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
허영만.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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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책으로 나왔어요.

2020년 5월 14일, 식객의 여행 1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전국의 진짜 맛집 200곳의 정보가 담겨 있어요.

1회 강진 편부터 45회 강릉 편까지 소개된 식당들 중에서 식객 허영만 님이 뽑은 곳들만 소개한 맛집 정보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의 내용을 보면 지역별로 나누어, 맛집의 위치, 전화번호, 운영시간, 주요 메뉴와 특이 사항들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서울이 가장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충무로, 서대문, 망원/ 합정, 용산, 여의도, 종로, 을지로, 남산, 성북, 동묘/ 동대문, 서촌, 신사동, 광진, 이태원까지 메뉴도 정말 다양해요. 그 중에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철길 떡볶이집은 의외의 맛집인 것 같아요. 기본적인 백반 메뉴가 아니라 분식인데, 이곳은 2대째 47년을 이어온 노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왠지 떡볶이집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장소라서, 가본 적 없는 그곳마저도 정겹게 느껴지네요.

얼마 전, 남산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매우 맛이 없어서 얼마나 속상하던지...

만약 이 책이 있었다면 당연히 맛집을 찾아 갔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남산의 맛집을 찾아봤더니 제가 좋아하는 콩국수 메뉴가 있더라고요.

원래 주요메뉴는 손칼국수와 보쌈인데, 계절 메뉴로 여름에는 콩국수가 나온다네요. 우와, 뾰얀 우유빛 콩국물~ 얼음 동동 시원하게 후르륵 마시고 싶네요.


평소에는 "오늘 뭐 먹지?"라는 말이 대수롭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뭘 먹지?"라는 말과 함께 전국 맛집들이 촤르르, 펼쳐지면서 기대감이 생겼어요.

무엇보다도 전국에 숨어 있는 노포를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인 것 같아요.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단골집 개념도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어딘가에 숨은 맛집,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가 존재한다는 게 좋았어요. 사람 입맛이라는 게 어릴 때 결정되는 것이라서, 제 입맛의 대부분은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아요. 

낯선 식당에서 어머니의 손맛, 정성이 담긴 밥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도 오랜 전통을 가진 노포 맛집이라면 그 세월만큼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밥상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는 식객 허영만 님의 맛깔스러운 이야기는 생략되었지만 앞으로도 백반 기행은 계속된다고 하니, 다음에는 그 이야기도 들려줬으면 좋겠어요.

다들 주말에는 맛집을 찾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모두가 건강하게 맛있는 한 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으면서 힘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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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여자 - 숙취로 시작해 만취로 끝나는 극동아시아 싫존주의자의 술땀눈물
성영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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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일 이외에 순수하게 열정을 쏟는 일이 있나요?

여기, 숙취로 시작해 만취로 끝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만 사는 여자>라고 하네요.

저자 왈, 이 책은 비범하게 술 먹고 평범하게 일하는 여자의 이야기라고요.

세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자랑이 술 잘 마신다는 건데, 저자는 일주일 음주 횟수10회 (주7회에 낮술 3회 더하기)라니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주량이네요.

얼마나 애주가인지, 10년 전부터 매일 새벽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네요.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다음날 지각은커녕 칼 같이 출근하는 아침형 인간인 된 것도 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직장생활이란 그런 것 같다. 남의 일이라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자리.

짧은 기간에 이직이 많으면 적응에 문제가 있다고, 이직 없이 쭉 한 곳에 오래 있으면 능력이 없다고 떠들며

각자의 기준에서 하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1년 못 채워 이직이든 3년 후 퇴사든 혹은 10년, 20년 근속이든

숫자로 설명되는 당연함이나 마땅함은 없을 것 같다.

여기저기 널을 뛰든 한곳에서 주구장창이든, 전자보다 후자가 딱히 나을 것도 또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저 각자의 숫자가, 그 안에 각자의 필요와 충분이 있을 뿐." 

     - <나는 나만의 숫자가 있다> 중에서 (82-83p)


대한민국 직장인들 중에서 마음 편히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네요.

직장 내 괴롭힘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니, 이만저만 살기 위해 일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못 견뎌 쓰러지고... 

그러니 더 이상 죽어라 일하지는 말자고요. 저자는 거기에 추가로, 죽어라 술은 먹을 수 있다나 뭐라나~

술로 스트레스 푸는 건 몸에 해롭지만, 저자의 경우처럼 완전 좋아서 마시는 술은 인생의 즐거움이니 건강 문제는 알아서 관리하는 걸로.

