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 - 26살, 9개월 만에 사법시험을 패스한 이윤규 변호사의 패턴 공부법
이윤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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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여유~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공부의 신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법.

처음부터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학생이었다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듯.

마치 수능 만점자에게 어떻게 공부했느냐고 물었을 때 듣게 되는 답변처럼.

학창 시절 내내 모범적으로 꾸준히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이변이 없듯이.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게임에 빠져 지내다가 '무사히' 법대 진학 후에는 부모님의 감시를 벗어나 더욱 게임중독이 되었다고.

여기서 잠깐, '어떻게 게임에 빠졌는데 대학을 갔지?'라는 의문과 함께 꽤 머리가 좋았다는 걸 추측하게 되네요.

스물여섯 살, 게임중독이던 대학생이 9개월 만에 사법시험을 합격했다면 이건 역시 머리였구나 확신할 수밖에.

흔히 엄마들의 단골 멘트,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와 같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공부를 하기 싫어하면 잘 하기가 어렵지요.

당시 저자는 대학 입학 후 공부는 내팽개치고 종일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제적을 당했고, 연이어 입영통지서를 받고, 사법시험 폐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어요.

이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나는 왜 게임을 하는 걸까, 왜 게임을 끊지 못할까, 공부하기 싫은 것을 게임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사법시험에 합격해 훌륭한 법조인이 되는 꿈을 떠올렸다고 해요. 그래서 바로 사법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구체적인 꿈과 목표를 향해 자신만의 성공 전략을 세웠던 거예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해요.

시험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법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것.

스스로 공부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철없던 대학생이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처럼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결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행복해지기 위해 공부를 선택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복을 달성하고자 공부를 택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선택에 책임감이 떠오를 것이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모든 행위가 합격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죠. 

"진짜 공부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행복'을 위해 '나'는 공부를 '선택'했고, 그 선택에 내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태도 말이다. 

이런 태도와 마음가짐이야말로 그 어떤 공부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25p)

매우 공감했어요. 

저 역시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합격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놀랍게도 저자가 알려주는 공부 전략의 핵심은 '합격자처럼 계획하라'였어요.

가장 먼저 한 일이 합격수기를 모으는 것이었대요. 간접 체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모아본 수기들 속에서 합격자들이 말하는 공부법과 습관에는 비슷한 공통점과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고 해요. 합격수기를 분석한 후 직접 고안한 방법으로 1개월 반 동안 하루 16시간 공부, 세 시간 취침으로 미친 듯이 공부한 끝에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고, 이후 2차 시험도 단 7개월 준비 후에 당당히 합격했어요.

결국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준비해야 해요. 그래야 구체적인 방법이나 세부적이 기술을 실행할 수 있으니까요.

확실한 합격을 위한 공부법이 나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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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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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이 눈앞에 숫자로 표시된다면 어떨까요.

이 소설 제목을 보자마자 영화 <인 타임 In Time> (2011)이 떠올랐어요.

당시 영화가 보여준 미래 가상 세계는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영화 속에서 돈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돼요.

"TIME IS MONEY, TIME IS POWER."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신체 노화가 멈추고 손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시간을 제공받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노동을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해요. 반면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풍족한 시간을 갖고 영생을 누릴 수 있어요.

충격적인 장면은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여 시계에 "0"이 표시된 순간,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모습이었어요. 배터리를 제거한 로봇처럼 힘없이 스르륵 쓰러지면서 끝나는 죽음. 자신의 수명을 구체적인 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주 같았거든요. 많든 적든간에.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는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전부  "당신이  ... 할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 번 남았습니다"라는 제목이라는 것.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그 남은 횟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것을 상상하는 재미뿐 아니라 결정적인 반전이 숨어 있어요.

일단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눈앞에 보인 건 가즈키가 열 살 생일이 되던 날이었어요. 왜 가즈키에게만 그런 문장이 보였는지는 알 수 없어요. 원래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좋아하는 가즈키는 엄마가 손수 해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1씩 줄어드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열세 살이 된 가즈키에게 남은 횟수는 328번, 만약 숫자가 0이 되면 엄마는 죽는다? 그때부터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을 거부했어요. 사회생활 10년차가 된 가즈키는 동료가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맛보고나서 엄마의 집밥이 그리워졌어요. 아직도 남은 횟수는 328번이라 다행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 짐작했듯이 시간여행자처럼 자신의 과거와 미래 어떤 순간이든지 딱 1분간 통화할 수 있어요. 1분씩 총 5분의 시간으로 내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 또한 SF영화 때문에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 내 인생에서 시간여행은 필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 ... 이 내용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상상인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수업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잇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 일본에서도 행운의 편지가 유행했었나 보네요. 행운의 편지를 받고 열심히 7통의 편지를 썼던가, 아니면 무시했던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주인공처럼 연달아 7번의 불행이 찾아온다면 끔찍할 것 같아요. 도대체 행운의 편지는 누가 만든 걸까요. 참 심술맞은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이 거짓말을 들을 횟수는 앞으로 122만 7734번 남았습니다 ... 눈앞에 이 문장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매일 거짓말 홍수 속에 살고 있지요. 굳이 알고 싶지 않아요, 그냥 슬쩍 속아주며 살고 싶어요.

