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개의 시간
카예 블레그바드 지음, 위서현 옮김 / 콤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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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개의 시간>은 그림 에세이예요.

그림 속 여자와 검은 개 한 마리가 보이네요.

네, 그래요. 

이 책은 저자 카예 블레그바드와 그녀의 블랙독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만약 옮긴이의 해설을 보지 않았다면 작가 카예 블레그바드가 오랜 기간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책 내용은 전혀 우울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현실적으로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에요.

그런데 그녀의 우울증을 알게 된 순간, 신기하게도 블랙독이 다르게 보였어요.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쭉 함께 살아온 블랙독은 꽤 까다롭고, 그다지 착한 개가 아니에요.

블랙독이 그녀를 처음 문 건 세 살 때였다고 해요. 한 번이라도 개한테 물렸다면 공포증이 생겨서 도저히 같이 못 살 것 같은데...

그러나 그녀에게 블랙독은 인생의 전부였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착하지 않다고 해서, 사납다고 해서 헤어질 수는 없는, 그런 관계였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녀의 해결책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기 전에 TV에서 개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개통령이라고 불리는 그분이 직접 반려견을 키우는 집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이에요.

주인공 반려견은 보호자의 과도한 사랑 때문에 도리어 공격적인 성향이 커진 경우였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훈련사가 반려견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이 물렸는데도 침착하게 개를 달래는 모습이었어요.

"네가 날 물 수 있어? 괜찮아. 난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러자 신기하게도 개가 공격을 멈췄어요. 목줄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다시 공격하는 개에게 "이빨을 보이면 풀어줄 수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긴장한 개를 안심시켜주면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의 표시를 해주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소통의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반려견의 보호자는 개를 사랑할 줄만 알았지, 통제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예요. 


<나와 개의 시간>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와요.

카예 블레그바드는 블랙독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이제는 녀석이 내 말을 듣지 않아도 그리 당황스럽지 않아요.

녀석이 화내며 크르렁거려도 더는 두렵지 않고요.

결국엔 진정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50p)


무슨 의미인지 아셨나요?

블랙독을 그저 반려견으로만 보지 말고, 각자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뭔가로 대입해 보세요.

자신의 블랙독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면 이제는 블랙독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처음엔 어렵겠지만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점점 더 수월하게 다룰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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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센스 - 경제학자는 돈 쓰기 전에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가
박정호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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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온라인 쇼핑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아차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쇼핑몰을 검색하다 보면, 주변에 몇 퍼센트 할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다양한 상품 리스트가 자꾸 보여서 엉뚱한 걸 장바구니에 담고 있어요.

나중에 장바구니를 보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품들이 대부분이라 얼른 삭제하곤 해요.

누가 옆에서 자극한 것도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과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경제학자가 알려주는 이코노믹 센스, 즉 현명한 소비 습관을 배워봐요.

<이코노믹 센스>는 지갑을 열기 전에 봐야 할 책이에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행동경제학, 소비심리학으로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겠죠.

무조건 돈을 쓰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꼭 필요한 물건을 적정 가격에 사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자는 거예요.

최근 연구를 보면 광고 문구들이 더욱 정교한 전략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동안의 광고 문구는 광고 모델이나 배경에 치중했다면 요즘은 광고 문구의 효과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여 광고 메시지를 이익, 손실회피, 촉진, 예방의 4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한다고 해요. 실험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상충된 심리를 가진 경우에는 부정적 메시지와 긍정적 메시지를 혼합한 상충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효과적이고, 구매를 통한 이익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는 광고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해요. 

미국의 컬러 리서치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최초 90초 안에 잠재의식적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판단의 60~90%는 색에 의존한 결정이라고 해요. 그래서 많은 기업이 색깔을 활용한 컬러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다면 색의 유혹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또한 청각과 후각, 촉각 등 감각을 자극하는 전략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하니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무의식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에 놓인 거죠.

합리적인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진짜 가격'의 비밀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밝혀낼 수 있어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는 단수 가격을 활용한 방법이 있어요. 단수 가격이란 끝자리가 홀수, 특히 9로 끝나는 가격을 의미해요. 물건의 가격이 1000원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990원 등 9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가격을 통칭하여 단수 가격이라 불러요. 불과 10원 차이지만 크게 할인받은 것 같은 효과가 있어요.

