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 에세이
이종훈 지음, JUNO 그림 / 성안당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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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주변의 눈치를 볼까요?

아마 개인의 성격 탓으로 여길 수도 있어요. 소심해서 그런 거라고.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눈치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란 걸.

직장인들의 눈치는 스트레스만큼 쌓이는 법이라는 걸.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는 어른들을 위한 "Good job!" , 그림 에세이예요.

저자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현대판 음유 시인이 나타난 줄 알았어요.

저한테는 한 편의 시(詩)였어요.


"나도 모르게 태어났고 살다보니 어른이 되었으며

먹고 살려니 취직을 했다.

Job을 원했는데, Job것들이 너무 많다.

자기만의 고유 컬러가 있어야 한다는데 점점 잡색이 되어가고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회사에서

잡무에 시달려 잡기에 능한 잡부가 되어간다.

오늘도 잡종이 된 것 같아 기분 잡쳤지만

먹고 살려면 밟혀도 잡초처럼 일어나야 한다.

...

가족(足) 같은 회사에서 내리사랑이 아닌 내리까임을 당하고,

직장인들은 매일 엑셀과 썸을 타야 하고,

위장을 아프게 하는 것도 위장을 채워 주는 것도 직장이라는 아픈 현실

...

어른도 미성숙한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니 어른이 되어도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것에 성숙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에 성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인간이니깐.

...

모든 질병의 시작, 직장 이야기

하루를 버티게 하는 소주 링겔,  이야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패 버리고 싶은  이야기

마음 스크래치에는 콤파운드를 살짝 밀면 되는 마음 이야기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인간관계 이야기

결핍, 습관, 건강, 독서, 행복 이야기 속으로~"   


저자의 시(詩) 같은 이야기와 일러스트레이터 JUNO 의 그림 조합이 환상적이에요.

현대인들의 지친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제법 유쾌하게 그려냈어요.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짧은 위로 한 마디로 가벼워질 리 있겠냐만.

그래도 가끔 위로와 공감은 필요해요. 누군가 넋두리를 쏟아낼 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토닥여줘요.

이 책은 바로 그 위로와 공감뿐 아니라 웃음까지 전해주네요.

웃음이야말로 기막힌 피로회복제인 것 같아요. 힘들다고 자꾸 한숨 쉬면 김 빠진 사이다가 되어버리지만, 크게 웃고 나면 탄산 듬뿍 사이다 마신 기분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기억할 건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남 신경 끄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 돼요. 그래야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어요.

지금까지 잘 버텼으니 앞으로도 힘내자고요.

"Good job!"


과음 후 회사 PC를 켜면

"환영합니다."가

"환장합니다."로 보인다.   (71p)


도덕적 성분이 함유된 물질인 술은

사람을 유쾌, 상쾌, 호쾌, 경쾌, 통쾌하게 한다.

고백컨대, 술을 거절할 용기는 어제의 숙취뿐이었다.  (117p)


개소리에 반응하는 건 개뿐이다.

다른 사람이 개소리를 한다면 반응하지 마라.

반응을 하면 당신도 개가 될 뿐이다.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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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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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들의 주인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위해서 읽어줬고, 아이가 읽으니까.

며칠 전에 박스에 넣어둔 그림책을 꺼냈어요. 책장 정리를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미뤄 두었던 그림책 박스.

오랜만에 그림책을 펼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온전히 나를 위하여 읽는 그림책.

사실은 그림책을 치워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망설였는데 그림책을 펼친 순간 알게 됐어요.

이 그림책은 나를 위한 거였구나...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은 라문숙 작가님의 그림책 에세이예요.


"... 오래 잊고 있었던 그림책도 다시 펴보기 시작했다.

... 나는 텅 빈 집안에서 서성이며 내 마음대로 그림책을 읽었다.

그림 너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몇 글자 되지 않는 짧은 문장 뒤에 가려진 마음들을 읽었다.

나는 그림책 속 아이가 되었다가 여우가 되었다가 트랙터가 되기도 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앞에 서서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기도 했고

책 속의 토끼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며

외할머니의 주름살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피식 웃으며 책장을 넘긴 그림책을 어느 날엔 눈물을 뚝뚝 떨구며 읽기도 했다."  (8-9p)


신기했어요. 저자의 이야기가 딱 내 마음 같아서.

다만 그림책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에 그친 나와는 달리 저자는 그림책 속 여백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갔네요.

바로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잃어버린 영혼, 나 하나로는 부족해, 가만히 들어주었어, 곰씨의 의자, 느끼는 대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도서관,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이렇게 멋진 날,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밀크티, 리디아의 정원, 달 샤베트, 수영장 가는 날, 엄마, 거리에 핀 꽃, 엄마 마중,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모네의 정원에서, 할머니의 찻잔, 비 오는 날의 소풍, 내가 함께 있을게.

이미 읽었던 책은 내용을 알기 때문에 다시 읽는다고 해서 감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림책은 다른 것 같아요. 

그림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혹은 시계 든 토끼처럼.


"화가 윤석남의 그림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는 바로 내가 지나온 그 답답했던 시절을 상기시켰다.

