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또롱 아래 선그믓 -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에서 페미니즘을 읽다
권도영.송영림 지음, 권봉교 그림 / 유씨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올해 봤던 영화 중에서 <82년생 김지영>은 제 눈물샘을 팡팡 터뜨린 작품이에요.

소설로도 읽었기 때문에 이미 내용을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그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았어요.

왜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시끄러운 논란의 중심이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과연 말도 안 되는 비난에 앞서 소설을 읽어 보기는 했을까,라는 의심이 들어요.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감했어요. 김지영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평범한 그녀가 살면서 겪었던 차별과 편견이 너무나 당연한 듯 여겨져서, 어쩌면 슬그머니 외면했던 건 아닌지.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라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낼 수 없었던 거예요. 아무리 아닌 척 해도 상처는 늘 아프니까. 


<배또롱 아래 선그믓>은 좀 특별한 책이에요.

우리 옛이야기 속 여성의 삶을 통해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도 어릴 때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투덜댔던 기억이 나요. 늘 여자 주인공은 억울한 피해자라서, 원한을 품은 귀신으로 나타나서.

그러나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성차별과 편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데 그걸 풀어내는 과정이 없었던 거죠. 옛이야기는 그 시대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아이들에게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 살펴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줘야 해요.

세월은 흘러 시대가 바뀌었으나 여성에 관한 인식은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여성에게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억압 속에 살아야 했던 그녀들의 이야기.

그것은 옛이야기일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탐구해야 할 이야기예요.

예전에는 <바리데기>를 읽으면서 바리데기의 효심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바리데기의 여정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뿐 아니라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도전인 것 같아요. 험난한 여정을 이겨낸 바리데기처럼 오늘날의 여성들도 강인한 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따지기 보다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옛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지금 시대의 상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페미니즘 하면 여전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성은 물론이고 때로 여성들도 그렇다.

그 불편함은 아마도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여성들이 기득권을 획득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보거나,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는 오해 때문에 생겨난 불편함인 것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아우르는 약자들의 외침이다.

...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역시 옛이야기 속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 옛이야기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무척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2019년 11월, 권도영 송영림


★☆★ 배또롱 아래 선그믓 ★☆★

제주도에는 "내 배또롱 아래 선그믓 덕으로 잘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자기 복에 잘산다'는 뜻이라고 해요.

'배또롱'은 '배꼽'이고, '선그믓'은 배꼽에서 음부까지 내리 그어진 선'을 말해요.

여자는 선그믓이 짙을수록 복이 많고 잘산다는 민간 신앙이 있었대요.


옛날에 아주 큰 부잣집 주인장인 장자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는데,

첫째 딸은 은장아기, 둘째 딸은 놋장아기, 셋째 딸은 가믄장아기라고 불렀어요.

가문장아기 나이 열다섯이 되었을 때 장자는 딸들을 차례대로 불러내어 물었어요.

"너는 누구 덕에 먹고 입고 잘 사느냐?"

은장아기, 놋장아기는 다소곳하게 대답했어요.

"하늘님도 덕이고 지하님도 덕입니다만, 아버님 덕이고 어머님 덕입니다."

장자야 이런 대답을 원했으므로 매우 흡족했어요. 

잔뜩 기대에 부풀어 막내 가믄장아기를 불러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

가믄장아기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하늘님도 덕이고 지하님도 덕입니다. 아버님도 덕이고 어머님도 덕입니다만,

저는 제 배또롱 아래 선그믓 덕으로 먹고 입고 잘 삽니다."

장자는 화가 나서 당장 가믄장아기를 쫓아냈어요.

가믄장아기는 검은 암소에 먹을 양식을 싣고 "어머님, 잘 사십시오. 아버님, 잘 사십시오."

이렇게 당당하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어요.

언뜻 이 대목을 보면 부모님의 모습이 매정하기도 하고 가믄장아기의 모습이 철없어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옛이야기 속 집을 떠나는 장면은 '홀로서기', 즉 성인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누구나 성장하면 집을 떠나 한 사람의 어른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오지요.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는 삶의 주체가 되는 '자아 찾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부터 나도 블록체인 앱 메이커 - 바이플러그로 가상화폐 지갑 만들기
장성균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부터 나도 블록체인 앱 메이커>는 온라인 기반 핀테크 수업 교재예요.

누구나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사용하고,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이 책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요.