당신이 놀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9241번 남았습니다 ... 어린애 눈앞에 이 문장이 보인다면 제대로 놀 수 있을까요. 수줍음 많은 소년 다부치는 그 횟수 때문에 어른이 될 때까지 놀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어요. 누구 말마따다 아끼면 X 된다고,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야죠.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 ... 오, 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자신이 살 날까지 숫자로 보여주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눈앞의 숫자가 7000일에서 멈췄어요. 작동이 중지되어 정보를 복구 중이라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소설을 통해 들여다 본 우리 삶의 수많은 기회들.

모두 일일이 횟수로 표시해서 볼 수 있다면 복잡해서 하루도 못 살 거예요. 안 보이길 천만다행이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에요. 아낌 없이 사랑하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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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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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디 사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스퉁 민체이'라는 아름다운 강변에 산다고 대답한다.

스퉁 민체이는 '승리의 강'이라는 뜻이지만

막상 그 이름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게 되면

사람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좋아 '강'이지, 실제로 스퉁 민체이는 프놈펜에서,

아니 캄보디아 전체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장이다.   (16p)


예전에 이런 아파트 광고가 있었어요.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가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내가 사는 곳이 곧 나의 가치를 좌우한다는 자본주의 발상.

<렌트 콜렉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죠."   (346p)


주인공 상 리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고 있는 스물아홉 살 여성이에요.

상 리에게는 남편 기 림과 생후 16개월 된 아들 니사이가 있어요. 매일 쓰레기를 주우며 살고 있어요.

매월 첫째 날은 어김없이 암소가 찾아와요. 암소의 진짜 이름은 소피프 신인데, 우리는 그녀를 '암소' 또는 '집세 수금원(Rent Collector)'이라고 불러요. 그녀는 몇몇 땅 주인들을 대신해 스퉁 민체이에 사는 가난한 이들의 집세를 걷으러 다녀요. 소피프는 퉁명스럽고 냉혹하며 화를 잘 내는 여자예요. 대부분의 시간은 잠을 자거나 욕설을 지껄이거나 싸구려 술을 마시며 빈둥거려요. 오직 단 하루, 집세 걷는 날만 술에 취해 있지 않아요.

쓰레기 줍는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달퍼요. 프놈펜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곳 사람들은 남들이 내다 버린 것들에서 삶을 일구며 오늘도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상 리는 요즘 계속 할아버지 꿈을 꿔요. 할아버지는 어린 상 리에게 늘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셨어요.


"인생이 늘 그렇게 힘들고 잔혹한 것만은 아니란다. 우리의 고난은 순간에 지나지 않아." (11p)

"상 리."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

"오늘부터 시작이야.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날이 될 거야."  (12p)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산다는 건 '좋은 날'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요. 그래도 상 리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덕분에 잘 버텨내고 있어요. 단지 니사이가 매일 설사하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프다는 것, 매달 집세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빼면. 아니, 이젠 버티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남편 기 림이 집세 낼 돈을 강도들에게 뺏긴 데다가 심하게 얻어맞아 죽을 뻔 했거든요. 이런 딱한 사정을 듣고도 소피프 신은 꿈쩍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눈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기 림이 주워온 그림책을 본 소피프의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더니 풀썩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고통스럽고 슬픔에 가득 찬 탄식으로 변했어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상 리는 무엇이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던 여자의 감정을 흔들었는지 생각했어요. 뭘까...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살짝 들썩이던 입술, 그건 소피프 신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다음 날 상 리는 소피프를 찾아가 부탁했어요. 

"제게 글 읽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58p)

스퉁 민체이 사는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몰라요. 상 리가 소피프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그건 이 소설을 읽는 저한테도 일어났어요. 문학의 소중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한 소피프의 가르침을 상 리와 함께 배웠어요. 


"좋든 싫든 희망은 우리 가슴 속에 아주 깊이 새겨져 있어서 내칠 수가 없고,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다시 희망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우리 자신이 사란이고 태터코트이고 신데렐라이기 때문이야."  (3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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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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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에는 가정법원 조사관과 그들이 담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예요.

가정법원 조사관은 3인 1조로 움직이는데, 주인공 무토는 주임 진나이 씨의 '조'로 배정되었어요.

직장에서 민폐 덩어리인 진나이 씨와 의욕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기사라즈 안나 사이에 낀 매우 정상적인 무토 씨.

무토가 이번에 맡은 다나오카 유마 건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살 아르바이트 소년이 무면허로, 과속 운전을 하다 인도로 돌진해 조깅 중이던 중년 남성을 숨지게 한 사건이에요. 무면허의 인명 사고, 게다가 피해자가 사망했으니 원칙적으로 검찰 송치 사건이지만 형사 처분 이외의 조치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 조사관들이 담당하고 있어요. 

