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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뭐 어때서?! ㅣ 라임 어린이 문학 30
페드로 마냐스 로메로 지음, 하비에르 바스케스 로메로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부모들은 종종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해요.
모든 걸 다 챙겨줘야 하는 아기가 아니라는 걸.
특히 십대 아이들은 스스로 다 컸다고 느낀다는 걸.
부모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걸.
<우리가 뭐 어때서?!>는 열한 살 프란츠의 이야기예요.
프란츠는 안과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이 프란츠의 왼쪽 눈이 고약한 게으름뱅이라는 거예요.
전형적인 약시!
한쪽 눈이 바쁘게 일하는 동안, 다른 쪽 눈은 편히 쉬고 있다는 뜻.
그러니 건강한 눈을 가리면 게으른 눈이 일을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다면서 프란츠에게 안대를 건네줬어요.
"... 조금도 걱정할 건 없어. 이걸 눈에 대고 있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 (17p)
그 말을 믿으라고요?
안대는 프란츠의 피부색과 완전히 똑같은 데다가 피부에 착 달라붙지 뭐예요. 안대를 하고 있으면 마치 눈 하나가 없는 괴물 같아요.
바로 이 안대 때문에 평범했던 프란츠의 삶이 큰 변화를 맞이 하게 됐어요.
안대를 하고 학교 간 첫 날부터 크루겔 선생님은 프란츠를 맨 앞에 앉히면서 훌륭한 장애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크루겔 선생님이 프란츠를 배려하려고 한 거라면 완전히 실패했어요. 오히려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죠. 프란츠에게 우르르 몰려와서 질문했어요. 그러나 아이들의 관심은 딱 거기까지였어요.
점심마다 하는 농구 시합에서 언제나처럼 에이스인 린다와 올리버가 양 팀의 주장이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줄지어 서서 팀원으로 뽑히길 기다렸어요. 평소 프란츠는 골도 잘 넣고 잽싸기까지 해서 그 누구보다 먼저 뽑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마지막까지 남았어요. 오, 말도 안 되네... 화가 나지만 꾹 참고 실력을 보여주리라 마음먹고 운동장을 힘차게 내달렸어요. 공을 잡기 위해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라 손을 쭉 뻗었는데... 축축한 잔디에 쭈르륵 미끄러지면서 콘크리트 바닥 위로 철퍼덕 나자빠지고 말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린다가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프란츠는 알지 못했어요. 같은 팀 주장 올리버가 프란츠를 일으켜 세우려고 손을 내밀기 바로 전에, 다음 경기 때는 차라리 뚱보 홀저를 뽑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사실을.
올리버는 속으로 '안대를 하더니 완전 쓸모 없는 애가 되어 버렸네'라고 투덜거렸어요. 프란츠가 속한 올리버 팀은 22점을 잃었고,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어요. 그 누구도 프란츠를 기다려 주거나 같이 가자며 불러 주지 않았어요. 프란츠는 문득 자기가 키다리 에밀리랑 뚱보 홀저랑 나란히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프란츠는 오후 내내 불안해하며 친구들의 눈치를 살폈고, 등 두에서 누군가 속삭이거나 웃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기를 놀리는 것 같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어요.
네, 안대를 한 프란츠는 더 이상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어요.
안대를 쓰고 몇 주를 보내는 동안 프란츠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요. 아이들은 프란츠 이름 대신 '애꾸눈'이라고 불렀어요.
농구팀을 정할 때마다 꼴찌로 뽑히고, 계단을 뛰어내려갈 수도 없고,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프란츠를 위해 자리를 맡아주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어요. 프란츠는 점점 더 의심이 많아졌고, 아이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어요. 프란츠는 점심시간마다 운동장 모퉁이에 앉아서 공책에 괴물이나 자동차 같은 것들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프란츠는 점심시간의 운동장 풍경을 담은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운동장 모퉁이마다 주인이 있고, 그 모통이는 다른 아이와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더 이상한 점은 그 아이들끼리도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어느 목요일, 점심시간에 프란츠는 마침내 지도를 완성했어요. 그때 "하나 빠졌어."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책벌레 자콥이었어요. 자콥은 프란츠에게 너도 그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프란츠에게 안대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모임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만날 약속을 했어요.
"엄마 아빠는 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세요?"
"무슨 그런 이상한 질문이 다 있어? 당연히 정상이지?"
엄마가 대꾸했다.
"그러니까 제가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다는 거죠?"
"그럼, 당연하지. 왜 그래? 누가 우리 아들더러 뭐라고 했니?"
"아뇨, 암튼 제가 다른 아이들하고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거네요."
프란츠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진지하게 물었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니까!"
엄마가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럼 누구든 절 대신할 수 있다는 거네요. 누구든 프란츠 코프가 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43-44p)
아하, 이런 거였구나... 프란츠가 엄마 아빠에게 했던 질문을 보면서 절실히 느꼈어요.
열한 살 아이에게 학교 생활은 더 이상 부모가 도와줄 수 없는 세계라는 것. 아이가 "괜찮아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다 괜찮은 게 아니라는 것.
또 한편으로는 부모로서 반성했어요.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는 것, 평범하다는 것에 너무 얽매여 있던 것은 아닐까라는.
프란츠는 안대를 하게 되면서 평범함을 벗어나 남들과 '다름'에 대해 '차별'받는 경험을 했어요. 만약 안대 사건이 아니었다면 프란츠는 자기 자신도 남다른 친구들을 차별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누구나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름'이 차별과 따돌림의 이유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뭐 어때서?"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프란츠는 똑똑한 자콥과 함께 따돌림을 끝장내 버릴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모임, 비밀클럽의 이름은 '고집불통' (고독하고 집요하며 불의를 못 참는 통 큰 아이들)이에요. 늘 혼자 다니고, 이상한 아이 취급을 당했던 아이들이 드디어 힘을 모았어요. 마치 첩보원처럼 비밀리에 작전을 펼치는데... 정말 멋졌어요.
우리나라의 학교에도 고집불통 지부가 생겼나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