누구든지 신나게 술 푸는 사람에게 태클 걸지 말기. 단 남한테 피해주기 없기.


동인문학상 수상작 《안녕 주정뱅이》를 쓴 권여선 작가를 인터뷰 했을 때 무릎을 쳤던 대목이 있다.

"나를 그나마 인간답게 만든 것이 술, 그리고 글쓰기예요. 

그 두 개가 없었으면 나는 아마 아주 재수 없는, 지만 잘난 줄 아는 인간이었을 거야." 

감히 공감한다.

...

극소수 중에서도 극적으로 적은 내 팬을 만났던 날, 나는 아주 기분 좋게 취했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즈음의 나는, 

술 먹고 취하고 깼다가 또 취하고 스스로 엉망진창이라 여기던 당시의 나는,

그 팬의 칭찬 하나로 문득 꽤 괜찮게 살고 있다고 느꼈다.

일순간 내가 했던 모든 헛된 일이, 헛되고 헛되다 자조했던

그 모든 일이 한 개도 헛되지 않고 반짝거렸다.

  - <누가 내 팬, 아니 내 편이래> 중에서 (122p)


오늘만 사는 여자를 응원해요. 

더 많은 여자들이 자기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를 바라니까요.

다함께 건배를 들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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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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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여행의 이유』는 아직 읽지 못했어요.

그보다 먼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읽고 싶었거든요.

제목이 주는 힘이 컸어요.

마치 그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기다렸던 것처럼, 이 책을 꼭 읽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역시나 읽자마자, '그래, 이거야.'라고 느꼈어요.


10년 전... EBS 여행 프로그램 프로듀서가 나를 찾아와 어디로 여행하고 싶으냐고 묻고

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대답하는 장면.

생각해보면 내 많은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프롤로그, <언젠가 시칠리아에서 길을 잃을 당신에게> 2020년 4월 김영하


이 책은 10년 전 출간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 개정판이지만, 그때와는 다른점이 있어요.

저자는 다시금 10년 전 원고를 고치고 다듬다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다고 해요.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잊고 있던 시칠리아 여행이 떠올랐고, 그 여행이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졌다는 것.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는 종종 과거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할 때가 있어요.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운명의 조각들이 합쳐져서 선명한 그림이 완성되고, 그것이 바로 현재의 나를 만들었구나,라고 깨닫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라고 표현했어요. 

저한테 가장 와닿는 문구는...


'어느새' 나는 이런 인간이 되어 있었다.  (30p)


나이가 들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느새... 이런 나를 발견하는 일.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고, 나는 늘 나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거예요.

여행이란,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인생 수업 같아요.

그곳이 어디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여행이 어땠는지를 결정하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시칠리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여행 정보 대신에 여행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이 책 덕분에 시칠리아가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 코 앞쪽으로 연결된 섬이란 걸 알게 됐어요. 이탈리아 본토에서 시칠리아로 들어가려면 우선 기차가 있어야 하고 그 기차를 실어나를 페리가 있어야 하고 다시 그것을 내려 육지의 선로로 연결해줄 노동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가 여행할 당시에는 바로 그 구간에서 파업이 발생해 엄청 고생을 했대요. 시칠리아로 가는 여정은 힘들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거칠고 순박한 사람들, 오래된 유적과 어지러운 거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저자에게 시칠리아는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해요.

개정판에는 원래의 판본에서 누락되었던, 시칠리아에서 직접 요리해먹었던 현지음식 요리법이 추가되었어요. 먹는 즐거움, 인생에서 절대로 빼놓을 순 없죠.


노토 사람들은 먹는 문제에 대해 대단히 진지하다, 라고 『론리플래닛』시칠리아편의 저자는 적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시칠리아의 최고의 음식들을 노토에서 먹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노트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묻는다.

왜 노토 사람들은 그토록 먹는 문제에 진지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삼백 년 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하라의 열풍이 불어오는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은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244-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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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 프란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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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추억...

어릴 적에 부모님은 큰맘 먹고 피아노를 구입하셨는데, 음... 우리 형제들은 영 소질이 없었어요.

저는 피아노 연주보다는 피아노 윗판을 열고 작은 나무토막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게 더 좋았어요. 그냥 피아노를 배경 삼아 놀았더라는, 추억이라기엔 별 게 없네요.

그 나무토막 명칭이 해머라는 것, 피아노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멋진 악기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요. 

 

<스타인웨이 만들기>는 말 그대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취재한 책이에요.

저자는 뉴욕 타임스 기자이며, 단 한 대의 피아노를 11개월 동안 밀착 취재했다고 해요. 그 시작은 단순한 궁금증 때문이었대요.

