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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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가 뭘까요.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를 지칭하며 언론에서 만들어낸 단어라고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항생제와 슈퍼버그는 관심 키워드가 아닐 거예요.

혹시나 병원에 중환자실에 입원한 적이 있다면 또 모를까.

그러나 이제는 일반인들도 알아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슈퍼버그 12종을 발표하면서 매년 70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고,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병원 내 슈퍼버그 감염 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 해 3,400~3,9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3년 사스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774명, 2012년 메르스 사망자가 8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를 낳는 미생물이 바로 슈퍼버그다.   (386-387p)


<슈퍼버그>의 저자 맷 매카시는 슈퍼버그에 맞설 강력한 항생제 연구를 하고 있는 의사예요.

그는 이 책을 통해서 항생제 개발의 역사와 함께 자신의 항생제 임상 연구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왜 항생제 신약에 대한 임상연구가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라는 것이 저자의 요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지 겨우 1년 만인 1929년 여름, 페니실린 분자에 관한 연구를 포기했어요.

그로부터 10년 이상 세월이 흐른 뒤에야 플레밍과 옥스퍼드 대학의 동료들이 다시 연구에 착수하고 제약회사들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항생제를 대량 생산하게 됐어요.

페니실린 발견 이후 새로운 수십 종의 항생제가 개발되었고 1950년대는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각종 신약이 나오면서 항생제 개발의 황금기로 알려지게 돼요. 실제로 오늘날 사용되는 약의 절반이 1950년대에 발견된 것들이라고 해요. 

1960년대에는 감염보다는 암이나 심장병과 같은 더 시급한 문제로 넘어가는 시기였다고 해요.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과학 지식 전반의 비약적 발전이 있었으나 제약 산업은 심각한 정체기로 20여 년간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드디어 1995년 여름, 40명의 고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이 플레밍이 연구한 것과 똑같은 박테리아에 대한 모든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 획기적 연구를 했어요. 책임자인 크레이그 벤터와 그의 연구팀이 밝혀낸 수백 개의 유전자는 새로운 항생제의 표적으로 탐색할 대상이었고, 대형 제약회사들은 폭발적 관심을 보였어요.1995년부터 2001년 사이에 GSK 과학자들은 거의 50만 개의 화합물을 가려냈지만 신약 개발의 단서가 됐던 것은 겨우 5개뿐이었고, 그중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한 마디로 대실패였어요.

그 여파로 대형 제약회사들은 신약 개발에 더욱 신중해졌고, 많은 회사가 항생제 개발을 전면 포기하게 됐어요.

신약 개발에서 항생제가 밀려난 이유는 간단해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에요. 항생제는 대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고, 아무리 훌륭한 항생제도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은 약물이에요. 

그렇다면 슈퍼버그의 확산을 막아줄 신약은 누가 개발해야 할까요.

놀랍게도 제약회사 엘러간이 달바 임상시험을 톰 월시 박사의 연구팀에게 맡겼어요. 저자 맷 매카시는 월시 박사 연구팀에 속해 있고, IRB에 제출할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게 됐어요. IRB는 현대적 연구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 IRB)이며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연구는 IRB의 심사를 거쳐야 시작할 수 있어요.

항생제 개발 역사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즉 비윤리적인 인체실험들이 존재했어요. IRB 탄생에 관한 설명을 보고나면 약자인 환자를 보호하는 생명윤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돼요. 물론 저자와 같은 연구자들에겐 골치아픈 문제겠지만 동시에 연구를 진행할수록 IRB의 진가를 더 인정하게 됐다고 하네요.


"기억해, IRB는 적이 아니야."

"질병이 적이지. 우리의 적은 감염이야."   (84p)


맷 매카시는 이 책을 통해 달바반신 Dalbavancin 임상연구 과정과 치료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요.

달바반신은 2014년 FDA로부터 복합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항생제로, 달반스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기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치료제인 반코마이신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고 7~10일간 하루 2회 투여해야 하는 반코마이신과 달리 8일 간격으로 30분씩 총 2회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어요. 그러나 간질환 환자의 경우 간독성 우려가 있어서 시판 후에도 안정성 연구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있었어요.

책에서도 슈퍼버그의 공격에 취약한 중증 환자들의 치료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만 봐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어요. 

근래 슈퍼버그의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항생제의 오남용 때문이라고 해요. 그만큼 항생제 처방과 복용에 관해 의료진뿐 아니라 일반인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해요.

슈퍼버그, 그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보고나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현재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의 의료진과 관계자들이 떠올랐어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적은 질병과 감염이라는 걸, 다들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헤라클레이토스 Heraclitus 에 대해 잘 알아?"라고 그가 물었다.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월시가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누구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진 사람이지."