책의 구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론적인 설명과 실제 블록체인 앱을 만들어보는 실습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편리한 모바일 페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요. 저 역시 'oo페이'와 같은 전자 페이로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초반에는 보안 문제 때문에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어요.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앞서 언급한 디지털 가상화폐가 이러한 핀테크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의 발달은 핀테크가 주목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금융이 더욱 활성화된 거죠.

핀테크 응용 분야가 점점 확대되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거라는 전망이 있어요.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보더라도 현금보다는 카드 결제를 주로 하기 때문에 현금을 사용할 일이 줄어들었어요. 현금이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어요.

우리의 화폐는 인터넷 뱅킹에서 디지털 가상화폐로 넘어가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해요. 

뉴스를 통해 접했던 암호화페와 블록체인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투기성 논란이 있었지만 미래 사회의 새 패러다임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 블록체인 기술은 한 마디로 '관리 공유 시스템'이라고 해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동일한 하나의 장부, 즉 거래 장부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거래가 투명해지기 때문에 신뢰성을 높일 수 있어요. 공개된 장부의 특징은 기존 금융사들이 중앙 서버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시스템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해요.

블록체인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디지털 가상 화폐(코인)를 거래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했다면, 그 다음은 거래하고 싶은 자산(디지털 가상화폐 포함), 기술 등이 더해져서 어떤 것이든 거래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어요. 앞으로 블록체인 2세대는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되는 목적으로 활용될 거라고 해요.

이 책은 <self-study>와 <Quiz>를 통해서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줘요.

▷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산업 분야를 하나 떠올려보고  구체적인 예시와 활용 방안을 적어 봅시다.

◎ 블록체인 거래 환경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 암호화폐의 거래방식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세요.

◎ 블록체인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블록체인기반 거래 시스템에는 은행 계좌와 비슷한 '가상화폐 지갑'이라는 준비물이 필요해요. 일상생활에서 쓰는 지갑이 돈을 보관하는 목적을 가진다면,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지갑은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개인키'와 가상화폐 지갑의 '계좌번호', 그리고 '거래 내역'을 보관하는 곳이에요.

이런 가상화폐 지갑은 모바일에서 앱으로 사용 가능하게 서비스화 되어있고, 이를 전자지갑이라 부르기도 해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흐름을 이해하는 적용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몰라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인 만큼 스스로 학습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시대의 문맹이 될지도 몰라요.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실습을 통한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요.

앞서 설명했던 '가상화폐 지갑 앱'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를 통해 '바이플러그'라는 웹 브라우저에 접속해 앱 저작 도구로 만드는 거예요.

바이플러그는 가입한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책 속에 1개월 이용권이 들어 있어요. 바이플러그 홈페이지에는 앱을 만들 때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고, 앱 제작을 위한 '새 프로젝트'라는 아이콘을 클릭하면 바로 앱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순서대로 클릭하고 설정하고 입력하면, 드디어 나만의 전자지갑 앱을 완성할 수 있어요. 최종적으로 '설정'에서 '출시' 탭에 모바일 웹 공개 설정을 하면 진짜 사용가능한 전자 지갑이 되는 거예요.

별 무리 없이 척척 해낸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차근차근 스스로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잘 짜여진 교재와 도구 덕분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재밌다냐옹~

만화 같은 이야기.

주인공 마시타 구루미는 스물일곱 살 여성이고, 6개월 전 다니던 대형출판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어요.

5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출판과는 무관한 허드렛일을 했던 터라 재취업이 쉽지 않아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 실업급여는 이번 달까지 받으면 끝나고, 앞으로 집세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료, 전기요금, 수도요금, 인터넷 요금 등등 내야 할 것들은 수두룩하니 걱정도 태산이에요.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 사는 낡은 다세대 주택에서 쫓겨날 판이에요.

백수 신세... 구루미는 산책을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히카와 신사로 향했어요. 히카와 신사는 '결연'으로 유명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일본 신사에는 별별 주제로 된 신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히카와 신사에는 '인연의 신'이 있어서 '결연', 즉 남녀의 인연을 이어주고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하네요. 