비율과 숫자는 다르게 느껴져요. 우리는 실제로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숫자의 크기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인식 정도가 달라지고 숫자로 제시하였을 때와 비율로 제시하였을 때의 인식 정도가 달라져서 착각을 불러 일으켜요. 여기에 속지 않으려면 숫자로 표시된 것은 비율로 바꿔보고, 반대로 비율로 표시된 것은 숫자로 바꿔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해요.

마지막으로 부자가 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투자 상식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화적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을 단순히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인 안식처 내지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로 여기기 때문에 투자가 아닌 투기를 부추긴 측면이 강해요. 그래서 성공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요. 과감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건 인지 부조화라는 걸 기억해야 돼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투자뿐 아니라 저축도 나름의 금융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결국 제대로 똑똑하게 알아야 내 지갑을 지키면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어요. 이코노믹 센스는 돈 공부의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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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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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우리에게 여전히 수학이 필요할까요?

네, 수학은 꼭 필요합니다.


<수학의 쓸모>는 우리에게 수학이 왜 필요한지, 일곱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줍니다.

우선 넷플릭스가 취향을 읽는 방법을 설명해줍니다.

일찌감치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평가할지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에 치중해왔고, AI를 이용하여 온라인 경제를 성공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가입자가 검색하지 않아도 알아서 추천해주는 넷플릭스의 방식이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천 엔진에는 수학의 조건부확률 개념이 들어가 있습니다. AI는 조건부확률을 개인화에 활용하여, 각자가 조건이 되는 사건에서 모은 대량의 데이터 집합으로부터 계산하여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두 번째는 패턴과 예측 규칙에 관한 이야기인데 수학적 개념보다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얼마나 큰지, 안드로메다성운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무명의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은 수백만 광년의 거리까지 잴 수 있는 새로운 예측 규칙을 찾아냈습니다. 주기를 알면 맥동변광성의 밝기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맥동변광성은 밝기가 시간에 따라 매우 규칙적으로 변하는 별을 뜻하는데, 이렇게 밝기가 변하는 이유는 숨 쉴 때 움직이는 폐처럼 별의 대기가 팽창하다가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레빗은 바로 맥동변광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했고 그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렸습니다. 레빗이 다룬 25개의 맥동변광성을 나타낸 1912년의 그래프를 보면 맥동 주기와 밝기의 관계를 나타내는 직선이 있습니다. 이 직선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는 천체의 거리를 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별의 주기를 레빗의 공식에 집어넣어, 주기에 대응하는 진짜 밝기를 알아냈습니다. 레빗은 1912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고작 세 쪽짜리 논문에 발표했고, 다른 천문학자들은 재빨리 측정도구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에드윈 허블은 레빗의 예측 규칙을 염두에 두고서 나선형 성운에서 맥동변광성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중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안개 같은 얼룩, 즉 안드로메다성운 안에서 맥동변광성 하나를 찾아냈고, 레빗의 예측 규칙에 대입해 실제 밝기와 지구에서 안드로메다성운까지의 거리를 구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천문학자에게 우주의 크기를 재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헨리에타 레빗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레빗이 응당 받아야 할 영예를 표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에 레빗의 발견 100주년은 세계의 주요 천문학 학술지에 표제조차 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럴수가! 

'여자는 원래 수학이나 과학을 못해'라는 잘못된 편견과 이공계 분야의 여성 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확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준 베이즈 규칙이 나옵니다. 

베이즈 규칙은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을 때 기존의 믿음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려줍니다. 사전확률을 사후확률로 바꿔주는 것으로 자율주행차의 운행 원리입니다. 베이즈 규칙에 따르면 올바른 사후확률은 언제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방법과 똑같이 데이터를 사전확률과 결합해야만 얻어집니다. 그래서 매일 마주치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베이즈 규칙을 활용하면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컴퓨터의 통계와 알고리즘에 관한 이야기로, 컴퓨터 코딩의 여왕 그레이스 호퍼가 등장합니다.

미 해군 여성 예비군에 들어간 호퍼는 해군으로부터 미국 최초의 컴퓨터한테 가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를 완벽히 수행한 덕분에 영어로 컴퓨터에 말을 건 최초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호퍼는 영어로 입력할 수 있는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고, 이로써 프로그래밍언어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2013년 12월에는 구글이 홈페이지 로고로 호퍼의 탄생 107주년을 기념했고, 2016년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이 수여됐습니다. 그레이스 호퍼는 사람과 기계가 언어를 통해 가까워지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입니다.

