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클래식 2 -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이지 클래식 2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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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따라 간다는 말이 있어요.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지 클래식 2>은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책이에요.

어떤 분야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친해질 수 있듯이, 클래식에 대한 편견, 이를테면 어렵다거나 지루해서 별로였다면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저자는 원래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클래식과는 무관한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클래식 음악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대요. 방송국을 나온 후에는 2014년 팟캐스트 <이지 클래식>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클잘알(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네요. 바로 이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타고날 때부터 클래식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처음 클래식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거죠.

눈높이 교육, 아니 눈높이 해설이 된다는 말씀.

저한테는 어릴 적 음악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음악을 등지고 살았는데 그걸 지금에서야 얼마나 후회하는지 몰라요.

인생에서 음악은 샘물 같아요. 팍팍한 삶을 촉촉하게. 

그러니 음악 없는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겠어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은 음악과 친해지는 중이에요.

<이지 클래식>의 첫 번째 책은 2016년 7월 27일, 세상에 나왔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어쩜, 이것도 한 발 늦었네요. 두 번째 책부터 알게 되었으니.

다행인 건 클알못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는 법.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을 때가 클래식을 알아가는 최적의 시기라고, 저만의 생각이에요.

이 책의 특징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인물 중심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이에요.

음악회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다양한 분야에서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가 만날 음악가들은 ① 프란츠 슈베르트, ② 니콜로 파가니니, ③ 요한 슈트라우스 2세, ④ 클로드 드뷔시, ⑤ 모리스 라벨, ⑥ 에드워드 엘가, ⑦ 엑토르 베를리오즈, ⑧ 구스타프 말러, ⑨ 이고르 스트라빈스키,⑩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⑪ 에드바르 그리그, ⑫ 장 시벨리우스, ⑬ 안톤 브루크너, ⑭ 벨러 버르토, ⑮ 아르놀트 쇤베르크, ⑯ 조지 거슈윈, ⑰ 레너드 번스타인이에요. 

그 중에서 처음 만나는 음악가는 독일 가곡의 왕 슈베르트예요.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셜록 홈즈> 시리즈 영화의 2편인 <그림자 게임>에서 모라이어티 교수가 자신을 쫓아온 홈즈를 붙잡아 고문하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의 레코드를 틀어 놓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이 나와요. 가곡의 가사에 나오는 어부를 자신으로, 붙잡힌 홈즈를 물고기에 비유한 거죠.

책 속에 QR코드가 있어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 (D.667)>를 직접 들을 수 있어요.

어린 시절 가난했던 슈베르트는 힘들게 음악의 길을 걷다가 서른한 살 나이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예요. 빈 중앙묘지에 슈베르트 묘가 있는데, 둘째 형이 평소에 존경하던 베토벤의 옆에 묻어주자고 제안해서 슈베르트의 비석 옆에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비석이 함께 서 있다고 하네요.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슈베르트>(1899)를 보면 피아노 연주를 하는 슈베르트의 옆모습이 무척 진지한 것 같아요. 설마 주변에 서 있는 여성들 때문에 긴장한 건 아니겠죠.

마지막으로 슈베르트의 대표음악 목록이 나와 있어요. 추천음악 한 곡은 QR코드로 들을 수 있어요.

음악가들마다 흥미롭게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어요.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영화 <타이타닉>이나 <트와일라잇>이라면 봤거나 어떤 영화인지는 알 거예요. 제 기억 속에 인상적으로 남은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에요. 영화 <엘비라 마디간> 전반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반해버렸죠. 세상에나, 지금 찾아보니 이 영화가 1967년 작품이네요. 사실 모차르트 음악은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주장 때문에 한때 붐이 일었죠.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클래식 음악가 중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것 같아요. 오죽하면 우리나라 가요 <칵테일 사랑>의 가사에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이십일번'이 등장할까요. 모차르트 음악은 누가 들어도 반할 만한 것 같아요. 암튼 모차르트밖에 모르던 클알못도 이 책을 읽으면 열일곱 명의 음악가들에 대해 알게 돼요.

