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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시대에 시는 어떤 의미일까요.
한때 시집이 베스트셀러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런 얘길 하면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사랑할 때는 그대를 위한 선물이고, 이별한 후에는 나를 위한 위로가 되어준 시.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혹은 누군가의 sns를 통해서 슬그머니 우리에게 다가온 시가 있어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풀꽃>이라는 시는, 이것이 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해진 것 같아요.
덕분에 풀꽃 시인 나태주님의 시집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즐겨 읽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러네요.
신기하게도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풀꽃>이라는 시처럼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작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건네주는 것 같아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는 기존의 시집과는 다른, 좀 특별한 책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 열여섯 살 때, 나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겨 그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연애편지 쓰기가 시 쓰기의 시작이었다, 시 쓰기는 또 연애편지 쓰기의 대신이었던 셈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연애편지 쓰기의 대상이 바뀌었다. 여학생에서 세상으로, 이제 나의 시 쓰기는 세상에서 쓰는 연애편지이고, 시 또한 세상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하지만 그 러브레터는 쉽게 전달이 되지 않았고 답장 또한 오래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에서는 천천히 답장이 오고 있다. 이 책이 그 증거인데,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젊은 여성이 나의 시를 꼼꼼히 일고 자신의 느낌을 달았다.
아니, 자기 인생에 비추어 나의 시를 새롭게 해석해 주었다. 이 고마움이라니! “ - 2019년 겨울의 입구에서, 나태주
이 책은 나태주 시인의 시와 그림 그리고 김예원님의 에세이가 담겨 있어요.
시인이 보낸 러브레터에 대한 답장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참으로 예쁘고 따뜻한 내용이에요.
영문학을 전공한 스물다섯 예원님의 인생 이야기가 나태주 시인의 시와 어우러져 새로운 감동과 공감을 주는 것 같아요.
마치 예원님의 삶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가 따스한 햇빛, 시원한 바람, 촉촉히 내리는 비처럼 느껴졌어요.
세상에 행복하고 좋기만 한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예원님의 글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
그녀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시를 사랑하는 문학적 감성이 삶 전반에 깃들어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걸.
“...아, 왜 나는 사랑을 사람에게서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좋아하는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 것은 책이 주는 사랑을 받은 것이고,
햇살 받은 풀잎을 보고 여린 것이 참 예쁘게도 피었다는 생각을 한 순간은 풀잎이 내뿜는 사랑을 느낀 것이다.
지하철 문이 여닫힐 때 시원하다는 걸 느끼는 것은 바람이 주는 사랑을 받은 것이다.
알고 보면 삶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그걸 찾아내고 그들이 주는 사랑을 받을지 말지는 우리의 마음과 의지에 달렸다.” (129p)
바로 말해요
나태주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내일 아침이 아니에요 지금이에요
바로 말해요 시간이 없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해가 지려고 해요 꽃이 지려고 해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가 울어요
지금이에요 눈치 보지 말아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그리웠다고 말해요
참지 말아요 우물쭈물하지 말아요
내일에는 꽃이 없어요 지금이에요
있더라도 그 꽃이 아니에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내 안의 사랑, 잠들어 있던 사랑을 깨우는 것 같아요.
그건 마치 사랑고백을 듣는 기분이에요.
“네가 있어 좋아.”
세상에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힘든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겨요.
그런 거예요, 시는.
시가 우리에게 밥을 주진 않지만 밥 먹을 이유를 알려줘요. 산다는 건 밥 먹듯 사랑하며 사는 거예요.
사랑한다고, 좋았다고, 보고 싶었다고 지금 말해요.
‘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데?’라는 핑계는 대지 마세요. 당신,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사랑해주세요, 나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