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유혹 - 유혹하는 언어는 설렘과 떨림과 끌림이 있다
도명수 지음 / 렛츠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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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유혹'이라는 단어때문에, 왠지 유혹당한 것 같아서.

신기하게 어떤 단어와 만나도 '유혹'은 유혹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의 힘이 강력하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언어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언어의 유혹>은 유혹하는 언어를 통해 삶의 변화를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유혹하는 언어'입니다.

저자는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책을 통해 변한다'라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책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지식뿐만 아니라 저자의 언어 선택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그때부터 마음을 끌어들인 언어, 즉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나섰다고 합니다.

첫 단계는 한 권의 국어사전을 펼치는 일이었습니다. 국어사전 16만 개의 언어 중에서 유혹하는 언어 7,648개를 찾아냈습니다. 

이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더 나아가 7,648개의 유혹의 언어를 모아서 '행복어 사전'을 편찬했습니다.

또한 '행복어 사전'에서 유혹의 정도가 높은 3,000개를 추출하여 '한글삼천리'를 제작하고,

'한글삼천리'에서 가장 유혹적인 두 글자 1,000개를 뽑아 '한글천어문'을 만들었습니다.

책에 '한글천어문'에 담긴 이천 자가 나와 있습니다. 

'가능'에서 시작해 '힘껏'으로 끝납니다. 모두 5페이지, 소리내어 읽는데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단 두 글자로 된 단어를 읽는 것인데 읽는 것만으로도 그 단어가 가진 긍정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낭만'과 '방긋', '생긋'을 말하면서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저자는 매일 유혹하는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에 몰입하여 외부에서 스멀스멀 밀려드는 헛소문과 험담을 차단하고 오늘을 그 언어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 '365행복수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행복어사전'이 아니라 '365행복수첩'인 이유는, 그 내용이 단순히 유혹하는 언어만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365행복수첩'은 인생의 네 기둥인 사주(四株)에 비유하여, 365일에서 1~3월은 초년, 4~6월은 중년, 7~9월은 장년, 10~12월은 말년으로 나누어 각 연령대와 관련된 유혹의 언어로 칸을 채웠습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년을 일생의 주기처럼 1월 : 뿌리(한국성), 2월 : 육체(나의 꼴), 3월 : 정신(생의 준거 틀) ... 9월 : 미래(신천지를 향해) ... 12월 자연(생의 종착역)으로 각 달마다 주제에 맞는 언어가 일수에 맞게 정해져 있습니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면서 '365행복수첩'을 본다면 오늘의 언어 덕분에 긍정적인 생각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365개의 언어 중 인생을 뒷받침할 가장 핵심적인 언어 10개를 추출하여 '핵심열어'가 탄생했습니다.


가족 . 감사 . 사랑 . 스승 . 열정 . 자유 . 책 . 친구 . 행복. 희망 


그리하여 저자만의 유혹하는 언어 5단계, 

즉 ①《행복어 사전》, ②《한글삼천리》, ③《한글천어문》, ④《365행복수첩》, ⑤《핵심열어》가 완성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저자의 노력으로 탄생한 유혹하는 언어에 빠져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험담, 비방, 욕설 등 부정적인 언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긍정적 언어의 확산은 시급한 문제입니다. 

<언어의 유혹>은 긍정적 언어의 확산을 위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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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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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2020년 공지영 작가님의 신작 <먼 바다>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늘 그렇듯이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 속 주인공은 현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어쩐지 자꾸만 작가님의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착각을 하는 독자가 저 혼자만은 아닌가 봅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처지가 슬프지만 이 소설은 당연히 허구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먼 바다>는 생생하게, 주인공의 마음 속으로 우리를 끌고 갑니다.

첫사랑이라는 먼 바다에 다다르기 위하여.

누군가에겐 실감나지 않는, 너무 막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첫사랑을 단순히 연애의 기억이 아닌 오직 '사랑'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주인공 이미호는 4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뉴욕에 가는 길입니다.