구루미에게 현재 남녀의 인연은 관심사가 아니에요. 힘겨운 지금, 신에게 바라는 인연은 일자리를 구하게 해달라는 거예요. 제단 앞에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 치고 두 번 또 절했어요. 간절함을 담아 절을 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틀림없이 일자리를 찾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히카와 신사 안에 <카페 인연>을 들여다보니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가 보였지만 수중에 돈이 없는 구루미는 지나칠 수밖에 없었어요. 뱃속은 꼬르륵~~ 애써 참으며 가와고에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심을 돌렸어요. 그때 신가시가와 강 부근에 택배 상자가 걸려있듯이 놓여 있었어요. 택배 상자 안에는 검은 고양이가 들어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검은 고양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구루미뿐, 지금 구하지 않으면 강물에 휩쓸려 갈지도 몰라요.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니 고양이를 구조해줄 상황은 아니고, 어쩌나 망설이다가 가여운 고양이를 구하기로 마음 먹고 강기슭으로 내려갔어요. 그 순간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어요. 우산을 쓰나마나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홀딱 젖었어요. 설상가상으로 발이 쭉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탁 부딪쳤어요. 그때 무성한 풀 사이로 무릎 높이 정도의 작은 제단이 보였어요. 그 안을 들여다보니 마네키네코와 비슷한 느낌의 고양이 석상이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고양이 석상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앗, 고양이 신?

유치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만화 같은 설정이 마음에 들어요. 절박한 인간에게 나타난 고양이 신이라면.

"고양이를 구해줘야 해!"

"잘됐으면 좋겠다."

그냥 눈앞의 석상에 대고 조용히 기도했어요.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신기하게도 종소리가 때애앵이 아니라 야옹으로 들렸어요. 빗소리 때문일까요. 다행히 검은 고양이는 무사히 구출해냈는데, 구루미는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어요. 이제 이 검은 고양이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등 뒤에서 일흔 살 정도로 보이는 노부인이 서 있었어요. 추위에 떠는 구루미와 검은 고양이를 보더니 선뜻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어요. 노부인의 집은 근처 카페 <커피 구로키>였어요. 

노부인의 이름은 구로키 하나. 

하나 씨의 카페 벽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이 구루미의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카페 점장 모집 (숙식가능)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카페였는데, 남편이 죽은 후로는 마음 내킬 때만 문을 열고 있다고. 그런데 아들 부부가 곧 아기를 낳을 예정이라서 그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카페 문을 닫기는 싫고, 카페를 맡아줄 점장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와우, 구루미에게 딱 알맞은 조건의 일자리가 나타나다니~

검은 고양이는 노부인에게 맡기고, 구루미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내일 카페를 찾아가서 카페 점장 자리를 구하리라 마음 먹었어요.

다음 날, 카페 <커피 구로키>에 간 구루미는 하나 씨 대신에 자신을 점장이라고 소개하는 잘생긴 남자 구로키를 만났어요. 하나 씨의 며느리가 어제 갑자기 산기를 느껴서 병원에 가게 됐고, 구로키에게 카페를 맡겼다는 거예요. 한 발 늦어버린 구루미가 실망하면 카페를 나서려는데, 미남 구로키가 엉뚱한 요구를 했어요. "내 하인이 돼줘."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구루미에게, 이번에는 부탁을 했어요. "나의 집사가 되어줘." 

구로키를 변태라고 생각한 구루미가 자신에 어깨에 놓여 있는 구로키의 손을 뿌리치면서 구루미의 손바닥이 구로키의 손등에 닿았고...어,엇!

갑자기 구로키의 몸이 고꾸라지더니 울부짖기 시작했어요. 구루미 눈앞에는 검은 고양이가 보였어요. 어제 자신이 구해준 그 고양이.

뭐야, 이 고양이는 요... 요괴고양이? 구루미는 기절했어요.


과연 구루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검은 고양이 구로키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

커피 향이 은은하게 풍겨오는 카페 <커피 구로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간이에요. 다양한 커피의 매력처럼 고양이 역시 마음을 사로잡네요.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 같은 이야기, <검은 고양이 카페>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검사는 들어봤는데, 검찰수사관은 누구?

아마 대부분 저와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근래 드라마 <검사내전>을 보면서 원작이 동일 제목의 김웅 검사 에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실감나는 검사실 풍경에서 검사가 궁금하다면 <검사내전>을, 검찰수사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시간이 남는다면 드라마를 봐도 좋고 ㅎㅎㅎ


<어쩌다, 검찰수사관>은 2019년 현재까지 27년 동안 검찰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의 솔직한 현장 이야기예요.

직업적인 궁금증뿐 아니라 검찰에 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 권의 책 속에 27년이라는 세월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굉장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일반인들이 드라마와 영화 때문에 오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예 몰라서 생긴 오해인 것 같아요.

검찰청이 일터가 아닌 사람들이 그곳을 가야 하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않은 일 때문이니까, 굳이 그런 곳에 대해 알 필요가 있나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희한하게도 이 책을 통해 검찰수사관에 대해 알게 되니, 가로막혔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었어요.