그는 메모지와 함께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자네는 슈퍼버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궁금하군. 인플루엔자가 슈퍼버그인가? 아니면 HIV?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를 말하는 건가?"

"분명 제가 전부 파악하지는 못했겠죠."

"그건 불가능할 거야."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 잠시 시간 있어?"  (383-3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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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 공부 대백과
송재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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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그러니 "나 때는 말이야.(라떼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 공부 대백과>는 초등 부모들을 위한 자녀교육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가 공부하는데 있어서 부모가 뭘 해야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는 20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며 작가와 강연가로 학부모를 만나고 있는 베테랑 초등 교사예요.

그 누구보다 초등학교 공부에 관한 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어요. 

역시나 프롤로그에 핵심을 말해주네요. 

"공부에 요령은 없지만, 법칙은 존재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를 제대로 습득하려면 올바른 공부 습관부터 길러줘야 해요. 누가? 당연히 부모의 몫이겠죠.

책에는 공부의 법칙 22가지가 나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법칙만 소개할게요.

바로 독서의 법칙이에요.

독서가 왜 중요하냐는 질문이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저자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 학교 시절부터 독서를 열심히 했던 아이들이라고 해요. 독서를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증거겠죠. 공부는 독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어요. 독서를 통해 어휘력과 문장 이해력이 좋아지고, 더 나아가 추론 능력과 창의력까지 쌓을 수 있어요. 간혹 책은 많이 읽는데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가 있는데, 이는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 곧 진짜 실력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단순히 암기력만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건 한계가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어휘력, 독해력, 이해력 등이 쌓이면서 진짜 공부 실력이 발휘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독서는 전 과목 성적을 좌우한다는 말씀.

그렇다면 내 아이의 꾸준한 독서 습관을 위해 부모로서 지켜야 할 원칙은 뭘까요?

먼저 독서를 우선순위에 둬야 해요. 아이의 하루 스케줄 중에서 독서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지 점검하고, 만일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면 다시 제1순위로 올려야 해요.

그 다음은 텔레비전을 치우고 부모가 솔선수범, 독서를 하면 돼요. 아이에게만 책 읽기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책을 읽으면 아이는 부모를 따라서 자연스레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게 돼요. 부모가 책을 읽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면 독서를 멈춘다고 해요. 이때부터는 부모의 잔소리가 소용없어요. 상급 학년이 되어도 꾸준히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가 되려면 부모의 독서 습관이 중요해요.

집 안에 되도록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야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어요. 책은 가급적 종이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해요. 만화책은 가급적 삼가하고, 문자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훈련을 위해서 글로 된 책을 읽는 것이 좋아요. 많이 읽는 것보다는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해요, 즉 양보다는 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일정한 시간에 온 가족이 모여 독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요. 가족 독서 시간을 통해 유익한 독후 활동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부모와 자녀 사이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초등학생들은 저학년, 고학년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면 참 좋아해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책을 읽어준다고 하면 좋아해요. 그래서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도록 유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해요. 시간 날 때마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면 돼요. 공부를 할 때 잘 듣는 것이 중요한데,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듣기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도 똑같이 입학한 거라는 우스개 소리가 진짜였네요. 부모의 올바른 관심과 지도가 아이의 공부 습관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부모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아요. 이 책을 읽고나니 부모로서 숙제를 받은 느낌이에요. 물론 숙제를 잘 해내면 기쁨은 커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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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어디에서 자랄까? - 아이가 처음 돈을 쓸 때부터 배우는 경제 개념
라우라 마스카로 지음, 칸델라 페란데스 그림, 김유경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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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어디에서 자랄까?>는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동화예요.

사실 어른들한테도 경제 공부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로 경제 개념을 알려주고 있어서 재미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물고기를 못 잡으면 오늘은 못 먹어!'예요.

주인공 사무엘은 일 년 내내 여름 날씨인 작은 섬에 살고 있어요. 매일 아침, 섬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어요.

여덟 살이 된 사무엘은 몇 주 동안 노력했는데 물고기를 하루에 겨우 한 마리밖에 잡지 못하자 불만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계속 궁리했어요. 할아버지를 찾아가 여행 이야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북쪽 마을에 사는 어부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장비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 장비란 작은 배와 그물이었어요.

고민 끝에 사무엘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마을 사람들한테 찾아가서 거래를 제안했어요.


"여러분, 저는 이미 물고기 잡는 법을 익혀서 하루에 세 마리씩 잡고 있어요. 우리 집에는 그만큼이 필요하거든요.

매일 세 마리씩 잡으면, 한 달에 90마리를 잡겠죠. 만일 여러분이 저한테 물고기 90마리를 빌려준다면, 저는 30일 동안 배와 그물만 만들 거예요.

