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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그날밤에 별을 보러가지 않았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게 되는 마음이 있어요.
다들 그런 순간들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거예요.
무정하게도 세월은, 운명은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흘러가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아닌 현재 여기에 있어요.
<유성의 인연>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에요.
첫 장면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어요. 그러나 다 읽고난 후에는 마음이 아팠어요. 어쩌면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마지막 순간이었을테니.
어린 삼남매의 알콩달콩한 대화를 다시 천천히 읽어봤어요. 구름, 별똥별, 같이, 업어주기...
그 다음에 벌어질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삼남매가 함께 별똥별을 보러 몰래 집을 나온 그 순간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어요.
"어때?"
"안 되겠어. 구름이 잔뜩 꼈어."
"날씨 예보가 딱 맞았네."
"어떻게 해?"
"그래도 나는 갈 거야.
아까 아래층에 가봤더니 아버지랑 엄마, 가게 쪽에서 뭔가 얘기하는 중이었어.
아마 눈치도 못 챌거야."
"별이 보일까?"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야지.
내일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혹시라도 별을 봤다고 신나게 얘기하면 약 오르잖아.
너는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아냐, 나도 갈 거야."
"절대로 소리 내면 안 돼."
"작은 오빠......"
"엇, 왜 일어났어?"
"아, 됐으니까 시즈나는 더 자."
"뭐 해? 어디 가?"
"아무것도 아냐. 너는 몰라도 돼."
"나도 갈래."
"안 된다니까."
...
"나도 다 알아. 오빠들만 가려고 그러지? 치사해."
"뭐?"
"별똥별 보러 가는 거잖아? 진짜 치사해. 나도 보고 싶은데.
별똥별, 오빠들이랑 같이 보고 싶은데."
...
"형."
"왜?"
"그냥 시즈나도 데려가자. 혼자 놔두면 불쌍하잖아."
"그래도 못 하는 걸 어떻게 해? 계단을 진짜 많이 올라가야 한단 말이야."
"나도 알아, 내가 업고 갈게. 그러면 되지?" (5-10p)
삼남매는 그날밤 별똥별을 보지 못했어요. 빗방울이 떨어졌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즈나가 잠이 들어서 2층 창문으로 올라갈 수 없었어요.
시즈나를 등에 업은 고이치는, 부모님께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1층 가게 문을 열었어요.
다이스케는 뒤편 골목 옆에 자전거를 세우다가 가게 뒷문으로 한 남자가 나와 뛰어가는 걸 봤어요.
누굴까 하고 생각하면서 다이스케는 집 앞쪽으로 들어가는데, 형 고이치가 말했어요.
"이쪽에 오지마."
"응?"
"죽었어......"
"죽었어. 아버지도 엄마도, 누군가가 죽여버렸어." (16-17p)
그날밤 세 아이는 부모를 잃었어요. 겨우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1학년 아이들.
아동보호시설로 가게 된 삼남매, 그후 고이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내년 봄에는 고교 졸업과 함께 그곳을 떠나야 해요.
그 전에 꼭 해두고 싶은 일이 있어요. 그건 바로 셋이 함께 별똥별을 보는 일이에요.
고이치는 동생들에게 말했어요.
"저기...... 우리, 저 별똥별 같다."
"정처 없이 날아갈 수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어.
그러니까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87-88p)
고이치는 그날밤을 결코 잊지 않았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리라 다짐했어요.
그러나 고아가 된 삼남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어요. 몹쓸 사기꾼들에게 속고나서 고이치는 속느니, 속이는 편에 서기로 했어요.
생존을 위해 한 팀이 되어 사기를 치게 된 삼남매는 우연히 타깃이 된 도가미 유키나리가 중요한 인물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는 바로 부모님을 죽인 놈의 아들.
과연 삼남매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럴수가, 운명의 장난일까요. 시즈나가 그놈을 사랑하게 될 줄이야...
<유성의 인연>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별이 쏟아지는 밤...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