검찰청은 나와 다른 세계가 아니었구나,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었구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뭘 알아야 도전할 수 있겠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미래의 검찰수사관에게 유익한 가이드북이 될 것 같아요.


현재 대한민국 검찰청에는 약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그중 검사가 2000여 명, 검찰수사관이 6000여 명, 기타 직군이 20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검찰수사관은 국가공무원 검찰직 9급 서기보로 시작하여 1급 관리관 (대검 사무국장)까지 해당돼요.

우선 대한민국 검찰청 조직도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이런 조직도를 재미있게 보는 날이 오다니, 암튼 신기하네요.

검찰청은 대검찰청(대검), 고등검찰청(고검), 지방검찰청(지검), 지청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기서 잠깐, 사람들이 종종 틀리는 거래요. 경찰청장 (O), 경찰총장(X) / 검찰총장(O) , 검찰청장(X)

대검찰청 산하에는 서울고등검찰청, 대전고등검찰청, 대구고등검찰청, 부산고등검찰청, 광주고등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등 6개의 고등검찰청이 있어요.

대검은 검찰총장을 위시하여 검찰 수뇌부가 근무하는 곳으로, 검찰 전체 업무를 총괄해요. 현재 대검은 수사를 하지 않고, 검찰에 대한 지휘통제와 결제만 담당해요.

고검에는 고등검사장(고검장)이 있어요. 고등검찰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고등검찰청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인천지검), 의정부시를 포함한 경기 북부 지역(의정부지검), 그리고 강원도(춘천지검) 등 광범위한 지역을 관할해요. 수원지방검찰청은 2019년 3월, 분리 승격되면서 현재 경기도 남부 지역은 서울고등검찰청 관할이 아니에요.

서울특별시의 경우는 중앙과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등이 있어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싸움질을 하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남부지검이에요. 왜냐하면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그곳 관할이기 때문이에요.  (29p)

현재 수사를 포함해 검찰의 모든 일선 업무는 지검과 지청에서 이루어져요. 지검과 지청은 맡고 있는 관할 지역에 따라 규모만 차이나고, 수행하는 업무는 동일해요.

특기할 사항은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검찰청과 법원은 항상 같이 붙어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 정문에 서서 왼쪽 방향이 검찰청이고, 오른쪽 방향으로 법원이 위치해요.

각 검찰청의 기관장인 지검장(지청장)을 정점으로, 그 아래 검사실과 사무국으로 나눠져요.

검사실은 강력부, 형사부, 공판부 등 각종 부단위로 편성되며 부장검사가 책임져요.

드디어 검찰수사관이 등장하네요.

모 검찰청 320호 검사실에는 박 검사, 강 수사관, 최 수사관, 한 실무관 등 모두 4명이 근무해요.

검사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검사, 수사관, 실무관이며, 검사는 수사를 담당하는 평검사예요. 

과거 직급별 호칭은 검찰직 8급과 9급에게는 '주임'이고, 6급과 7급은 '계장'이라고 했는데, 2000년 초반부터 9급 이상의 공채 합격한 검찰공무원들의 대외직명이 '검찰수사관'으로 통일되었대요. 

저자는 검사실 소속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는 '숙제 친구'라고 표현했어요. 배당된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업무적 동료 관계라는 거죠.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검사는 이 책의 표현대로 '숙제 친구인 수사관과 검사', '엄마 같은 실무관'들이 검찰의 진짜 모습이라면서, 추천사를 적었네요.


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각 검사실로 향하는 카트가 등장해요. 카트 안에는 서류가 잔뜩 있어요. 그것이 바로 사건 기록이에요.

형사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대부분 추가 수사가 필요해요. 보통 검사실에 배당된 월 100여 건 중 수사관 1인당 10~20여 건의 사건을 넘겨받아요. 수사관은 가장 오래된 사건 기록을 제일 먼저 검토하는데, 그 이유는 사건 처리 기한이 통상 3개월을 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필요한 조사, 확보해야 하는 증거 자료, 조사 순서 등을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해야만 해요. 일단 계획이 서면 피조사자와 전화로 일정을 조율하고, 검찰에서 피조사자에게 우편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요.

약속된 일자에 피의자가 출석하면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돼요. 수사관은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돼요. 사전에 사건 기록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조사할 사항을 별도로 메모해 두어야 원활한 피의자 조사를 할 수 있어요. 조사는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을 전부 조서로 작성해야 하고, 피의자가 열람한 후 기명날인을 받아두어야만 해요. 

