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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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이수 작가의 그림책 <소중한 사람에게>는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에요.

참으로 특별하고 놀라운 책인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되고, 나 역시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져요.

사실 전이수 작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어린이예요.

어린이가 그린 그림과 쓴 글이라고 해서 유치할 거라는 편견은 갖지 마세요.

아무런 편견 없이 그림책을 보면 바로 알게 될 거예요.

전이수 작가는 타고난 철학자구나... 철학을 학문으로 배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삶의 통찰로 깨닫게 된 철학자.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불안하고 외로운 어른아이들을 위하여.


책표지 그림의 제목은 <위로>예요.

"삼촌, 무슨 일 있어?"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내가 물었다.

"어떨 땐 그냥 슬프고,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갑자기 힘이 빠질 때가 있어. 이렇게 주저앉아 넋을 놓게 되기도 해."

나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럴 땐 뭔진 몰라도 혼자 있기엔 겁이 날 것 같다.

'힘든 일보다 더 힘든 건 혼자 있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 주기만 해도

슬며시 기댈 어깨를 빌려주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난 삼촌에게 작지만 크다고 생각하고 기대라며 나의 어깨를 빌려주었다.

삼촌은 빙그레 웃어주었다.   


어떻게 삼촌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을까요.

힘든 일보다 더 힘든 건 혼자 있는 거라고, 자신의 작지만 크다고 생각하는 어깨를 빌려주는 아이.

진심이 담긴 위로 덕분에 삼촌도 금세 힘이 났을 것 같아요. 

어른들 중에는 타인의 겉모습만 보느라 마음은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보이지 않는 마음은 신경쓰지 않는 거죠.

그러다가 문득 아픈 마음 때문에 마음을 신경쓰게 되는 것 같아요. 아프고 나서야 보이는 마음.

원래 마음은 가만히 바라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어요.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해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어요. 공감한다는 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에요.


<소중한 사람에게>라는 그림책은 전이수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전해져서 행복했어요. 

무엇보다도 책 맨뒤에 "이수의 편지"는 올해 처음 받아본 편지라서 더욱 감동이었어요.

답장으로 전하고 싶은 말, "이수야, 네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일이다.

내가 그 아픔을 겪어 봤기 때문에,

나라면 누군가의 관심이 절실할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고

손을 내밀고 안아 주게 된다.

     - 전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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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사로잡는 장르별 플롯 - 드라마에서 영화, 소설, 웹툰, 게임까지 스토리텔링의 감각을 키우는 글쓰기 워크북
마루야마 무쿠 지음,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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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뭔가 다른 것 같아요.

근래 봤던 두 개의 드라마를 비교하자면, 하나는 끝까지 봤고 나머지 하나는 중도포기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해도 스토리 전개가 진부하면 흥미가 확 떨어져서 볼 수가 없거든요.

도대체 왜 멋진 배우들을 데려다가 이토록 시시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지...라며 엄청 툴툴댔네요.

반면 뻔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는 색다른 전개와 배우들의 강렬한 대사가 큰 이슈가 되었어요. 사실 저도 '뭐길래?'라는 호기심으로 처음 봤다가 빠져들었어요.

누구나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정작 그 유혹의 실체가 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무엇이 나를 사로잡았는가?


<대중을 사로잡는 장르별 플롯>은 바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야기의 공식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마루야마 무쿠는 작가이자 글쓰기 전문 강사라고 해요.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밌다!"예요.

어찌보면 이 책은 글쓰기 수업인데, 뭘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 시리즈를 본 것 같았어요.

왜냐, 이 책에는 장르별, 즉 재난물, 로맨틱 코미디, 히어로물, 버디물, 성공스토리 등의 작품예시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작품의 예문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핵심기법을 배울 수 있어요.

우선 저자는 이 책을 요리책에 비유해, 생선 손질법이나 국물 내는 법 등 아주 기본적인 기법만을 골라 소개했다고 설명해요.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초보자들을 위한 요리책에는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카레나 된장국 만드는 법이 나와 있듯이 이 책도 장르별 스토리텔링 기법 중 '플롯'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자, 그럼 '플롯'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장르, 이야기의 분위기나 세계관, 인물, 소재, 아이디어 등 여러 요소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해 완결하려면 그 세계에서 그 인물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말에 다다르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라인, 곧 '플롯'이 반드시 필요해요.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이야기에는 몇 가지 전형적인 플롯이 있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이것을,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토대 혹은 틀이라는 뜻에서 '템플릿'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다양한 템플릿을 소개하고, 각각의 템플릿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플롯을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을 할 수 있어요.


◆ 히어로물의 템플릿 3 ◆

① 어떤 특기 또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에게 작업 의뢰가 들어오거나 문제가 발생한다.

② 주인공은 특기나 직업상의 지식을 살려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③ 마침내 의뢰받은 일을 완수하거나 문제를 해결한다.    


"히어로물의 플롯은 먼저 주인공의 특기를 정하고 나면 훨씬 쉽게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어요."  (104p)


▣ 주인공의 특기가 될 만한 능력을 100개 적어주십시오.  (105p)


장르별로 플롯 만들기 실습을 해봤다면, 다음단계는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연출 기법을 배울 수 있어요.