또한 클래식 음악을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도 지도와 함께 알려줘요. 클래식에 관한 작은 관심이 이 책을 읽게 했다면, 그다음은 사랑의 시작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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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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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화를 아시나요?

힌두교는 다신교라서 다양한 신들이 존재해요. 인도 신화는 바로 그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예요.

근래 인도 신화에 대한 책을 읽고 더욱 관심이 생겼어요.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푹 빠졌어요.

이 책은 특별히 인도 민화가 등장해요. 

와우, 한 번 보면 그 강렬함에 매료될 걸요.

제 눈길을 사로잡은 인도 민화는 <명상하는 시바>예요.

원래 시바는 푸른색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시바를 분홍색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얼굴에 수염만 달려 있을 뿐 귀여운 요정 같아요. 왠지 알라딘에 나오는 지니처럼.

그런데 시바의 정체를 알면 깜짝 놀랄 거에요. 시바는 힌두교 신의 세 번째 신이며 파괴의 신으로 불린대요.

전지전능함과 위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힌두교의 다른 신과는 달리,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목에는 해골목걸이를 걸고 다니며, 머리에는 늘 치명적인 독을 지닌 코브라를 두르고 화장터에서 일하는 천민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으로 표현된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시바는 만물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위력을 지녀서 모든 신들이 힘을 합쳐도 그를 당해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신이에요. 시바는 거무스름한 피부에 네 개의 팔과 이마에 제3의 눈을 지녔어요.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의하면, 시바가 이마에 제3의 눈을 갖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 어느 날  시바의 아내 파르바티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시바의 두 눈을 양손으로 가렸는데, 그 순간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렸어요. 시바의 눈은 태양을 통제하는 빛을 간직하고 있어서 시바의 눈을 가리면 빛이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시작된 거죠.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자, 모든 신과 악마, 인간들이 자신들을 어둠 속에서 구해달라고 동시에 소리쳤고, 이 비명 소리를 들은 시바가 이마에 제3의 눈을 만들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다시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대요. 

오호, 무섭기만 한 줄 알았더니 자애롭네요. 그래서 시바는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가운데 인도인들의 사랑과 경배를 가장 많이 받는 신이라고 하네요. 

시바는 위대한 신이면서 가장 천한 계층의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사귀며 어울린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그를 경배하는 수많은 사원과 조각상, 그림들을 인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대요.

그러나 알다가도 모를 것이, 그 시바가 아내 파르바티 곁에 있는 소년을 삼지창으로 내리쳤는데 그 소년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던 거예요.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었다 해도 신인데, 아들을 몰라보고 죽이다니... 당황한 시바가 정신을 차리고 말하길, 우리 아들은 신이므로 죽지 않는다고, 자신은 아이를 파괴한 게 아니라 아이의 머리만 파괴한 거라고 했대요. 그다음에 시바는 아기 코끼리의 머리를 가져다가 아들의 어깨 위에 얹어놓았대요. 이 모습을 본 파르바티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가엾은 아들이 신들의 놀림감이 될 거라고 슬퍼했대요. 다행히 모든 신들이 파르바티 주변으로 몰려들어 아들의 사정을 듣고는 다 잘 될 거라며 위로했대요. 위대한 신 시바가 자신의 아들에게 코끼리 머리를 주었다면 그것이 그 소년에게는 가장 좋은 거라고. 이때 브라마와 비슈누는 가네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특별한 재능을 부여했어요.

"코끼리 머리를 가진 가네샤는 지혜의 신이 될 것이다." 

브라마가 말했다.

"가네샤는 천국의 서기이자 문학의 신이 될 것이며, 

장애물의 제거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종교의식에서도 어떤 다른 신들이 경배되기 이전에

제일 처음 경배될 것이다. 

가네샤는 새로운 사업을 여는 이들에게 성공을 가져다 줄 신이 될 것이다." 