수사관은 수사가 더 이상 조사할 사람이나 확인할 내용이 없으면 사건 기록을 최종 정리하여 검사에게 인계해요. 그러면 사건 하나가 마무리된 거예요. 검사는 수사관이 넘겨준 기록을 살펴보고 최종 처분해요. '기소' 혹은 '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거예요. 

와우, 이것이 검찰수사관의 업무였군요. 

재미있는 건 근래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읽었는데, 저자가 직업 정신을 발휘하여 소크라테스 고발 사건을 현대 검찰청에서 접수했다는 가정 하에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이에요. 저 역시 그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우리 사회와 치환하여 생각해봤거든요. 현대판 소크라테스에게 '혐의 없음'의 불기소장 작성을 함으로써 무혐의 결론을 내리겠죠. 부디 법이 공정하게 그 힘이 발휘되기를, 그러기 위해서 올바르게 제 몫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어요. 

시작은 어쩌다, 검찰수사관이지만 그 끝은 역시, 감동 주는 검찰수사관이 되기를 바라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손에 꼽는 악몽이 있어요.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 꿈인 줄도 모르고 흐느껴 울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꿈.

울면서 깼을 때,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다행이다, 꿈이라서.

어릴 때도 아니고 스물을 넘긴 성인이었는데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슬프고 무서웠어요.

나한테는 악몽이었다면, 할리 베이트먼은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떠오른 생각이었다고 해요.

엄마가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울음이 났대요.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다음 날 아침, 엄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대요.

엄마가 죽은 후에 자신이 하루하루 단계적으로 따를 수 있는 지침서를 써 달라고. 엄마는 크게 웃으셨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대요.

그 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에요.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은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들을 위한 책이에요.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사랑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네, 죽음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이별이란 걸 알아요.

하지만 싫다고 피해버리면 진짜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될지도 몰라요. 

처음 아이디어는 딸 할리 베이트먼이 생각했지만 엄마 수지 홉킨스가 승낙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에요.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는 딸을 위하여, 엄마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인생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딸이 가장 처음 할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고를 알리는 일이 될 거예요. 전화든 문자든간에.

그리고 첫째 날에는 파히타를 만들어요. 구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채소와 함께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 요리인데 재료와 레시피가 상세히 나와 있어요. 

역시 엄마 마음은 딸의 밥 걱정이 먼저네요. 슬픔에 잠겨 제대로 먹지도 못할까봐. 든든하게 파히타를 만들어 먹고, 진한 위스키 한 잔을 마셔도 좋다고.

둘째 날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해요.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이 나면 울어도 좋아요.

셋째 날은 개털을 빗겨 줘요. 일상적인 일들을 멈추지 말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에요. 

넷째 날은 부고 쓰는 일이 나와 있어요. 엄마가 미리 써 놓은 게 없다면 엄마와 가장 친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아마 엄마의 삶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어요. 엄마의 당부는 '내 부고에 쓰지 않을 것들'을 적어놓았으니 참고하면 돼요. 

다섯째 날은 대청소하는 날, 여섯째 날은 심야 식당 가기, 일곱째 날은 '나를 땅에 묻는 날'에 장례식에서 틀어줬으면 하는 노래 두 곡이 나와 있어요. 

니트 그리티 더트 밴드(Nitty Gritty Dirt Band)의 <그렇게 흘러 가겠지(And So It Goes)>, 그리고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가 부른 <무지개 너머(Somewhere Over the Rainbow)>예요. 아름다운 멜로디와 멋진 가사까지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줄 계획인 것 같아요. 또한 묘지를 우울한 곳이 아닌 떠난 사람을 기억해주는 장소로 여겨달라고, 엄마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슬픔이 쉽게 가시진 않겠지만, 그 슬픔에 빠져 쓰러지지 않도록, 엄마는 세심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엄마가 떠나도 딸의 삶은 이어지므로, 혹시나 엄마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인생에 크고 작은 조언들을 해주고 있어요. 

Day + 1 일부터 Day + 20,000 일까지 나와 있어요. 엄마의 마지막 조언은 '이상적인 죽음 계획하기'예요. 스스로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죽는 건 혼자만의 일이니까. 삶의 주인공은 '나'였으니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멋지게 끝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진짜 중요한 말은 가장 마지막 장에 적혀 있어요. 읽으면서 뭉클했어요. 

엄마라는 존재는 내 삶의 시작이며, 축복이에요.

문득 엄마가 보고 싶네요. 사랑해요, 엄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