다섯 번째는 데이터의 변동성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곳에는 변동성이 있습니다. 

AI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대량의 데이터 집합으로부터 이상을 찾으려면 변동성을 측정해야 합니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부정 거래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AI 시스템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주요 은행들은 부정 거래를 찾아내려고 자사의 카드 거래를 실시간 분석해왔는데, 카드 거래가 새벽에 가끔 정지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프로 스포츠 리그 팀들도 AI를 도입했는데, 이는 팀 셔츠에 광고를 도입한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바로 큰 돈이 따라온다는 것. 머니볼은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지어낸 용어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포츠팀을 육성하고 훈련시키는 특별한 방법을 가리킵니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잘 세운 가정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오늘날의 알고리즘은 지시받은 내용만 수행할 뿐이지, 스스로 가정을 제안하고 검사하고 증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아직 발명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똑똑한 기계를 잘 활용하려면 인간이 똑똑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리한 AI가 존재한다 해도 가정이 덜 중요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가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가정이 잘못되면 데이터로부터 너무나 벗어나게 추산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모형을 이용해 데이터로부터 통찰을 얻어내고 성공적인 AI 시스템을 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형 제작이 오직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기계는 자신을 프로그래밍한 가정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그 가정을 점검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모형에 맞게 작업할 수 있지만, 그 모형을 이용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는 없습니다. 고로 좋은 데이터 과학은 사람과 기계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AI 시대에도 인간이 똑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곱 번째는 다음 혁신이 일어날 공중 보건과 데이터 과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이팅게일이 남긴 의료 통계가 의료 시스템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의료 서비스 시스템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주된 방법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AI 관점에서 보자면 체크리스트는 단지 예측 규칙일 뿐이지 환자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의사들이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업무를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의료 분야의 데이터 과학 혁신은 나이팅게일과 같은 단 한사람이 아니라 수천 명이 관여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건강 정보 프라이버시 문제는 보안 관련한 모든 우려가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위해서는 보안을 최우선으로 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합니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수학이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필수불가결의 영역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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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바레스 : 어느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자서전
벤 바레스 지음, 조은영 옮김, 정원석 감수 / 해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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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바레스는 2017년 12월 27일 세상을 떠났어요.

만 61세의 나이에 췌장암 판정을 받은 이후 21개월 동안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타고난 열정가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훌륭한 과학자인 동시에 교육자의 역할을 멋지게 해냈어요.

그런 의미에서 <벤 바레스> 아주 특별한 자서전이에요.

이 책은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선 어느 과학자의 인내와 열정이 담겨 있어요.

크게 세 부분으로, 개인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와 과학자로서 연구한 내용들, 마지막으로 과학계 멘토로서의 입장을 들려주고 있어요.

과학자는 과학적 진실을 밝혀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진실을 가로막는 편견을 끊임없이 깨는 사람인 것 같아요.

어느 시대든 편견에 맞서 싸운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어요.

여성 과학자로 그리고 트랜스젠더 과학자로 살아온 그의 삶을 통해 장벽을 인식하고 낮추는 노력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어요.

미처 몰랐던 장벽이 무엇인지, 얼마나 높은지 알아야, 자책을 멈추고 그걸 허물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어요.

그는 바버라에서 벤으로, 같은 사람인데도 여성일 때와 남성일 때 다르게 대우받는 경험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부당함을 알게 된 거예요.

젊은 연구자에게 주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고도 국립보건원에서 주는 개인연구과제 연구비를 받지 못했던 것이나, 최고 저널에 논문이 실렸는데도 인정받지 못했던 것 등등.

여성 과학자의 연구 업적은 같은 연구를 한 남성에 비해 그 가치를 덜 인정받고 있어요.

여기에서는 여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직도 우수하고 영리한 젊은 과학자들이 성차별, 인종차별 같은 편견으로 인해 과학적 열정을 포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 명단만 봐도 아시아인들은 자격과 상관없이 극히 소수만 선출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일부 교수들 중에는 박사 과정 학생과 박사 후 연구원들을 혹사시켜 자신의 이력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경우들이 있어요. 벤은 이런 행동을 가차 없이 비판했어요.