비슈누가 덧붙였다.     (87-88p)

신들의 세계도 인간과 똑같은 것 같아요. 불행한 사건이 도리어 축복이 되었어요.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를 갖고 있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훗날 인도인들이 경배하는 지혜의 신, 부와 명예의 신 가네샤가 되었어요. 잘 생긴 미모를 가진 신들보다 코끼리 머리의 가네샤가 더 매력적인 건 그 지혜로움에 있어요. 물론 코끼리 머리도 멋져요. 책에 나오는 가네샤 그림을 보면 비단에 석채와 금분으로 그려져 색채 조화가 뛰어나고, 검은 바탕에 형광빛이 도는 엷은 민트색의 가네샤는 화려하게 느껴져요. 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라서 방에 걸어두고 싶어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인도 민화와 함께 그 민화 속 신들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인도 민화에는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형상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일상들이 담겨 있어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도인들에게 민화를 그리는 일은 신을 명상하고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하나의 의식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지금도 인도 민화를 그리는 방법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지역별로 마두바니 민화, 남부 지방 민화, 왈리 민화가 거의 3000년 이상을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대요. 부록으로 왈리 민화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4가지 샘플 도안이 실려 있어요. 신기하게도 인도 민화가 제 내면의 예술적 욕구를 끌어올린 것 같아요. 인도인들처럼 신을 명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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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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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눈먼 자들의 도시』,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동일한 소설을 또 읽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은 시시하니까.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아닌 사실, 사실 너머의 진실.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를 아는 것과 그 이야기가 지닌 의미를 깨닫는 건 다릅니다.

이 소설은 1995년 포르투갈어판으로, 1998년 한국어판이 나왔습니다. 

1922년생 주제 사라마구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 쓴 소설이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눈이 멀었다'라는 설정을 비유가 아닌 실재하는 상황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번째 장면에서, 어떤 한 남자가 운전을 하던 도중에 눈이 멀게 됩니다. 누가 봐도 남자의 눈이 건강해 보이는데, 그는 눈이 안 보인다며 절규합니다. 눈 먼 남자를 돕겠다면 나선 낯선 남자는 눈 먼 남자를 집에 데려다 준 후 눈 먼 남자의 차를 훔쳐갑니다. 첫 번째 눈 먼 남자를 시작으로 해서 도시는 집단적 실명 현상이 전염병처럼 퍼져갑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의사의 아내입니다. 왜 그녀만 실명이 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모릅니다. 어쩔 수 없이 공포와 혼란의 도시를 목격하게 된 의사의 아내, 그녀의 눈을 통해 눈 먼 자들의 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시기는 2008년입니다. 그때는 유일한 목격자, 의사의 아내 입장에서 바라봤습니다. 눈 먼 세상이 지옥처럼 보였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끔찍했습니다. 그건 마치 인간다운 본질에 대해 눈 감아 버린, 괴물들의 세계였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아무런 힘이 없는 의사의 아내가 위태롭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영웅이 아니라 약자라서 슬펐습니다.

2019년에 본 <눈먼 자들의 도시>는, 놀랍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닮아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가짜 뉴스와 음모 조작, 약육강식의 세계.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 『훈계의 책』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의 첫 장에 적힌 문구입니다.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내 눈은 제대로 보이는지, 볼 수 있는 게 맞는지.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눈을 통해 본 것들을 진짜라고 믿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유명한 심리학 실험 중에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있습니다. 6명의 실험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눠 농구공을 서로 패스하면서 그 횟수를 세도록 지시한 뒤,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그들 옆을 천천히 지나가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바로 앞에 사물도 인지하지 못하는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똑같이 눈을 뜨고 있는데, 왜 누구는 보고 누군 보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대상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실험'에서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바로 실험 참가자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에 해당됩니다. 결과적으로, 고릴라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집중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사고를 유발하는 돌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집중력을 높이는 건 세상을 향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 보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보여준 지옥이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도록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우리가,

행동한 사람 자신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247p)


"의사가 말했다 ...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조직이 없다는 거야, 각 건물마다, 각 거리마다, 각 지역마다 조직이 있어야 해.

