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아이다호 높은 산봉우리 벅스피크가 보이는 그곳에 살고 있어요.

주인공 타라는 일곱 살 무렵에 자신의 가족이 다른 가족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언덕 기슭에 있는 타라 집, 그 아래 국도를 지나가는 통학버스는 멈추지 않고 쌩 지나가요.

왜냐하면 타라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거든요.

처음에는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여겼어요.

비록 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산, 계곡, 아이다호가 펼쳐진 농장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으니까.

그러나 곧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어요.

아버지의 맹목적인 신앙.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어요. 아버지가 하루종일 일하는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주로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할머니는 아이들을 야만인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게 하지 말고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아버지는 공교육이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여겼어요. 아버지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7남매 중 첫째, 둘째, 셋째 아들, 즉 토니, 숀, 타일러는 학교에 다니다가 자퇴했어요. 토니는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느라 졸업을 못했어요. 셋째 타일러는 학교에 다닌 기억이 거의 없지만 열세 살이 되었을 때 8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어요. 일년간 학교를 다니며 대수학을 배웠는데 8월 위버가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어요. 그래도 타일러는 독학으로 공부를 계속했고 대학에 갈 거라고 선언했어요.

막내딸 타라는 오빠 타일러가 집을 떠날 줄 몰랐어요. 오빠 자신도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했지만, 타라는 오빠가 혼자 듣던 음악 때문일 거라고 늘 생각했어요. 가족들은 아무도 듣지 못하는 희망의 멜로디, 오빠가 삼각함수 책을 살 때, 그 모든 연필밥을 모을 때 흥얼거렸던 그 비밀의 멜로디.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됐어요. 

배움의 발견.

타일러는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키웠던 거예요. 배움을 통해서.

똑똑한 타라는 한 번도 학교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타일러처럼 과감하게 떠나지 못했어요. 타일러의 도움으로 열일곱 살이 된 타라는 ACT(American College Testing. 미국 대학 입학자격 시험 중 하나.) 시험을 통과해 브리검 영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아버지와 숀 오빠 때문에 좌절과 고통의 시기를 겪게 돼요. 아버지가 늘 말했던 '우리'와 '그들' 사이가 이토록 간극이 클 줄은 몰랐어요. 모르몬교, 이 종교에 대해 아는 바도 없지만 더 알고 싶지도 않아요.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타라가 살아온 삶을 통해서 그 심각성을 확인하게 될 거예요. 세상과 단절된 채 맹목적인 신앙으로 산다는 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후유증을 앓는 모습이나 폐철 처리장에서 위험한 전단기 작업을 어린 자녀들에게 시키는 아버지의 모습은 끔찍한 공포 영화 못지 않았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진실을 알고 나서 더 큰 충격을 받았어요. 

모든 불행의 원인은 바로...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나마 위로할 수 있는 건 타라는 19년 만에 깨달았다는 거예요. 가족에게 휘둘리고 자신을 부정해야 했던 소녀가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에요. 피할 수 있었던 불행이라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그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일 뿐.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타라와 그의 가족들처럼.

한 가지 확실한 건 타라가 결국에는 해냈다는 사실이에요. 배움이 가져다 준 놀라운 깨달음.



...어떤 식으로 기억하겠다고 결심했든지 간에

그 사건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제 그때를 돌이켜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때문이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내가 기록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약하고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행동이다.

나약하지만 그 나약함 안에 힘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살겠다는 확신.

그날 밤 내가 쓴 단어들 중 가장 강한 단어는 분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의혹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라고 쓴 부분 말이다.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길 거부한 것은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특권이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311-312p)


「자신이 누군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그 사람의 내부에 있어요.」

그가 말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 상황을 <피그말리온>에 비유하더군요. 

타라,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세요.」

케리 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날카로운 눈과 꿰뚫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주인공은 좋은 옷을 입은 하층 노동자였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일단 그 믿음이 생긴 후에는 그녀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됐지요. (38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나는 편지를 쓴다.

잠잠히 흐르는 물결 위에.