벤에게 과학과 연구란 함께 나눠야 할 특권이자 기쁨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실 멤버들을 가족처럼 여겼다고 해요. 

신경과학 분야에서 벤의 연구팀이 밝혀낸 사실들이 책에도 자세히 나와 있어요. 주목할 점은 각 연구 내용마다 연구원들의 성과를 일일이 언급했다는 점이에요.

누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연구했는지, 마치 부모의 마음으로 자식을 자랑하는 느낌이랄까.

인간의 뇌세포는 신경세포(뉴런) 외에도 신경아교세포라는 세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신경아교세포보다는 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뉴런에 더 집중해 왔어요. 한 마디로 신경아교세포는 관심 밖,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였어요. 그러나 벤은 신경아교세포가 뇌의 기능에 중요한 일부를 담당한다고 확신하고 이를 연구했던 거예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주요 신경퇴행성 질환에 지배적인 활성 별아교세포가 A1이라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왠지 벤 바레스가 자신이 연구했던 신경아교세포와 닮은 듯... 

2006년, 벤은 유명한 과학 저널 『네이처 Nature』에 「성별이 문제가 되는가? Does gender matter?」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을뿐 아니라 학회, 기관, 총장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라고 촉구했어요. 2015년 벤은 학회에서 일어나는 성희롱에 대해 특히 분개했고, 예방 규정을 마련하도록 강력히 요청했어요. 그리고 미 국립보건원이 성희롱 근절을 위한 조사를 시작했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 벤 바레스는 이 책을 통해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겼어요.


"편견과 차별에 관한 한 우리 모두 '괴물'이다.

학계가 다양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환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선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작 단계라는 점은 알고 있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장벽은 놀라울 정도다.

... 우리 모두는 ... 이 장벽을 인식하고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230-231p)


추가적으로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생물학과 교수이자 신경아교세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였던 벤의 남다른 사연을 소개하려고 해요.

그 이유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우리가 여전히 무지하기 때문이에요. 보편적인 무지와 혐오의 시대에 트랜스젠더로 성장하는 것이 힘겹고 고통스러웠다는 벤 바레스의 고백처럼 그의 사연을 널리 알리는 것이 장벽을 낮추는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바버라는 네다섯 살 무렵부터 자신이 잘못된 성별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여자아이였지만 속으론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대요. 더구나 자신에겐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극명하게 느꼈대요. 열일곱 살이 되어서야 자신이 뮐러관 무발생 증후군으로 자궁과 질이 없이 태어났다는 걸 알았고, 태어나기 전에 어머니 뱃속에서 남성화 호르몬에 노출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대요. 성장기와 청년기에 성별 혼란으로 인해 느낀 지속적인 괴로움, 낮은 자존감, 강한 자살 충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대요. 그뒤 마흔이 되어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대요. 그리고 1997년 12월 말에 동료, 가족, 친구들에게 편지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성별 불쾌감에 관해 설명하고 성전환을 하겠다는 사실을 알렸대요.

다행히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받았고, 비로소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었어요.


"...성별 불쾌감이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성별 불쾌감을 성 정체성 장애라고 했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릅니다.

성별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해부학적 성별과 뇌가 느끼는 성별(성 정체성)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를 느낍니다. 

... 많은 고심 끝에 저는 테스토스테론을 맞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마침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명예, 일, 친구, 그리고 가족까지 말입니다. 

...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치료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저 자신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고 나를 가장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줄 거라 믿습니다.

제가 옳은 결정을 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성별을 바꾼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벌써부터 마음 깊이 안도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성전환을 한 많은 사람들이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성별을 바꾼' 이후에 직장을 옮깁니다.

그러나 저에게 익명성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바도 아니에요.

저는 제가 누구인지 감추는 것에 지쳤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상태를 깨닫지 못한 채 견디고 있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사람들의 눈에 드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 저는 진심으로 저 자신이 좋은 과학자이자 좋은 선생이라고 느낍니다. 

비록 성별이 달라지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제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123-126p)


제일 먼저 척 스티븐스이 보낸 답신은 정말이지 감동이었어요. 이 세상이 그나마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인간다움을 간직한 사람들 덕분이에요.

과학자의 시선으로 세상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존중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친애하는 바버라에게,

개인적인 상황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그 사람의 내면이지 성별이 아닙니다.