정부가 필요하다는 거로군요, 아내가 말했다. ... 눈먼 사람들의 사회가 어떻게 조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스스로를 조직해야지, 자신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눈을 갖기 시작하는 거야.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실명의 경험은 우리에게 죽음과 고통만 주었어요, 내 눈도 당신 병원처럼 쓸모가 없어요. 

사모님 덕분에 우리는 아직 살아 있잖아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내가 눈이 멀었다 해도 우리는 살아 있을 거야, 세상은 눈먼 사람들로 가득해, 하지만 난 결국 우리 모두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 시간의 문제일 뿐이야. 

죽는 건 늘 시간의 문제였지,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는다니, 이런 식으로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건 없을 거예요. 

...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눈은 멀지 말아야 해요, 의사의 아내가 말했다."    (418-4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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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인도 신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천축 기담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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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인도에 대해 아는 건 인사말 정도지만 늘 궁금했어요.

신들의 나라, 인간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그곳.

<알기 쉬운 인도 신화>는 인도 신들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 천축기담은 학생 때부터 시바의 도상학에 관심을 갖다가 교수님의 권유로 대학원에서 문명학을 전공한 박사님이에요.

전문 분야는 남아시아 문명과 힌두교 도상학이라고 해요. 힌두교는 다신교라서 신들마다 강렬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요.

역시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책 자체가 '사랑'인 것 같아요. 인도 신화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책표지를 넘기면 반으로 접혀 있는 종이가 보일 거예요. 

쫘악 펼치면 <인도 신화 관계도>와 <인도 신화의 역사와 문헌>이라는 도표가 그려져 있어요.

우와, 신들의 얼굴이 만화 주인공처럼 멋져요.

저자가 왜 만화 『3 x 3 EYES (다카다 유조 저)』를 읽고 인도 신화에 빠졌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만큼 신들의 이야기는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 같아요.

우선 인도 신들의 성격은 복잡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에는 유난히 그림과 도표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책 하단에는 <인도 신화 의문과 고찰> 이나 <인도 신화 토막 지식> 등이 작은 글씨로 설명되어 있어서, 이모저모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가 있네요.

특히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따로 정리한 부분은 최고인 것 같아요. 뭔가 게임 캐릭터를 소개하듯이 신의 모습을 만화 주인공 외모로 표현한 그림이 마음에 쏙 들어요. 아무도 본 적 없는 신들의 모습을 친근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여주니까 그 신들의 특징과 관련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그려져요. 

화신으로 변하여 사람들을 구하는 최고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이자 『마하바라타』의 영웅 크리슈나.

비슈누의 일곱 번째 화신이자 『라마야나』의 영웅 라마.

'파괴'를 관장하는 최고신 중 하나인 시바.

아름답고 자애로운 시바의 아내 파르바티.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업과 학문의 코끼리 머리 신 가네샤.

신들의 왕 인드라가 반한 아름다운 전투의 신 스칸다.

사자 또는 호랑이를 탄 아름다운 전투의 여신 두르가.

파괴와 피를 좋아하는 살육의 여신 칼리.

영약 암리타와 함께 태어난 아름다운 행운의 여신 락슈미.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강의 여신 사라스바티.

묘지에서 시체를 먹는 죽음의 여신 차문다. = 경전 『데미 마하트마』에서는 칼리를 차문다라고 부른다.

인도 철학 사상이 신격화된 세계의 창조신 브라마.

신들의 왕으로 불리는 고대의 영웅신 인드라.

책에 소개된 신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인도 신화는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예요. 경전 대부분은 브라만교의 경전 『베다』,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기본으로 하고, 나중에 제작된 경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켰어요. 인도 신화는 무수한 경전에 쓰여 있고, 편찬된 시대와 장소, 사상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신들이 엄청 많아요. 인도 여행을 해보면 도시 곳곳에서 신의 조각상과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해요. 일상생활 속에 신이 있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교해보면 어딘가 닮은 듯 다른 느낌의 인도 신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인간보다 더 인간미 넘치는 신들의 이야기가 다채롭네요.