기존에 맡은 오야마다 슌 건은 사람들에게 '죽어'라고 적힌 협박 편지를 보낸 건인데, 그것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상에 협박 글을 올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슌은 협박자들을 협박했던 거예요. 소년 심리 결과는 '시험관찰'이어서 무토가 정기적으로 슌과 면담하기 위해 가정 방문을 하고 있어요. 무토가 처음으로 면담했을 때, 슌에게 범행 동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죽어,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죽어,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지 알고 싶어서요." (21p)


무토가 왜 진나이 씨와 같은 조가 되었을 때 한숨을 푹푹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봤을까요.

잠시라도 진나이 씨와 함께 있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사람이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말해야 하는데 진나이 씨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못해 고약해요.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듯 툭툭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려요. 거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정보를 진짜라며 우겨대요. 매사 심드렁한 태도라서 제대로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요. 한 마디로 괴짜예요. 그런 진나이 씨가 유독 다나오카 유마에게 관심을 갖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진나이 씨는 "무토, 너도 알잖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범인들은 대부분 본인도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잘 이해를 못 한다는 걸"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163p)


"사고를 내서 어쩌다 사람을 죽인 놈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한 놈,

둘 중에 누가 나쁜 놈일까?  (215p)


이 소설에서 다나오카 유마는 서브머린이에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날들을 빛이 닿지 않는 해저에서 꼼짝 않고 있듯이, 부정적이 생각을 하는 데 소모해 온 거라고.

어쩌면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약자들은 모두 서브머린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뉴스를 통해 잔인한 소년범죄를 접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어요. 그러나 <서브마린>의 다나오카 유마와 오야마다 슌의 경우를 보니 무조건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가정법원 조사관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일 수 있어요. 세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희망.

가정법원 조사관의 역할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사이코패스 범죄를 제외하면 소년범죄의 다수는 이 사회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서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범죄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처럼 돌이킬 수 없는 불행 앞에 감히 용서를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똑같이 나쁜 사람이 되면 안 돼요. 

슌의 협박편지처럼 누구든지 상대에게 칼을 겨눌 때는 그 칼이 자신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요. 민폐 덩어리 진나이 씨조차 세상에 다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아니 우리 모두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해요. 다함께 서브머린을 끌어올려서 모두가 환하고 따스한 햇빛을 마주하기를.

마지막으로 『바보 이반』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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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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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관계없는 얘기야."  (233p)


하루에도 몇 백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교통사고 현장 모습은 너무나 참혹해요.

하지만 자신이 겪기 전에는 '나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종종 잊게 돼요. 

만약 다른 일이었다면 이러한 무관심이 대수롭지 않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와 무관하다는 말을 못할 거예요.

아니, 저 말이 얼마나 소름돋는 이야기인지 깨닫게 될 거예요.

이 소설은 '교통사고'라는 주제로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사실 운전자가 아니어도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교통 법규 위반이나 접촉사고, 비상적인 운전매너 등 불쾌하고 위험했던 기억들이 있을 거예요.

그 중에서 운전할 때 인격이 돌변하는 사람들은 신종 공포라고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정해진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하는데, 그걸 제멋대로 위반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죠. 교통사고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피치못할 상황을 제외한다면 각자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여섯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반전이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각 사고마다 '나'를 대입해보면, 왜 "우리와는 관계없는 얘기야."라는 말에 소름돋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교통사고는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하는 교통경찰과는 달리, 우리는 그 당사자이기 때문에 '왜 교통사고가 일어났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문득 부모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생각났어요. 우리 아이들을 좀더 안전하게 지켜주자는 법을 만드는데 뭐가 그리 시끄러운지.

우리나라는 늘 보행자보다는 운전자의 입장을 우선시 하는 게 아닌가라는 불만이 있었는데, 민식이법이 과도한 처벌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어요. 그들은 그 법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겼겠지요. 너무나 끔찍한 이기심과 무관심 앞에 공포를 느꼈어요.

교통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건 우리 모두와 관계 있는 일이니까요.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단편작품집이라고 해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한 편씩 문예지《주간소설》에 실었던 것을 1992년에 한 권으로 묶어 처음 출간했어요.

10년이 지난 2001년에야 중판에 들어갔고, 데뷔 15년이 된 그는 후기에서 "... 이제 새삼 중판이라니, 출판계도 참 예측 불허의 오묘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라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고, 지금 제가 읽은 책은 2019년 새로 출간되었어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만큼 유명한 작가인데, 매번 새로운 책이 출간되어서 굉장히 다작을 한다는 점에 놀랐어요. 그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1년에 두세 권을 꾸준히 발표하여, 2019년 현재까지 출간된 소설책이 총 87권이라고 해요.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보면서 멋진 '작가'일뿐 아니라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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