당신의 다른 친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벤"으로 불러야 할 때 알려주세요.

    - 행운을 빌며, 척   (1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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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 무례한 세상에 지지 않는 심리학 법칙
권순재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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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생생한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한 개인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비극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거나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단체와 유가족들이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 지역을 돕기 위해 그동안 애써 왔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했습니다.

대구 지역은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재난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구 지역을 차별하고 배척하는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구 지역의 고통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모금을 통해 물질적인 지원뿐 아니라 연대와 위로의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함께 해야 되겠다, 연대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아픔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그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걸, 세월호 단체와 유가족들은 몸소 보여줬습니다. 가슴 뭉클한 교훈이었습니다.


<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의 저자는 정신과의사입니다.

그를 찾는 환자들은 어딘가 아픈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그것을 언어로 꺼내는 과정을 몹시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나요?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도 증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마음이 아픈 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들 아픈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자의 환자 중 젊은 PTSD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우연히 마블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신나게 설명하는 걸 보면서 새로운 소통의 창구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지 않아도,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투영해낼 수 있다는 것.

저자는 그 환자가 추천했던 영화 '어벤져스'를 보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험 중의 사고로 헐크가 된 불행한 남자가  "나에겐 슈트가 없어요. 노출되어 있죠. 그게 내 악몽이에요." (9p)라고 말하자, 테러로 인한 가슴의 상처를 메우기 위해 몸에 원자로를 달고 강철 갑옷을 두르게 된 불안에 찬 남자는 "매 순간 쇳조각이 내 심장으로 파고들어요. 그때 이 빛 덩어리가 날 지켜주죠. 이 빛 덩어리도 이미 내 일부에요." (9p)라고 말합니다. 완벽한 히어로의 모습 뒤에 숨겨진 내면의 상처들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후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갈등들을 글로 묘사하는데 열중했고, 그 글들이 <정신의학신문>의 '영화 속 마음을 읽다'라는 코너로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엮어 한 권의 책이 완성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정신과의사가 본 영화 속 마음 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 이야기 대신에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내용입니다. 혹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한 번쯤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겁니다.

정신과 상담보다는 영화 한 편의 감상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걸, 일단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현재 마음이 살짝 아픈 분들이라면 이 책 속 영화들이 적절한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물이 나면 그냥 펑펑 울어도 좋습니다. 


공감,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왜 우리는 영화를 보는 걸까요?

... 개인적으로 저는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를 공감에서 찾습니다.

... 영화 <그래비티> (2013, 알폰소 쿠아론)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우주쓰레기와의 충돌로 인해 우주 미아가 되고, 여러 고난을 거쳐 결국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는 매우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안기는 시각적 충격은 압도적입니다. 

광활한 우주에서 표류하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은 현장감이 넘치며, 아무도 없는 거대한 공간에서 혼자가 되는 공포를 매우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우주의 광활함을 단순히 볼거리나 배경으로 소모하지 않고 모든 관계가 단절된 인간의 고독과 연결됩니다. (140-141p)


매트 "연착륙 제트엔진은 시도해봤나?"

스톤 "그건 착륙용이잖아요."

매트 "착륙이나 발사나 둘 다 시스템은 같아."

스톤 "매번 추락했다구요."

매트 "그럼, 지구로 돌아갈 거야, 아님 여기서 계속 살 거야? 여기가 멋진 건 나도 알아. 여기선 자넬 해칠 사람도 아무도 없어. 안전하지.

 내 말은... 왜 사는 거야?  아니, 산다는 게 뭐지? 가기로 결정했으면 계속 가야 해. 등 뒤에 붙이고 가는 거야. 

 땅에 두 발로 딱 버티고 서서 살아가는 거야. 이봐 라이언?"

스톤 "네?"

매트 "집에 갈 시간이야."

스톤 "착륙은..., 발사다."    (146p)


딸을 잃은 후 자신을 고독 속에 내던졌던 스톤 박사는 통신을 통해 연결의 힘을 깨닫고, 살기로 결심합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가상의 세계이지만 우리는 그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마음과 접속합니다.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마음이 영화에서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너와 나는 달라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상처는 우리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라고. 그러니 매트의 말처럼 땅에 두 발로 딱 버티고 서서 살아가라고.

산산조각 난 마음을 되돌릴 방법은 없지만 그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줄 사람들이 곁에 있는 한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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