내 얘기가 여기 왜 있나 싶었다.

... 나도 자루 속 여자처럼 긴 터널을 통과해 왔으니까.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것들, 혹은 사람들은 무엇이고 또 누구인가?

... 다정한 세상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꿈을 꾼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다정할 것, 이제 내 방을 다정한 방이라 부른다."  (106-108p)


순수한 아이들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책이라서, 지치고 약해진 어른 아이에게도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그림책들. 

누구나 그 그림책들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진심으로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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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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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좋아해요. 하지만 키우는 건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어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곧 '관심'의 문제라는 걸요." (15p)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는 저자 이랑님의 식물 친구들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하네요.

몇 해 전 한참 불안했던 시절에 처음으로 식물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자주 물을 주고 무조건 햇볕을 많이 쬐면 식물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화분을 들였다가 차례로 죽이고 말았대요. 알고 보니 너무 물을 많이 줬던 거예요. 초보 가드너들이 식물을 죽이는 이유가 대부분 과습이래요. 지나친 사랑이 독이 된 거죠. 

저희집도 딱 그랬어요. 식물도 사람이나 동물처럼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른데 그것도 모르고 똑같이 대했으니... 그동안 죽어간 식물들에게 미안하네요.

식물을 좋아하지만 매번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면 그건 관심이 부족했던 탓이래요. 단순히 예뻐하는 마음만으로 식물을 키울 게 아니라 식물에 대해 제대로 알면 잘 키울 수 있어요. 이랑님이 알려주는 팁을 소개하자면 네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바로 적당한 온도와 습도, 통풍과 햇빛!

내 집의 어떤 창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지, 내가 키우는 식물이 건조한 걸 좋아하는지 습한 걸 좋아하는지, 일년생인지 다년생인지 관심을 갖고 길게 바라봐주면 즐겁게 크는 게 식물이라고요. 내가 정성을 쏟는 만큼, 가꾸면 가꿀수록 풍성하게 자라는 모습으로 기쁨과 위로를 준다고요. 그래서 이랑님은 마음이 괴로운 사람에게 식물을 추천한대요. 식물을 키워봤자 또 죽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키우고 많이 죽여봐야 많이 살릴 수 있대요. 식물을 잘 키우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끝없는 관심, 그거 하나면 된대요. 쭈욱 관심을 줄 자신이 없다면 스투키 같은 식물이 좋대요. 물을 자주 안 줘도, 대단한 관심 없이도 잘 살아남는, 씩씩한 스투키를 키우면서 힘을 내는 거예요.

이 책은 이랑님의 반려식물들이 주인공이에요. 

왠지 '우리 애가 이렇게 잘 자랐어요.'라고 뽐내는 듯 한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반려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덩달아 그 식물들에 대한 호감이 생겼거든요. 씨앗을 심고 새싹을 피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설레고 감동받는 이야기가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았어요. 


"...처음엔 흙 사이에 작은 점 같은 구멍이 생기고, 다음날은 그 점이 조금 더 커지고,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초록색 정수리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 꽃 화분과는 다른 양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이 겨우 깨알보다 조금 큰 이파리 두 장으로 시작해 네 장, 네 장에서 여섯 장으로 자라나는 기나긴 시간 동안

꽃 화분에서는 벌써 첫 꽃이 피었다 지고, 새로운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 수많은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블랙티트리는 여전히 손가락 한 마디 크기입니다.

푸르른 계절의 다른 식물은 모두 하룻밤 사이에도 깜짝 놀라게 자라났지만

친구들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느긋한 녀석도 있는 법이겠지요."    (84-85p)


이랑님은 우울한 날이면 용기 내어 식물을 구경하러 간대요. 고요하고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자라나고 있는 식물 친구들을 보면서 어둠을 이겨낼 작은 빛을 얻는대요.

각자의 속도로 자라나는 식물처럼,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속도을 찾아 움직이거나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이랑님이 조금 괴로운 사람에게 식물을 추천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바로 조금 괴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식물들 덕분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작은 기쁨을 발견하면서 소중한 삶을 지켜냈던 거예요.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누군가로 인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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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생리 - 달라지는 내 몸을 사랑하는 법 걸라이징 2
매러와 이브라힘 지음, 사이넘 어카스 그림, 홍연미 옮김 / 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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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녀들을 위한 책이에요.

저자 매러와 이브라힘은 훌라후프 공연단인 '메이저레트'와 함께 세계 여러 나라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열한 살 무렵부터 줄곧 꿈꿔 왔던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건 바로 달라지는 내 몸을 사랑하는 법!

아마 예기치 못한 순간에 생리가 시작되면서 혼란과 당혹감을 느꼈을 혹은 느끼게 될 소녀들에게 이 책은 꼭 필요한 가이드북이에요.

아는 것이 곧 힘이에요. 특히 사춘기 때 겪게 되는 낯선 경험과 미묘한 감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한 정보로 대처할 수 있어야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어요.

우와, 매러와 이브라함의 50가지 도움말과 함께 사이넘 어카스의 일러스트는 완전 최고예요.