열다섯 살 먹도록 글자를 배우지 못해 내 이름조차 쓸 줄 모르지만

물결로 검지를 가져가면 글자가 저절로 써진다.

검지를 너무 깊숙이 담그면 글자가 뭉개지기 때문에

손톱이 살짝 잠길 만큼만 담가야 한다.“ (7-8p)

 

<흐르는 편지>를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가 된 열다섯 살 소녀 금자가 강물 위에 쓴 편지는 가슴에 고인 눈물입니다.

어린 소녀는 자신이 어디로 끌려왔는지도 모른 채 참혹한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기를 배었고그 사실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소녀는 초승달을 보며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고 있지만 그건 진실이 아닙니다.

밤마다 송장놀이를 하듯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날까요... 그러나 죽을 수도 없고죽고 싶지도 않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소녀는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습니다흐르는 편지 위에 적고 있습니다.

어머니보고 싶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소녀도 이미 뱃속 아기의 어머니입니다.

끔찍한 전쟁 속에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위안부 소녀는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습니다

불행하게 잉태된 아기일지라도 살기를 바라고자신을 짓밟은 군인을 위해서 살아 돌아오라고 빌어줍니다

세상은 소녀를 버렸는데소녀는 이 세상을 구원하고 있습니다.

 

낙원위안소에 온 첫날 악순 언니는 내게 물었다.

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조선말로 물었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자신에게 묻고 묻는다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정말나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을까. (26p)

 

자신이 낳은 아기를 중국 여자에게 준 악순 언니두고 온 딸 생각에 술을 마시는 을숙 언니,

아편 중독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점순 언니땅에 녹슨 못으로 편지를 쓰는 끝순

정신을 놓고 정수리 머리카락을 뽑아대는 요시에앞을 못 보는 금실 언니 곁에 꼭 붙어있는 은실

일본군 애인을 둔 해금맨날 지정보살을 부르는 연순 언니욕쟁이 군자 언니 

그리고 일본여자 이름으로 죽어간 수많은 소녀들당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어떤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악을 쓰며 화를 내야 마땅합니다조국은 왜 나를 지켜주지 못했느냐고.

원통한 것은 그때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위안부에 관해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들입니다분명히 그 말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과거사에 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플라스틱 먹는 애벌레부터 별을 사랑한 쇠똥구리 까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모든 것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주변에 숲이 없었다는 점.

내게 있어서 숲은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숲에 가면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다만 벌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라는 제목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파브르처럼 곤충에 대한 관심이 있었더라면 모르겠지만 아예 해충 취급을 해온 터라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곤충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가졌던 편견과 오해를 풀어주는 책.

이 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것들, 이상하고 아름다운 곤충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 관해 좋다 혹은 싫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곤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이 책을 읽고나서도 여전히 곤충이 싫을 수는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와, 세상에나 곤충이 이토록 중요한 존재였다고?


"독자 여러분은 곤충을 좋아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초콜릿, 마지팬(아몬드 가루, 설탕, 달걀흰자 등을 섞어 만든 과자), 사과, 딸기도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먹을거리가 곤충의 도움으로 생산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도움이란 곤충의 꽃가루받이다.

곤충의 방문이 세계 야생 식물 80퍼센트 이상의 종자 생산에 기여한다. 

그리고 곤충의 수분은 전 세계 식용 작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과일이나 종자의 양과 질을 크게 개선한다."  (118p)


미래 식량으로 곤충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곤충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소고기 수준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지방은 거의 없어서 영양가가 매우 높은 식품이며, 소보다 훨씬 저렴하게 수확할 수 있으며 친환경적인 음식입니다. 다만 곤충이 밥상 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소비자의 반응, 즉 곤충을 일반적인 식품으로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입니다. 음, 나한테 곤충 한 접시를 준다면... 도저히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며칠 굶지 않는 이상.

우리 인간은 다른 종이 우리에게 쓸모가 있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에 따라 재빨리 분류하고, 아닌 것들은 열심히 제거해왔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대단히 영리하게 조직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곤충뿐 아니라 자연의 세계, 지구 생태계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존을 위한 해결책은 그 안에 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충제로 곤충 박멸에만 신경썼다니...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곤충을 보살펴야 합니다.