과연 그녀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 40년이 지나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것들도 분명 있었다.

그날 그가 했던 말들.

... 그때 인생은 그녀에게 운명의 다트를 던지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그녀는 그것들을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애써 기억하고 있었다기보다는 어린 시절 친구네 집 풍경들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들은 그녀에게 수동태로 머물고 있었다.

오히려 가끔은 그녀가 그 기억들을 잊어버리려고 애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그녀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그것은 수동태가 옳았다."   (18-19p)


#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Gymnoedies)>

음악은 참으로 놀라운 힘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주고,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멋진 건 음악에 새겨진 기억들입니다. 그 음악을 즐겨듣던 시절이 떠오르고, 사람이 생각나고, 그때의 감정이 밀려옵니다.

주인공 미호에게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는 고1의 첫 크리스마스, 그 밤에 그가 연주하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 천천히 마치 망설이는 것처럼 <짐노페디>의 선율이 울릴 때,

누르던 손가락이 잠시 머뭇거리던 그 찰나찰나,

그는 그녀를 보라보며 미소 지었다. 

피아노 한 음마다 별 하나가 떠서 그녀의 가슴으로 와서 박히는 듯했었다.

빛나고 아팠다."  (226p)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음악을 들었습니다.

미호가 '빛나고 아팠다'라고 했던 그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느리고 비통하게, 느리고 슬프게, 느리고 장중하게.

아름답고도 슬픈 피아노 선율이 두 사람의 이야기 같아서.


# 마르가리타(Margrita)

스무 살이 되고 처음 칵테일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특이하게 글라스 주위에 소금이 둘러쳐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이 칵테일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라틴어로 진주를 뜻하고, 스페인어로는 데이지(꽃)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저한테 마르가리타는 스무 살의 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칵테일에 취했던 그날, 제법 기분 좋았던...

그러나 주인공 미호에게 마르가리타는 진짜 마르가리타였습니다. 


"혹시 프로즌 마르가리타가 가능한가요?"

"프로즌 마르가리타, 데킬라 베이스인데 좋아하나 보지?"

"네, 좋아해요. 그날의 서해바다 빛깔 같아서."

"... 나는 프로즌 마르가리타 이야기를 할게요.

마르가리타는 1949년인가 로스앤젤레스의 한 바텐더가 고안해 냈대요.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가 죽었고 그 이름이 마르가리타였다고 하네요.

그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 칵테일을 만들었죠.

어쩌면 그녀가 이런 빛깔의 바다에서 죽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곤 했어요. 


마르가리타 마을에서 또 한잔 하며 보내는 하루

사라진 소금 쉐이커를 찾는데

누군가 어느 여인 탓이라 하네.

하지만 난 알지.

그건 그냥 누구 탓도 아니야."    (224-225p)


#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시간의 기억에서 당신을 지우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미호는 뉴욕 맨해튼의 9/11 메모리얼 파크에서 위의 문장을 보게 됩니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버질이라는 사람의 시구절.

우리에게는 첫사랑뿐 아니라 떠나간 모든 사랑이 닿을 수 없는 저 먼 바다 같습니다.

결코 지울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 고통조차 감내하게 만듭니다.

<먼 바다>는 철썩철썩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 한 켠을 저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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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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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까지 이런 동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일단 책 표지에 보이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제목을 확인했다면 둘다 공주라는 걸 짐작하겠죠?

검은 머리에 칼을 든 사람은 아미라 공주이고, 금발 머리에 귀여운 드래곤을 안고 있는 사람은 세이디 공주예요.

근데 제목을 보지 않고 그림만 봤다면 어땠을까요? 거의 다 왕자와 공주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겉모습만 보고 여자와 남자를 판단하다니, 이토록 성 편견에 갇혀 있었나 싶어서 놀랐어요.

어쩌면 아이들에게 읽어줬던 수많은 동화들이 성 편견을 심어줬는지도 모르겠네요.