"스타인웨이에 가서 피아노 한 대가 제작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해보면 어떨까?"  (422p)


그러고보니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과정은 다큐 방송에서 본 것 같은데, 피아노 제작 과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피아노와 피아노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클래식 악기 중에서 그나마 친근한 피아노지만 그건 느낌적인 부분이고 실제적으로 아는 건 별로 없었더라고요.

자, 그럼 주인공을 소개할게요.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뉴욕의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Steinway & Sons 공장에서 제작된 콘서트 그랜드이며, 이름 대신 번호 K0862 로 불리고 있어요.

K0862 는 다른 모든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와 똑같은 생김새지만  세상에 오직 한 대뿐인 피아노예요. 

이 책은 K0862 의 제작과정을 마치 슈퍼스타의 일대기처럼 그려내고 있어요. 한 명의 슈퍼스타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조력자들이 존재하듯이,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가 훌륭한 악기가 되기 위해서는 공장의 숙련된 노동자들 450명의 손길을 거쳐야 해요. 이런저런 손길을 거치는 기간이 열한 달이 넘는 동안 사람들에게 K0862 혹은 '862'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든 공정이 끝나는 순간에서 여섯 자리 일련번호 No. 565700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대요. 스타인웨이가 제작한 통산 56만 5700번째 피아노라는 뜻이에요.

사실 K0842 의 탄생과정은 시간을 거슬러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공장이 세워지기 훨씬 전으로 가야 해요.

스타인웨이 가문에 구전되어 내려온 바에 따르면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가 제작한 최초의 피아노는 자투리 시간에 부엌에서 만든 것이었다고 해요. 슈타인베크 제1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어요. 스타인베크의 일가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1850년 모두 제젠을 떠나 미국 뉴욕에 자리를 잡았어요. 하인리히 엥겔하르트의 차남 카를이 먼저 독일을 떠나 미국 피아노 제조사인 베이컨 앤드 레이븐의 조율사로 일했고, 하인리히 엥겔하르트와 하인리히 2세, 그리고 알브레히트도 곧 이곳에 취업했대요.

1853년에 하인리히 엥겔하르트는 아들 하인리히 2세, 카를과 함께 회사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어요. 이때 뉴욕 사람들은 긴 이탈리아식 명칭 대신 '피아노'라 줄여서 부르고 있었고, 슈타인베크 일가도 성씨를 영어식 이름인 스타인웨이로 바꾸는 편이 장사에 도움이 되리라 내다봤대요. 먼저 이름을 바꾼 건 아들들이었어요. 하인리히 2세는 헨리 주니어가 되었고, 카를은 찰스, 빌헬름은 윌리엄, 알브레히트는 앨버트가 되었어요. 결국 아버지만 빼고 온 가족이 영어식의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온 가족이 사업에 참여하는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라는 회사가 뉴욕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윌리엄 스타인웨이는 회사를 키워낸 인물이에요. 

역사가 리처드 K. 리버먼의 말대로 그는 "미국의 미스터 뮤직"이었으며, "서커스에 P.T. 바넘이 있었다면 고전음악의 피아노라는 악기에는 윌리엄 스타인웨이가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획자였다고 해요. 유럽의 유명 비르투오소들은 그의 손을 거쳐 당대를 풍미한 스타가 되었어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나 스리 테너스 같은 슈퍼스타들을 막후에서 움직인 현대의 기획사들은 윌리엄 스타인웨이가 마련해놓은 계획과 전술을 그대로 따랐어요. 피아노 제작은 직원들이 맡아서 해냈고, 그는 명성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오롯이 집중했다고 해요. 

C.F.테오도어 스타인웨이는 미국을 너무도 싫어해서, 1884년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함부르크에 공장을 차렸고, 이후로도 몇 세대에 걸쳐 뉴욕과 함부르크 두 곳에서 동일한 기준에 맞춘 동일한 모델 라인업을 유지했어요. 그러나 함부르크에서 생산된 피아노는 뉴욕 스타인웨이와 다른점이 있어요. 피아노 케이스의 일부로서 건반 양끝을 둘러싸는 '암arm'의 모양이 뉴욕 스타인웨이는 모서리가 날카로운 직각에 가깝게 마감되었고, 함부르크 스타인웨이는 암의 모서리가 둥글러져 있어요. 

뉴욕은 적응을 선택했고, 함부르크 쪽에서는 유럽의 옛날 디자인 방식을 고수했던 거예요. 