독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이야기에는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해요. 작품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독자가 제대로 이해하게 할 것, 그리고 작품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독자를 감동시킬 것. 여기서 감동이란 눈물이 펑펑 나는 감정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분의 변화라고 해요. 작품 속 인물의 기분을 변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써야 하느냐, 그것이 연출 기법이에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출 기법을 잘 활용한 작품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거예요.

이제 준비된 재료와 특급 레시피로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 차례예요. 써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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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 하
김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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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장점은?

제약이나 한계 없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프라임>은 지극히 현실적인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실현시켜주는 소설이에요.

정말이지 소설이니까 가능한 일들, 그래서 읽다보면 묘한 쾌감이 있어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큰 위기에 처했고 동시에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전과는 다른 세계.

세계적인 석학들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요.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한국이 이토록 선진국의 위상을 드러낼 줄이야. 

위기 상황 속에서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듯이, <프라임>에서는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 파격적인 해법으로 남북 협력을 이뤄내고 있어요.

현실에서도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해법. 그 해법이 무엇인지는 알려줄 수 없지만, 왜 시도된 적이 없는지는 말해줄 수 있어요.

그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


원래 정치라는 소재가 딱딱하고 진지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프라임>을 읽으면서 바뀌었어요.

마음은 가볍게, 대신 생각은 깊게.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인 것 같아요.

<프라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판타지 드라마가 아닌 지금부터 시작될 기회의 땅 프로젝트로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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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 상
김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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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은 김동진 작가의 소설이에요.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15년 전, 국회의원 서정권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떨어진 데다가 자신의 보좌관에게 지역구를 뺏기는 신세가 되었어요.

절망에 빠진 그에게 힘을 준 건 편의점 알바생 영가여.

시작은 늘 그렇듯이 우연한 만남이지만 훗날 운명이었다고 기억된 특별한 인연이에요.

정권의 딸 혜원이 아빠를 만나려고 기다리던 장소가 편의점이었고, 그 시간에 일하던 가여가 두 사람을 우연히 봤던 인연으로 정권에게 말을 건넸던 거예요.

딸을 보낸 후 다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던 정권, 이후에 딸의 부탁을 받은 가여가 쌍화탕을 전해주자 울먹이는 정권.

그때 가여는 용기를 내어 정권에게 말을 걸었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정권은 가여에게 속내를 털어놓았어요.


"당에서 내 보좌관을 내 지역구에 내세웠고, 난 옆에 야당 텃밭에 공천되었지. 자네가 보기에는 왜 그런 거 같나."

"저요?"

...

"제물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제물?"

"안 되면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잘 되면 당이 잘 선택한 거잖아요. 

그게 제물이고, 도구죠."

...

"저야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정치란 게 도구만 팽배한 싸움이더라구요."

"도구만 팽배한 싸움이라..."

"그렇지요. 누구나 자신은 도구라고 생각지 않지만, 결국에는 누군가의 도구가 되어서 사용이 되고, 쓸모가 다하면 버림받고.

사실 그 국회의원이라는 도구를 쓰는 유일한 주인은 국민이 되어야 하는데, 서로 도구에서 벗어나라겨 하잖아요. 다들."

정권이 늘 듣는 말이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말을 해 주는 가여를 보며 상당히 고무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번 열린 가여의 입도 쉽게 닫히지 않았다.

"의원님이 지금 이렇게 녹이 슨 도구로 전락해 버리면 도구를 사용할 사람들은 재빨리 알아볼 거예요.

그리고 의원님은 정말로 재기할 기회가 없어지겠죠."

가여는 말을 끝내고 정권의 눈치를 보았다. 정권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동자를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가여의 손을 덥석 잡아챘다.

"그럼 녹이 슬지 않게 갈고닦아야겠구먼... 고맙네."

무언가 생각이 정리된 생기 가득한 정권의 눈빛을 보니, 가여 또환 고무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의욕을 잃은 국회의원의 힘을 돋워 주었다는 생각에 기분은 미묘하기 그지없었다.

"다음에 또 보세."      (25-26p)


<프라임>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일개 알바생 가여가 국회의원 정권에게 정치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어요.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인은 뭘 하는 사람인지를 똑똑히 설명하고 있어요.

누구나 말로 떠들 수는 있지만 자신이 말하는 걸 온전히 이해하고 깨닫는 건 쉽지 않아요. 또한 들어야 할 말을 제대로 듣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더군다나 살면서 선거 운동하는 모습 말고 정치인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소설 속 정권이라는 인물이 유니콘처럼 보였어요.

그동안 우리 주변에는 말만 하는 정치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치를 외면하거나 불신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변화가 느껴져요. 

불과 한 달 전 총선을 치르면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최종 투표율 66.2% 라는 28년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어요.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08석 의석을 확보하면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초의 거대여당이 탄생했어요.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역대 정부 가운데 집권 3년차 지지율 최고치 71% 라는 거예요.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과연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기대가 커요.