머리카락을 기르나 짧게 자르나,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 그것이 여자와 남자의 특징이 될 수는 없어요.

머릿속으로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동화를 읽으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됐어요.

혹시 아이들에게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를 강요하지는 않았는가...


여자아이가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깨끗하게 씻어야지. 얌전하게 놀아라. 

남자아이가 울면 어떡해, 씩씩하게 굴어야지. 네가 남자니까 여자보다 힘이 세야지.

평소 이런 말들을 무심코 내뱉지 않았나요?


아미라 공주는 열여섯 살쯤, 공주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됐어요.

엄마는 지루하고 수준 낮은 왕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어요. 못되게 굴면 안된다고, 왜냐하면 그중 하나가 장차 신랑감이 될 거니까요.

공주로 태어난 운명은 왕실 가족을 이루어서 뒤를 이어야 하는 거라고 말이죠.

그제서야 아미라 공주는 깨달았어요.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난 스스로 내 자리를 만들어야겠구나...

유니콘을 타고 다니며, 검을 쓸 줄 아는 아미라 공주는 도와달라고 외치는 누군가를 발견할 때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드디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 소리를 듣고 탑에 다다랐어요. 

높은 탑 위에는 세이디 공주가 갇혀 있었어요. 

"아름다운 여인이여, 울지 마세요!  내가 그대를 구해 주러 왔어요!"라고 외쳤어요.

앗, 근데 세이디 공주의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자신은 비명을 지른 게 아니라 한숨을 쉰 거라고, 벌써 수십 명의 왕자가 왔다가 실패했다고 말했어요.

"당신이라고 뭐 다를 게 있겠어요?" 

그러자 아미라 공주는,

"나는 왕자가 아니니까요! 내 이름은 아미라 공주예요. ... 그리고 나에게는 갈고리가 있거든요.

그럼 제가 당신을 구해도 될까요?"라고 말했어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용감한 아미라 공주가 탑에 갇힌 세이디 공주를 구해냈어요. 유니콘의 도움을 살짝 받았지만.

혹시나 착각할 수도 있는데, 세이디 공주는 라푼젤이 아니에요. 세이디 공주를 탑에 가둔 건 못된 친언니 클레어였어요. 

폐하의 유언은 사랑하는 두 딸이 서로 아끼며 이 나라를 다스리라고 했는데, 클레어 언니는 그 말을 지키지 않았어요.

클레어 언니는 동생과 함께 나라를 다스릴 생각이 없었어요. 세이디에게 넌 너무 멍청하고 뚱뚱한 데다가 마법도 못 쓰니까 여왕이 될 수 없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동생을 탑에 가둔 거였어요. 세이디 공주는 아미라 공주가 구해주기 전까지는 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탑에서 벗어날 엄두조차 못 냈어요.

하지만 아미라 공주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탈출할 마음이 생겼던 거예요. 

세이디 공주는 아미라 공주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구해주러 나섰어요. 궁궐 바깥 세상은 위험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 신나는 모험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사실 아미라 공주도 세이디 공주를 만나기 전까지 영웅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세이디 공주 덕분에 자신이 배워야 할 게 무척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두 공주는 함께 하면서 한층 더 성장했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커졌어요. 그다음엔 어떻게 됐냐고요?

자세한 건 비밀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해피엔딩, 끝!

동화는 끝났지만 아직 우리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읽고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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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시 4 : 집 나가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마르그리트 아부에 지음, 마티외 사팽 그림, 이희정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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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시>는 엉뚱발랄한 아키시의 하루하루를 그려낸 그래픽노블이에요.

우선 주인공 아키시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코트디부아르예요. 국명이 프랑스어로 상아 해안이라는 뜻이래요.

프랑스령이었다가 1960년에 프랑스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대요. 수도는 야무수크로, 가장 큰 도시는 아비장이래요.

이런 내용이 책에 다 나오냐고요? 아니오,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들 궁금할 걸요. 아키시와 친구들 그리고 동네 사람들까지 예사롭지 않거든요.