스타인웨이 가문의 역사를 알고나니 스타인웨이 피아노 자체가 그들의 역사이자 역사적 산물로 느껴졌어요.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 뉴욕에 정착하기까지, 스타인웨이가 훌륭한 피아노로 인정받기까지, 그리고 또다른 나라의 이민자들이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피아노 제작공정을 맡게 되기까지.


완성된 K0842 가 새로운 이름인 No. 565700 가 된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No. 565700 은 'CD-60'이 되었어요. '콘서트'와 '모델 D'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인데, 스타인웨이 홀의 지하층에서 연주되고 있어요. 

CD-60 처럼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는 번호를 최대 세 개까지 부여받을 수 있어요. 스타인웨이의 일련번호는 완성된 피아노에 붙는 번호라서 영구적이지만 콘서트 그랜드 번호는 그렇지 않아요. 콘서트 대여용 피아노는 보통 5~6년 정도 일선에서 복무한 뒤 은퇴한대요. 이때 콘서트 그랜드로서의 번호를 떼어버리고 여섯 자리 일련번호로 다시 불리게 되는 거예요. 몰랐어요. 콘서트 피아노로서 활동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피아노에게 은퇴라니, 뭔가 짠한 기분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새로 제작된 피아노가 제 몫을 해내려면 피아니스트의 인정을 받아야 해요. 2년 차에 접어든 CD-60 은 제법 잘해내고 있다네요. 어느새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하나의 인격체로 느껴질 정도로, 친해진 것 같아요. 속내를 다 알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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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선비와 팥쇠 - 서울빵집들
나인완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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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많은 냄새들 중에서 기분 좋은 냄새가 있어요. 

그건 바로 갓 구워낸 빵 냄새~~~

물론 빵 냄새를 좋아하는 건 빵이 맛있기 때문이에요. 냄새를 맡는 순간 곧 먹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먼저 군침이 돌아요. 쩝쩝


<빵선비와 팥쇠>는 "2020년 서울의 빵 맛집들"을 주제로 한 그림 에세이예요.

제목과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이 책은 서울의 빵 맛집들을 순례하면서 저자가 직접 먹어 본 리뷰를 색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조선 시대에서 현재 대한민국으로 시간여행을 온 빵선비와 팥쇠가 빵신령이 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서울의 빵 맛집들을 순례하는 이야기예요.


자, 진짜 주인공을 소개할게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될 주인공은 바로 "빵"이에요.

크루아상, 도넛, 스콘, 식빵, 앙버터, 치아바타, 타르트, 수플레.

앗, 뭔가 부족한데... 세상에 얼마나 많은 빵 종류가 있겠어요. 음, 역시 한 권에 다 소개하기는 무리지만 그래도 빵선비와 팥쇠 덕분에 재미는 두 배예요.

세상에 얼마나 빵을 좋아했으면 얼굴이 식빵과 팥빵이 되었겠어요. 평범한 얼굴로는 감히 견줄 수 없는 독보적 비주얼이라 완벽한 빵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니들이 빵맛을 알아?'라는 느낌으로, 빵의 식감과 맛을 미식가처럼 표현해주고, 더 나아가 빵과 관련된 지식을 알려줘요.

음, 사실 그 정도는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일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정보는 따로 있어요.

바로 서울의 빵 맛집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는 거예요. 간략한 빵집 소개글과 함께 실제 판매하는 빵 사진이 나와 있어요.

얌얌얌, 빵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지만 눈으로 한 번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진짜 빵 맛집의 빵맛은 어떤 맛일지 너무나 궁금해요. 정성껏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먹고 싶어졌어요.

예전에 빵을 좋아서 전국 빵 맛집을 순례하는 사람을 방송에서 본 적 있어요. 그때는 너무 전국구라서 거리상의 문제로 도전을 못했는데, 이번 책에 나온 빵집들은 모두 서울 지역이라서 살짝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왜 사람들이 빵 덕후가 되는지, 이해할 것 같아요. 저자는 책에 소개된 빵집은 자신이 먹어보고 싶은 빵집을 선택한 것이지 어떠한 순위로 정해진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빵을 좋아한다면, 빵집들을 평가하지 말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분들에 대한 감사부터 하자고요.


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빵선비와 팥쇠>을 통해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욱 맛날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빵들에 대해 알고 싶어질 만큼, 빵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무엇보다도 순수하게 빵선비와 팥쇠의 매력에 풍덩 빠진 것 같아요. 와~ 식빵 얼굴이 멋져 보일 수 있다니! ㅋㅋㅋ 팥쇠는 귀여워요!

아참, 맛있다고 빵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으니 주의해야 돼요. 진정한 빵 덕후는 맛있는 빵을 많이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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