세상을 편협하게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 책을 통해 곤충을 포함한 지구의 수많은 생물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작고 소중한 곤충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한때 <CSI 과학수사대>라는 미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때 처음 과학수사와 법의학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이후 우리나라에도 동일한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면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습니다.

다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법의학'은 실제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학문적인 접근이 아니라 단발적인 흥미와 관심이라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을 기회가 없었던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전문가들이 쓴 책은 훌륭한 참고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꽃은 알고 있다>는 법의학의 여왕 퍼트리샤 월트셔의 첫 회고록이라고 합니다.

먼저 퍼트리샤 월트셔가 누구냐 하면, 영국의 식물학자, 화분학자이자 환경 고고학자이며, 지난 25년 동안 300건 이상의 까다로운 범죄 사건을 해결해온, 법의생태학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 책은 놀랍게도 법의학적 수사의 역사뿐 아니라 퍼트리샤 월트의 인생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에게 법의학 세계는 낯설고 어려운 미지의 영역인데, 그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딱딱한 논문 형식이 아닌 친절한 에세이 방식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특별한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푹 빠져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자연과 죽음이 얽힌 매혹적인 세계로의 여행 가이드'라고 설명합니다.


화분학자, 즉 꽃가루를 연구하는 학자가 어떻게 법의학자가 되었을까요.

고성능 현미경으로 꽃가루 알갱이를 들여다보면 미세 입자의 기묘함과 복잡함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고성능 현미경으로 꽃가루 알갱이를 볼 일은 거의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꽃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처럼 알게 될 겁니다. 자연은 우리 인간이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며, 어떤 방식으로 자연 세계와 상호연관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의 온몸에 흔적을 남깁니다. 특히 꽃가루와 포자는 누군가 그것과 접촉했음을 명백하게 알려주는 증거가 됩니다. 

살인이나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꽃가루 알갱이의 쓸모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퍼트리샤 월트셔가 처음은 아닙니다.

그러나 퍼트리샤 월트셔가 범죄 수사에 식물학의 잠재력을 보여줬던 영국의 하트퍼드셔 사건을 시작으로 법의학적 생태학 분야가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꽃가루 프로파일이 그렇게 많은 정보와 생각, 추측, 시야를 제공하는지 알게 될수록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정확하게 범행 장소를 찾아내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미신이나 마법처럼 볼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증거물에 기초한 과학입니다.


화분학(Palynology)은 어원 그대로라면 '먼지에 관한 연구'라는 뜻이다.

우리 생활에 더 유용한 방식으로 얘기하자면 이 분야는 공기, 물, 퇴적물, 토양, 식생에서 수집할 수 있는 꽃가루, 포자를 비롯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크기의 화분 화석과 미립자에 관한 연구다.  (54p)


한 남성의 시체가 버려졌던 하트퍼드셔의 한 산울타리 옆에서,

나는 에드몽 로카르의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라는 통찰을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 다르게 느꼈다.

... 나는 내가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간과해왔음을 깨달았다. 

... 내가 경찰에 제공한 정보는 차량 탑승자들이 특정 도랑의 가장자리에 접촉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되었다.

사건의 결과는 아주 나중에야 전해 들었지만, 그 증거가 재판에서 중요하게 쓰였다고 했다. 

분명 살인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으리라.  (73-74p)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미제 사건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그 범죄 현장에서 제대로 증거를 채취하고 분석할 수 있는 법의학자가 있었다면... 어쩌면 또 다른 범죄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책 속에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 용의자들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다가 법의학적 증거를 본 후 순순히 자백합니다. 아무도 못봤을 거라는 착각이 범행을 은폐하고 거짓 진술을 하는 이유라는 점에서 식물학자인 저자는 똑똑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람을 속일 수는 있지만 자연을 속일 수는 없다는 것.