아키시는 실제로 저자 마르그리트 아부에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야기라고 해요.

만화가 마티외 사팽의 멋진 그림 덕분에 엉뚱하지만 매력적인 아키시와 친구들 캐릭터가 만들어졌어요.

아키시는 친구 펠라지의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어머나, 시작부터 이혼 이야기라니 아이들한테 너무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싶었죠.

그런데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더라고요. 물론 잘못된 정보라서 문제지만.

펠라지의 아빠가 이제 엄마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아줌마를 사랑하게 됐으니 이혼하면 펠라지는 엄마 고향을 가게 될지도 모른대요.

그러자 파푸는 별 일 아니라는 거예요. 파푸 아빠는 새엄마를 데려와서 다 같이 한 집에 살고 있거든요. 완전 놀랍죠?

아키시는 "너희 엄마 말고 누가 너희 아빠를 사랑할 수가 있지?" 라고 말했어요. 펠라지 아빠는 썩 잘생기지도 않았다면서.

얘들아, 잘생기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엄마 말고 딴 사람을 사랑하는 게 문제란다...

어떻게 해야 펠라지가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펠라지는 자기 아빠한테 펠라지 엄마랑 결혼하라고 해야겠다고, 그럼 아빤 부인이 셋이 될테고 집은 좀 좁아지겠지만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아키시는 괜찮은 생각이라면서 그러려면 먼저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했어요. 펠라지 엄마와 사랑에 빠질 사람은 바로 아키시 아빠! 누구 맘대로? 그야 아키시 마음이죠.

아키시는 "사랑해 샹탈 - 아키시 아빠가"라는 편지를 써서 원숭이 부부에게 아빠 여자 친구한테 전해주라고 시켰어요.

얼마 뒤 엄마의 고함소리를 듣게 됐어요. 

"아키시!!! 이게 뭐지?"

오, 이런~ 원숭이 부부가 그 편지를 아키시 엄마한테 전해준 거예요. 역시 똑똑한 부부, 심부름을 잘했네요.


이번 권에서 가장 큰 사건은 프랑스 파리에 사는 작은할아버지가 방문하셔서 아키시를 파리에 데려가기로 결정한 거예요.

아키시는 절대로 파리에 갈 생각이 없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거든요.

과연 아키시와 친구들의 '파리 안 가기'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고지식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못된 어른이 등장해요.

바로 학교 담임 아다마 선생님이에요. 성적 순으로 차별하고, 매일 숙제 많이 내주고, 문제 못 풀면 엄청 무섭게 때리고...

근데 정말 최악은, 아키시가 곧 프랑스 파리에 가게 됐다고 말하자마자 태도가 바뀐 거예요. 갑자기 아키시만 편애하면서 괜히 다른 아이들을 혼냈어요. 당연히 친구들의 불만이 쌓였죠.

알고보니 아키시에게 새로 갈 파리 학교 교장 선생님께 자신의 이력서를 전달하려는 속셈이었어요. 음, 그렇다면 아키시도 가만 있을 순 없겠죠?

못된 아다마 선생님 때문에 아키시와 친구들의 우정이 깨져서는 안 되니까요. 

왜 그토록 아키시가 파리에 안 가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뛰노는 시간들이 신나고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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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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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머리에서 벌레를 털어내려 애쓰는 남자가 있었다.

의사는 머리에 벌레가 없다고 말했다.  (9p)


첫 장면부터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끊임없이 벌레에 물려 괴로워하는 남자의 고통이 환각이든 아니든 너무 강렬해서...

그 남자뿐 아니라 친구도 그 벌레를 발견했고, 두 사람은 함께 빈 마요네즈 통에 벌레를 잡아 넣었어요.

이런, 둘이 봤다고 해서 환각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닌데... 이들은 마약중독자.

이 책에는 온갖 종류의 마약이 등장해요. 