감각적이고 세련된 화보를 보는 느낌이에요.

책이 아니라 패션잡지 같아요.

그야말로 사춘기 소녀들의 취향이 뭔지 아는 언니들이 만든 성장 가이드북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좋은 언니들이 해주는 조언이라서 믿을 수 있어요.


이 책을 읽는 법은 따로 정해진 게 없어요.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돼요.

중요한 건 일단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거예요. 읽어봐야 왜 소녀들에게 필요한 책인지 알 수 있거든요.

사춘기가 되면 몸의 변화부터 시작해서 감정의 문제까지 당황스러운 일들이 점점 늘어나게 돼요. 그때마다 궁금한 것들이 엄청 많을 거예요. 

모든 궁금증을 다 풀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게 될 것 같아요.

달라지는 내 몸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 자꾸만 이상하다고 느꼈던 몸에 대한 감정과 느낌들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어요.

이 책은 여성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지를 놀라운 그림 작품과 함께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신기한 건 자기 몸에 귀를 기울이고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 몸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거예요.

첫 생리 이후에 생리가 귀찮은 골칫거리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고 나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처할 수 있어요.

생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건강하다는 증거예요. 달마다 하는 생리는 자신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줘요. 사실 그동안 생리와 관련된 부정적인 인식은 매스컴을 통해 과장된 부분이 많아요. 생리기간에 불편한 증상이 생긴다면 그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어요. 핵심은 마음가짐이에요. 생리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요. 첫 생리로 시작된 소녀들의 고민은 바로 '마음가짐'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나를 사랑하고, 내 몸을 사랑하기! 

소녀들, 만세! 


"매일 나를 위해 움직여. 심지어 내가 잘 때도 열심히 일해.

그러니 사랑해주는 법을 배워야 해.

바로 나의 몸을."

   - 로렌 Loren   (178-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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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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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갈아탔네......"

보고 또 봐도 항상 적응이 안 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쇼헤이의 이성이 겨우 버티며 명령했다.  (7p)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의 주인공 히나코는 덕질이 취미이자 특기인 여고생이에요.

쇼헤이는 히나코의 친오빠이자 스무 살 대학생이에요. 벌써 10년도 넘게 접이식 플라스틱 커튼으로 나뉜 방을 같이 쓰고 있어요.

평균적으로 2,3주마다 바뀌는 히나코의 팬심 때문에 방 인테리어의 대격변이 벌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히나코 책상 주변에만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어느새 침대 옆, 책꽂이 측면, 벽이나 천장까지 퍼져나가더니 쇼헤이 쪽 공간까지 침범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끄덕 없는 히나코, 이번에는 스무 살의 꽃미남 배우 스다 유야에게 빠져 있어요. 사실 방 전체를 사진으로 도배하는 건 애교 수준이고, 진짜는 거의 스토커 못지 않은 정보수집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케줄을 줄줄 꿰면서 몰래 쫓아다니지만 절대로 접촉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요. 히나코 덕질의 특징은 오로지 혼자 즐기는 짝사랑이라는 거예요. 현실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최애*한테 입덕**하는 게 훨씬 행복하다네요.

【 *최애 : 가장 사랑하는 아이돌 혹은 어떤 대상 / **입덕 : 입문 + 덕후(오타쿠)에서 유래한 말로 열렬한 팬이 되었다는 뜻.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라 웃음이 났어요. 우리집에도 히나코 수준은 아니지만 수시로 최애가 바뀌는 사람이 있거든요. 방 전체를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과 짝사랑 같은 덕질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닮았어요. 다른점은 스케줄을 쫓아다니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한때는 너무 금세 바뀌길래 '월간 덕질'이라고 놀렸네요. 재미로 놀리면서도 신기했던 건 덕질이 주는 만족감이 꽤 높아보였다는 거예요. 그게 짝사랑과 덕질의 차이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대상을 혼자 좋아하는 짝사랑은 주로 가슴앓이, 고통을 수반하지만 아이돌과 같은 이상적인 존재를 좋아하는 덕질은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운 놀이 같아요. 덕질은 이뤄야 할 사랑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 같아요.

솔직히 덕질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존중하고 있어요. 본인이 입덕으로 행복하다면야 누가 말릴 수 있겠어요.


히나코의 덕질 보고서에 따르면, 연극배우에서 스모 선수, 천재 아역 배우, 익명 만화가, 수상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요.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꽃미모가 아닌 거죠. 참으로 그 속을 알 수는 없지만 히나코의 추리 능력은 최고인 것 같아요. 덕질을 통해 탐정으로 거듭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셜록까지는 아니어도 히나코 시리즈가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히나코가 입덕한 사람에겐 꼭 사건이 벌어지거든요. 그게 재미의 핵심이에요. 자신의 최애에게 벌어진 사건인 만큼 히나코는 은밀하고도 위대하게 탐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종종 친오빠 쇼헤이의 도움을 받긴 해도 최종적으로 범인을 추리해내는 건 히나코예요. 순수한 팬심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는 히나코를 보고 있노라면 그 매력 속으로 빠져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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