인도 신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징 8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① 경전 편찬자가 어떤 신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져요.  ② 시대와 경전에 따라 신의 역할이 변해요.  ③ 신족(데바)과 마신족(아수라)은 대결 구도로 나오지만 가까운 존재였어요.  ④ 관능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⑤ 신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요.  ⑥ 힌두교 경전의 기본 전제는 브라만이 최상위 존재라는 거예요.  ⑦ 신화에는 종종 신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성선(리시)'이라는 선인이 등장해요.  ⑧ 인도 신화 속 세계는 발생과 소멸, 창조와 파괴를 여러 번 반복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창조신 브라마의 하루마다 세게가 창조되고 하루가 끝날 때 일시적으로 세계가 멸망해요.

인도 신화뿐 아니라 인도 역사와 문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성지 순례 안내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있어서 정말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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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
정위.이나래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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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시작될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이어진 좋은 인연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나와 너,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이 연결되어 서로 쓰러지지 않게 꼭 붙들어주는 것 마냥.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이라는 제목만 보고, 스님에게 사찰 음식을 배우는 책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틀린 건 아니지만 맞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사람입니다. 정위 스님과 나래 기자님.

우연히 취재원의 소개로 길상사 정위 스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답니다. 직접 찾아뵙고 취대를 요청했으나 극구 사양하여 돌아왔다고 합니다.

며칠 후 지원군을 대동하고 뵈러 갔더니, 이번에도 스님은 "우리가 늘 해 먹는 게 무슨 기삿거리가 된다고... 아서요, 내세울 것이 아니에요" 하셨답니다.

그런데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점점 스님에게 반했답니다. 그건 스님에게서 느껴지는 품격이랄까, 품격이 있는 사람이 주는 감동이랄까.

스님의 살림은 꾸밈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아끼고 배려하며 생활에 충실한 가운데 스며든 멋이 있습니다. 취재 요청을 하던 기자는 어느새 그저 스님 하시는 그대로 옆에서 보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답니다. 그리하여 천주교 신자인 기자는 스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장독 뚜껑에 매화꽃 뿌려 비벼 먹는 비빔밥을 맛본 후로 스님의 살림법을 배우게 되었답니다. 매화꽃비빔밥을 맛본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기자는 정위 스님 덕분에 살림의 감칠맛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종교를 떠나서 일상의 품격을 배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삶의 방식, 즉 살림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레시피나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정위 스님은 무엇이든, 어떤 하찮은 것도 늘 아까워하고 가여워하신다. 

동네 골목길을 가다 우수수 떨어진 열매 알갱이나 꽃 시장에서 발에 차이는 부러진 꽃가지도 주워 오신다.

무엇에 쓰이나 싶은 마른 열매는 찻잔 받침이나 창턱에 다정하게 놓고,

주워 온 꽃가지도 빈병이나 컵 등 마땅한 짝을 화병 삼아 근사하게 자리를 잡아준다.

... 낡고 오래된 천들은 스님이 삶고 매만지며 간수해서 무척 깔끔하다. 

... 장 깊숙이 있던 천 조각들은 저마다 쓸모 있는 생활용품으로 바뀌었다."   (189p)

요즘은 일회용품이 넘쳐나기 때문에 웬만한 물건들은 새로운 것을 사는 동시에 버려집니다. 쉽게 쓰고 버리는 습관이 물건뿐 아니라 사람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너도나도 빠르게, 새롭게... 그러다가 덜컥 마음에 병이 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쓸모 없다고 느낄 때...

정위 스님처럼 세상에 무엇이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래 기자님과 정위 스님이 나누는 대화도 좋고,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요리법도 나와 있어서 좋습니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이 책은 요리책이 될 수도 있고, 인생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위 스님이 활짝 웃는 모습이나 텃밭을 가꾸는 손길, 조물조물 요리하는 과정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집니다. 어쩐지 향긋한 모과차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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