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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검사는 들어봤는데, 검찰수사관은 누구?
아마 대부분 저와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근래 드라마 <검사내전>을 보면서 원작이 동일 제목의 김웅 검사 에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실감나는 검사실 풍경에서 검사가 궁금하다면 <검사내전>을, 검찰수사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시간이 남는다면 드라마를 봐도 좋고 ㅎㅎㅎ
<어쩌다, 검찰수사관>은 2019년 현재까지 27년 동안 검찰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의 솔직한 현장 이야기예요.
직업적인 궁금증뿐 아니라 검찰에 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 권의 책 속에 27년이라는 세월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굉장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일반인들이 드라마와 영화 때문에 오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예 몰라서 생긴 오해인 것 같아요.
검찰청이 일터가 아닌 사람들이 그곳을 가야 하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않은 일 때문이니까, 굳이 그런 곳에 대해 알 필요가 있나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희한하게도 이 책을 통해 검찰수사관에 대해 알게 되니, 가로막혔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었어요.
검찰청은 나와 다른 세계가 아니었구나,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었구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뭘 알아야 도전할 수 있겠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미래의 검찰수사관에게 유익한 가이드북이 될 것 같아요.
현재 대한민국 검찰청에는 약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그중 검사가 2000여 명, 검찰수사관이 6000여 명, 기타 직군이 20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검찰수사관은 국가공무원 검찰직 9급 서기보로 시작하여 1급 관리관 (대검 사무국장)까지 해당돼요.
우선 대한민국 검찰청 조직도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이런 조직도를 재미있게 보는 날이 오다니, 암튼 신기하네요.
검찰청은 대검찰청(대검), 고등검찰청(고검), 지방검찰청(지검), 지청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기서 잠깐, 사람들이 종종 틀리는 거래요. 경찰청장 (O), 경찰총장(X) / 검찰총장(O) , 검찰청장(X)
대검찰청 산하에는 서울고등검찰청, 대전고등검찰청, 대구고등검찰청, 부산고등검찰청, 광주고등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등 6개의 고등검찰청이 있어요.
대검은 검찰총장을 위시하여 검찰 수뇌부가 근무하는 곳으로, 검찰 전체 업무를 총괄해요. 현재 대검은 수사를 하지 않고, 검찰에 대한 지휘통제와 결제만 담당해요.
고검에는 고등검사장(고검장)이 있어요. 고등검찰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고등검찰청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인천지검), 의정부시를 포함한 경기 북부 지역(의정부지검), 그리고 강원도(춘천지검) 등 광범위한 지역을 관할해요. 수원지방검찰청은 2019년 3월, 분리 승격되면서 현재 경기도 남부 지역은 서울고등검찰청 관할이 아니에요.
서울특별시의 경우는 중앙과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등이 있어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싸움질을 하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남부지검이에요. 왜냐하면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그곳 관할이기 때문이에요. (29p)
현재 수사를 포함해 검찰의 모든 일선 업무는 지검과 지청에서 이루어져요. 지검과 지청은 맡고 있는 관할 지역에 따라 규모만 차이나고, 수행하는 업무는 동일해요.
특기할 사항은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검찰청과 법원은 항상 같이 붙어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 정문에 서서 왼쪽 방향이 검찰청이고, 오른쪽 방향으로 법원이 위치해요.
각 검찰청의 기관장인 지검장(지청장)을 정점으로, 그 아래 검사실과 사무국으로 나눠져요.
검사실은 강력부, 형사부, 공판부 등 각종 부단위로 편성되며 부장검사가 책임져요.
드디어 검찰수사관이 등장하네요.
모 검찰청 320호 검사실에는 박 검사, 강 수사관, 최 수사관, 한 실무관 등 모두 4명이 근무해요.
검사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검사, 수사관, 실무관이며, 검사는 수사를 담당하는 평검사예요.
과거 직급별 호칭은 검찰직 8급과 9급에게는 '주임'이고, 6급과 7급은 '계장'이라고 했는데, 2000년 초반부터 9급 이상의 공채 합격한 검찰공무원들의 대외직명이 '검찰수사관'으로 통일되었대요.
저자는 검사실 소속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는 '숙제 친구'라고 표현했어요. 배당된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업무적 동료 관계라는 거죠.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검사는 이 책의 표현대로 '숙제 친구인 수사관과 검사', '엄마 같은 실무관'들이 검찰의 진짜 모습이라면서, 추천사를 적었네요.
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각 검사실로 향하는 카트가 등장해요. 카트 안에는 서류가 잔뜩 있어요. 그것이 바로 사건 기록이에요.
형사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대부분 추가 수사가 필요해요. 보통 검사실에 배당된 월 100여 건 중 수사관 1인당 10~20여 건의 사건을 넘겨받아요. 수사관은 가장 오래된 사건 기록을 제일 먼저 검토하는데, 그 이유는 사건 처리 기한이 통상 3개월을 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필요한 조사, 확보해야 하는 증거 자료, 조사 순서 등을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해야만 해요. 일단 계획이 서면 피조사자와 전화로 일정을 조율하고, 검찰에서 피조사자에게 우편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요.
약속된 일자에 피의자가 출석하면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돼요. 수사관은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돼요. 사전에 사건 기록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조사할 사항을 별도로 메모해 두어야 원활한 피의자 조사를 할 수 있어요. 조사는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을 전부 조서로 작성해야 하고, 피의자가 열람한 후 기명날인을 받아두어야만 해요.
수사관은 수사가 더 이상 조사할 사람이나 확인할 내용이 없으면 사건 기록을 최종 정리하여 검사에게 인계해요. 그러면 사건 하나가 마무리된 거예요. 검사는 수사관이 넘겨준 기록을 살펴보고 최종 처분해요. '기소' 혹은 '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거예요.
와우, 이것이 검찰수사관의 업무였군요.
재미있는 건 근래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읽었는데, 저자가 직업 정신을 발휘하여 소크라테스 고발 사건을 현대 검찰청에서 접수했다는 가정 하에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이에요. 저 역시 그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우리 사회와 치환하여 생각해봤거든요. 현대판 소크라테스에게 '혐의 없음'의 불기소장 작성을 함으로써 무혐의 결론을 내리겠죠. 부디 법이 공정하게 그 힘이 발휘되기를, 그러기 위해서 올바르게 제 몫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어요.
시작은 어쩌다, 검찰수사관이지만 그 끝은 역시, 감동 주는 검찰수사관이 되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