메스(메스암페타민, 필로폰), 메세드린, 크리스털, 크리스털 메스, 스피드, 베니, 바르비투르, 리브리엄, 레드, 애시드(LSD), 마이크로닷, 메스칼린, 조인트, 해시(하시시), 스맥, D물질(느린 죽음, 가상의 약물), 멕스(헤로인과 D물질을 섞은 주사용 약물), 콰크(가상의 약물)...

사실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환각과 혼돈의 대화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주인공 프레드는 잠입 약물 수사관이에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신종 마약 D물질의 공급원을 뒤쫓고 있어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로버트 아크터(밥 아크터)예요. 그의 집에 복잡한 홀로스캐너 장치가 설치되고, 경관들은 곳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감시하고 있어요.

놀랍게도 밥 아크너는 부유한 마약 중개상이자 중독자이며, 동시에 잠입 약물 수사관 프레드였어요.

너무나 철저하게 분리된 두 사람이라서 깜박 속았어요. 이틀에 한 번씩 프레드가 되어 아크터의 거처와 같은 블록에 있는 안전가옥 아파트로 가서 테이프를 재생하며 자신이 한 일을 확인하고 있어요. 홀로스캐너 녹화 기록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편집해야만 해요. 


정보 하나. 잠입 약물 수사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총알이나 주먹에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다.

대량의 환각 약물을 강제로 맞아서 끝나지 않는 머릿속 공포영화 속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게 되거나,

아니면 양쪽 모두에 더해 스트리키닌 같은 독극물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거의 죽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아서,

앞서 말한 두 가지 상황, 즉 평생에 걸친 중독과 공포영화에 동시에 사로잡히게 된다.

흔히 말하는 '숟가락과 바늘', 즉 약에 매달려 사는 삶으로 전락하거나,

정신병원의 벽을 온종일 몸으로 들이받거나, 가장 끔찍한 경우에는 연방 치료소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밤낮으로 몸에서 진딧물을 떨어내려 애쓰거나 바닥에 왁스칠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궁리하며 지내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절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그의 정체를 알아내 처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개상들은 수사관을 발견하면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그들이 팔고 그가 추적하는 바로 그 물건을 이용해서.  (140-141p)


프레드는 처음엔 홀로스캐너를 통해 감시하는 밥 아크너가 자기 자신이란 걸 인지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점점 모든 게 뒤죽박죽 섞여 버렸어요.

D물질은 중독지수가 매우 높은 마약으로, 뇌에 작용하는 독성 물질이에요. 뇌의 양쪽 반구를 분할시켜 지각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정신병을 유발해요.

지금 프레드는 의료 담당 보안관보에게 검사를 받고 있는데, 만약 인식 장애를 겪는다는 결론이 나면 직무를 중지하고 치료를 받게 될 거예요.

그러나 단순히 여기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수수께끼가 남아 있어요.

어떻게 저자는 마약중독자의 머릿속을 이토록 세밀하게 그려냈을까요. 

책 맨뒤에 작가 연보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는 이유가 있었네요.

필립 킨드리드 딕은 1928년 12월 16일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자택에서 쌍둥이 누이인 제인 샬럿 딕과 함께 예정일보다 6주 일찍 태어났어요. 그러나 두 달 후 쌍둥이 누이는 세상을 떠났어요. 일곱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어머니를 따라 워싱턴 D.C로 이사했고, 이 시기부터 천식과 심계 항진증을 앓기 시작했어요. 

SF 작가로 이름을 알린 후에는 광장공포증에 시달렸고, 이혼과 재혼, 불화를 거쳐 자동차 전복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어요. LSD를 두 번 복용하고 불편한 환영을 경험했어요. 각성제를 비롯한 다량의 약물에 빠져 글을 쓰지 않던 시기가 있었고, 마흔네 살에 자살 시도 후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센터에 입원하여 치료받았어요. 파란만장한 그의 삶 자체가 컬트 SF소설 같아요.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스캐너 다클리>가 1977년 출간된 작품이라는 사실이에요. 세월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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