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체 1~3 세트 - 전3권 (무선)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몰라보게 달라진 외모에 깜짝 놀랐어요.
네가 그때 그 <삼체>라고?
몇 년 전, 삼체 1부가 출간되었을 때는 중국 SF소설이 낯설어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아니, 일부러 관심을 껐다고 표현해야겠네요.
시리즈물은 섣불리 시작했다가는 마음 고생이 심하거든요.
첫눈에 반한 상대와 즐거운 데이트를 했는데, 그 뒤로 상대가 연락두절된 느낌?
<삼체>에 관한 찬사는 누누이 들어왔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이 극찬한 SF소설.
중국에서 출간되자마자 300만 부 판매.
중국 SF소설 최초로 영문 번역 출간.
그 번역을 맡은 사람이 미국의 소설가 켄 리우.
와우, 켄 리우~ 휴고상, 네뷸러상, 월드판타지상을 모두 수상한 켄 리우 번역으로 미국에서 출간되더니 2015년 휴고상 수상.
사실 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다만 읽지 못한 사정이 있어요.
국내에는 삼체 3부, 완결판이 2019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어요.
삼체 3부작은 '지구의 과거' 3부작이라고도 해요.
삼체 (Three Body Problem, 三体, 2007) -> 국내 출간 2013
암흑의 숲 (Dark Forest, 黑暗森林, 2008) -> 국내 출간 2016
사신의 영생 (Death's End, 死神永生, 2010) -> 국내 출간 2019
출간 시기를 보면 알겠지만, 삼체가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고 해도 3년씩 기다리는 건 좀...
2020년 삼체 1~3세트가 개정 양장본으로 출간되었어요.
지루한 기다림은 끝났어요. 드디어 삼체 3부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때가 왔네요.
시리즈물에 빠져서 출간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본 사람은 알 거예요. 이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일단 읽어봐야 그 맛을 알겠죠?
삼체는 왜 읽어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어요.
책은 펼쳐봐야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호기심이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읽어보길.
◆ 삼체 1부 : 삼체 문제
유령 같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어요.
자신이 찍은 첫 번째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진의 하단 정중앙에 '1200:00:00'이라는 숫자가 보였어요.
두 번째 사진에는 1199:49:33 이라고 찍혀 있어요.
뭐지?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한 것이라 누군가 장난칠 리도 없고.
너무 이상해서, 아내와 아들에게 카메라를 쥐여주며 찍어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아무런 숫자도 찍혀 있지 않아요.
오직 왕먀오가 찍은 사진에만 숫자가 뚜렷하게 찍혀 있어요. 1200시간부터 시작한 카운트다운은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요.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 않으면 괜찮을까.
꿈속에서도 카운트다운이 계속될 것 같은 불안감에 수면제를 먹고 잠든 왕먀오는 악몽을 꾸다가 깨어났어요.
눈을 뜨자 흐릿한 천장이 보이고, 커튼 사이로 도시의 불빛이 보이고, 그리고 카운트다운 숫자들이 눈앞에 뚜렷하게 떠올랐어요.
1180:05:00, 1180:04:59, 1180:04:58, 1180:04:57 ......
이럴수가, 시선을 어디에 두든 숫자는 시야의 정중앙에 박혀 있어요. 두 눈을 감아도 카운트다운은 캄캄한 시야 속에 여전히 떠 있어요.
왕먀오에게 벌어진 괴상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과학의 경계'라는 학술단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요.
이 단체는 지난 세기 후반부터 물리학 고전 이론의 간결함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물리학이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과학의 한계성을 찾고 새로운 사고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들의 설립 취지예요.
왕먀오는 '과학의 경계' 회원은 아니고, 선위페이라는 중국계 일본 물리학자를 통해 '과학의 경계' 회원들과 짧은 교류가 있었어요.
'과학의 경계' 학자들은 토론할 때 SF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어요.
저격수(Sniper)와 농장주(Farmer).
두 단어의 영문 약자로, 이것은 두 가지 가설에서 출발하며 모두 우주 규칙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와우, 두 가설을 읽으면서 소름 돋았어요. 물리학이니 과학 지식이 없어도, 우주적인 관점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면 굉장히 공포스러운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저격수 가설'은 저격수가 과녁에 10센티미터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 과녁의 평면에 2차원 지능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 중 과학자가 자신의 우주를 관찰한 결과 '우주에는 10센티미터마다 구멍이 하나씩 있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다.
그들은 저격수가 잠깐 흥에 겨워 아무렇게나 한 행위를 우주의 절대적인 규칙으로 믿은 것이다. (37p)
'농장주 가설'은 공포스러운 색채를 띤다.
한 농장에 칠면조 무리가 있다. 농장주는 매일 오전 11시에 그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칠면조 중 과학자가 이 현상을 꾸준히 관찰한 결과 1년여 동안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매일 오전 11시에는 먹이가 있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는
추수감사절 새벽에 칠면조들에게 이 법칙을 공표한다.
그러나 그날은 오전 11시가 되어도 먹이가 나타나지 않고, 농장주가 들어와 그들을 모두 잡아 죽인다. (38p)
어느날 경찰 두 명과 군인 두 명이 왕먀오를 찾아와서는 '과학의 경계'에 대해 물었고, 최근 두 달 사이에 물리학자들이 차례로 자살했다는 얘길 듣게 됐어요. 그들은 왕먀오에게 '과학의 경계' 회원이 되어 그 단체의 내부 정보를 알아 달라고, 거칠게 요구했어요.
가장 최근에 자살한 물리학자 양둥은 1년 전, 왕먀오가 나노연구소에서 본 적이 있는 인물인데,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양둥의 남자 친구인 딩이는, 왕먀오에게 이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게 좋다고 경고하지만 이미 발을 들여놓았으니... 그 다음 날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던 거예요.
과연 카운트다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음, 이렇게 삼체 속으로 빠져들었네요.