<프라임>의 프롤로그가 마침 그 내용이라서 흥미로웠어요.


[속보 - 도라산 출입 사무소 통해 체육 실무자 대표단 방북]

많은 기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남북 체육 실무자 회담을 하기 위해 한국 측의 실무자들이 도라산 출입 사무소를 통해 방북하고 있었다.

관심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남북 공동 월드컵 개최가 논의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

"야. 대한민국 언론사 90%가 광복 이후부터 분단으로 먹고 살았어 인마. 

근데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 봐라. 우리가 살아남겠냐?"

"언론이 언론 노릇하면 살지 않을까요?"

"에휴... 너도 좀 굴러 봐라. 여기 생리가 그런 것이 아니다."   (7-8p)


사실 남북 회담 개최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실무자들, 이 나라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이야기가 신기하고 놀라웠던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 본 대한민국 정치 이야기, 이제는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마주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래야 진짜 프라임을 만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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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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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은 니시무라 교타로의 추리소설이에요.

니시무라 교타로는 일본의 '국민' 추리소설가라고 하네요. 작가에 대한 전혀 몰랐다가 이 소설을 읽고나서 감탄했어요.

역시 '국민'이란 수식어는 그냥 붙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1930년생, 올해로 90세의 작가는 1961년에 쓴 『검은 기억』으로 데뷔하여, 2019년 7월 기준으로 총 622편을 출간했다고 해요.

1971년 출간된 <살인의 쌍곡선>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맞서는 클래식 미스터리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에요.

우와, 작품연도를 알고나서 새삼 놀랐어요.

일단 이 작품은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도입부터 특별해요. 독자 여러분께 작가가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거든요.


독자 여러분께

이 추리소설의 메인 트릭은 쌍둥이를 활용한 것입니다.

어째서 트릭을 미리 알려주느냐고요?  

추리소설에는 오래전부터 금기 같은 게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로널드 녹스가 제시한 '탐정소설 십계'를 보면

그 열 번째로 '쌍둥이를 활용한 역할 바꾸기 트릭은 사전에 독자에게 알려야 공정하다'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런 금기가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작가로서 어디까지나 독자에게 공정하게 도전하고 싶어

소설에 들어가기 앞서 트릭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자, 이로써 출발점이 같아졌습니다.

그럼 추리의 여정을 시작해 주십시오.

    - 니시무라 교타로   (7p)


굉장히 친절하게 '쌍둥이 트릭'을 알려준다는 건 독자에 대한 배려이자 작가의 자신감인 것 같아요.

이 정도 알려줘도 모를 걸?

대부분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평범한 독자가 결정적 단서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늘 교묘하게 감춰두니까. 

<살인의 쌍곡선>도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요.

쌍둥이 고시바 형제가 저지른 연속 강도 사건과 도호쿠의 외딴 호텔 '관설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뉴스면에 등장할 법한 강력 범죄 사건이지만 모든 게 추리게임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범인이 설계해놓은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범행 동기가 단순히 돈이 아니라는 점.

철저히 계획된 복수극이라는 점.

무엇보다도 작가는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요. 쌍둥이 트릭을 알려줬듯이 범인 역시 형사들을 농락하듯 단서를 흘리고 있어요.

왜 범인은 자신이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서를 남긴 걸까요.

그 단서가 가리키는 것. 

그건 바로 범행의도예요. 범인은 자신이 왜 그 일을 했는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던 거예요.

70년대 일본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던 시기였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였지만 한편으로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죠.


문득 '이수현'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어요.

 2001년 1월 26일 저녁 7시 15분, 도쿄 JR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조하려다 숨진 사람이 있었어요. 

당시 일본사람들은 또 전철역 사고가 났나보다며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나 사망자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에 커다란 감동과 충격이 퍼졌어요.

술에 취한 30대 남자가 비틀거리며 선로에 떨어지자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26세)가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고, 옆에 있던 세키네 시로 씨(47세)도 함께 뛰어내려 도왔어요. 하지만 신오쿠보역에 들어오던 전동차를 피하지 못했고 세 사람은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역사 안에 200여 명의 사람들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철로에 뛰어든 사람이 대한민국 청년 이수현 씨였어요.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일본 사회 풍조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어요.

실제로 '이수현 신드롬'이라 불리면서 일본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고, 이전과 다르게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해요.


근래 방송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님이 들려준 일본인 이야기가 <살인의 쌍곡선>과도 연관되는 것 같아요. 

일본 교육의 중심에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 있는데, 반면에 일본속담 "타비노 하지와 가키스테" (たびの はじは かきすて = 여행의 수치는 버려라 )는 여행 중엔 부끄러운 일을 하더라도 그곳에 버리고 오면 부끄러워할 게 없다는 뜻이라면서, 이 속담이 일본의 역사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니시무라 교타로는 훌륭한 추리소설 작가일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꿰뚫어보는 지성인이라는 점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인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소설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여전히 죄의식 없는 범죄자들이 들끓는 현실에서, 정의 구현은 미션 임파서블인 건지 물음표가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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