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평점 :
어떤 책을 고를까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언어의 역사>를 골랐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당연하게도 언어에 대한 관심 혹은 호기심 때문일 거예요.
자, 그렇다면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데이비드 크리스털.
영국 웨일스 대학의 명예 교수이자 세계적인 언어학자라고 해요.
즉, 이 책은 원래 영어로 쓰여졌고, 다시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영어를 알고 있는 것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겠지만, 영어를 잘 모른다고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어요.
물론 다수의 영어 예문들이 등장하지만, 그 부분은 영국인 언어학자가 썼으니 당연히 감안하고 넘기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책의 목적이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언어를 거대한 세계라고 상상해보면, 이 책은 그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안내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관점에서 언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에요.
인간은 어떻게 언어를 학습할까요?
첫 번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베이비 토크로 이야기가 시작돼요.
베이비 토크는 아기의 주변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가 아기와 강한 유대감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아기에게 건네는 말을 뜻해요.
아기에게 말을 건네는 엄마의 두 입술은 누군가에게 키스를 보내기라도 하듯 동그랗게 말려 올라가면서 최대한 앞으로 내밀고, 목소리에 과장된 멜로디가 실려요. 또한 같은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해요. 우리는 아기에게만 베이비 토크를 해요. 앗, 요즘은 예외가 있어요. 그건 반려동물에게 말을 걸 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투를 쓴다고 해요.
태어난 지 대략 3개월까지는 아기의 울음소리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이후에는 뭔가 달라져요. 입술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입으로 소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해요. 이 단계를 흔히 '쿠잉(cooing)'이라고 부른대요. 이때까지는 언어 배경이 달라도 모든 아기들이 동일한 소리를 낸다고 해요.
3개월이 지나면서 좀더 언어처럼 발음이 되면서 6개월쯤 되면 우리가 흉내낼 수 있는 '바바바바' 혹은 '마마마마' 같은 소리를 내는데, 이런 단계를 흔히 '배블링(babbling)' 혹은 옹알이라고 부른대요. 아기는 생후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옹알이를 해요.
첫돌 무렵부터 대다수의 아기는 본격적으로 억양 패턴을 익혀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해요.
아기를 통해 인간의 언어 습득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정말 흥미로운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음성언어를 익혔는지 기억할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대단히 복잡하고 놀라운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왜 언어를 사용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서로 말을 주고받기 위해서예요. 기왕이면 세상에 언어가 딱 하나였다면 외국어를 배우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을텐데,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에요.
그러나 인류의 조상이 말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어족이 출현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인 것 같아요. 세상은 넓고 인간의 창의력은 무궁무진하니까.
언어의 1차적 목적은 분명 의사소통이지만 그것과 무관한 언어 사용도 있어요. 이를테면 놀이 언어처럼 재미가 목적인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악센트와 방언처럼 화자의 출신지와 출신 성분을 말해주는 경우는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해요.
언어의 또 다른 용도는 우리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거예요. 혼자 나무에 못을 박다가 망치로 왼손 엄지손가락을 내리쳤을 때, 비명을 지르거나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건 신경질이 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거예요. 감정과 생각이 언어로 표현되면서 동시에 언어가 생각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혼잣말을 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처럼.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렇다면 언어를 어떻게 잘 사용해야 하느냐, 이것이 중요하겠죠?
이 부분은 언어폭력과 정치적 공정성 운동 등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영역인데, 책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우리는 자라면서 머릿속에 언어의 옷장을 만든다. 이 옷장은 옷 대신 다양한 스타일로 채워진다." (388p)
굉장히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저자는 언어도 패션처럼 다양한 스타일을 많이 알고 익히는 것이 사회생활에 유익하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뛰어난 패션 감각이 그 사람을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듯이, 우리도 언어감각을 익히고 가꾸어야 한다는 거죠. 매일 뭘 입을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도 똑같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만큼 언어의 비중이 크다는 걸 명심해야 돼요. 우리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요.
이 책을 읽고나니, 내 언어의 옷장 속을 점검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