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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내 인생의 셀프 심리학
캐럴 피어슨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20년 5월
평점 :
어린아이라면 모를까, 어른이라면 '나'라는 존재로 살아온 세월만큼 '나'에게 익숙할 거예요.
단지 익숙한 것일뿐.
늘 그게 문제예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안다고 착각하는 것, 아니 안다고 우기는 것.
그러므로 출발점은, '나는 나를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예요.
그래야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한 탐험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나는 나>의 원제는 『내 안의 영웅 Hero Within』이에요.
나를 구원해줄 영웅은 이미 내 안에 있어요. 바로 '내 안의 영웅'을 만나는 방법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어요.
한 가지 미리 말해두자면, '내 안의 영웅'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영웅의 여행을 도와줄 내면의 안내자들이 필요한 거예요.
저자 캐럴 피어슨은 원형연구센터 CASA 소장으로 칼 융의 원형 이론 연구에 평생을 바친 심층심리학자예요.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원형에 해당하는 자아가 있는데, 그 중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이 바로 내면 여행의 안내자들이에요.
고아 원형, 방랑자 원형, 전사 원형, 이타주의자 원형, 순수주의자 원형, 마법사 원형.
각각의 심리적 원형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아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에요.
"당신의 삶에 깨어난 원형들이 많을수록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진실도 많아진다.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원형이 당신 안에 존재한다.
...
자신의 삶에서 작용하고 있는 원형을 발견할 때 얻는 한 가지 놀라운 선물은 이것이다.
자신 안의 원형의 관점을 더 이상 현실 그 자체로 오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영웅은 보물을 발견하고 순수성을 되찾고 나면 마법사로서 왕국을 변화시킨다.
이것은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먼저 행복을 발견하고 그다음에 세상을 변화시킨다." (44-45p)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가 떠올랐어요.
노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보니...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에
내 속엔 헛된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
마음이 온통 가시나무숲인 '나'는 수많은 '나' 중에 원초적인 고아 원형에 붙잡혀 있는 상태인 거예요.
고아 원형은 한마디로 말해 실망한 이상주의자라고 해요. 세상에 혼자뿐인 고아로 느끼는 고통의 단계에서 사람들은 술과 약물, 과도한 업무 등 다양한 중독에 빠져 그 고통에서 달아나려고 한대요. 이런 중독들은 오히려 무력감과 부정적인 감정을 더 깊어지게 만들어요. 어떤 경우는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구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이타주의 원형에 이끌리기도 하고, 자기애에 빠져 여러 가지 계발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가짜 방랑자 행세를 하기도 한대요.
이때 추방을 겪은 고아가 할 수 있는 진정한 영웅적인 행동은 자신의 아픔, 실망, 상실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느끼는 거예요.
즉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에요.
"나는 지금 고통 속을 헤매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용기 있게 인정하는 것이 허세를 부리거나 실망해서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는 것보다 더 영웅적인 행동이라는 거예요. 아마 다들 경험했을 거예요. 남들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다가 한순간 무너지는...
여기에서 잊으면 안 될 것이 있어요. 고아 원형은 그저 우리가 거쳐 가야 하는 많은 원형 중 하나일 뿐이에요.
저는 이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예요.
고아 단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 안의 고통, 절망, 비꼬인 마음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맞닥뜨려야 해요.
가시나무숲이 주는 고통을 온전히 느끼도록 자신에게 허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고통과 상실을 삶이라는 강물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배우고 공감하며 성장한다는 걸.
결국 나는 내 안의 영웅을 믿어야 해요. 그래야 삶에서 심리적 원형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나로 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