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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 - 노벨문학상 작가 23인과의 인터뷰
사비 아옌 지음, 킴 만레사 사진 / 바림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꽃이 필 때도 저마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0여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건 한 사람,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는 스페인의 문학기자와 사진기자가 만난 노벨문학상 작가 23인의 인터뷰집입니다.
솔직히 노벨문학상의 가치에 대해, 세상이 떠드는 명성이나 평판 말고,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은 작가에게 주는 상이지 절대 특정 작품에 주는 상이 아니라는데, 2016년에는 작가가 아닌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수상한 것을 보면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작가와 작품이라는 틀을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끼친 영향력이 문학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라는.
안타깝게도 문학은 점점 우리 삶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읽지 않으면 잊혀지는...
그래서 이 책이 더욱 특별하고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토니 모리슨, 헤르타 뮐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도리스 레싱,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주제 사라마구, 가오 싱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귄터 그라스, 오엔 겐자브로, 데릭 월콧, 오르한 파묵, 다리오 포, 나기브 마푸즈, V.S. 네이폴, 임레 케르테스, 존 맥스웰 쿠체, 토마스 트라스트뢰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장-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 파트릭 모디아노, 월레 소잉카, 나딘 고디머.
자, 이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겨우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들입니다.
중요한 건 이 책을 통해 스물세 명의 사람을 알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국적도 성별과 나이도 제각기 다른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세계가 문학의 영역이라고 짐작했다면 완전히 틀렸습니다. 그들의 작품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 자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 왔는지, 현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나와 같은 세상이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작가의 시선이 담긴 세계를 통해 깨닫게 되는 현실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인 것 같습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송가 한 편이 인상적입니다.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잘난 척하거나 배척하지 않는 것임을
너는 알아야 해.
알면 알수록 그것은 매우 사소한 것임을
너는 알아야 해.
달은 세상 모든 호수를 비춘다는 것을
그래서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116p)
젊은 시절의 주제 사라마구는 이 구절을 읽고서 삶의 지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위대한 사람이 된다는 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매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알고 그대로 살아가는 삶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결말이 아닌 과정.
그리하여 '그래, 나도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위대한 삶의 첫걸음을 디딜 수 있는 게 아닐까...
책 속 사진들을 보면 작가의 얼굴뿐 아니라 손이 나옵니다.
손... 얼굴이 세상에 보여지는 부분이라면 손은 내가 보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삶의 증거.
겨우 몇 페이지의 인터뷰로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장의 사진은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작가 사비아옌과 킴 만레사는 노벨문학상 작가 23인에 대해 '반란'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했습니다. 왠지 끄덕이게 되는, 반란.
"작가들은 하나같이 독창적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혹은 인도적인 이유로 현실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은 언어의 보편성을 가지면서 이 사회에 주도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그들은 정치적 신념을 넘어,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