 동네 사람들도 낯선 이들에게 따뜻했다고 해요. 외지 사람이 차를 세우면 벌금을 물게 되니 자기 차를 빼주겠다며 친절을 베푼 곳도,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눈치보지 않고 오래도록 멍 때릴 수 있었던 곳도, 화장실을 공짜로 이용하게 해준 곳도 모든 여정을 통틀어 카뉴쉬르메르의 오트 드 카뉴가 유일했다고 해요. 또한 이곳은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말년에 약 12년 동안 거주했던 집이 있어요. 이 집에서 8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르누아르 미술관이 된 그 집에는 가족 사진과 손때 묻은 이젤, 물감 묻은 파레트, 그의 휠체어 등이 보관되어 있어요.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따뜻함 때문이에요. 생전 르누아르는 "세상은 이미 불쾌한 것들로 넘쳐나지 않는가. 예술까지 일부러 불쾌한 것들을 그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83p)라고 말했다는데, 역시나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요.

왜 저자가 작은 마을의 미술관 여행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아요. 세월이 흘러도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들은 옛 정취가 남아 있어요. 덕분에 카뉴쉬르메르에서는 르누아르를 만날 수 있고, 엑상 프로방스에서는 세잔을 만날 수 있어요. 한 명의 예술가가 어떻게 작품을 완성해냈는지 그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어요.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은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지만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탄생 과정은 그들이 머물렀던 장소에서 느낄 수 있어요. 이러한 지역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워서 렌트카는 필수라고 하네요.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아름다워서 직접 운전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프로방스는 꼭 가봐야 할 여행지네요. 제 마음 속에도 '프로방스'가 들어왔네요. 느긋하게 그 마을을 거닐고 싶어요.


"누구나 삶에서 한 번은 내 삶을 뒤흔들 만한 대단한 인연을 만난다고 하는데

흘려 보낼 인연인지 붙들어야 할 인연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다."    (238p)


"마티스를 좋아하고 르누아르를 소중히 여기며 샤갈을 아끼는 이, 

세잔을 존경하고 고흐를 안쓰럽게 여기며

수잔과 로트렉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에게

프랑스는

무궁무진한 보물들을 한껏 품고 있는 보물섬이나 다름없다."  (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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