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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해 ㅣ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평점 :
마법 같은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마녀가 등장하거든요.
환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 등장한 마녀는 겉보기엔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음, 엄청 예쁜 외모를 지녔으니 그냥 평범한 건 아닐 수도 있겠네요.
뾰로롱~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며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쭉 인간으로 살아왔어요.
자신이 마녀라는 걸 알게 된 건 열 살 무렵이에요. 시골 할머니댁에서 지내다가 할머니가 말씀해주셨어요.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특이해서 괴짜란 건 느꼈지만 정체가 마녀였다니, 당연히 손녀딸인 시즈쿠도 마녀라는 사실.
시즈쿠는 할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렸던 나는 할머니를 마녀로서 진심으로 동경했어요.
"마녀라는 건 말이지, 어느 시대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배달해주는 존재야. 시즈쿠도 분명 그렇게 될 게다."
"어떻게 알아?"
"마녀라는 게 그런 거거든. 어떤 영화에서도 이것저것 배달했잖니.
물론 나는 손녀 생일에 그렇게 맛없어 보이는 파이를 굽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하렴."
"하하하......"
"어쨌든 시즈쿠는 훌륭한 마녀가 될 거야.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게 되는 만큼 많은 행복을 배달할 수 있단다.
할미한테는 보여. 시즈쿠가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모습이." (45p)
할머니는 틀림없이 행복을 주는 마녀였고, 그때는 지금과 달리 시즈쿠도 훌륭한 마녀가 되고 싶었어요.
만약 그 날 그 일만 없었다면...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할머니댁에서 함께 놀던 소년이 있었어요. 시즈쿠보다 한 살 많은 소타, 그 얘는 마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어요.
소타는 시즈쿠에게 약속했어요. 마녀의 기사가 되겠노라고.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대학생이 된 시즈쿠 앞에 청년이 된 소타가 나타났어요.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오늘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시즈쿠의 삶 속으로 들어왔어요.
놀랍게도 소타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왔고, 딱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마녀에게 힘이 될 것', 그것뿐이었대요.
그래서 시즈쿠를 찾아와 마녀의 사명, 마녀로서 해야 할 일을 함께 하자는 거예요.
과연 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 시즈쿠는 훌륭한 마녀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호조 시즈쿠.
열아홉 살이고 도쿄에 있는 사립 대학교 문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 외동딸이고 지금은 대학교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다.
... 자기소개를 하자면 싫어하는 것만으로 지면을 한 바닥 채워버리는,
세상에 불평불만을 많이도 가지고 있는 사라이 바로 여기 있는 나, 호조 시즈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내가 싫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굽히지 않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사토리 세대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세대니까.
이렇듯 어디에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겠다.
강조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이것도 소개해둔다.
나는 마녀다.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다. (7-9p)
* 사토리 세대 : 오랜 불황 속에서 자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을 가리킨다.
* 헤이세이 시대 : 일본의 연호로, 1989년 1월 8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기간을 칭한다.
『가끔 너를 생각해』의 원제 《さとり世代の魔法使い 》 는 "사토리 세대의 마법사"예요.
마녀 이야기라서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저 가볍게 즐기고 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아요.
주인공 호조 시즈쿠가 사토리 세대의 마지막 마녀라는 점이 이 소설의 핵심이었어요. 마녀의 사명, 즉 마법은 환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서 느끼는 행복이었어요. 누구나 마음이 행복을 느낄 때, 마법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사인 거예요. 자신만 몰랐을 뿐, 바로 호조 시즈쿠처럼. 스스로 마녀라는 정체성을 찾는 순간 모든 비밀이 풀렸어요.
마녀라는 존재, 마녀의 사명, 훌륭한 마녀가 되는 길... 전부 환상 동화 같지만 주인공 시즈쿠를 통해서 한 젊은이의 성장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오랜 불황으로 인해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층의 빈곤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먹고사는 걱정 때문에 열정과 꿈은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희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 번 믿어보면 어떨까요, 진정한 마법의 힘을.
"마음은 때때로 마법을 능가하지.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야." (16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