빌린 물고기 90마리는 한 달 뒤에 꼭 두 배로 갚을게요. 180마리로요. 반드시 갚을테니 도와주세요!"  (17p)


과연 사무엘은 어떻게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책에 나온 정답을 보기 전에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는 거예요.

결론적으로 사무엘의 계획은 성공했고, 그 덕분에 섬의 경제까지 바뀌었어요.

경제학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데 쓰이는 그물이나 배 같은 물건을 중간재라고 불러요. 즉 중간재는 얻고자 하는 최종 목표물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도구예요.

마을 사람들은 사무엘이 만든 배와 그물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똑같은 방법을 통해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물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매일 일하지 않고도 여유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됐어요. 또한 분업을 해서 얻은 물건을 서로 바꾸기 시작했어요. 돈을 사용하지 않고 물건과 물건을 직접 바꾸는 것을 물물 교환이라고 해요.


두 번째 이야기는 "돈은 물건이 아니야!"예요.

물물 교환을 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그건 서로의 요구가 맞지 않으면 물물 교환이 어렵다는 점이에요. 특히 음식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썩어 버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당장 필요가 없는 물건도 받아 주었어요. 나중에 교환할 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때 당장 쓸모는 없지만 쉽게 받아 주는 물건은 무엇일까요. 시장에서 쉽게 돌아다니는 상품들(모든 사람이 받아 주기 때문에 쉽게 전달되는 상품)을 유동 자산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것들 중 첫 번째가 바로 돈이에요.


자, 드디어 돈이 등장했어요.

돈의 역사부터 화폐와 관련된 깨알 지식뿐 아니라 돈을 현명하게 쓰고 관리하는 법까지 나와 있어요.

단순히 지식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요.

책 제목이기도 한, "돈은 어디에서 자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책에 나온 지식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우리는 돈이 생기면,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지출하기, 저축하기, 투자하기.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할까요?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죠?

돈은 나무에서 자라는 열매가 아니라 적절한 투자를 통해 자랄 수 있어요. 벌써 아이들한테 투자 이야기를 한다고? 아니죠, 이 책을 읽고 나면 돈이 무엇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될테니 당연히 투자 개념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확실히 아이들에게 꼭 맞는 경제 공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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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
주제 사라마구 지음, 박정훈 옮김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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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어요.

아버지의 부고.

슬픔에 잠겨있을 친구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할 지 몰라서 한참을 우두커니 있었어요.

단 몇 줄로 기록된 한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름 석 자와 나이, 가족들의 이름이 전부였어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족들과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 마지막은 어떠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어요.

만약 나라면, 나는 그 마지막을 어떤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까, 아니 내게는 어떤 기억들이 남게 될까...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읽은 후, "너였던 소년이 이끄는 대로 내버려두거라."라는 문장이 가슴 속에 들어왔어요.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은 주제 사라마구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낸 회고록이에요.

우선 주제 사라마구는 누구인가.

1922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95번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예요.

이 책은 2006년 발표되었고, 주제 사라마구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요.

옮긴이의 말을 보니, 2007년 여름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위치한 북 카페에서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스페인어판을 처음 접했다고 해요.

스페인어판은 문고판 크기의 책이라서 무척 가볍고 얇아서, 배낭에 넣고 휴가를 가서 해변가에 누워 사나흘 만에 읽었더라는 그 책.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20년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으니, 옮긴이에게도 이 책은 작은 기억,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일 것 같아요.

저한테는 소설이 아닌 작가의 진짜 삶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가장 순수했던 영혼의 시간들.


"오직 나만은 알고 있었다. 운명의 해독 불가능한 페이지에, 

우연의 맹목적인 구불구불한 길 위에 나의 탄생을 마치기 위해서는

아지냐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쓰여 있다는 것을.

비록 알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지만 말이다."  (13p)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라고 표현했듯이 주제 사라마구는 자신의 기억들을 떠오르는 대로 들려주고 있어요.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는 운명의 장난 같아요. 사라마구는 원래 아버지의 성이 아니라 마을에서 아버지 집안을 부르던 별명이었대요.

어떻게 별명이 성으로 둔갑했느냐 하면 당시 담당 공무원이 술에 취한 채 출생신고를 접수하면서 '주제 드 소자'라는 이름 뒤에 사라마구를 추가했던 거예요.

출생신고를 했던 아버지는 물론 가족들은 아무도 몰랐대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출생신고서를 제출할 때 그 엄청난 실수를 발견했대요.

아버지는 시골뜨기를 연상케 하는 별명인 사라마구를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격노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의 성이 다르다니... 

관청은 이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방법을 아버지에게 통보했고,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성명을 재등록하는 절차를 밟았어요.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이름도 '주제 드 소자 사라마구'가 되었어요. (이런, 책에서 이부분이 '사마라구'라고 틀리게 인쇄되었네요. 의도한 건 아니겠죠?)