저자는 법의학적 판단이 범죄 피해자나 피의자에게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잔인한 진실 하나는, 오늘날에도 일부 경찰관들이 몇몇 종류의 증거를 다룰 때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증거 훼손.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영국 북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현장을 급하게 헬리콥터를 타고 도착했더니, 과학 수사대 대원 하나가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당신이 오신다기에 풀과 관목을 다 베어놓았어요, 팻!"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수사관이 전체 범죄 현장의 식물을 잘라내고 모든 증거를 없앴다고 합니다.


그녀가 식물의 세계를 정식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지는 45년이 넘었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은 훨씬 더 이전의 삶으로 거슬러간다고 합니다.

처음 법의생태학 분야에 들어선 것은 지적인 도전이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실종된 여성 조앤의 부모님이 딸을 찾아주어 고맙다는 감사 편지를 받고, 조앤을 수수께끼 속 존재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 깨달음, 이것이 자신이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저 역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그 일을 하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을 도와주는 마술사 클럽 2 - 공포의 매직키 웅진책마을 103
장한애 지음, 김소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을 도와주는 마술사 클럽>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술 이야기라서 1권을 단숨에 읽은 것 같아요.

1권에서 하라는 코인맨으로부터 금빛 매직코인과 메시지가 적힌 플레시 페이퍼를 받았어요.

"매직코인이 선택한 여러분을 마술사들의 성으로 초대합니다!

매직팰리스로 가기 위한 다음 미션,

공포의 매직키를 찾으세요."    (17p)

할아버지가 쓰던 것과 똑같은 박하향 플레시 페이퍼는 불꽃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타 버렸어요. 

그걸 보며 하라는 해외 공연 중에 사라진 할아버지를 떠올렸던 거예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공포의 매직키'를 찾지 못했어요.

더군다나 고도마 클럽이 고백 작전을 펼칠 때 검은 새가 나타나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망친 데다가, 학교에서는 귀신 소동이 벌어졌어요.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귀신 소동이 고도마 클럽 때문이라는 가짜 소문까지 돌고 있어요.

매직프린스 마술학원에 새로 들어 온 수강생 이지수는 4반에 전한 온 친구예요. 지수는 아이들이 유튜브에 올린 마술 대회 영상을 수십 번 볼 정도로 팬이라고 했어요. 

영상에는 관객석에서 "매직프린스 마술 학원의 자랑!"이라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아빠와 삼촌의 모습이 휙 스쳐 지나갔는데, 그걸 보고 찾아온 모양이에요. 

지수는 고도마 클럽 아이들과 고백 작전에 함께 있다가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는데, 이후 학교에서는 혼자 화장실에서 귀신을 봤다며 충격을 받았어요.

이상한 건 학교에서 귀신이 나타났다는 장소에서 고백 작전을 방해했던 피 묻은 발자국이 있었다는 거예요.

도대체 누가 이런 무서운 장난을 치는 걸까요?

똑똑한 영하가 고백 작전과 귀신 소동에 남아 있던 증거물에서 범인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검은 라벨에 은색 선으로 그려진 초승달 문양이 보였어요. 

바로 '검은달'이 범인의 표식이었던 거예요.

2권은 <공포의 매직키>라는 제목처럼 약간 오싹하고 무서운 것 같아요. 물론 진짜 귀신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미리 주의를 주자면, 고도마 클럽을 괴롭혔던 모든 소동은 '공포 마술'이었어요. 진짜는 아니지만 실감나는 피 때문에 다들 놀랐던 거예요.

세상에나, 일부러 공포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게 더 놀랍네요. 공포 마술사가 있다는 것도 몰랐거든요. 

어찌됐든 고도마 클럽 친구들이 온갖 소동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탐정처럼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혼자였다면 무서워서 포기했을텐데, 친구들이 함께 힘을 합치니 천하무적이 된 것 같아요. 고도마 클럽 최고!

마지막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포의 매직키'를 드디어 찾게 돼요.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에요.

매직팰리스로 가기 위한 마지막 미션이 남아 있어요. 

그리고 마술협회가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비용을 제공하는 열흘 간의 해외 마술 캠프에 고도마 클럽 친구들이 초대를 받았어요.

우와, 마술 캠프가 기대되네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앗, 근데 3권은 언제 나올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