아들이 아비에게 성을 준 유일한 사례일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 일이란 참으로 희한한 것 같아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을뿐더러, 대부분 내 뜻과는 무관하게 흘러갈 때가 많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일뿐이에요.

바꿀 수 없는 기억들인데 한편으론 바뀌기도 해요. 기억에 대한 감상은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 같아요.


"세월이 많이 흘렀다. ... 여러 부질없는 행위에도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언젠가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래 맞아, 너는 언제나 좋은 아들이었어!

그 순간에 그의 모든 걸 용서했다.

그 이전에는 우리가 그렇게 가까웠던 적이 결코 없었다."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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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스퀘어 - 인생의 사각지대에서, 타로의 지혜를 만나다
민혜련 지음 / 의미와재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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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점?

호기심으로 딱 한 번 봤던 기억이 나는데, 정작 무슨 이야길 들었는지는 기억나질 않아요.

아마도 제가 타로에 대해 갖는 관심은 타로점이 아니라 타로 카드 자체였던 것 같아요. 각 카드에 그려진 그림들이 묘한 매력이 있거든요.

이러한 제 관심에 딱 들어맞는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타로 스퀘어>.

저자는 프랑스 유학 시절에 친구들이 재미로 봐주던 타로를 처음 접하고 나서 타로에 담긴 신비의 원형을 찾게 되었다고 해요.

정확하게 역사적으로 타로의 기원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타로의 정체성, 즉 서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신비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어요.

타로는 피타고라스 학파와 카발라의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

타로의 메이저 아르칸이 총 22개인 것은 히브리 알파벳의 숫자와 일치하며, 카발라의 테트락티스 즉 10개의 우주 상징을 연결하는 22개의 길과도 일치해요.

고대부터 인간의 삶을 지배했던 사상이 타로 안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스물두 장의 타로 카드를 통해서 인간과 우주에 관한 은밀한 여정을 떠날 수 있어요.

이 책은 22개의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 장의 타로 안에는 숫자와 서로 연관된 상징들이 스토리와 함께 함축되어 있어요.

타로의 해독이 어려운 이유는 직관적으로 이를 연결하며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이에요. 타로가 만들어진 시대는 그림 안에 의도적으로 비밀을 숨겨 넣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그림의 의미만 나열하는 건 무의미해요. 그림 속에 숨겨진 상징의 의미를 찾아내야 해요. 타로 안에 들어 있는 상징의 구조를 읽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훈련을 통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고 해요. 마치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요. 타로는 결코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 이유는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 있어야 좋은 것이 따라온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점성술이나 역학이 바꿀 수 없는 운명을 나타낸다면 타로는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나아갈 길,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의 의지 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요. 미신이나 점과는 달라요. 즉 인생의 가이드라는 거죠. 


<타로 스퀘어>는 세상을 읽는 타로 인문학 책이에요.

타로를 읽는다는 건 인간의 마음을 읽는 일이에요. 혹시나 타로점이라는 표현 때문에 미신적인 요소를 떠올렸다면 이 책을 통해 타로 인문학에 눈뜨게 될 거예요.

인간은 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알고 싶어 할까요? 중요한 건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그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타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요. 

타로의 해석은 인간의 아프고 상처받은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해요. 그 누구도 한 개인의 운명, 미래를 설계하거나 책임지지 못해요. 다만 위로해주고 조언할 수는 있어요. 타로의 목적은 미래 예언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일종의 심리치유라고 볼 수 있어요. 타로의 메이저 카드는 인간의 의식에서부터 출발해 본능적인 억압이나 페르소나 등의 무의식을 거쳐 영적인 세계로 가는 여정을 나타내는 상징이에요. 그래서 타로는 우리 자신을 좀더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만들어요. 타로가 알려준 미래는 바뀌지 않는 운명이 아니라 바꿔나가야 할 방향을 뜻해요. 타로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며, 현재의 슬픔과 고통에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준다고 해요. 마치 제가 좋아하는 알렉상드로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와 같은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 타로의 진면목을 발견했어요.

마지막으로 타로의 메이저 아르칸 카드 22장에 대한 해석이 나와 있어요. 제 마음대로 선택한 카드 한 장은 " XXI. 세계 : Le Monde "예요. 21번 '세계' 아르칸은 타로의 가장 긍정적인 카드 중 하나로 순수함과 조화로움, 창조와 지식을 나타낸다고 해요. 목표는 달성되고, 모든 시도에서 성공하는 긍정의 결과를 의미해요. 우연의 확률 대신에 자발적 선택을 통해 타로가 주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예술 작품으로도 손색 없는 아름다운 타로 카드가 이제는 따뜻한 위로 카드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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